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는 적국의 왕에게 시집갑니다: Chapter 11 - Chapter 20

40 Chapters

11화. 잉크 묻은 손

「라우덴 항구 저울 규정. 받은 무게가 짐 목록과 다를 때에는 전체 짐을 다시 잰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출항을 보류할 수 있다.」로잘린은 저울 위의 자루를 내리지 못하게 손을 들었다.“이 자루가 어느 배에서 내려왔는지 적어 주세요.”베크가 창고지기를 돌아보았다. 창고지기는 자루 입구의 매듭을 확인하고 짐 목록을 펼쳤다. 페트라는 종이 맨 위에 배의 표식을 옮겨 적었다.“다른 자루도 가져올까요?”“먼저 이 자루를 따로 두세요. 잰 물건과 안 잰 물건이 섞이면 다시 시작해야 해요.”로잘린은 뼈 자로 종이에 줄을 그었다. 배의 표식, 자루에 적힌 무게, 저울로 확인한 무게를 나누었다.마티아스가 저울 옆으로 다가왔다.“전부 확인하시겠습니까?”“900자루예요. 하나만 보고 나머지도 같다고 할 수는 없어요.”“사람을 붙이겠습니다.”베크가 짐 목록 끝을 눌렀다.“이미 창고 안쪽까지 쌓았습니다. 꺼내려면 자리를 먼저 비워야 합니다. 부엌으로 보낼 밀도 가려 두어야 하고요.”“그럼 부엌에 보낼 것부터 재 주세요. 나머지는 꺼낼 순서를 정하고요.”로잘린은 빈칸이 남은 종이를 베크에게 건넸다.“저울이 틀렸다는 말도 나올 수 있어요. 추를 확인한 기록이 필요해요.”“항구에서 쓰는 규정을 가져오겠습니다.”베크는 종이를 접지 않고 들었다.“사스에게도 검사할 때 입회하라고 알려야 합니다.”“좋아요. 사스 씨가 보는 데서 저울을 맞춰 주세요.”마티아스가 창고지기에게 말했다.“확인이 끝나기 전에는 이 밀을 다른 짐과 섞지 마십시오.”창고지기가 저울 위 자루에 천 조각을 묶었다. 로잘린은 그 표식을 기록 옆에 작게 그렸다.사스가 배에서 돌아왔을 때에도 자루는 저울 곁에 놓여 있었다.“말라서 줄었을 수도 있습니다.”사스는 자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럴 수 있죠. 얼마나 줄었는지 보겠어요.”“부인께서 직접 다 재시려고요?”“값을 치를 사람이 확인해야죠.”로잘린은 서리달 12일이라고 적은 검사 통지를 내밀었다. 사스는 날짜를 확인하고 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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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저울 앞에서

「멜리네 조약 8조. 조약을 어겼다고 보는 쪽은 먼저 글로 묻고, 60일 안에 답을 받는다.」사스는 기록을 내려놓았다.“900자루를 다 받지 못하셨다는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받은 자루 수와 받은 밀의 양은 달라요. 자루마다 3.6킬로그램씩, 900자루면 3,240킬로그램이에요. 40킬로그램 자루로 81자루예요.”로잘린은 밤새 쓴 종이를 사스 쪽으로 밀었다. 맨 위에는 평균 무게가, 그 아래에는 배마다 확인한 기록이 붙어 있었다.“자루에는 40킬로그램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실제로는 평균 36.4킬로그램이었고요. 표시한 양을 받았다는 확인서에는 서명하지 않겠어요.”“마른 밀은 옮기는 동안 무게가 줄기도 합니다.”“그래서 자루 하나로 판단하지 않았어요. 전부 쟀고, 사스 씨가 확인한 저울을 썼어요.”사스는 자기 표식이 있는 종이를 들어 햇빛에 비추었다. 베크가 짐 목록을 옆에 펼쳤다.“따로 다시 확인할 자루가 있습니까?”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고 문 안쪽을 살피다가 외투 소매를 당겼다.“정산할 시간을 주십시오.”“청구서를 보내겠어요. 돌려받을 금액과 확인한 무게를 함께 적을 거예요.”“그동안 배는요?”로잘린은 저울 규정을 가리켰다.“검사는 끝났어요. 정산할 약속을 문서로 남기면, 다른 짐까지 붙잡아 둘 이유는 없어요.”마티아스가 창고지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스는 종이를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무게가 아니라 확인한 사람들의 이름을 오래 보았다.«▼»서리달 15일, 바닷바위 궁 회의 탁자에 작은 돈 궤짝이 놓였다.사스는 뚜껑을 열고 정산서를 내밀었다. 로잘린은 손을 뻗어 종이부터 받았다. 사스의 서명 아래에 돌려줄 금액이 적혀 있었다.「환불액 891세르.」베크는 궤짝 안의 은화를 확인했다. 세어 묶은 돈을 풀어 보고, 따로 둔 돈까지 맞춘 뒤 정산서 끝에 확인 표식을 남겼다.“맞습니다.”로잘린은 밤새 쓴 검사 기록을 정산서 아래에 붙였다. 사스가 그 손을 보며 말했다.“돈은 돌려드렸습니다. 다음부터는 안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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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올덴의 소식지

「올덴 소식지. 재무대신 포셰의 딸 마들렌 포셰를 다음 달 왕비로 책봉할 예정이다.」마티아스는 금고 장부를 덮지 않고 로잘린 쪽으로 돌려놓았다.“그때도 함께 보겠습니다.”로잘린은 펜촉을 닦던 천을 접었다. 돌려받은 돈이 적힌 줄 아래로 아직 쓰지 않은 칸들이 이어졌다.“저울부터 준비해야겠어요.”“사람도 준비하겠습니다.”금고 문이 닫혔다. 로잘린은 검사 기록을 품에 안고 복도로 나왔다. 항구에서 묻은 밀가루가 끈 사이에 남아 있었다. 털어 내려고 손을 들었다가 그대로 두었다. 장부방에서 기록을 풀 때 함께 닦으면 될 일이었다.«▼»서리달 20일 아침, 로잘린은 방에서 뼈 자를 찾고 있었다.장부방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페트라가 어젯밤 책상 밑에서 주웠다고 했다. 책상 위에는 없었다. 로잘린이 바느질 바구니 옆을 살피자 페트라가 침대 발치에서 급히 일어났다.“제가 꺼내 드릴게요, 마님.”페트라의 무릎 앞에 낮은 나무 상자가 열려 있었다.안에는 편지가 모여 있었다. 봉투마다 글씨가 달랐고, 봉투 사이에는 얇게 접은 소식지가 끼어 있었다. 맨 위 종이에 파렌 성에서 쓰던 문서 표식이 보였다.페트라가 상자 뚜껑을 잡았다.로잘린은 그 손보다 먼저 뚜껑 안쪽에 놓인 자를 집었다.“여기 있었네.”“떨어지지 않게 둔다는 게…….”“상자에 넣으면 내가 못 찾지.”“다음부터는 책상 위에 둘게요.”페트라는 뚜껑을 닫지 못했다. 로잘린이 자를 들어 눈금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손이 그대로였다.방 안에는 아침 식사를 치운 쟁반이 남아 있었다. 빵 부스러기를 담은 접시 옆에 빈 잔이 놓여 있었다. 로잘린은 자를 책상에 놓고 쟁반부터 들었다.“게르다에게 가져다줄 거니?”“예. 제가 할게요.”페트라가 일어서자 상자 맨 위의 소식지가 흘러내렸다. 접힌 끝이 바닥에 닿았다.로잘린이 몸을 굽혀 종이를 주웠다.“올덴에서 온 거네.”“항구에 들어오는 배에 실려 와요. 편지도 있고, 상인들이 가져온 소식지도 있고요.”“모두 네 앞으로?”“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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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세 층의 존댓말

「두란 구리 협정 옛 문서. 구리의 값과 산길의 운임은 나누어 적고, 길을 보장하는 쪽이 그 조건을 밝힌다.」로잘린은 마티아스가 든 문서의 봉한 곳을 살폈다.“어느 말로 답이 왔어요?”“리타어입니다. 사절이 도착하면 두란어로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있습니다.”“두 문서가 한 뜻인지 보려는 거군요.”“그렇습니다.”소냐가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었다.“힐데 언니는 글씨도 꼼꼼히 봐요. 산길 이름이 틀리면 배가 아니라 수레가 엉뚱한 데로 간대요.”로잘린은 목도리 안의 돌을 손끝으로 눌렀다.“그럼 길 이름부터 살펴볼게요.”마티아스가 문서를 내밀었다. 로잘린이 받기 편하도록 봉한 쪽을 돌려 주었다.“회의 전에 보실 수 있겠습니까.”“내일 장부를 고친 뒤에요.”“급히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로잘린은 문서를 목도리 위에 올렸다. 소냐가 봉투를 들여다보다가 손을 뒤로 감췄다. 묻고 싶은 말이 남은 얼굴이었지만, 약속대로 질문하지 않았다.«▼»서리달 24일, 회의실 탁자에는 구리 협정의 옛 문서와 빈 종이가 나란히 놓였다.로잘린은 산길 이름을 옮겨 적은 종이를 문서 아래에 끼웠다. 두란에서 보낸 글에는 운임을 따로 적으라고 되어 있었다. 라우덴의 지난 매입 장부에는 구릿값과 운임이 한 칸에 들어 있었다.그 칸 옆에 확인 표시를 남겼다.“고칠 곳 있습니까.”마티아스가 맞은편에서 물었다.“먼저 물을 곳이 있어요. 지금 내는 9세르 가운데 얼마가 구릿값이고, 얼마가 길값인지요.”베크가 지팡이를 의자 옆에 세웠다.“상인이 궁까지 가져다주는 값입니다. 산길과 바닷길을 모두 맡지요.”“그 상인이 광산에도 돈을 내나요?”“그렇습니다.”“그러면 광산의 장부와 우리 장부 사이에 상인 장부가 있겠네요.”베크는 옛 문서의 접힌 끝을 폈다.“오늘 사절이 그 부분까지 보여 줄지는 모르겠습니다.”“보여 달라고 해야죠. 값을 먼저 깎아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마티아스가 빈 종이를 로잘린 쪽으로 조금 밀었다. 종이 끝이 문서의 귀퉁이를 누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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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구리와 소금

「두란 협정문 초안. 구리와 소금의 값은 따로 적되, 오가는 수레가 같은 길을 쓰는 조건은 함께 정한다.」힐데가 앉은 의자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로잘린은 소금 장부를 더 가까이 밀었다. 힐데는 염전에서 나가는 값과 두란 시장에서 받는 값을 번갈아 짚었다.“6세르는 광산에서 내주는 값이에요. 여기까지 가져오는 값은 아닙니다.”“알아요. 길을 맡는 데 드는 돈은 따로 적어야죠.”“소금 길을 내준다는 말만으로는 그 돈을 대신할 수 없어요.”“그럼 돌아가는 수레에 무엇을 싣는지부터 정해 볼까요.”힐데가 문서집에서 산길을 그린 종이를 꺼냈다. 로잘린 앞에 펼칠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길을 함께 쓴다면, 길에서 생긴 일도 함께 맡아야 합니다.”로잘린은 빈 종이를 당겼다.“어디까지 맡을 수 있는지 적어 주세요.”힐데가 펜을 받았다. 구릿값 아래보다 길 이름 옆에 먼저 글씨가 들어갔다.«▼»서리달 28일, 그 종이는 회의실 탁자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초안을 두고 마주 앉은 지 사흘째였다. 산길 옆에는 수레를 보내는 때와 물건을 받았다는 표를 돌려주는 방법이 적혔다. 로잘린의 글씨 사이로 힐데가 고친 말끝이 보였다.베크가 새로 옮겨 쓴 초안을 펼쳤다.“구리는 1덩이에 7세르. 소금은 1자루에 3세르로 적었습니다.”힐데는 숫자를 읽고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두란에 들어오는 소금은 지금 10세르예요. 3세르에 계속 보내실 수 있습니까.”로잘린이 린드의 출고 장부를 옆에 놓았다.“염전에서 나갈 때는 1.5세르예요. 상인의 창고를 거치지 않고, 구리를 내려놓은 수레에 소금을 실으면 빈 수레를 따로 돌려보내지 않아도 돼요.”“길이 막히면요.”“출발 전에 알려야죠. 도착한 것처럼 돈을 받지는 않고요.”“구리도 소금도요?”“둘 다요.”힐데가 소금 자루의 무게가 적힌 곳을 확인했다.“두란에서는 받을 때 다시 잽니다.”“라우덴에서도 구리를 받을 때 재요. 서로의 표를 장부에 붙이면 됩니다.”“무게가 다르면 먼저 보낸 표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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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소금 가루

「멜리네 조약 9조. 두 나라는 혼인으로 평화를 굳히는 데 힘쓴다.」베크는 닫힌 문을 보다가 협정문을 다시 펼쳤다.“다음에도 하겠다는 말이면, 이번 문서부터 잘 보관해야겠군요.”“공녀에게 보낼 사본도요. 고치기 전 종이와 섞이지 않게 해 주세요.”로잘린은 떼어 놓은 마지막 장을 따로 접었다. 용병 통행 조항이 남은 종이였다. 베크가 손을 내밀자 바로 건네지 않고 빈 봉투에 넣었다.“이것도 남깁니까?”“왜 고쳤는지 알아야 다음에 그 줄을 넣지 않죠.”베크는 봉투 겉에 짧게 적었다. 마티아스가 맡아 두겠다던 문서집 옆으로 봉투가 들어갔다.로잘린은 비어 있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춤을 출 때 잡았던 손끝에 아직 온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안개달 3일 아침, 게르다는 열린 창 앞에 서 있었다.젖은 천이 창틀을 따라 움직였다. 어제 닦은 자리인데도 천 끝에 흰 자국이 묻었다. 로잘린이 가까이 가자 게르다가 창을 반쯤 닫았다.“오늘은 바람이 셉니다.”“매일 닦으세요?”“두면 틈에 낍니다. 창을 닫을 때 소리가 나고요.”로잘린은 창틀 모서리에 놓인 작은 물그릇을 보았다. 처음 이 방에 왔을 때는 창을 열려다 손가락에 소금이 묻었다. 이제 손이 닿는 곳은 매끈했다.“제가 해도 돼요.”게르다는 천을 접어 깨끗한 면을 꺼냈다.“왕비 전하께서는 아침부터 염전 장부를 보신다고 들었습니다.”“먼저 항구에 가요. 전하께서 배를 세러 가자고 하셨어요.”“그러면 빵은 가지고 가셔야겠네요.”게르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 옆에 둔 바구니를 당겼다. 빵을 천에 싸고, 로잘린의 얇은 숄 대신 조금 두꺼운 것을 골랐다.로잘린은 장부집의 끈을 묶었다. 문밖에서는 시종이 기다렸다가 길을 비켜 주었다.“린드가 염전 장부를 준비해 두었다고 전해 왔습니다.”“공개할 종이도 함께 준비했나요?”“예. 어느 것을 먼저 보실지 여쭙습니다.”“같이 볼게요.”시종이 고개를 숙이고 먼저 내려갔다. 장부를 보겠다는 말에 누구의 허락을 받았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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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두 통의 편지

「올덴 책봉 통보 서한. 전 왕비의 안녕을 묻는다.」소매 안에서 종이 모서리가 손목에 닿았다.로잘린은 장부집의 끈을 마저 묶었다. 부두 관리는 빈 겉봉을 받아야 할지 몰라 손을 내밀었다가 거두었다.“답신을 기다린다고 합니까?”“궁에서 보내 주시면 된다고 했습니다. 배는 먼저 떠난답니다.”“알겠어요.”관리에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이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구리를 내린 배에서는 소금 자루를 싣고 있었다. 린드가 출고표를 펴 들고 일꾼을 불렀다.로잘린은 그쪽을 보았다.“저 표는 궁에 사본을 보내 주세요.”“직접 확인하지 않으시고요?”“받은 자루 수를 운송인과 함께 적어 주세요. 돌아가서 볼게요.”린드가 대답하고 표를 챙겼다. 마티아스는 로잘린이 걷기 시작하자 옆에 섰다.항구에서 궁으로 가는 길은 올 때와 같았다. 빵을 파는 문이 열려 있었고, 젖은 밧줄이 담 아래 놓여 있었다. 로잘린은 밧줄을 피해 발을 옮겼다.“궁에서 읽겠습니다.”마티아스가 말했다.로잘린은 소매에 손을 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예. 겉봉도 남겨 둘게요.”«▼»안개달 8일, 로잘린은 왕 서재 탁자에 서한을 펼쳤다.왕실 인장은 종이를 처음 열었을 때 갈라진 그대로였다. 겉봉과 본문을 나란히 놓자 받는 사람을 적은 줄이 더 잘 보였다.겉봉에는 라우덴 왕에게 전하는 문서라고 적혀 있었다. 본문에서는 로잘린을 전 왕비라고 불렀다.베크가 다른 종이를 탁자 끝에 놓았다.“올덴에서 함께 보낸 번역입니다.”“원문과 맞춰 보셨어요?”“책봉 날짜는 같습니다. 뒤의 보고 요구는 표현이 조금 다릅니다.”로잘린은 리타어 원문을 가까이 당겼다. 마티아스는 맞은편에 앉아 기다렸다.책봉을 알리는 문장은 짧았다. 의식에 참석한 귀족과 축하를 보낸 나라 이름이 뒤따랐다. 라이너의 이름 아래로 마들렌의 이름이 놓여 있었다. 로잘린은 그 줄에 손을 두지 않고 다음 장을 넘겼다.끝에는 안녕을 묻는다는 말과 함께 별도의 요구가 적혀 있었다.「전 왕비 로잘린 카렌츠의 거처와 식사,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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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짧은 답신

「라우덴 답신. 라우덴에 전 왕비는 없다. 왕비가 있다.」마티아스가 펼친 장부는 항구의 출입 기록이었다.로잘린은 자기 장부 옆으로 조금 밀었다. 소금 운송표가 두 장 사이에 끼어 있었다. 마티아스는 종이를 잡아당기지 않고 끝이 접히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눌러 두었다.등잔 아래에 손등의 작은 상처가 보였다. 오래된 밧줄 자국 옆에 새로 생긴 상처였다.“항구에 다녀오셨습니까?”“예. 구리를 내린 자리를 확인했습니다.”“운송표는 받으셨고요?”“왕비가 확인한 사본을 받았습니다.”로잘린은 펜 옆에 놓인 표를 보았다. 같은 줄에 확인 표시가 두 번 들어가 있었다.“제가 같은 것을 다시 보고 있었네요.”마티아스가 자기 장부에서 날짜가 적힌 줄을 짚었다.“이쪽도 맞춰 주시겠습니까.”로잘린은 표를 가운데로 옮겼다. 마티아스가 읽는 자루 수를 따라 손가락을 내렸다. 혼자 볼 때 자꾸 놓치던 줄이 이번에는 이어졌다.“맞아요. 젖은 자루는 따로 적었어요.”“그럼 이 장은 끝났습니다.”마티아스가 종이를 넘기지 않고 장부를 덮었다.로잘린은 아직 남은 쪽을 보았다.“뒤에도 있어요.”“내일 볼 수 있습니다.”“답신부터 보내야 해요.”마티아스는 덮은 장부 위에 손을 놓았다.“제가 씁니다.”로잘린은 펜을 잡으려던 손을 거두었다. 손끝에 마른 잉크가 묻어 있었다. 엄지로 문질렀지만 떨어지지 않았다.“제 거처와 식사를 쓰실 건가요?”“그 요구대로 쓰지는 않습니다.”“그러면 올덴에서 다시 물을 거예요.”“그때도 제가 받겠습니다.”로잘린은 운송표를 반듯하게 모았다. 표를 묶는 끈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바로잡으려는데 마티아스가 묶음 아래에 손을 받쳤다.종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로잘린은 끈을 돌려 매듭을 지었다.“끝났습니다.”마티아스는 그 말을 듣고서야 손을 뗐다.로잘린도 장부를 덮었다. 덮인 가죽 표지 위에 손바닥을 잠깐 얹었다가 일어났다. 마티아스가 등잔을 들었다.문 앞에서 로잘린이 돌아보았다. 탁자에는 답신을 쓰다 만 종이가 뒤집혀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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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등대 아래

「라우덴 등대 규정. 불은 밤새 꺼지지 않는다.」로잘린은 창밖을 한 번 더 보았다. 등대 불은 다시 켜져 있었다.“그럼 그날은 종이를 가져갈게요.”“종이도 필요합니까?”“고치는 데 얼마가 드는지 적어야죠.”마티아스가 탁자에 남은 빈 종이를 보았다.“작은 것으로 가져오십시오. 계단이 좁습니다.”로잘린은 보고서 옆에 종이 한 장을 따로 놓았다. 마티아스는 항구 기록을 들고 일어났다. 의자 등받이에 걸쳐 둔 외투를 건네받으며 로잘린이 물었다.“바람도 많이 부나요?”“예. 단단히 여미셔야 합니다.”로잘린은 외투의 앞자락을 모았다. 마티아스가 문을 열고 기다렸다.«▼»안개달 15일 밤, 항구의 마지막 짐수레가 궁으로 돌아가는 길을 지나갔다.로잘린은 길가로 조금 비켜섰다. 외투 안쪽에는 접은 종이와 짧게 깎은 깃펜이 들어 있었다. 잉크병까지 가져오려다 마개가 샐까 봐 두고 왔다.마티아스가 짐수레를 보낸 뒤 다시 옆에 섰다.“춥습니까?”“아직은 괜찮아요.”“등대 쪽은 바람을 막아 줄 건물이 없습니다.”로잘린은 목 아래의 단추를 채웠다. 마티아스는 기다렸다가 걸음을 맞춰 움직였다.항구를 지나자 배에서 흘러나오던 말소리가 줄었다. 길 끝에는 등대 문 앞을 밝히는 작은 등이 보였다. 로잘린은 울퉁불퉁한 돌을 피해 걸었다.마티아스가 손을 내밀었다.“여기는 젖어 있습니다.”로잘린은 손을 얹었다. 손바닥에 밧줄 굳은살이 닿았다. 항구에서 잡았을 때보다 손이 따뜻했다.젖은 돌을 지나서도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로잘린은 굳이 마른 길을 가리키지 않았다. 대신 발을 조금 늦춰 마티아스와 나란히 걸었다.등대 문을 열자 기름 냄새가 났다. 굽은 등을 하고 앉아 있던 노인이 천을 내려놓았다. 등잔 빛 아래에서 손톱 밑의 검은 때가 보였다.“전하. 오셨습니까.”“얀. 불은 어떻습니까?”“덮개를 손봤습니다. 위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얀이 로잘린을 보고 일어나려 했다.“앉아 계세요.”로잘린이 먼저 말했다.얀은 무릎을 짚었던 손을 거두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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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봉쇄령

「멜리네 조약 7조. 한 나라가 흉년이면 다른 나라는 곡물 수출을 막지 않는다. 다만 자기 백성이 먹을 양은 뺀다.」마티아스는 로잘린이 고쳐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등대에서 멀어지자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 외투 안쪽의 빈 종이가 걸을 때마다 작게 바스락거렸다. 로잘린은 종이가 있는 자리를 누르고, 다시 앞을 보았다.궁의 동쪽 창에 불이 남아 있었다.“저기서는 등대가 잘 보여요.”“알고 있습니다.”“다음에는 제 창에서도 보세요.”마티아스가 걸음을 조금 늦췄다.“가도 됩니까?”“불을 보러 오는 건데요.”“예. 불을 보러 가겠습니다.”로잘린은 마른 길에 들어선 뒤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궁 문턱을 넘기 직전에야 손가락을 풀었다.손바닥에는 한동안 따뜻한 감촉이 남았다.«▼»안개달 20일 아침, 로잘린은 장부방에서 항구 기록을 넘기고 있었다.들어온 배보다 나간 배가 더 많이 적힌 장이었다. 토렌에서 와야 할 배의 칸은 비어 있었다. 로잘린은 빈칸 옆에 펜을 멈췄다.문밖에서 젖은 장화가 바닥을 밟는 소리가 났다.베크가 들어왔다. 외투를 벗지 않은 채 봉한 문서를 탁자에 놓았다. 문서 끈에는 올덴 왕실 인장이 매달려 있었다.“항구에서 올라왔습니다.”“사스의 배인가요?”“아닙니다. 문서만 전하고 떠났습니다.”로잘린은 펜을 내려놓았다. 봉인을 풀자 접힌 종이 사이에서 가는 모래가 떨어졌다. 배 안에서 젖은 문서를 말릴 때 뿌린 듯했다.첫 줄은 흉년에 대비한다는 말이었다.로잘린은 그 아래를 읽었다.「올덴 흉년 대비로 곡물 수출을 백성 먹을 양만큼으로 줄인다.」이어서 수출 허가를 다시 심사한다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 이미 값을 치른 곡물도 새 허가 없이는 국경을 넘을 수 없었다.“끝나는 날짜는요?”베크가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로잘린은 문서의 마지막 줄까지 다시 읽었다. 서명과 인장은 있었지만, 언제 다시 곡물을 내보낼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라우덴으로 가는 밀만 막는다고 쓰지는 않았네요.”“모든 곡물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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