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뒤에 지퍼 좀 올려 줘. 혼자서는 손이 안 닿아.”한여원은 신부 대기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반쯤 열린 문 너머로 하얀 웨딩드레스가 보였다. 거울 앞에 선 오세린은 머리카락을 한쪽 어깨로 넘긴 채 등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뒤에 선 백시헌은 드레스 지퍼를 올리느라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가만있어. 자꾸 움직이니까 안 올라가잖아.”“오빠 손이 차가워서 그렇지. 아, 간지러워.”세린이 웃으며 몸을 비틀자 시헌은 그녀의 허리를 조금 더 단단히 붙잡았다. 지퍼를 끝까지 올린 뒤에도 손을 바로 떼지 않고, 어깨에 걸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됐어. 이제 돌아봐.”세린이 거울 앞에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풍성한 치맛자락이 바닥을 쓸었고, 허리선을 따라 박힌 작은 진주들이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여원은 그 진주들을 알아봤다.지난달 드레스 숍에서 자신이 직접 골랐던 웨딩드레스였다. 수십 벌을 입어 본 끝에 선택한 옷이었고, 시헌에게 사진을 보냈을 때도 그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시헌은 세린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오빠, 나 어때?”세린이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예쁘네. 잘 어울려.”“정말?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기분 좋다.”시헌은 세린의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며 웃었다.“넌 원래 이런 거 잘 어울리잖아.”그 말을 듣는 순간 여원의 손에서 서류 봉투가 미끄러졌다. 바닥에 떨어진 봉투에서 계약서 몇 장이 빠져나오자, 그제야 두 사람이 문 쪽을 돌아봤다.“여원아? 언제 왔어?”시헌의 목소리에는 반가움보다 뜻밖이라는 기색이 먼저 묻어났다.세린은 거울에 비친 여원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었다.“언니! 나 이 드레스 어때? 너무 예쁘지 않아?”여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시헌의 손이 여전히 세린의 허리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시헌아, 손 좀 떼.”시헌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그제야 세린의 허리에서 손을 거두었다.“드레스 지퍼 올려
Last Updated : 2026-10-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