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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별을 고하자, 그가 미쳤다
내가 이별을 고하자, 그가 미쳤다
作者: 월야

1화

作者: 월야
last update 公開日: 2026-10-23 00:27:24

“오빠, 뒤에 지퍼 좀 올려 줘. 혼자서는 손이 안 닿아.”

한여원은 신부 대기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반쯤 열린 문 너머로 하얀 웨딩드레스가 보였다. 거울 앞에 선 오세린은 머리카락을 한쪽 어깨로 넘긴 채 등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뒤에 선 백시헌은 드레스 지퍼를 올리느라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가만있어. 자꾸 움직이니까 안 올라가잖아.”

“오빠 손이 차가워서 그렇지. 아, 간지러워.”

세린이 웃으며 몸을 비틀자 시헌은 그녀의 허리를 조금 더 단단히 붙잡았다. 지퍼를 끝까지 올린 뒤에도 손을 바로 떼지 않고, 어깨에 걸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됐어. 이제 돌아봐.”

세린이 거울 앞에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풍성한 치맛자락이 바닥을 쓸었고, 허리선을 따라 박힌 작은 진주들이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

여원은 그 진주들을 알아봤다.

지난달 드레스 숍에서 자신이 직접 골랐던 웨딩드레스였다. 수십 벌을 입어 본 끝에 선택한 옷이었고, 시헌에게 사진을 보냈을 때도 그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시헌은 세린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오빠, 나 어때?”

세린이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예쁘네. 잘 어울려.”

“정말?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기분 좋다.”

시헌은 세린의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며 웃었다.

“넌 원래 이런 거 잘 어울리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원의 손에서 서류 봉투가 미끄러졌다. 바닥에 떨어진 봉투에서 계약서 몇 장이 빠져나오자, 그제야 두 사람이 문 쪽을 돌아봤다.

“여원아? 언제 왔어?”

시헌의 목소리에는 반가움보다 뜻밖이라는 기색이 먼저 묻어났다.

세린은 거울에 비친 여원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었다.

“언니! 나 이 드레스 어때? 너무 예쁘지 않아?”

여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시헌의 손이 여전히 세린의 허리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시헌아, 손 좀 떼.”

시헌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그제야 세린의 허리에서 손을 거두었다.

“드레스 지퍼 올려 준 건데 왜?”

“직원분들도 계시잖아.”

“다들 바빠서 내가 도와준 거야. 그게 뭐가 문제야?”

여원은 두 사람 뒤에 놓인 이동식 옷걸이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직원이 입혀 주다 만 듯한 드레스 커버와 장갑이 걸려 있었다.

“내가 입기로 한 드레스를 세린이가 입고 있는 것도 문제고, 네가 직접 지퍼를 올려 주는 것도 문제야.”

세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언니, 미안해. 내가 너무 예뻐서 한 번 입어 보고 싶다고 했어. 오빠는 그냥 도와준 거야.”

그녀는 드레스의 허리 부분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화낼 줄 알았으면 안 입었을 텐데.”

시헌이 곧바로 세린의 어깨를 감쌌다.

“네가 왜 미안해해. 한 번 입어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여원은 시헌을 바라봤다.

“그 드레스는 내가 결혼식 날 처음 입으려고 했던 거야.”

“그래서 지금 못 입게 됐어?”

“시헌아.”

“여원아, 네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세린이가 일부러 널 기분 나쁘게 하려고 입은 것도 아니잖아.”

세린은 고개를 숙인 채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시헌이 그녀의 표정을 살피다가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세린은 기다렸다는 듯 눈물을 글썽였다.

“오빠, 나 때문에 두 사람 싸우지 마.”

“안 싸워.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시헌은 엄지손가락으로 세린의 눈가를 쓸어 주었다.

여원은 그 손길을 바라보며 가방 끈을 움켜쥐었다. 자신이 시헌 앞에서 울었던 날들이 떠올랐지만, 그가 저렇게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 준 기억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울지 말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울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 감정을 추스르라는 말을.

“세린아, 드레스 갈아입어 줘.”

여원이 말했다.

세린은 시헌의 셔츠를 붙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로 갈아입을게.”

그러나 시헌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여원을 향해 돌아섰다.

“사과부터 해.”

여원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라고?”

“세린이 민망하게 만들었잖아. 직원들까지 다 보고 있는데 꼭 그렇게 말해야 했어?”

여원은 텅 빈 웃음을 흘렸다.

“내 드레스를 입은 사람한테 벗어 달라고 한 게 사과할 일이야?”

“말투가 문제라는 거야. 너는 왜 항상 세린이 앞에서만 그렇게 날이 서?”

그는 세린의 어깨를 감싼 팔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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