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간 여인은 시댁의 법도를 따라야 한다. 사소한 일로 혼맥을 흔들 생각은 버려라. 강씨 집안의 며느리로서 분수를 지키고, 다시는 친정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꺼내지 말라.연주는 편지를 끝까지 읽었다. 그 아래에는 혼수와 관련된 다툼을 집안 밖으로 알리지 말라는 당부까지 적혀 있었다.옥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대감마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연주는 편지를 접어 서안 위에 놓았다.“돌아오지 말라 하시는구나.”시녀의 얼굴이 굳었다. 연주는 편지를 불태우지 않고 혼수 문서가 든 궤짝에 넣었다. 친정이 자신을 거절했다는 사실 역시 남겨 두어야 했다.그녀는 궤짝을 잠그고 한동안 열쇠를 손에 쥐고 있었다. 시댁에서는 혼수를 빼앗고, 친정에서는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 혼례를 치른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자신에게 남은 길은 이미 막혀 있었다.그러나 문서만큼은 아직 손에 있었다. 연주는 옥분에게 붓과 종이를 가져오게 한 뒤 빼앗긴 비녀, 누명을 쓴 옥장식, 사당에서 본 하녀의 신발 모양, 친정에 편지를 보낸 날짜를 한 장에 정리했다.“마님, 이것을 모두 적어 두시면 혹시 들키지 않겠습니까?”“그러니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두어야지.”연주는 종이를 반듯하게 접어 혼수 궤짝의 안감 아래에 넣었다. 그곳은 전생에도 누구도 들추지 않았던 자리였다.그날 밤, 연주는 처음으로 옥분에게 강씨 집안의 문과 회랑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물었다. 신방에서 큰마님 처소까지 가는 길, 사당으로 통하는 뒷길, 하인들이 물을 길어 나르는 시간까지 하나씩 확인했다.옥분은 의아해하면서도 아는 만큼 대답했다. 연주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전생에 보지 못했던 집안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렸다.누명을 벗으려면 누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는지 알아야 했다. 그러려면 먼저 사람들이 언제, 어디로 움직이는지 살펴야 했다.***며칠째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연주는 잠들지 못한 채 창호 곁에 앉아 있었다. 사당에서 밤새 벌을 받은 뒤부터 무릎을 굽힐 때마다 통증이 올라왔고, 찬 기운이 스미는 밤이면 그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