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군은 형수를 품고, 나는 화리를 청했다

부군은 형수를 품고, 나는 화리를 청했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4
Par:  월야Mis à jour à l'instant
Langue: Korean
goodnovel16goodnovel
Notes insuffisantes
15Chapitres
83Vues
Lire
Bibliothèque

Partager:  

Report
Overview
Catalog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낳던 날, 심연주는 남편 강윤겸이 형수 민소란과 밀애를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편은 의원조차 들이지 않은 채 아이만 살리라 명했고, 형수는 갓 태어난 아들을 빼앗았다. 그렇게 죽음을 맞은 연주가 다시 눈을 뜬 곳은 혼례 날 아침. 이번 생에는 반드시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리라. 그러나 남편은 화리서를 찢었고, 형수는 정실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다. 친정마저 등을 돌린 순간, 연주는 다시 죽음의 문턱에 선다. 그때 정왕 주경헌이 나타났다. “그 여자를 죽이려거든, 먼저 나를 상대해야 할 것이다.” 형수를 품었던 부군이 뒤늦게 매달리기 시작했을 때, 연주는 이미 다른 운명을 선택하고 있었다.

Voir plus

Chapitre 1

1화

“아이만 살리라 하셨다.”

별채 문밖에서 들려온 그 말에 심연주는 침상 기둥을 움켜쥐었다. 여섯 시진째 아이를 낳지 못한 채 피를 흘리고 있었고, 산파가 몇 번이나 뜨거운 물을 갈아 왔지만 대야의 물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아랫배를 쥐어뜯는 통증이 잠시 잦아든 사이, 연주는 자신이 들은 말이 누구의 명령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옥분아, 방금 누가 아이만 살리라고 했느냐?”

젖은 수건을 짜던 옥분은 대답하지 못했다. 의원을 불러 달라며 별채 문을 두드리다가 병사에게 맞은 뺨이 벌겋게 부어 있었고, 눈가에는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연주가 다시 묻자 시녀는 수건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둘째 도련님께서 그리 명하셨답니다.”

강윤겸이었다.

삼 년을 함께 산 남편이자 지금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였다. 아무리 냉담한 사내라도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죽을 지경에 이르면 의원 한 사람쯤은 불러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이만 살리라고 했고, 그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의원이 별채 문턱조차 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연주는 떨리는 손으로 배를 감쌌다. 다시 진통이 밀려오자 허리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고, 산파가 힘을 주라고 재촉하는 동안 그녀는 침상 기둥에 매달려 간신히 숨을 골랐다.

“의원을…… 불러 다오.”

옥분이 문으로 달려가 빗장을 흔들었다.

“우리 마님께서 위독하십니다! 의원 한 사람만 들여보내 주십시오!”

문밖에서는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옥분이 다시 문을 두드리자 병사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아이를 무사히 받으라는 명이다. 산모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 소관이 아니다.”

연주는 눈을 감았다. 며칠 전부터 윤겸은 그녀를 본채에서 멀리 떨어진 별채로 옮겨 놓았다. 산달이 가까워졌으니 의원이 있는 본채에 머물게 해 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형수 민소란이 조용한 곳에서 아이를 낳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며 부탁을 거절했다.

그때도 연주는 참았다.

민소란은 강씨 집안의 큰며느리였고, 윤겸은 형수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옳다고 믿었다. 형수가 병이 났다 하면 한밤중에도 달려갔으며, 형수가 탐내는 물건이 있으면 아내의 혼수라도 가져다주었다.

연주가 친정에서 가져온 금비녀를 소란에게 내주지 않겠다고 했던 날에는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했다. 배가 불러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지만, 윤겸은 형수에게 불경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일으켜 주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만 태어나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된 남편은 적어도 자신의 아이를 낳은 아내에게 조금쯤 다정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지금 그녀를 죽이고 있었다.

***

별채 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린 것은 진통이 시작된 지 일곱 시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옥분이 문으로 달려가자 병사들이 예를 올리는 소리와 함께 강윤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아이가 나오지 않았느냐?”

연주는 침상 끝을 붙잡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남편의 목소리를 듣자 마지막 희망이 살아났고, 그녀는 산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부군, 저도 살아 있습니다. 아이를 살려야 하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저도 살고 싶습니다. 제발 의원을 불러 주십시오.”

윤겸은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산파에게 아이의 상태를 물었고, 옥분이 산모의 피가 멎지 않는다고 울면서 설명하는 동안에도 연주의 안부는 묻지 않았다.

“형수님께서 아이를 기다리고 계신다.”

한참 만에 들려온 남편의 대답이었다.

“무사히 낳아야 한다.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고 산파의 말을 따르거라.”

연주는 문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는데, 남편은 형수가 아이를 기다린다는 말만 남겼다.

그가 돌아서는 발소리가 들리자 연주는 다시 이름을 불렀지만, 곧 밀려온 진통에 몸이 꺾였다. 산파가 그녀를 붙잡고 힘을 주라고 외쳤으며, 옥분은 울면서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었다.

새벽닭이 울기 직전, 마침내 아이가 태어났다.

Déplier
Chapitre suivant
Télécharger

Dernier chapitre

Plus de chapitres

Aux lecteu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Pas de commentaire
15
1화
“아이만 살리라 하셨다.”별채 문밖에서 들려온 그 말에 심연주는 침상 기둥을 움켜쥐었다. 여섯 시진째 아이를 낳지 못한 채 피를 흘리고 있었고, 산파가 몇 번이나 뜨거운 물을 갈아 왔지만 대야의 물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아랫배를 쥐어뜯는 통증이 잠시 잦아든 사이, 연주는 자신이 들은 말이 누구의 명령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렸다.“옥분아, 방금 누가 아이만 살리라고 했느냐?”젖은 수건을 짜던 옥분은 대답하지 못했다. 의원을 불러 달라며 별채 문을 두드리다가 병사에게 맞은 뺨이 벌겋게 부어 있었고, 눈가에는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연주가 다시 묻자 시녀는 수건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둘째 도련님께서 그리 명하셨답니다.”강윤겸이었다.삼 년을 함께 산 남편이자 지금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였다. 아무리 냉담한 사내라도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죽을 지경에 이르면 의원 한 사람쯤은 불러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이만 살리라고 했고, 그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의원이 별채 문턱조차 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연주는 떨리는 손으로 배를 감쌌다. 다시 진통이 밀려오자 허리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고, 산파가 힘을 주라고 재촉하는 동안 그녀는 침상 기둥에 매달려 간신히 숨을 골랐다.“의원을…… 불러 다오.”옥분이 문으로 달려가 빗장을 흔들었다.“우리 마님께서 위독하십니다! 의원 한 사람만 들여보내 주십시오!”문밖에서는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옥분이 다시 문을 두드리자 병사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아이를 무사히 받으라는 명이다. 산모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 소관이 아니다.”연주는 눈을 감았다. 며칠 전부터 윤겸은 그녀를 본채에서 멀리 떨어진 별채로 옮겨 놓았다. 산달이 가까워졌으니 의원이 있는 본채에 머물게 해 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형수 민소란이 조용한 곳에서 아이를 낳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며 부탁을 거절했다.그때도 연주는 참았다.민소란은 강씨 집안의 큰며느리였고, 윤겸은 형수의 말이라면 무엇이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
2화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방 안에 퍼지자 연주는 힘겹게 눈을 떴다. 산파의 품에 안긴 아이는 작은 손을 움켜쥔 채 울고 있었고, 연주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손을 뻗었다.“제게…… 한 번만 안겨 주십시오.”그러나 산파가 아이를 건네려는 순간, 굳게 잠겨 있던 별채 문이 열렸다.민소란이 들어왔다.그녀는 연분홍색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연주가 혼수로 가져왔던 금비녀가 꽂혀 있었다. 소란은 방 안에 퍼진 피비린내에 잠시 얼굴을 찡그렸지만, 산파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발견하자 환하게 웃었다.“아들이구나. 이리 다오.”산파가 망설이자 소란은 손을 내민 채 눈썹을 치켜올렸다. 결국 아이는 어미의 품에 한 번도 안기지 못한 채 민소란에게 건네졌다.연주는 침상 끝에 매달렸다.“형님, 아이를 제게 주십시오.”소란은 포대기를 고쳐 감싸며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네 몸이 이 지경인데 어찌 아이를 안겠다는 것이냐? 그러다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겠니.”“한 번만 안아 보겠습니다. 제가 낳은 아이입니다.”“누가 네가 낳지 않았다고 하더냐?”소란은 부드럽게 웃었지만 아이를 건네지는 않았다. 오히려 품에 더 깊숙이 끌어안으며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큰집에서 키우면 되겠구나. 아이에게는 좋은 유모도 붙여 줄 수 있고, 네가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내가 돌보면 되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연주는 그제야 소란이 아이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 됩니다. 제 아이를 데려가지 마십시오.”소란의 미소가 사라졌다.“연주야, 내가 네 아이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니?”그녀가 서운한 듯 눈을 내리깔자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겸이 들어왔다. 그는 피에 젖은 아내보다 먼저 형수의 얼굴을 살폈다.“무슨 일입니까, 형수님?”소란은 아이를 달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아이를 돌보겠다고 했더니 연주가 싫다는구나. 산모가 이리 위중한데 어찌 그냥 둘 수 있겠느냐.”윤겸은 곧바로 연주를 향해 얼굴을 굳혔다.“형수님께서 호의를 베푸시는데 어찌 그리 고집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
3화
옥분이 그녀를 끌어안으며 울었다.“마님, 피가 멎지 않습니다. 제발 누우셔야 합니다.”연주는 시녀의 팔에 기대어 열린 문을 바라보았다. 새벽빛이 돌계단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고, 비가 그친 마당에는 두 사람이 지나간 발자국만 남아 있었다.그녀가 아이를 낳은 날이었다.그 아이를 한 번도 안아 보지 못한 날이기도 했다.연주는 마지막으로 손을 뻗었지만 문턱에 닿지 못했다.그리고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아씨! 아씨, 일어나셔야 합니다!”연주는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떴다.가장 먼저 배를 더듬었다. 손바닥 아래에는 납작한 배가 있었고, 피에 젖은 이불 대신 부드러운 명주가 만져졌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방 안에는 붉은 비단이 걸려 있었고, 경대 위에는 봉황 비녀가 놓여 있었다. 열린 창호 너머로 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으며, 멀리서 혼례를 준비하는 악공들의 소리가 들렸다.연주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피부는 매끄러웠고,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땋여 있었다. 거울 속에는 열아홉 살의 심연주가 앉아 있었다.옥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아씨, 무서운 꿈이라도 꾸셨습니까?”연주는 시녀를 바라보았다. 옥분의 뺨에는 상처가 없었고, 별채에서 자신을 지키려다 맞았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옥분아, 오늘이 무슨 날이냐?”“아씨의 혼례 날이지요. 강씨 댁에서 신랑 행렬이 곧 도착할 것입니다.”연주는 거울을 다시 바라보았다. 혼례 날이었다. 강윤겸의 아내가 되기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와 경대 위의 혼례복을 집어 들었다. 붉은 비단 위에는 금실로 꽃무늬가 수놓여 있었고, 소매 끝에는 어머니가 직접 골라 주었던 자수가 놓여 있었다.전생의 자신은 이 옷을 입고 강씨 집안으로 들어갔다. 삼 년 동안 남편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고, 형수의 비위를 맞추다가 끝내 아이까지 빼앗긴 채 죽었다.연주는 혼례복을 내려놓았다.“입지 않겠다.”옥분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아씨?”“나는 강윤겸에게 시집가지 않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
4화
그녀는 탁자 위의 혼수 계약서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났다.이번 생에도 친정은 자신을 지켜 주지 않았다.***혼례 행렬이 도착했을 때, 연주는 붉은 면사포를 쓰고 있었다.마당에는 손님들이 가득했고, 악공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처마 아래까지 울려 퍼졌다. 하인들은 술과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했으며, 강씨 집안의 어른들은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강윤겸은 신랑 자리에 서 있었다.연주는 면사포 아래로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생에는 저 얼굴을 보고 가슴이 뛰었지만, 이제는 그가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내던 감촉만 떠올랐다.예관이 혼례 절차를 알리려는 순간, 안채 쪽에서 비명이 터졌다.“큰마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연주의 몸이 굳었다. 기억 속의 순간이었다.강윤겸은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돌렸다. 하인이 달려와 민소란이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전하자, 그는 신부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안채로 향했다.연주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면사포를 벗었다.“강윤겸.”윤겸이 잠시 멈췄다.“형수님께서 위독하시다.”“그렇다면 혼례를 치르지 마십시오.”그녀의 말에 윤겸의 표정이 굳었다. 주변의 하객들도 하나둘 고개를 돌렸고, 악공들의 연주가 어색하게 끊겼다.연주는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윤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형수님 곁에 계십시오. 저는 이 혼례를 원하지 않습니다.”윤겸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안채에서 다시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얼굴을 굳히고 몸을 돌렸다.“나중에 이야기하자.”그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연주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면사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혼례를 멈추십시오.”예관이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신부가 혼례 도중 면사포를 벗고 혼인을 거부하는 일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때 강노부인이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왔다.“큰며느리가 병으로 쓰러졌다. 아우가 형수를 걱정하는 것이 어찌 흠이냐?”연주는 노부인을 향해 예를 올렸다.“걱정하는 것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
5화
붉은 끈으로 묶인 혼수 목록에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전답과 은자, 비단과 장신구의 내역이 적혀 있었다.전생에는 이 문서가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집안의 재물은 강노부인과 민소란이 관리했고, 연주가 혼수로 가져온 은자를 쓰고 싶다고 하면 소란은 부드럽게 웃으며 시집온 여자가 친정 재물을 따로 챙기면 집안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타일렀다.연주는 그 말을 믿었다.그러나 이제는 그 돈으로 누구의 비단을 사고, 누구의 약재를 들이며, 누구의 처소를 꾸몄는지 알고 있었다.그녀는 혼수 목록에서 어머니가 남긴 전답을 확인한 뒤 문서를 다시 묶었다.“옥분아, 이 문서는 누구에게도 내주지 말거라. 큰마님께서 찾으셔도 내가 직접 보여 드리기 전에는 손대지 못하게 해라.”옥분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연주는 궤짝을 잠그고 열쇠를 소매 안에 넣었다. 이어 서안 앞으로 걸어가 종이와 붓을 가져오라고 명했다.먹을 가는 동안 전생의 마지막 밤이 떠올랐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민소란의 뒷모습, 그리고 자신을 바닥에 남겨 둔 채 돌아서던 강윤겸의 얼굴이었다.연주는 붓을 들어 깨끗한 종이 위에 두 글자를 적었다.화리서.강윤겸과의 혼인을 해소해 달라는 청이었다. 남편이 형수에게 마음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자신은 정실로서 혼인을 유지할 뜻이 없으니 화리를 허락해 달라고 적었다.마지막 글자를 쓰고 붓을 내려놓자 손끝이 떨렸다.종이 한 장이었다.전생에는 끝내 써 보지 못한 것이었다.연주는 먹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종이를 곱게 접어 서안 위에 올려놓았다.“옥분아, 부군이 오시면 문을 열어 드려라.”시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연주는 접힌 화리서를 바라보았다.“끝내자고 할 것이다.”***강윤겸이 신방에 들어온 것은 밤이 깊어서였다.문이 열리자 찬바람과 함께 백단향이 밀려들었다. 연주는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손가락을 움켜쥐었다.윤겸은 방 안을 둘러보다가 경대 위에 벗어 놓은 봉황 비녀와 곱게 접힌 혼례복을 발견했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
6화
“형수님께 다녀온 것이 그리도 못마땅하더냐? 여인이 질투가 지나치면 추해 보이는 법이다.”그 말에 연주는 서안 끝을 움켜쥐었다.“질투라고 하셨습니까?”윤겸이 종이를 내려놓았다.“그렇지 않고서야 혼례 첫날 이런 짓을 하겠느냐?”연주는 한 걸음 다가갔다.“오늘은 제 혼례 날이었습니다. 제가 부군의 아내가 되는 날이었다고요. 그런데 부군께서는 하객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저를 버려두셨습니다. 저는 면사포를 쓴 채 홀로 서 있었고, 사람들은 저를 바라보며 수군거렸습니다.”윤겸은 불쾌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형수님께서 위독하셨다. 네가 조금만 너그러웠다면 이런 소란도 없었을 것이다.”연주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흘렸다.“그렇다면 저는 무엇입니까? 형수님이 아프시면 부군께서 달려가시고, 형수님이 외로우시면 곁을 지키시며, 형수님이 무엇을 원하시면 무엇이든 가져다주십니다. 저는 그저 부군의 아내라는 이름만 가지고 살면 되는 것입니까?”윤겸은 턱을 치켜들었다.“형수님은 집안의 큰어른이다. 네가 감히 형수님과 너를 같은 자리에 놓느냐?”연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전생에도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다.형수님은 다르다.형수님은 특별하다.형수님을 이해해야 한다.그 말들을 믿고 참았던 끝에 무엇이 남았는지, 연주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화리서를 다시 집어 들었다.“그러니 제발 놓아주십시오.”종이를 윤겸의 가슴팍에 밀어 붙이자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토록 형수님이 귀하시면 그분 곁에서 평생 사십시오. 저는 싫습니다. 부군의 마음을 구걸하며 살지 않겠습니다.”윤겸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혼례 첫날부터 남편에게 이 무슨 패악이냐!”연주는 붙잡힌 손목을 비틀었다. 그러나 윤겸의 손아귀가 더욱 조여 왔고, 손목뼈가 으스러질 듯 아팠다.“아내를 혼례 자리에 버려두고 형수에게 달려간 사내는 의롭고, 그 아내가 화리를 청하면 패악입니까?”윤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입 다물어라!”“싫습니다. 이제는 입 다물지 않을 것입니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
7화
연주는 윤겸의 손을 붙잡고 매달렸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종잇조각까지 찢은 뒤 손을 펼쳤고, 하얀 종잇조각들이 두 사람 사이로 흩날렸다.연주는 그 아래에 서 있었다.한 조각이 어깨에 떨어졌고, 또 한 조각이 발등 위에 내려앉았다. 자신이 먹을 갈아 정성껏 쓴 글자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윤겸이 한 걸음 다가왔다.“잘 들어라, 심연주. 네가 죽어서 관에 실려 나가는 날이 오더라도 강씨 집안의 며느리라는 이름은 버리지 못할 것이다.”연주는 숨을 멈췄다.죽어서 관에 실려 나가는 날.전생의 마지막 밤이 눈앞에 되살아났다. 잠긴 별채와 피에 젖은 이불, 아이를 품에 안고 돌아서던 민소란,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던 강윤겸의 뒷모습이었다.윤겸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다시는 화리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마라.”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옥분이 문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자, 부인이 혼례로 심신이 어지러운 모양이라며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명했다.이어 연주가 함부로 바깥출입하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연주는 놀라 문으로 달려갔다.“무슨 권리로 저를 가두십니까?”윤겸은 문턱에서 돌아보았다.“남편의 권리다.”문이 닫히고 바깥에서 빗장을 거는 소리가 났다.연주는 두 손으로 문짝을 세차게 두드렸다. 손바닥이 얼얼해질 만큼 두드렸지만 바깥에서는 빗장을 풀어 주기는커녕 발소리마저 멀어지고 있었다.“강윤겸! 문을 여십시오!”그녀는 문고리를 붙잡고 온 힘을 다해 흔들었다. 단단히 잠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몇 번이나 부딪친 손마디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연주는 그 손으로 다시 문을 내리쳤다.“형수님이 그리도 귀하시면 그분 곁에서 사십시오. 그런데 어찌하여 저까지 이 집에 가두려 하십니까!”문밖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연주는 이마를 문에 기댄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거칠어진 숨이 조금씩 가라앉자 손마디에서 흐르는 피가 눈에 들어왔다.전생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피를 흘렸다.그때도 강윤겸은 돌아오지 않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
8화
심연주가 두 번째 화리서를 쓰던 밤, 강윤겸은 끝내 신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새벽이 지나서야 문밖에서 빗장을 푸는 소리가 들렸지만, 들어온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강노부인의 심부름을 받은 늙은 하녀였다. 하녀는 연주의 손목에 번진 멍과 바닥에 흘러내린 먹물 자국을 보고도 모른 척하며, 첫날밤부터 집안 어른을 노하게 했으니 세수와 단장을 마치는 대로 큰마님 처소에 문안을 올리라고 전했다.연주는 밤새 서안 앞에 앉아 있었다. 찢어진 첫 화리서는 혼수 궤짝 깊숙이 숨겨 두었고, 새로 쓴 화리서는 아직 먹이 마르지 않아 펼쳐 놓은 상태였다. 남편이 종이를 찢었다고 해서 혼인을 끝내겠다는 뜻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집에서 그 종이가 얼마나 무력한지도 전날 밤 똑똑히 확인했다.옥분이 따뜻한 물을 가져오자 연주는 그제야 붓을 내려놓았다. 윤겸에게 붙잡혔던 손목에는 검붉은 멍이 번져 있었고, 문을 두드리다가 터진 손마디는 물에 닿을 때마다 쓰라렸다. 옥분은 그 상처를 보며 입술을 깨물더니 소매 안에서 작은 약합을 꺼냈다.“새벽에 부엌 아낙에게 얻어 왔습니다. 의원을 부르지 못하게 하셔서 이것이라도 바르셔야겠습니다.”연주는 시녀의 손을 붙잡았다. 전생에도 옥분은 늘 이렇게 남몰래 약을 구해 왔고, 주인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면서도 끝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 생만큼은 그 충정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연주는 옥분이 약을 바르는 동안 시녀의 손등에 남은 작은 상처까지 살폈다.“앞으로는 내 허락 없이 위험한 부탁을 하지 말거라. 너까지 벌을 받게 할 생각은 없다.”옥분은 대답 대신 연주의 손마디에 약을 발랐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지만 연주는 더 꾸짖지 못했다. 이 집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직 옥분 하나뿐이었다.단장을 마칠 무렵, 하녀 둘이 커다란 옻칠 함을 들고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나타난 민소란은 아침 햇빛을 등지고 서서 신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녀의 머리에는 옥빛 비녀가 꽂혀 있었고, 소매에서는 익숙한 백단향이 흘러나왔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4
Read More
9화
“혼수는 제가 가져온 재산입니다. 집안 장부에 올리는 것과 소유자를 바꾸는 일은 다릅니다.”소란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러나 마침 문밖에서 강윤겸의 발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비녀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도련님, 내가 괜한 물건을 탐낸 모양이야. 연주가 어머니 유품이라며 내게는 만져 보지도 말라 하는구나.”윤겸은 신방에 들어서자마자 형수의 손에 놓인 비녀를 보았다. 연주가 전날 밤 작성한 화리서에 관해 묻기는커녕, 그는 소란의 기분부터 살피며 경대 앞으로 다가갔다.“형수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드리면 될 것을, 어찌 아침부터 고집을 부리느냐?”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예를 올리지는 않았다. 윤겸의 소매 끝에 매달린 붉은 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혼례 때 그에게 달려 있지 않았던 것으로, 소란이 차고 있던 향낭의 매듭과 같은 색이었다.“어머니께서 남기신 비녀입니다. 형수님께서 원하신다는 이유만으로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윤겸은 비녀를 집어 형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네가 이제 강씨 집안의 사람이 되었으니 네 물건도 집안을 위해 쓰일 수 있다. 형수님께서 잠시 쓰시겠다는데 이토록 따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소란은 마지못해 받는 척 손을 내밀었다. 연주가 그 손을 막으려 하자 윤겸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고, 전날 밤 생긴 멍 위로 다시 통증이 번졌다.“손을 놓으십시오. 그 비녀만큼은 안 됩니다.”“형수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마라.”윤겸은 연주의 손을 밀어내고 비녀를 소란의 머리에 직접 꽂아 주었다. 소란이 고개를 조금 기울이자 그는 비뚤어진 장식을 바로잡았으며, 두 사람은 거울을 보며 가까이 서 있었다.연주는 경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혼례 첫날밤 자신에게는 손끝 하나 다정하게 내밀지 않았던 사내가 형수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데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소란이 거울 속 연주를 돌아보며 웃었다.“동서가 내게 좋은 선물을 주었구나. 잘 쓰마.”연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옥분에게 혼수 목록을 펼치게 한 뒤 비녀가 적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4
Read More
10화
“어머니, 제 탓입니다. 동서가 그리 아끼는 물건인 줄 알았다면 탐내지 않았을 것입니다.”말과 달리 그녀는 비녀를 빼지 않았다. 오히려 노부인이 자신을 두둔하자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연주는 소란의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홍옥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비녀를 빼앗긴 일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집안에서 사실을 말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해졌다는 점이었다.노부인은 연주에게 사과를 명했다. 연주가 끝내 머뭇거리자 옥분을 처소 밖으로 내보내고, 새 며느리의 버릇을 고치려면 곁의 시녀부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그제야 연주는 몸을 깊이 숙였다.“제 언행이 경솔했습니다. 형수님께서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소란이 다가와 그녀를 일으켜 주는 척 팔을 잡았다. 그러나 손가락은 멍든 손목을 정확히 눌렀고, 연주가 통증을 참으며 고개를 들자 소란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낮게 속삭였다.“동서, 그리 애쓰지 않아도 돼. 네가 이 집에서 무엇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니?”연주는 손목을 빼지 않았다. 소란이 먼저 놓을 때까지 기다린 뒤 소매를 정리했고, 노부인의 허락을 받고서야 처소를 나섰다.회랑 끝에서 기다리던 옥분이 급히 다가왔다. 연주는 시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비녀 하나를 빼앗겼지만, 더 큰 덫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전생의 기억이 알려 주고 있었다.***다음 날 새벽, 강씨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민소란의 처소에서 귀한 옥장식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하녀들은 마당을 뒤지고 창고의 문을 열어 보았으며, 노부인은 집안의 물건을 훔친 자를 찾아내라며 모든 처소를 수색하도록 명했다.연주는 옥분과 함께 아침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날 빼앗긴 비녀를 돌려받을 방도를 생각하던 중, 갑자기 하녀 셋이 신방으로 들이닥쳐 옷장과 이불을 뒤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냐? 누가 내 방을 뒤지라 하였느냐?”하녀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침상 아래에 손을 넣더니 작은 비단 주머니를 꺼냈다. 연주는 처음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4
Read More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