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세자를 버리고, 숙부의 아내가 되었다: Capítulo 1 - Capítulo 10

14 Capítulos

1화

윤가연이 아이를 잃던 날, 세자 이태겸은 그녀의 이복여동생 윤소화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가연은 그 사실을 세자궁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알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복통은 해가 기울 무렵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치맛자락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배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던 아이마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문고리를 붙잡고 의원을 불러 달라고 애원했다.그러나 문밖을 지키는 병사들은 세자의 명령을 이유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가연이 문틈으로 손을 내밀어 병사의 갑옷 자락을 붙잡자, 가장 앞에 선 병사가 난처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내가 밖으로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의원 한 사람만 들여보내 다오. 아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전부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단 말이다.""마마, 세자 저하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이곳에 들일 수 없사옵니다."가연은 피 묻은 손으로 문틀을 붙잡았다. 배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밀려올 때마다 허리를 숙여야 했지만, 고통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으면 다시 고개를 들고 병사들을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저하께 전해 다오.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는 그분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고 전해라. 아이만 살려 주신다면 평생 이 방에서 나오지 않아도 좋다고."그녀는 배를 감싼 채 몸을 웅크렸다. 허리 아래를 찢어 내는 듯한 통증이 밀려올 때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고, 잠시 고통이 잦아들면 아이가 움직이는지 확인하려고 손바닥으로 배를 쓸어내렸다.평소 아이는 어미가 손을 얹기만 해도 작은 발로 배를 밀어 올렸다. 남편이 찾아오지 않는 밤마다 가연은 아이에게 말을 걸며 외로움을 달랬고,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까지 모두 주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가연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손바닥의 살갗이 벗겨져 피가 묻어났지만, 배 속의 아이가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보다 훨씬 두려웠다.그날 아침, 가연은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간청했었다.출산을 앞두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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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소화 역시 언니를 용서하지 않았다.가연이 세자궁에서 홀로 식사하는 날이면 소화는 태겸과 함께 웃으며 연회를 즐겼고, 언니가 병으로 누워 있을 때에는 태겸의 팔을 붙잡고 궁궐을 거닐었다. 가연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 소화는 곧바로 눈물을 글썽이며 언니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호소했고, 태겸은 그때마다 가연을 꾸짖었다.가연은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를 모두 가연에게 돌렸다.아이가 생긴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화는 언니가 아이를 이용해 세자의 마음을 붙잡으려 한다며 울었고, 태겸은 가연이 임신을 핑계로 소화를 내쫓으려 한다고 의심했다.가연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한 날, 남편이 처음 물은 것도 축하의 말이 아니었다.'소화에게도 알렸느냐? 그 아이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생각은 해 보았느냐?'가연은 그날 밤 홀로 앉아 오래 울었다. 그러고도 이튿날 아침에는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 주실 분이라고 이야기했다.그러나 지금, 그 아이가 죽어 가고 있었다.***해가 기울 무렵, 회랑 끝에서 윤소화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가연은 문에 매달리다시피 몸을 일으켰다. 익숙한 발소리와 남편의 목소리가 가까워지자 남아 있는 힘을 모아 문을 두드렸고, 문틈 사이로 태겸의 옷자락이 보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저하, 가연이옵니다. 제발 잠시만 문을 열어 주십시오."태겸의 발걸음이 멈췄다."무슨 일이기에 또 사람을 불러 세우느냐?"가연은 문틈으로 손을 뻗었다."아이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피가 멈추지 않고 배 속에서도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의원을 들여보내라고만 명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든 나중에 벌을 받겠습니다."태겸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옆에 서 있던 소화가 가연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소화는 언니가 처소 안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면서도 먼저 태겸의 소매를 붙잡았다."저하, 언니께서 또 저 때문에 화가 나신 모양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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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소화가 가볍게 기침하자 그는 즉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소화는 괜찮다며 웃었지만 태겸은 그녀의 손을 잡아 소매 속에 넣어 주었고, 찬바람을 오래 쐬면 또 앓을 것이라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자고 재촉했다.가연은 문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자신은 피를 흘리며 아이의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다른 여인의 기침 한 번에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그녀는 더는 태겸을 부르지 않았다.회랑 끝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동안 가연은 배를 감싼 손을 떼지 못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지만 아이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는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문에 기대며 작은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아가, 어미가 여기 있다. 조금만 더 견뎌 다오. 의원이 오고 있다니 조금만……."그녀는 손바닥으로 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네가 태어나면 어미가 좋은 것만 보여 주마. 아버지께 사랑받지 못해도 괜찮다. 어미가 두 사람 몫까지 사랑해 줄 테니, 제발 어미 곁에만 있어 다오."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가연은 문고리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손끝이 닿지 않았고, 마룻바닥에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다른 손으로는 배를 감싸고 있었다.***의원이 도착했을 때 가연은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병사들은 의원이 세자의 허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문을 열었다. 뒤늦게 방 안으로 들어온 시녀들은 피로 젖은 마룻바닥을 보고 비명을 질렀고, 의원은 쓰러진 가연의 맥을 짚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가연은 여러 사람의 손에 들려 침상으로 옮겨졌다. 누군가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누군가는 물을 데우며 깨끗한 천을 가져왔지만 그녀의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의원이 산모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시녀들은 방 한쪽에 모여 손을 비볐고, 누구도 아이가 무사할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다.가연이 다시 눈을 뜬 것은 밤이 깊어서였다.몸 아래에서 밀려오는 고통에 그녀는 침상 가장자리를 붙잡았고, 곁에 있던 의원이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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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방 안의 시녀들이 고개를 돌렸다.가연은 그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이에게 말을 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가 잠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고, 조금만 더 품에 안고 있으면 작은 가슴이 다시 움직일 것만 같았다.그러다가 문득 아이를 위해 지어 둔 배냇저고리가 떠올랐다."옷을 가져오너라. 내가 지어 둔 노란 배냇저고리가 있지 않느냐."시녀가 함에서 옷을 꺼내 왔다.가연은 아이를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배냇저고리를 입혔다. 소매가 너무 길어 작은 손을 덮자 그녀는 끝을 몇 번이나 접어 주었고, 옷깃이 벌어지지 않도록 매듭도 다시 묶었다.그렇게 한참을 매만지던 가연은 문득 손을 멈췄다."이상하구나."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열 달 동안 네가 태어나기만 기다렸는데, 어미는 네가 우는 소리도 한 번 듣지 못했구나."가연은 아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어미가 이름도 지어 주지 못했는데, 너는 어찌 벌써 가려 하느냐. 조금만 더 있어 주면 안 되겠니? 어미가 이렇게 기다렸는데……."그녀는 아이를 끌어안은 채 몸을 웅크렸다. 울음이 터져 나오자 시녀들이 다가왔지만 가연은 누구도 아이에게 손대지 못하게 했고, 작은 몸이 자신의 품에서 떨어지는 순간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아 아이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그날 밤 가연은 아이를 놓지 않았다.이튿날 아침에도,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의원이 산모의 몸을 위해 쉬어야 한다고 권했지만 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침상 끝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았다.태겸은 오지 않았다.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남편은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고, 아이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날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연은 빈 요람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그러나 남편 대신 도착한 것은 윤소화에게 귀한 약재가 내려졌다는 소식이었다. 생일잔치에서 찬바람을 쐰 뒤 기침이 심해졌다는 이유로 태겸이 직접 의원을 골라 보냈다고 했다.가연은 그 말을 듣고 오래도록 요람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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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며칠 뒤, 가연은 소화를 해치려 했다는 누명을 썼다.소화가 마시던 차에서 수상한 약재가 발견되었고, 그 약재를 구한 사람이 가연의 시녀라는 증언이 나왔다. 가연은 자신과 시녀가 그런 일을 한 적 없다고 항변했지만, 태겸은 소화가 눈물을 흘리며 쓰러졌다는 말만 듣고 그녀를 불러들였다.그날 태겸은 가연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네가 소화를 그토록 미워하는 줄은 알았지만, 목숨까지 노릴 줄은 몰랐다."가연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억울함을 호소했다."저하,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사해 보시면…….""네 말은 이제 믿지 않는다."태겸은 차갑게 말을 끊었다."소화가 네게 무슨 죄를 지었느냐? 너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하지도 못했고, 이제는 목숨까지 위협받아야 하느냐?"가연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자신은 남편의 사랑을 빼앗은 적이 없었다. 왕실의 간택을 거부할 힘도 없었고, 혼인한 뒤에는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수없이 물러섰다.그런데도 태겸은 마지막까지 그녀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었다.가연은 그날 별궁으로 보내졌다.***별궁에서의 생활은 세자궁에서보다 더욱 처참했다.겨울이 깊어지면 방바닥의 온기가 사라졌고,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밤마다 잠에서 깨야 했다. 식사는 하루 두 번 들여왔지만 차갑게 식은 죽과 마른 반찬이 전부였으며, 가연이 몸져누워도 의원을 부르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가연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오래된 이불을 겹쳐 덮었고, 손가락이 곱아 바느질조차 할 수 없는 날에는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품에 안고 잠들었다. 그 옷만이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유일한 물건이었다.그해 겨울, 별궁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가연은 며칠째 열이 내리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어려웠다. 기침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물을 마시려고 손을 뻗으면 손가락이 떨려 잔을 떨어뜨리기 일쑤였다.그날 오후, 평소와 달리 궁녀가 따뜻한 약차를 들고 들어왔다.가연은 쟁반을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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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가연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문이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었고, 붉은 비단 치맛자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금실로 꽃무늬를 수놓은 치마 위로 윤소화의 얼굴이 드러났으며, 그 뒤에는 세자 이태겸이 서 있었다.가연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죽어 가는 순간까지도 남편과 동생은 함께였다.소화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쓰러진 가연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가연의 얼굴보다 품에 안긴 노란 배냇저고리에 먼저 닿았고, 잠시 입술을 굳혔다가 이내 태겸의 팔을 붙잡았다."저하, 언니께서 또 저 옷을 안고 계시네요."태겸은 가연을 내려다보았다."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했느냐."가연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독이 퍼지면서 숨을 들이마시는 일조차 어려워졌고, 손끝에서는 이미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그녀는 간신히 몸을 돌려 남편을 바라보았다."저하…… 의원을……."태겸은 미간을 찌푸렸다."마지막까지 나를 원망하려는 것이냐?"가연은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살려…… 주십시오."그 말이 나오자 소화의 얼굴이 굳어졌다.소화는 태겸의 팔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저하, 언니께서는 늘 이러셨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려고 하면 반드시 무슨 일을 만들어 저하의 마음을 돌리려 하셨지요. 오늘도 마지막까지 저하를 붙잡으시려는 거예요."가연은 동생을 바라보았다.소화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언니께서 처음부터 저하를 제게 양보하셨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 저는 언니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언니께서 저를 이렇게 만드셨잖아요."가연은 그 말을 듣고 힘겹게 숨을 들이마셨다.일곱 해 동안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다.자신이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았다는 원망, 소화가 불행해진 것은 모두 언니 때문이라는 비난, 세자의 마음을 빼앗아 놓고도 모른 척한다는 꾸지람.가연은 그 모든 말을 견뎌 왔다.그러나 죽어 가는 순간까지도 그들이 자신을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을 보자, 마지막으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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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태겸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가연아?"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가연은 눈을 뜨지 않았다.태겸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끝에 닿는 피부가 이상할 만큼 차가웠고, 손목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의원을 불러라."그가 뒤늦게 명령했지만,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움직이지 못했다.태겸은 목소리를 높였다."당장 의원을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내관이 황급히 문밖으로 뛰어나갔다.소화는 태겸의 팔을 붙잡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손을 떼어 냈다.태겸은 가연의 어깨를 붙잡아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녀의 고개는 힘없이 뒤로 젖혀졌고, 품에 안겼던 배냇저고리만이 그의 무릎 위로 떨어졌다.그제야 태겸은 가연이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았다.아이의 옷을 끌어안은 채, 그저 아이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을 뿐이었다.태겸은 가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가연아, 눈을 떠라."그러나 윤가연은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다.***"아씨, 일어나셔야 합니다. 내일이 간택일인데 아직도 주무시면 어찌합니까?"누군가 어깨를 흔들었다.가연은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에 몸을 일으켰다. 목구멍에 남아 있던 쓴맛이 너무도 생생해 손부터 목으로 가져갔지만, 손가락에 닿는 피부는 따뜻했고 어디에도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살폈다.낯익은 비단 병풍과 자개 화장대, 창가에 놓인 향로가 눈에 들어왔다. 향로에서는 매화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창호지 너머로는 따뜻한 봄볕이 비치고 있었다.별궁이 아니었다.가연이 고개를 돌리자 어린 몸종 하나가 물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아씨, 악몽을 꾸셨습니까? 얼굴이 어찌나 창백하신지……."가연은 몸종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너……."몸종은 당황하면서도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아 주었다.가연은 그 손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눈앞의 아이는 분명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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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가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 길로 다시 갈 수는 없었다."혼서가 어디 있느냐?"몸종은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다가 벽장 쪽을 가리켰다."세자 저하께서 보내신 혼서 말씀이십니까? 마님께서 귀한 물건이라며 함에 넣어 두라고 하셨습니다."가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벽장 안에는 붉은 자개함이 놓여 있었다. 전생에는 그 함을 열어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렜고, 혼서에 적힌 이름을 손끝으로 따라 쓰기도 했다.그녀는 함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붉은 비단 보자기를 걷자 반듯하게 접힌 혼서가 모습을 드러냈다.가연은 종이를 펼쳐 이태겸의 이름을 확인했다.일곱 해 동안 남편이라 불렀던 남자였다.아이가 죽어 가는 순간에도 다른 여인의 손을 잡고 돌아섰고, 별궁으로 내몰린 자신을 끝내 찾아오지 않았던 남자였다.그의 이름을 바라보는 동안 가연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해졌다. 조금 전까지 아이를 떠올리며 떨리던 손도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혼서를 다시 접어 함에 넣었다."아씨, 무엇을 하시려고요?"몸종이 다가와 묻자 가연은 함을 품에 안고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봄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마당에서는 내일 간택에 입을 옷을 나르는 하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연은 잠시 문턱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전생의 자신도 저들처럼 기뻐했다. 세자의 아내가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 믿었고, 사랑받는 아내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믿음의 끝에는 피 묻은 문과 죽은 아이, 독차 한 잔이 기다리고 있었다.가연은 마당을 지나던 하인을 불러 세웠다."사랑채에 가서 아버지께 전해라. 내가 지금 찾아뵙겠다고."하인은 품에 안긴 붉은 함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예, 아씨. 그런데 그 함은……."가연은 하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함을 바로 안았다."세자 저하의 혼서다."그 말을 들은 몸종이 놀라 한 걸음 다가왔다."아씨, 설마 혼서를 들고 사랑채에 가시려는 겁니까? 마님께서 아시면……."가연은 대답 대신 마당으로 내려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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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그녀는 그 칼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부터 알아낼 생각이었다.***가연이 예물 장부를 살피고 있을 때 방문 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소화예요. 들어가도 될까요?"붓을 쥔 가연의 손이 멈췄다.윤소화.지하 감옥에서 어머니의 금비녀를 꽂고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소화는 자신이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치맛자락에 피가 묻을까 걱정하던 여자였다.가연은 붓을 내려놓았다."들어오렴."문이 열리자 연노랑 비단 치마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소화는 분홍빛 저고리 위에 흰 털을 덧댄 배자를 걸치고 있었다. 머리에는 작은 진주 장식이 달린 비녀를 꽂았고, 뺨에는 은은한 연지를 발라 어린 얼굴을 더욱 사랑스럽게 꾸몄다.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방 안으로 들어오다가 가연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호홋홋, 언니. 내일이면 세자빈 마마가 되시는데 아직도 장부를 보고 계세요?"소화는 가연의 곁으로 다가와 장부를 힐끗 내려다보았다."이런 일은 하인들에게 맡기셔도 되잖아요. 언니께서는 곱게 단장하시고 세자 저하만 기다리시면 되는데요."가연은 장부를 덮지 않았다."내 이름으로 나가는 물건이라 직접 확인하고 있단다.""언니는 참 꼼꼼하세요."소화는 웃으며 가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그런데 언니, 저 부탁이 하나 있어요."가연은 고개를 들었다."무슨 부탁이니?"소화는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내일 언니 혼례에 저도 예쁘게 꾸미고 싶어요. 언니가 가지고 계신 봉황 금비녀를 하루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가연은 소화를 바라보았다.어머니의 금비녀.전생에서 소화가 지하 감옥까지 꽂고 왔던 바로 그 비녀였다.가연은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그 비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가연에게 남긴 유품이었다. 어머니는 언젠가 가연이 혼례를 올릴 때 꽂으라며 직접 비단함에 넣어 두었다.그런데 소화는 혼례를 하루 앞둔 오늘, 그 비녀를 빌려 달라고 하고 있었다."그 비녀를 왜 네가 꽂으려 하니?"소화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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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어머니의 비단함을 가져오너라."연지가 비단함을 가져오자 가연은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봉황 금비녀가 고운 명주에 싸여 있었다.소화의 시선이 곧장 비녀로 향했다.가연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연지야, 이 비녀는 오늘부터 네가 직접 보관하거라. 내 허락 없이 누구에게도 내주지 말고.""예, 아씨."연지는 비단함을 받아 들었다.소화는 황급히 웃음을 지었다."언니, 제가 설마 훔쳐 가기라도 하겠어요?"가연은 소화를 바라보았다."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란다. 내게 소중한 물건이니 잘 보관하라는 것이지."소화는 더는 웃지 못했다.잠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제가 괜한 부탁을 드렸나 봐요. 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용서해 주세요."가연은 소화의 손목에 달린 작은 진주 팔찌를 바라보았다. 소화는 눈물을 닦는 척하며 소매를 끌어 올렸고, 그 아래로 반짝이는 팔찌를 은근히 드러냈다.그것은 가연이 전에 선물한 것이었다.소화는 언제나 자신이 받은 것을 남에게 보여 주는 데 능숙했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을 때면 이미 가진 것은 아무렇지 않게 잊었다."소화야."방을 나서려던 소화가 돌아보았다."예, 언니?""내일 혼례에 입을 옷은 준비했니?"소화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물론이지요. 언니께서 전에 주신 비단으로 새 옷을 지었어요.""그렇구나."가연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덧붙였다."그 옷은 네게 잘 어울릴 거야. 그러니 남의 물건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테지."소화는 대답하지 못했다.가연은 미소를 지었다."이제 가 보렴. 나도 준비할 일이 많구나."소화는 억지로 웃으며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자 연지가 가연에게 다가왔다."아씨, 작은아씨께서 많이 서운하신 모양입니다."가연은 비단함을 바라보았다."서운하겠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으니까."그녀는 장부를 다시 펼쳤지만, 조금 전 소화가 비녀를 바라보던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그 눈빛에는 단순한 부러움보다 훨씬 집요한 욕심이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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