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자 윤도현이 돌아왔다.도현은 혼례 예물 상자들을 확인한 뒤 가연의 방으로 들어섰다. 평소라면 동생의 혼례를 축하하며 농담부터 건넸을 그였지만, 장부에 빼곡하게 적힌 표시를 보자 눈썹을 찌푸렸다."가연아, 네가 이 장부를 살핀 것이냐?"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라버니를 맞았다. 살아 있는 도현의 얼굴을 마주하자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지만, 아침처럼 감정에 휩쓸리지는 않았다."예. 오라버니께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가연은 장부를 펼쳐 특정 항목을 가리켰다."여기에 적힌 은자는 혼례 예물입니까, 아니면 동궁에서 따로 요청한 것입니까?"도현은 장부를 살피다가 표정이 굳었다."이 금액을 네가 어찌 알았느냐?""장부에 적혀 있으니까요.""이것은 혼례 예물이 아니다."도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문밖을 살폈다.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목소리를 낮췄다."동궁에서 별도로 부탁한 자금이다. 세자 저하께서 급히 쓸 곳이 있다고 하셨다."가연은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전생에서 아버지는 태겸을 돕기 위해 전답을 처분했고, 그 돈이 훗날 윤씨 가문을 역모에 연루시키는 구실이 되었다. 가연은 그때 어떤 문서가 오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누가 요청했습니까?""동궁의 내관이 서찰을 가져왔다. 아버님께서 직접 확인하셨고.""서찰은 어디에 있습니까?"도현은 동생을 바라보았다."가연아,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가연은 장부를 덮지 않았다."제 혼례를 명분으로 우리 집안의 재물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적어도 누가 무엇을 요청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도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장부를 끌어당겨 해당 항목을 다시 살폈다."네 말이 틀리지는 않구나."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서찰은 아버님께서 보관하고 계신다. 내가 따로 확인해 보마.""원본은 그대로 두시고, 내용만 적어 두십시오. 날짜와 전달한 사람의 이름도 빠뜨리지 마시고요."도현은 놀란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너는 언제부터 이런 일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