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들이 불쌍하면 왜 처음부터 이런 집안에 들여보냈습니까?"정숙은 메모를 주워 손바닥에 꼭 쥐었다."그 애가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어 했으니까.""그게 문제였죠."태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자기 자리가 아닌 곳을 탐냈으니까."정숙은 고개를 들었다."도현이는 네 자리를 탐낸 적 없어."태준은 정숙의 얼굴 가까이 몸을 숙였다."그럼 어머니가 대신 책임지시겠습니까?"정숙은 숨을 멈췄다."도현이가 가진 자료를 가져오세요. 그럼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려 볼 수도 있습니다.""무슨 자료?""거래 원본입니다. 도현이가 따로 보관한 기록이 있을 겁니다.""없다고 했잖니."태준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그럼 도와드릴 방법도 없겠군요."정숙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이번에는 소파를 짚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태준아, 제발……."태준은 한 발 물러섰다.정숙은 그의 구두 앞에 두 손을 모았다."도현이만 살려 다오. 내가 이렇게 빌게."그녀의 이마가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네 아버지한테 말 한마디만 해 다오. 도현이가 하지 않은 일이라고, 조사라도 제대로 해 달라고……."태준은 내려다보기만 했다.정숙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내가 평생 네 앞에 나타나지 않으마. 도현이도 이 집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할게. 그러니까 감옥만은……."그때 태준이 말했다."어머니, 그런 약속은 이제 아무 소용 없습니다."정숙은 고개를 들었다."도현이는 이미 끝났습니다."태준은 손목시계를 고쳐 찼다."회사에서도, 아버지한테도요."정숙은 입술을 떨었다."그럴 리 없어…….""이제 그만 돌아가세요."태준은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다."손님 나가십니다. 대문 열어 두세요."정숙은 태준의 구두를 바라보았다.아들을 살려 달라고 빌던 상대는, 자신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동안 한 번도 눈을 맞추지 않았다.***현관으로 나왔을 때는 자정을 훌쩍 넘긴 뒤였다.정숙은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잠시 난간을 붙잡았다. 무릎이 심하게 저렸고, 일어설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