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은 진주색 실크 잠옷을 입고 태준의 무릎 가까이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가느다란 어깨끈 하나가 흘러내려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고쳐 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태준의 셔츠 깃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태준은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 놓은 채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한 손이 서연의 허리를 감싸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기울이며 작은 웃음을 흘렸다."오빠, 오늘은 나한테 상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무슨 상?""다섯 해나 착한 아내 노릇했잖아요. 나 정도면 정말 잘한 거 아닌가? 그 답답한 남자 옆에서 웃어 주고, 밥 먹어 주고, 매일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척까지 했는데."서연은 손가락으로 태준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태준이 그녀를 끌어당기자 그의 어깨에 뺨을 기대었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태준이 웃음을 터뜨리자 서연은 손바닥으로 그의 입을 가렸다."쉿, 그렇게 크게 웃지 마요. 도현 씨가 들으면 어떡해.""그놈은 아직 회사에 있을걸.""알아요. 오늘도 늦게 들어오라고 했거든요."도현의 손이 굳어졌다.아침에 서연은 그에게 무리해서 일찍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중요한 회의가 있다면 회사 일을 먼저 마무리하라며, 자신은 집에서 쉬고 있겠다고 했다. 도현은 그 말을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서연은 형의 품에 안겨 그 일을 자랑하고 있었다."그런데 오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아요?"서연이 태준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렸다."그놈 결혼기념일?""맞아요. 벌써 다섯 해예요. 내가 그 사람한테 처음 접근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태준이 와인잔을 내려놓았다."처음에는 네가 일 년도 못 버틸 줄 알았지.""나도 그랬어요. 그런데 도현 씨가 생각보다 너무 순진하더라고요. 내가 조금만 웃어 주면 뭐든 믿었어요. 출장 가서도 매일 전화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면 꼭 미안하다고 하잖아요."서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태준의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았다."그게
최신 업데이트 : 2026-10-2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