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 같던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어느덧 루나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행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달빛이 유난히 밝게 쏟아지던 밤바다. 두 사람은 인적 없는 모래사장 위에 나란히 앉아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와인을 나눠 마셨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레드 와인이 식도를 타고 넘어갈 때마다, 내일이면 이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유토 씨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운 것 같아요. 고마워요." 기분 좋은 취기에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손등으로 식히며, 루나가 수평선을 바라본 채 작게 속삭였다. 그 옆에 앉은 유토는 대답 대신, 모닥불 빛에 일렁이는 루나의 옆얼굴을 집어삼킬 듯 깊고 뜨거운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더 이상 이 묘한 기류 속에 앉아 있다가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만 같아, 루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먼저 몸을 일으켰다. "밤바람이 제법 차네요. 이제 그만 들어가 볼까요?" 모래를 털며 일어서려던 찰나였다. 와인의 취기와 깊게 패인 모래 때문에 루나의 발목이 삐끗하며 중심을 잃고 옆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앗……!" 짧은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전, 번개처럼 뻗어 나온 유토의 단단한 팔이 루나의 가는 허리를 낚아채듯 강하게 감싸 안았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루나는 그대로 유토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에 얼굴을 묻게 되었다. 코끝을 강타하는 남자의 체향. 시원한 바닷바람 냄새와 유토 특유의 관능적인 우디 계열 향수 냄새, 그리고 은은한 와인 향이 뒤섞여 루나의 후각을 단숨에 마비시켰다. 그리고 귓가에 맞닿은 그의 왼쪽 가슴에서, 마치 북을 치듯 미친 듯이 몰아치는 거친 심장 박동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쿵, 쿵, 쿵, 쿵—! 얼마나 격렬하게 뛰는지 루나의 뺨이 다 울릴 지경이었다. 놀란 루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머리 바로 위에서,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유토의 깊고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Last Updated : 2026-10-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