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톱배우 루나는 남편 다니엘과 옛 동료 수지의 5년 불륜을 목격하지만, 오히려 다니엘이 조작한 스캔들 누명을 쓰고 아이들과 모든 걸 잃은 채 추락한다. 도피성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만난 미국 최고 사모펀드 대표 유토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도망친 루나. 하지만 과거까지 감싸 안은 유토의 끝없는 사랑과 구원 속에 그녀는 전처 예나의 위협을 이겨내고 스타트업 대표 ‘스텔라’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이후 투자 파티장에서 재회한 다니엘과 수지의 악행을 만천하에 폭로해 완벽히 파멸시키고, 아이들을 되찾아 유토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Mehr anzeigen새벽 네 시 반.
세상이 아직 검푸른 어둠의 자락에 잠겨 있을 시간, 루나의 하루는 날카로운 휴대폰 진동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징— 징— 머리맡에서 울리는 진동을 단 한 번 만에 멈추게 하는 손길은 서글플 정도로 익숙했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새어 나가 옆방에서 잠든 두 동생이 깰까 봐, 루나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얇은 이불을 걷어냈다. 삐걱거리는 장판 위를 디디며 방을 나오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것은 시큼한 알코올 냄새였다. 거실 한구석에는 어제저녁 아버지가 비워낸 초록색 소주병 네 개가 나뒹굴고 있었고, 안방 문틈으로는 어머니의 깊고도 축축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뚜렷한 직업도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며 그마저도 술값으로 탕진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악을 쓰다 지쳐 이제는 그저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어머니. 그리고 아직 교복을 입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남동생과 중학교 3학년 여동생까지. 다섯 식구라는 거대하고도 무거운 바위는 오롯이 스무 살을 갓 넘긴 루나의 가녀린 어깨 위에 얹혀 있었다. "하아……." 루나는 부엌 싱크대 앞에 서서 찬물을 한 컵 들이켰다. 얼음장 같은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쓰린 위장을 적셨다. 돈 때문에 매일같이 고성이 오가고 밥상이 엎어지는 지옥 같은 집안이었지만, 루나는 결코 주저앉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내 동생들만큼은 돈이 없어서 고개를 숙이거나,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다짐 하나로 루나는 남들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나 우유 배달을 뛰었고, 어렵사리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던 야간 대학마저 미련 없이 자퇴서를 냈다. 대학 졸업장보다 당장 내일 동생들이 내야 할 급식비와 문제집 값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경리로 취직한 루나는 문자 그대로 밤낮없이 일했다. 남들이 기피하는 야근과 주말 출근을 도맡아 했고, 퇴근 후에는 세무와 회계 자격증 책을 파고들었다. 뼈를 깎는 성실함과 한번 본 숫자는 절대 잊지 않는 남다른 일 머리는 결국 기적 같은 기회를 불러왔다. 거래처였던 굴지의 대기업 재무팀 임원의 눈에 띄어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직 입사 제의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루나는 2년 만에 상위 1%의 인사고과를 기록하며 꿈에 그리던 정규직 전환의 신화를 썼다. 하지만 루나에게 찾아온 진짜 기적은 정규직 사원증만이 아니었다. 바로 그곳에서 직속 상사인 다니엘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루나 씨, 오늘도 제일 먼저 출근했네요. 커피 마셨어요? 이거 마셔요, 내가 내려왔어." 언제나 한 치의 구김도 없는 깔끔한 수트 차림에, 은테 안경 너머로 다정한 눈웃음을 지으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건네주던 남자. 실수라도 할까 봐 늘 잔뜩 긴장해 있던 루나의 어깨를 다독이며 차분하게 업무를 조언해 주던 완벽한 사수. 평생 누군가에게 기대어 본 적 없던 루나에게 다니엘의 다정함은 쏟아지는 폭우 속의 우산 같았고, 끝없는 암흑 속에 내려온 구원의 동아줄 같았다. 그가 건네는 작은 친절 하나에도 심장이 시릴 만큼 설레었다. 그것이 상사를 향한 동경인지, 결핍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아니면 진짜 사랑인지 구별할 틈도 없이 루나는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네가 이제껏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아, 루나야. 이제는 그 무거운 짐, 나랑 같이 나누자. 내가 너 평생 지켜줄게." 청혼하던 날 밤, 다니엘이 속삭였던 그 달콤한 말에 루나는 생애 처음으로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이 남자라면 내 시린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축복 속에서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유리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웠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다. 루나가 번듯한 대기업 과장과 결혼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잠잠하던 친정 식구들이 더욱 노골적으로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사업 자금이라며 수천만 원을 요구했고, 어머니는 동생들 대학 등록금과 전셋집 보증금이 부족하다며 매일같이 루나의 전화기에 매달려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에게 말할 수 없었던 루나는 결혼 전 자신이 모아두었던 비상금과 다달이 받는 자신의 월급을 쪼개 몰래 친정에 생활비를 보탰다. 그리고 그 사실을 다니엘에게 들킨 날. 언제나 따뜻하게만 보였던 다니엘의 얼굴에서 다정함이 거짓말처럼 싹 지워졌다. "너, 지금 이게 뭐야?" 거실 소파에 앉아 루나의 통장 내역서를 집어 던진 다니엘의 눈빛은 남극의 빙하보다 차가웠다. "여, 여보. 그게 아니라, 이번 달에 엄마가 갑자기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내 월급에서 조금만……." "네 월급? 루나야, 결혼했으면 네 돈 내 돈이 어디 있어? 전부 우리 가정을 위해 써야 할 공동 재산이잖아. 설마 너…… 너희 그 거지 같은 집안 구제하려고 나랑 결혼했어?" "뭐라고요……?" "수준 떨어져서 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도 유분수지, 대체 언제까지 그 기생충 같은 인간들 뒤치다꺼리를 할 건데! 당장 내일부터 네 급여 통장, 카드 전부 내놔.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단돈 만 원도 친정에 못 보내." 싸늘하게 내뱉는 모욕적인 단어들이 비수가 되어 루나의 가슴에 꽂혔다. 그날 이후, 루나는 결혼 생활에서 철저한 '을'이 되었다. 친정 때문에 남편에게 피해를 준다는 죄책감은 루나를 죄인처럼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다니엘이 차갑게 굴어도, 사소한 집안일로 날 선 신경질을 부려도 루나는 그저 자신의 탓이라며 입술을 깨물고 남편의 비위를 맞췄다. 그렇게 숨을 죽이며 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이 이어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루나에게 세상은 아파트 현관문 안쪽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이었다. 루나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던 고등학교 단짝 친구 진아가 억지로 루나의 손목을 끌고 홍대 거리로 나왔다. "야, 너 그러다 진짜 우울증 걸려 죽어! 애들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햇빛 좀 쐐!" 오랜만에 마신 바깥공기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방송국 카메라를 든 촬영팀이 두 사람 앞을 가로막으며 짧은 거리 인터뷰를 요청했다. 방송국 작가 지망생이었던 진아가 재미 삼아 응하면서, 루나 역시 얼떨결에 마이크 앞에 서게 되었다. 질문은 단순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은데, 가장 생각나는 노래가 있나요?' 루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잔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며, 조금 수줍은 듯 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단 1분 남짓한 영상이었다. 하지만 그 영상이 온라인에 업로드된 순간,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아이 둘을 낳은 서른 줄의 유부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청초하고도 신비로운 미모. 화장기 없는 맑은 피부와 대비되는 깊고 사연 있어 보이는 눈망울, 그리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주변 공기를 바꾸어버리는 고혹적인 분위기에 대중은 미친 듯이 열광했다. [홍대 거리 인터뷰 중 찍힌 실물 여신]이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은 단 사흘 만에 조회수 천만 뷰를 돌파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가 루나의 이야기로 도배되었고, 내로라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와 광고 에이전시의 러브콜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던 루나였지만,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던 현실과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 친구 진아가 아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담 매니저를 자처하며 루나의 곁을 지켰다. 카메라 앞에 선 루나는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평생 삼켜왔던 설움과 감정의 깊이는 그대로 독보적인 연기력이 되었고, 단숨에 대한민국 최고의 CF 스타이자 주연급 톱 여배우로 떠올랐다. 강남 한복판의 초대형 전광판부터 TV를 틀면 나오는 프라임 타임 드라마까지, 어디를 가나 루나의 얼굴이 걸려 있었다. 세상이 모두 루나를 향해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밤하늘의 달빛처럼 눈부시게 빛나면 빛날수록,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편 다니엘의 내면은 시커먼 질투와 열등감으로 썩어들어가고 있었다.같은 시각, 1층 그랜드 볼룸. 인사를 마치고 돌아온 유토는 자신이 세워두었던 자리에 루나가 보이지 않자 단번에 미간을 찌푸렸다.바닥에 굴러다니는 깨진 샴페인 잔 조각. 그리고 저 멀리 2층 계단에서 내려오며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예나의 얼굴.그 두 가지를 본 순간, 유토의 등줄기로 서늘한 소름이 끼쳤다. 유토의 눈빛이 순식간에 칠흑 같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즉시 핸드폰을 눌러 호텔 외곽을 경비하던 자신의 정예 보디가드 스무 명을 모두 호출했다."호텔 전 구역 비상 걸어. 지금 당장 건물 전체 CCTV 확보하고, 2층부터 옥상까지 모든 방문 다 열어젖혀서 루나 찾아내! 1분 안에 못 찾으면 다 죽을 줄 알아!"유토는 직접 계단을 세 칸씩 뛰어올라 2층 복도로 향했다. 복도의 방문들을 하나씩 거칠게 열어젖히며 끝까지 달려간 유토는, 가장 구석에 위치한 214호 방문만 굳게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쾅, 쾅, 쾅!"루나! 혹시 이 안에 있어?!"유토가 문고리를 잡아 흔들며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그때, 두꺼운 방음 문 너머로 모기 소리만큼 가느다랗고 처절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유토 씨…… 살려…… 줘요……."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토의 머릿속에서 이성이라는 이름의 끈이 툭 끊어졌다. 그의 두 눈이 피가 고인 듯 새빨갛게 뒤집혔다."문 부숴!!"유토의 포효와 함께 뒤따라온 거구의 보디가드 두 명이 동시에 어깨로 문을 들이받았다.콰아앙—!!잠금장치가 박살 나며 나무 문짝이 안으로 부서져 내렸다. 방 안으로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간 유토의 눈에, 갈기갈기 찢긴 드레스 차림으로 입가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루나와, 바지 버클을 풀며 그녀의 위로 올라타 있는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그 광경을 목격한 유토는 그야말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야수 같았다."이 개자식이……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단숨에 침대 위로 뛰어오른 유토가 남자의 뒷덜미와 멱살을 한 손으로 낚아채더니, 그대로 들어 올려 대리석 바닥을 향해 내
하지만 숱한 풍파를 겪어온 루나는 그 따위 유치한 괴롭힘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유토에게 말하면 학교가 발칵 뒤집힐 것을 알기에, 루나는 유토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 내색하지 않고 홀로 도서관에 파묻혀 묵묵히 만점에 가까운 시험 성적으로 예나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었다.자신의 뜻대로 루나가 무너지지 않자, 초조해진 예나는 더욱 비열한 수를 썼다.어느 날 오후, 밤샘 작업으로 끼니를 거르고 있을 유토가 걱정된 루나는 손수 만든 도시락을 싸 들고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유토의 사모펀드 본사를 찾았다. 비서실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대표실 문 앞까지 걸어간 루나가 노크를 하려던 찰나였다.미처 완전히 닫히지 않은 육중한 대표실 문틈 사이로,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유토,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때 내가 다른 남자 만난 건 다 당신이 날 안 봐줘서 질투 나게 하려고 그랬던 거 알잖아……!"루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문틈으로 시선을 옮긴 루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집무실 한복판에서, 학교에 있어야 할 예나 교수가 유토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강제로 입술을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순간, 한국에서 안방 문틈으로 다니엘과 수지의 불륜을 목격했던 그날의 끔찍한 트라우마가 루나의 뇌리를 하얗게 덮쳤다."아……."손에 들려 있던 보온 도시락 가방이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에 놀란 유토가 예나의 어깨를 거칠게 밀쳐내며 문 쪽을 돌아보았지만, 충격에 휩싸인 루나는 이미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가고 있었다."루나! 잠깐만, 루나!"단숨에 복도로 뛰쳐나온 유토는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려는 루나의 손목을 붙잡아 품에 안았다."놔요! 저 여자…… 우리 학과 교수님이잖아요! 왜 저 여자가 유토 씨 방에서…… 흐흑!" "루나, 내 눈 봐. 오해야, 내 말 좀 들어봐!"유토는 패닉에 빠져 바들바들 떠는 루나의 두 뺨을 감싸 쥐고 눈을 맞췄다."저 여자가 내가 말했던 그 전처야. 두 집안 어른들이
캠퍼스의 가을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웠다.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로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두꺼운 전공 서적을 품에 안은 채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꿈과 생기가 넘쳐흘렀다.‘스텔라’라는 새 이름으로 그 풍경 속에 섞여 든 루나는 매일이 기적 같았다. 스무 살 시절, 등록금 고지서를 붙들고 남몰래 삼켜야 했던 눈물이 비로소 달콤한 결실로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였기에 루나는 밤을 새워가며 원서를 파고들었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단숨에 가장 성실하고 총명한 학생으로 눈도장을 찍었다.하지만 그 평화롭던 캠퍼스 라이프에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새 학기 전공 필수 과목인 ‘글로벌 기업 재무론’ 강의실에 신임 교수가 부임하면서부터였다.또각, 또각, 또각.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선 여교수의 하이힐 소리가 계단식 강의실 전체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몸에 칼같이 피트되는 화이트 정장 투피스에, 빈틈없이 틀어 올린 헤어스타일. 지적인 외모와 어우러진 도도하고 차가운 카리스마가 단숨에 학생들을 압도했다."반갑다. 이번 학기부터 너희들의 재무론을 담당하게 된 레이첼 예나 킴(Rachel Yena Kim) 교수다."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내려가는 예나 교수를 보며, 루나는 왜인지 모를 서늘한 위화감을 느꼈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미소 이면에 묘하게 신경질적이고 오만한 결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그때까지 루나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저 교수가 바로 과거 유토와 정략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유토의 ‘전처’라는 사실을.사단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화창한 금요일 오후에 벌어졌다. 오후 강의를 마친 루나는 교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인파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학생들이 뺨을 붉힌 채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수군거리고 있었다."세상에, 저 사람 누구야? 영화배우 아니야?" "차 좀 봐, 롤스로이스 팬텀이잖아……!"호기심에 시선을 돌린 루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
유토의 전용기를 타고 뉴욕 JFK 공항에 내린 루나는, 대기하고 있던 마이바흐를 타고 맨해튼 근교의 부촌으로 향했다. 삼중으로 된 철통같은 보안 게이트를 지나 끝없이 이어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한참이나 달린 끝에, 차가 멈춰 선 곳을 본 루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드넓은 대지 위에 자리 잡은 유토의 저택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통유리와 화이트 대리석으로 지어진 대저택은 극도로 모던하면서도 심플했고, 내부로 들어서자 세계적인 거장들의 진품 회화와 조각상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마치 최고급 현대 미술관을 방불케 할 만큼 럭셔리했다. "어, 어떻게 집이 이럴 수가 있어요……? 여기서 길을 잃어버리겠어요." 얼떨떨해하는 루나의 허리를 뒤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은 유토가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부비며 나직하게 웃었다. "마음에 들어?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야.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공간의 주인은 나랑 당신뿐이니까 아무 눈치도 보지 말고 편하게 지내." 유토는 저택의 마스터 베드룸 옆에 루나만을 위한 초대형 드레스룸을 열어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이미 루나의 사이즈에 맞춘 세계적인 하이엔드 브랜드의 시즌 의상들과 구두, 가방들이 백화점 쇼룸처럼 완벽하게 채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토는 루나를 자신의 맨해튼 본사 최상층 집무실로 데려가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펀드를 운용하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투명하게 보여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자신의 모든 세계를 발밑에 내려놓는 남자의 진심에, 루나는 비로소 완벽한 평온과 안정감을 찾았다. 저택에서의 동거가 시작된 지 한 달째 되던 어느 날 밤이었다. 벽난로 불빛이 따뜻하게 타오르는 서재에서, 유토는 핫초코를 마시고 있는 루나의 앞에 두꺼운 서류 봉투 하나를 내려놓았다. "이게 뭐예요, 유토 씨?" "열어 봐." 루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교의 편입학 허가서와 안내 브로셔가 들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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