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금요일 저녁 일곱 시.소도시의 낡은 오피스 빌딩 정문으로, 야근을 마친 루나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 나왔다.오늘도 부장의 트집 잡기와 동료들의 은근한 따돌림에 시달린 탓에 어깨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소매 끝이 살짝 해진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깃을 여미며 고개를 푹 숙인 채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루나는, 빌딩 앞 도로변에 세워진 거대한 블랙 세단과 그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의 구두 끝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길을 비켜주려 옆으로 발을 옮기는데, 남자의 구두 역시 똑같이 옆으로 움직여 루나의 앞을 가로막았다.'누구지……?'의아한 마음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루나는,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은 듯 숨을 삼켰다.가로등 불빛 아래, 완벽한 테일러드 수트 차림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꿈에서도 그리워했지만, 다신 마주치지 못할 거라 믿었던 얼굴.유토였다."유, 유토 씨……?"가방 끈을 쥔 루나의 손에서 힘이 풀리며 낡은 가방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몇 개월 만에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난 유토는 예전보다 볼이 조금 패여 있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 깊고 서늘한 눈빛만큼은 심장이 타들어 갈 듯 뜨거웠다.눈물이 왈칵 차오를 만큼 반가운 마음도 잠시뿐이었다.곧이어 자신이 처한 비참하고 초라한 현실이 벼락처럼 뇌리를 때렸다. 보풀 일어난 저렴한 오피스룩, 화장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쏟아져 나오는 자신의 추악한 스캔들.'알았을 거야. 내가 누군지 다 알고 찾아온 거야……!'공포와 수치심에 사로잡힌 루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더니, 가방도 챙기지 못한 채 황급히 몸을 돌려 반대편 골목으로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두 걸음도 채 떼기 전이었다.성큼 다가온 유토의 긴 다리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더니, 그의 크고 단단한 손이 루나의 가녀린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아……!"강한 인력에 이끌려 휙 돌아선 루나의 몸이, 그대로 유토의 넓고 단단한 가슴팍으로
Last Updated : 2026-10-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