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같은 시각, 맨해튼 중심가의 한 호텔 객실 안은 팽팽한 긴장감과 짜증 섞인 고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아니, 내일 그 중요한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랑 가방 하나 새로 사는 게 그렇게 아까워요?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먼 뉴욕까지 따라왔는데!"화장대 앞에 앉은 수지가 신경질적으로 브러시를 집어 던지며 빽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몸에는 화려한 명품 로고가 박힌 옷과 장신구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잔뜩 독이 올라 있었다. 창가에서 초조하게 서류를 넘기던 다니엘은 미간을 구기며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수지야, 제발 철 좀 들어라! 지금 네 명품 백 타령할 때가 아니라고 했잖아! 이번 미국 출장에 회사 명운이 걸려 있는 거 몰라?"과거 억울한 스캔들을 뒤집어씌워 루나를 빈털터리로 내쫓은 뒤, 다니엘은 루나에게서 빼앗은 막대한 위자료와 재산으로 야심 차게 화장품 유통 회사 'D&S 코스메틱'을 설립했다. 처음 몇 년은 루나가 남겨둔 자금 덕분에 제법 굴러가는 듯했다. 수지 역시 본처를 몰아내고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한 승리감에 취해 매일같이 백화점 VIP 라운지를 드나들며 흥청망청 돈을 뿌려댔다. 하지만 실력도, 화장품에 대한 철학도 없이 오직 허세로만 운영되던 회사가 오래 버틸 리 없었다. 트렌드를 읽지 못한 신제품들은 연달아 참패했고, 설상가상으로 수지의 끝없는 사치와 다니엘의 무모한 북미 시장 확장 시도가 겹치면서 회사는 순식간에 심각한 자금난과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한국의 투자자들로부터 당장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은 다니엘에게 남은 유일한 동아줄은 단 하나뿐이었다. 현재 미국 뷰티 업계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는 글로벌 뷰티 테크 기업 '스텔라(Stella)'와의 AI 기술 제휴를 성사시키는 것. 다니엘은 한 달 넘게 스텔라 본사에 대표와의 독대를 요청하며 매달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결국 회사에 남은 마지막 자금까지 박박 긁어모아 거액의 후원금을 내고서야 내일 밤 열리는 맨해튼 VIP 투자 갈라 파티의 초청장
악몽 같았던 그날 밤의 비극이 지나간 자리에는, 유토의 지극하고도 헌신적인 사랑이 따스한 햇살처럼 내려앉았다. 사건 직후 몇 주 동안 루나는 작은 문소리에도 놀라 잠에서 깨어났고, 낯선 남자의 그림자만 스쳐도 손끝을 덜덜 떨곤 했다. 그런 루나를 다시 일상으로 끌어올린 것은 오직 유토의 끝없는 인내와 다정함이었다. 월스트리트의 냉혈한이라 불리던 남자는 오후 다섯 시만 되면 칼같이 모든 결재를 중단하고 저택으로 퇴근했다.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루나가 좋아하는 따뜻한 수프와 파스타를 직접 요리해 식탁에 차려냈고, 밤이면 루나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침대 맡에 앉아 나직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었다. "루나, 오늘 날씨가 정말 좋은데 나랑 산책하러 갈래? 아무도 없는 곳으로." 어느 주말 오후, 유토는 루나의 손을 잡고 센트럴 파크의 한적한 숲길을 걸었다. 그리고 내면의 불안을 지워주듯, 루나의 왼손 검지에 심플하고 우아한 플래티넘 링 하나를 끼워주었다. "이게 뭐예요?" "스마트 링이야. 안쪽에 있는 이 작은 버튼을 세 번 연속으로 누르면, 네가 지구 어디에 있든 내 휴대폰과 경호팀에 실시간 위치가 전송돼. 물론 이 버튼을 쓸 일은 평생 없겠지만, 네가 조금이라도 더 안심하고 숨 쉬었으면 해서." 손가락에 감기는 서늘하면서도 든든한 금속의 감촉에 루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활짝 웃었다. 주말이면 두 사람은 평범한 연인들처럼 운동화에 청바지를 맞춰 입고 브루클린의 벼룩시장을 구경하거나,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노천 재즈 바에서 와인잔을 부딪치며 데이트를 즐겼다. 유토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마침내 트라우마를 털어낸 루나는 다시금 무섭게 학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루나에게 캠퍼스의 낭만 따위는 사치였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두 배, 세 배로 뛰어야 했다. 과거 유토가 대학 편입 허가서를 건네며 다시 대학 생활을 해보라고 용기를 주었을 때, 루나는 그 서류를 조용히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었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다시 시작해 보겠다
같은 시각, 1층 그랜드 볼룸. 인사를 마치고 돌아온 유토는 자신이 세워두었던 자리에 루나가 보이지 않자 단번에 미간을 찌푸렸다.바닥에 굴러다니는 깨진 샴페인 잔 조각. 그리고 저 멀리 2층 계단에서 내려오며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예나의 얼굴.그 두 가지를 본 순간, 유토의 등줄기로 서늘한 소름이 끼쳤다. 유토의 눈빛이 순식간에 칠흑 같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즉시 핸드폰을 눌러 호텔 외곽을 경비하던 자신의 정예 보디가드 스무 명을 모두 호출했다."호텔 전 구역 비상 걸어. 지금 당장 건물 전체 CCTV 확보하고, 2층부터 옥상까지 모든 방문 다 열어젖혀서 루나 찾아내! 1분 안에 못 찾으면 다 죽을 줄 알아!"유토는 직접 계단을 세 칸씩 뛰어올라 2층 복도로 향했다. 복도의 방문들을 하나씩 거칠게 열어젖히며 끝까지 달려간 유토는, 가장 구석에 위치한 214호 방문만 굳게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쾅, 쾅, 쾅!"루나! 혹시 이 안에 있어?!"유토가 문고리를 잡아 흔들며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그때, 두꺼운 방음 문 너머로 모기 소리만큼 가느다랗고 처절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유토 씨…… 살려…… 줘요……."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토의 머릿속에서 이성이라는 이름의 끈이 툭 끊어졌다. 그의 두 눈이 피가 고인 듯 새빨갛게 뒤집혔다."문 부숴!!"유토의 포효와 함께 뒤따라온 거구의 보디가드 두 명이 동시에 어깨로 문을 들이받았다.콰아앙—!!잠금장치가 박살 나며 나무 문짝이 안으로 부서져 내렸다. 방 안으로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간 유토의 눈에, 갈기갈기 찢긴 드레스 차림으로 입가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루나와, 바지 버클을 풀며 그녀의 위로 올라타 있는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그 광경을 목격한 유토는 그야말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야수 같았다."이 개자식이……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단숨에 침대 위로 뛰어오른 유토가 남자의 뒷덜미와 멱살을 한 손으로 낚아채더니, 그대로 들어 올려 대리석 바닥을 향해 내
하지만 숱한 풍파를 겪어온 루나는 그 따위 유치한 괴롭힘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유토에게 말하면 학교가 발칵 뒤집힐 것을 알기에, 루나는 유토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 내색하지 않고 홀로 도서관에 파묻혀 묵묵히 만점에 가까운 시험 성적으로 예나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었다.자신의 뜻대로 루나가 무너지지 않자, 초조해진 예나는 더욱 비열한 수를 썼다.어느 날 오후, 밤샘 작업으로 끼니를 거르고 있을 유토가 걱정된 루나는 손수 만든 도시락을 싸 들고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유토의 사모펀드 본사를 찾았다. 비서실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대표실 문 앞까지 걸어간 루나가 노크를 하려던 찰나였다.미처 완전히 닫히지 않은 육중한 대표실 문틈 사이로,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유토,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때 내가 다른 남자 만난 건 다 당신이 날 안 봐줘서 질투 나게 하려고 그랬던 거 알잖아……!"루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문틈으로 시선을 옮긴 루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집무실 한복판에서, 학교에 있어야 할 예나 교수가 유토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강제로 입술을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순간, 한국에서 안방 문틈으로 다니엘과 수지의 불륜을 목격했던 그날의 끔찍한 트라우마가 루나의 뇌리를 하얗게 덮쳤다."아……."손에 들려 있던 보온 도시락 가방이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에 놀란 유토가 예나의 어깨를 거칠게 밀쳐내며 문 쪽을 돌아보았지만, 충격에 휩싸인 루나는 이미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가고 있었다."루나! 잠깐만, 루나!"단숨에 복도로 뛰쳐나온 유토는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려는 루나의 손목을 붙잡아 품에 안았다."놔요! 저 여자…… 우리 학과 교수님이잖아요! 왜 저 여자가 유토 씨 방에서…… 흐흑!" "루나, 내 눈 봐. 오해야, 내 말 좀 들어봐!"유토는 패닉에 빠져 바들바들 떠는 루나의 두 뺨을 감싸 쥐고 눈을 맞췄다."저 여자가 내가 말했던 그 전처야. 두 집안 어른들이
캠퍼스의 가을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웠다.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로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두꺼운 전공 서적을 품에 안은 채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꿈과 생기가 넘쳐흘렀다.‘스텔라’라는 새 이름으로 그 풍경 속에 섞여 든 루나는 매일이 기적 같았다. 스무 살 시절, 등록금 고지서를 붙들고 남몰래 삼켜야 했던 눈물이 비로소 달콤한 결실로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였기에 루나는 밤을 새워가며 원서를 파고들었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단숨에 가장 성실하고 총명한 학생으로 눈도장을 찍었다.하지만 그 평화롭던 캠퍼스 라이프에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새 학기 전공 필수 과목인 ‘글로벌 기업 재무론’ 강의실에 신임 교수가 부임하면서부터였다.또각, 또각, 또각.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선 여교수의 하이힐 소리가 계단식 강의실 전체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몸에 칼같이 피트되는 화이트 정장 투피스에, 빈틈없이 틀어 올린 헤어스타일. 지적인 외모와 어우러진 도도하고 차가운 카리스마가 단숨에 학생들을 압도했다."반갑다. 이번 학기부터 너희들의 재무론을 담당하게 된 레이첼 예나 킴(Rachel Yena Kim) 교수다."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내려가는 예나 교수를 보며, 루나는 왜인지 모를 서늘한 위화감을 느꼈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미소 이면에 묘하게 신경질적이고 오만한 결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그때까지 루나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저 교수가 바로 과거 유토와 정략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유토의 ‘전처’라는 사실을.사단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화창한 금요일 오후에 벌어졌다. 오후 강의를 마친 루나는 교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인파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학생들이 뺨을 붉힌 채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수군거리고 있었다."세상에, 저 사람 누구야? 영화배우 아니야?" "차 좀 봐, 롤스로이스 팬텀이잖아……!"호기심에 시선을 돌린 루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
유토의 전용기를 타고 뉴욕 JFK 공항에 내린 루나는, 대기하고 있던 마이바흐를 타고 맨해튼 근교의 부촌으로 향했다. 삼중으로 된 철통같은 보안 게이트를 지나 끝없이 이어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한참이나 달린 끝에, 차가 멈춰 선 곳을 본 루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드넓은 대지 위에 자리 잡은 유토의 저택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통유리와 화이트 대리석으로 지어진 대저택은 극도로 모던하면서도 심플했고, 내부로 들어서자 세계적인 거장들의 진품 회화와 조각상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마치 최고급 현대 미술관을 방불케 할 만큼 럭셔리했다. "어, 어떻게 집이 이럴 수가 있어요……? 여기서 길을 잃어버리겠어요." 얼떨떨해하는 루나의 허리를 뒤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은 유토가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부비며 나직하게 웃었다. "마음에 들어?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야.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공간의 주인은 나랑 당신뿐이니까 아무 눈치도 보지 말고 편하게 지내." 유토는 저택의 마스터 베드룸 옆에 루나만을 위한 초대형 드레스룸을 열어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이미 루나의 사이즈에 맞춘 세계적인 하이엔드 브랜드의 시즌 의상들과 구두, 가방들이 백화점 쇼룸처럼 완벽하게 채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토는 루나를 자신의 맨해튼 본사 최상층 집무실로 데려가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펀드를 운용하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투명하게 보여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자신의 모든 세계를 발밑에 내려놓는 남자의 진심에, 루나는 비로소 완벽한 평온과 안정감을 찾았다. 저택에서의 동거가 시작된 지 한 달째 되던 어느 날 밤이었다. 벽난로 불빛이 따뜻하게 타오르는 서재에서, 유토는 핫초코를 마시고 있는 루나의 앞에 두꺼운 서류 봉투 하나를 내려놓았다. "이게 뭐예요, 유토 씨?" "열어 봐." 루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교의 편입학 허가서와 안내 브로셔가 들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