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현령은 내가 버린 전남편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29 챕터

제11화: 그녀를 꼬시겠다고?

제11화: 그녀를 꼬시겠다고?서이현의 주변 공기가 소름 끼치게 가라앉았다. 그는 품 안의 작은 얼굴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까만 포도알 같은 커다란 눈, 옥처럼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 곱게 빚어 놓은 도자기 인형처럼 예쁜 아이였다.이렇게 빼어난 이목구비를 타고난 아이가 그의 핏줄이 아니면 대체 누구 핏줄이란 말인가?!"흥, 사또께서는 생각도 참 거창하시네요!"윤서린이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로 그를 얼음 구멍 속에 처박았다.그녀는 속으로는 당황했지만 애써 눌렀다. 아이를 꼭 끌어안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품 안의 꼬맹이에게 물었다."서우야, 누나한테 말해 봐. 아까 왜 이 나리한테 아빠라고 불렀어?"윤서우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할머니가 알려 주셨어요! 밖에서 엄청 멋지고 잘생긴 사람을 만나면 아빠라고 부르고, 그냥 잘생긴 사람은 삼촌, 별로 안 잘생긴 사람은 형이라고 부르래요!"이 녀석, 진작에 집에 있는 그 노인네한테 단단히 교육받았구나!윤서린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아들의 코를 쏙 잡았다."그럼 왜 나한텐 아무 말도 안 해? 비 맞으면서 데리러 왔는데 안 고생했겠니?""누나! 누나 오늘 향기 너무 좋아요!"꼬맹이가 꿀이라도 바른 듯 달콤하게 말하며,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뺨에 쪽 하고 크게 입을 맞췄다.그제야 윤서린은 허리를 곧게 펴고 몸을 돌려, 당당하게 서이현에게 설명했다."사또께서 오해하셨네요. 서우는 제 어머니가 예전에 먼 길을 가셨다가 거두어 주신 아이예요. 호적도 어머니 앞으로 올라 있고요. 집안 항렬로 따지면 저를 누나라고 부르는 게 맞지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공손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더 꽂았다."사또께서 그렇게 아이가 탐나시면, 경성으로 돌아가셔서 명문가 규수와 직접 하나 낳으시면 되겠네요."서이현은 처음에 그녀가 몰래 자기 핏줄을 낳은 줄 알고 기쁨에 벅차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얼음물을 머리부터 뒤집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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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서이현이……돌아왔어

윤서린은 작은 마차를 몰며 뒤쪽을 힐끗 돌아보았다. 점점 멀어지는 훤칠한 그림자를 보고서야 긴 숨을 후우 내쉬었다.다행이다, 어머니가 그때 앞을 내다보셨으니까!어머니는 혼인도 하기 전에 가진 아이가 훗날 입방아에 오르고 딸의 앞길을 막을까 봐 걱정하셨다. 그래서 관아에 있는 외삼촌의 연줄을 빌려 아이를 어머니 본인의 호적에 올리셨고, 아이에게는 남들 앞에서는 꼭 "누나"라고만 부르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셨다.처음에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극구 반대했지만, 부르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그런데 오늘 그것이 이 나쁜 관리 놈을 막아 주는 가장 결정적인 방패가 될 줄이야!무슨 일이 있어도 서이현에게 아이를 빼앗기게 둘 수는 없다!그해 서이현이 매정하게 떠난 뒤, 경성의 백씨 가문은 권세를 믿고 모녀를 경성에서 쫓아냈다. 심지어 오만하게도 사람을 시켜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덤까지 파헤치게 했다!그녀는 어머니를 업고 이리저리 피난을 다니다 외진 시골 마을에 닿았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밤, 허름한 농가 침상에 엎드려 서우를 낳았다.그때 그녀는 난산에 산후 대출혈까지 겹쳐, 피가 대야째로 연달아 나갔다. 몸이 반쯤 저승 문턱에 들어선 상태였다.외진 시골 의원은 허름해서 기본적인 지혈약조차 떨어지고 없었다. 마차를 불러 고을의 큰 의원으로 가자니 꼬박 두 시진을 흔들려야 했고, 그때의 출혈량으로는 틀림없이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어머니는 깊은 산속에 신통한 늙은 침술사가 산다는 소문을 들으셨다. 그래서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맨발로 산을 올라가 무릎 꿇고 빌었다.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온몸이 핏빛 흙탕물과 상처투성이였다. 가파르고 질척한 산길에서 몇 번이나 넘어지셨는지 알 수 없었다.정신을 잃은 윤서린은 손이 온통 피투성이였고, 손바닥에는 서이현이 떠나며 남긴 홍마노 팔찌가 꽉 쥐여 있었다.그때……그는 어디 있었을까?분명 백씨 가문 영애를 품에 안고 웃고 떠들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겠지?훗날 그녀는 명이 질겨서, 노의원의 신기에 가까운 열세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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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물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군

윤서린은 그를 확 밀치고 눈을 부릅뜬 채 참지 못하고 낮게 소리쳤다."서이현, 지금 뭐 하자는 거야?!"서이현은 어깨가 넓고 등이 곧아, 소나무처럼 꼿꼿한 몸이 뱃머리에 선 차가운 얼음 조각상 같았다.칼로 깎은 듯한 윤곽이 강물의 물빛 속에서 또렷하고 냉혹해 보였다."윤서린, 후회하나?"그가 얇은 입술을 열었다. 말투에는 조롱과 도발이 섞여 있었다.후회?그녀의 눈에 가득한 의문과 경계를 보고, 그가 낮게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때 본관과 깨끗이 연을 끊고 이혼서를 내민 걸 후회한 적 있느냐고. 네가 조금만 더 버텼다면, 지금 이 성의 영화와 부귀가 전부 네 것이었을 텐데.""그랬다면 너는 강남에서 바람이 불라 하면 불고, 비가 오라 하면 내렸겠지."그의 깊은 눈동자 밑에는 득의양양한 조소가 깔려 있었다. 그는 높은 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하지만 윤서린은 알아챘다.이 나쁜 관리는 지금 자신의 대단한 권세를 과시하며, 그때 그녀가 "눈이 멀었다"는 걸 이 기회에 호되게 모욕하려는 것이다."소녀는 정말 후회막급입니다."그녀는 숨을 고르고 담담하게 이 말을 내뱉었다."오?"서이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입꼬리에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가 떠올랐다. 이 대답이 몹시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소녀는 당신과 혼례를 올리고 혼인 문서를 받은 걸 후회합니다! 당신처럼 냉혈한 사람에게 시집간 건, 하늘과 땅의 신령이 맺어 준 인연을 더럽힌 일이었어요!"윤서린은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곱고 환한 눈 속에 숨기지 않은 원망이 번뜩였다.그때 그녀는 그를 너무 믿고 너무 의지했다. 그래서 그가 연락을 끊고 매정하게 돌아선 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외진 시골 마을에서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서이현의 입꼬리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굳었다. 눈 속에 뼈가 시릴 만큼 차가운 얼음이 덮였다."윤서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입이 세기를 바란다."이 여자는 늘 가장 가벼운 말로 정확히 그의 분노를 밟는 재주가 있었다.그녀가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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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또 나라고?!

이튿날.상인회 사무처에 돌아온 윤서린의 눈 밑에는 이미 짙은 다크서클이 번져 있었다.어젯밤엔 집에 돌아와 씻고 나니 벌써 축시 말이었다. 오늘은 진시도 되기 전에 억지로 일어나 순시를 나가야 했다. 이쯤 되면 밭일보다 사람을 더 갉아먹는 고문이었다.지금 그녀는 장부를 들고 있었지만, 눈앞의 글자들이 전부 겹쳐 흔들려 하나로 뭉개져 보였다.그에 비해 서이현은 생기가 넘치고 위엄이 서려 있었다.진시 삼각, 그는 깔끔하게 재단한 짙은 회색 비단 관복을 입고 묵직한 걸음으로 대청에 들어섰다.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 가는 허리. 걸을 때마다 관복 아래 감싸인 긴 다리의 선이 매끄럽게 드러났고, 온몸에서 윗사람 특유의 묵직함과 압박감이 풍겼다.윤서린의 책상 위 전령 구리 방울이 갑자기 요란하게 울렸다. 날카로운 소리에 심장이 반 박자 건너뛰었다."윤 수행원, 차 내와라."전령패 너머로 맑고 냉담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역을 허락하지 않는 명령조였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차갑게 경고했다."또 차에 설탕 반 숟갈이라도 넣었다간, 본관이 네 목을 비틀어 놓겠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서린은 펄펄 끓는 쓴 차 한 잔을 들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손에는 오늘 처리할 공문 책자도 들려 있었다. 간 김에 관아와 상인회 업무를 보고할 생각이었다."서 사또, 좋은 아침입니다."그녀는 찻잔을 그의 책상 옆에 살며시 내려놓고, 규칙대로 반듯하게 섰다."진시 말, 과영 상단의 성 행수가 와서 관아 수로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입니다.""오시 이각에는 상인회 연회가 황조루에서 열립니다.""미시 삼각에는 각 고을에서 올라온 긴급 공문에 사또의 결재가 필요……."서이현이 길고 가는 검지를 들어 그녀를 멈춰 세웠다.그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 진하고 쓴 차향이 입안에 퍼졌다.차가운 눈으로 끝까지 듣고는 담담하게 한마디만 내뱉었다."나머지 일은 이 수행원과 소 수행원에게 맡겨라. 오늘 밤 술시에 너는 본관과 함께 나선다."네?또 나라고?!윤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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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다 잡은 오리가 날아갔다

윤서린은 알고 있었다. 이 나쁜 관리 놈은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그녀는 부아가 치밀어 이를 악물더니, 품에 안고 있던 말랑한 꼬맹이를 아예 그의 품에 쑥 떠넘겼다."가져가요! 드릴게요! 하루에 젖을 네 번 먹여야 하고, 당근은 안 먹고, 해산물 만지면 두드러기가 나요. 사또께서 그렇게 갖고 싶으시다면, 데려다 천천히 키우세요!"서이현은 보드랍고 말랑하고 젖내 폴폴 나는 작은 것을 안은 채,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는 칠품 현령이다. 군을 이끌고 싸울 때는 칼에 베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람이, 지금은 젖먹이 하나 때문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조차 몰랐다."이름이 뭐냐?"그가 고개를 숙여 물었다."저는 윤서우예요. 애칭은 콩알이요!"콩알이는 진지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까만 포도알 같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갑자기 자기를 안아 든 "멋진 아빠"가 퍽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서이현이 손을 들어 옆의 윤서린을 가리켰다."저 사람은 너와 무슨 사이냐?""우리 누나예요, 멋진 아빠!"콩알이가 말랑한 목소리로 부르며, 통통한 두 손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서이현의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이 여자, 분명 일부러 이러는 거다.아이를 품에 떠넘기고는, 아이가 멋대로 아빠라 부르게 내버려 두며 그가 곤란해하는 꼴을 구경하려는 속셈이었다."본관을 아빠라고 부르지 마라."목소리가 한층 차가워졌다.콩알이가 이런 무서운 꾸짖음을 들어 봤을 리 없었다. 놀라서 입을 삐죽이더니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서이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그가 언제 아이를 달래 본 적이 있겠는가?게다가 아이는 우렁차게 울어 대면서, 보들보들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아무리 떼어 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곁에서 지켜보던 윤서린은 속이 후련해져, 아이를 도로 안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서이현이 문득 손을 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콩알이 머리에서 가는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았다.다음 순간 그는 아이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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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난 평생……당신을 용서 안 할 거야…….

술시, 황조루.가장 호화로운 별실 안, 조각이 새겨진 나무문이 밖에서 밀려 열렸다.윤서린이 눈을 들어 보니 방 안에는 사내 셋이 앉아 있었다.상석에는 짙은 색 관복을 입은 서이현이 서늘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그의 오른편에는 심희연이 있었다. 서이현의 오랜 무가 출신 벗이자, 강남 제이의 세도가의 적장자였다.이 사람은 꽃밭을 드나드는 데 이골이 난 한량이었다. 풍류 넘치는 준수한 얼굴을 타고났고, 여인을 기쁘게 하는 데는 따를 자가 없었다.나머지 한 사람인 고신은 고가의 둘째 공자였다.그 역시 맑고 수려한 얼굴이었지만, 아주 기이한 병이 있었다. 여인이 석 자 안으로 다가오기만 하면 온몸이 불편해지고, 심하면 그 자리에서 발작을 일으켰다.고가의 어르신은 이 병 때문에 거금을 아끼지 않고 명의란 명의는 모두 불렀고, 의원 두 곳을 통째로 사들여 병을 고치려 했지만 아무 차도가 없었다.윤서린이 들어서자 서이현은 차갑게 자기 옆의 빈자리를 가리켰다."앉아라."윤서린은 내키지 않는 마음을 눌러 삼키고 걸어가 앉았다.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고신이 술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윤 수행원은 젊은 나이에 유능하신 데다 서 사또의 오른팔이시지요. 이 첫 잔은 제가 꼭 올려야겠습니다."윤서린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예의 바르게 웃었다."고 공자님, 과찬이십니다. 소녀는 주량이 약해 오늘 밤은 차로 대신하겠습니다.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그럼 재미없지요."심희연이 곁에서 술잔을 흔들며 심술궂은 웃음을 지었다."장사 이야기하러 나와서 술을 안 마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남성도 수로 감면권은 지금 우리 심가 손에 있어요. 윤 수행원이 한 잔 마시면 오 푼을 깎아 드리고, 두 잔 마시면 일 할을 깎아 드리지요."이건 분명 장사를 미끼로 술을 먹이려는 수작이었다.윤서린은 무의식중에 상석의 서이현을 바라보았다.사내는 느긋하게 손에 든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깊은 눈길이 그녀에게 닿았지만, 구해 줄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그는 차갑게 구경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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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어느 하주

서이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입꼬리가 서서히 위험한 호선으로 올라갔다."본관도 네가 쉽게 용서하길 바라지 않는다."그는 눈을 내리깔고 품 안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낮고 거의 은근하게 가라앉았다."그러니까 네가 내게 진 빚은, 오늘 밤 한 푼도 빠짐없이 받아야겠다."때마침 심희연과 고신이 별실에서 나왔다.심희연이 윤서린이 흘린 주머니를 서이현에게 건네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정말 생각 끝난 거야? 저 사람은 아직 자네 전처야. 이렇게 데려가면, 내일 술 깬 뒤에 평생 원망하면 어쩌려고?"서이현은 사람을 안고 걸으며 곁눈질 한 번 하지 않았다."그럴 배짱은 없다."고신이 무표정하게 그를 보았다."내가 보기엔 저 사람은 자네에게 이미 정이 없어. 그렇다면 뭐 하러 놓지 못하고 매달리나?""그건 네 눈이 삐어서 그렇다."서이현은 차갑게 그를 흘겨보고, 품 안의 사람을 안은 채 곧장 대문으로 향했다.황조루를 막 나서자마자, 바깥에서 갑자기 다급하고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주홍빛 경마차 한 대가 질주해 오더니, 마부가 고삐를 홱 당겼다. 말이 길게 울부짖었고, 마차는 땅 위에서 급하게 옆으로 틀어져 문 앞에 세워 둔 관아 가마를 들이받을 뻔했다.휘장이 확 걷혔다.하주가 고운 꽃신을 신고 기세등등하게 마차에서 뛰어내려 서이현에게 곧장 달려왔다."서이현! 안고 있는 사람 내려놔!"서이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취했다. 본관이 집까지 데려다줄 것이다.""그 사람은 진작 당신과 이혼한 여자예요!"하주가 팔짱을 끼고 차갑게 웃으며 그를 훑어보았다."지금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취한 사람을, 뻔뻔한 전남편이 안고 집에 가겠다니. 이건 호랑이 아가리에 양을 던져 주는 거잖아요! 이리 내놓으세요!"서이현은 품 안의 사람을 더 꼭 안았다. 놓을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하주의 눈빛이 한층 차가워졌다."서 사또, 굳이 억지로 데려가시겠다면 제가 곧장 관아로 가서 소란을 피우겠어요. 온 성의 백성들더러 판단하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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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오늘 밤 나는 어느 방에서 자지

"서이현, 당장 소녀의 집에서 나가세요.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윤서린이 곱고 환한 얼굴에 노기를 띤 채, 아름다운 눈으로 그를 똑바로 쏘아보았다.서이현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어여쁜 얼굴을 바라보다가, 불쑥 손을 들어 볼을 꼬집으려 했다.윤서린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짝" 하고 그의 손을 세게 쳐 냈다."윤서린, 정말 모진 여자로군."서이현이 콧방귀를 뀌더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손을 거두었다."본관은 오늘 네가 끓인 해장국을 꼭 먹어야겠다."말이 끝나자 그는 긴 다리를 성큼 내디뎌, 거리낌 없이 대청으로 걸어 들어가 자단목 긴 의자에 앉았다.매처럼 날카로운 검은 눈이 방 안을 한 바퀴 훑더니, 그림책을 안고 있는 어린 서우에게 멈췄다."네가 안 끓이면, 본관이 네 '동생'을 관아로 잡아가서 생강이랑 파를 다져 넣고 솥에 쪄 버리겠다."“……”윤서린은 어이가 없어 눈을 하얗게 흘겼다.이 나쁜 관리가 오늘 밤은 정말 단단히 취했나 보다. 세 살배기 아이를 상대로 이런 심술을 부리다니."기다려요!"그녀는 퉁명스럽게 두 마디를 던지고 몸을 돌려 부엌으로 들어갔다.생강, 구기자, 흑설탕을 닥치는 대로 솥에 집어넣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펄펄 끓는 해장국 한 그릇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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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해장국은 관아 뒤뜰에

오후, 윤서린은 하주와 함께 장터에 다녀왔다.두 사람은 값비싼 보약을 넉넉히 사고, 진수화가 좋아하는 강 생선도 몇 마리 골랐다. 그러고는 함께 안녕원의 작은 집으로 돌아왔다.진수화는 아직 감기가 다 낫지 않아 목소리가 약간 갈라져 있었다.하지만 두 보물 같은 딸이 나란히 들어서는 걸 보자마자 금세 얼굴이 활짝 펴져 어서 앉으라고 연신 손짓했다.하주는 들어오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부지런히 움직였고, 입만 열면 "어머님, 어머님" 하며 진수화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였다.노인은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이 수양딸은 어쩌면 이렇게 살뜰할까 싶었다.상인회며 장사며 바쁘다고 사흘이 멀다 하고 코빼기도 안 보이는, 자기 친딸 같은 무심한 애와는 달랐다.밥상에서 진수화가 불쑥 젓가락을 내려놓고 헛기침을 했다."서린아."그녀는 생선살을 한 점 집어 딸의 밥그릇에 올려 주었다."옆집 강씨 아주머니네 막냇동생 기억하지? 지금 고을 관아에서 육 년째 문서 일을 보고 있고, 나이도 너랑 비슷해. 내가 초상화를 봤는데 반듯하게 생긴 게 인물이 참 좋더라.""공교롭게도 지금 우리 현 관아에서 일하고 있대. 이게 인연 아니겠니?"윤서린은 고개를 숙이고 밥알만 뒤적이며 눈꺼풀 한 번 들지 않았다."엄마, 제발요. 며칠만 쉬게 해 주세요. 요즘 관아 일에 치여서 쓰러질 지경이에요.""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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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장난치지 마……

얼마나 지났을까, 바깥이 마침내 조용해졌다.서이현이 목욕을 마치고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허리에는 깨끗한 수건 한 장만 느슨하게 둘렀고, 흠뻑 젖은 머리칼 끝에서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물방울은 날렵한 턱선을 타고 흘러내려, 살짝 벌어진 옷깃 속으로 스며들었다.사내는 곁방 문 앞으로 가서 손을 들어 문고리를 돌려 보았다.역시 잠겨 있었다.그는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 문틀 위쪽을 쓱 훑어보더니, 손을 뻗어 대들보 위 비밀 칸에서 여분 열쇠를 더듬어 꺼냈다."딸깍."자물쇠가 순순히 열렸다.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안으로 들어갔다.창밖에서 스며드는 달빛 아래, 침상 위에 크고 작은 두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었다.윤서린이 서우를 끌어안은 채, 모자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서이현은 침상 곁에 오래도록 서 있다가, 결국 몸을 숙여 잠든 윤서린을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그녀는 말도 안 되게 가벼웠다.그는 그녀를 안고 안방으로 돌아와, 큰 침상 위에 살며시 눕혔다.달빛이 그녀의 평온한 잠든 얼굴에 내려앉았다. 눈매는 부드럽고 입술은 살짝 다물려 있어, 낮에 이를 세우고 덤비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서이현의 눈빛이 조금씩 가라앉았다.그는 홀린 듯 몸을 숙여, 그녀의 뺨에 아주 가볍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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