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겸은 회의실 문을 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백유라가 창가에 서 있었다. 단정한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슬랙스. 긴 머리카락은 느슨하게 묶여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서류를 읽고 있었다.“안녕하세요, 대표님.”도겸을 발견한 유라가 먼저 인사했다.“일찍 오셨군요.”“네. 자료를 조금 더 확인하려고요.”유라는 가볍게 웃었다.“이번에는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요.”도겸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자리에 앉았다.“지난번 협상은 잘 마무리됐다고 들었습니다.”“네. 다행히 저희가 제안한 조건을 받아들였어요.”“고생 많으셨습니다.”유라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러더니 조금 장난스럽게 웃었다.“대표님한테 그런 말씀 들으니까 기분이 좋네요.”도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성과가 있었으니 당연히 감사드려야죠.”“그렇긴 하죠.”유라는 의자를 빼고 앉았다.“그런데 대표님.”“네.”“저 이번 프로젝트, 정말 잘하고 싶어요.”도겸이 시선을 들었다.“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아니요. 그냥 모델로서가 아니라요.”유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제 이름을 걸고 참여한 일이니까,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요.”도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의외였다. 그동안 유라는 뛰어난 모델이었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방법을 알았고,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보다 능숙했다. 하지만 사업적인 부분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관여한 적은 드물었다.“좋은 자세입니다.”도겸이 말했다.“그런 마음이라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유라는 미소 지었다.“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힘이 나네요.”그녀는 서류를 펼쳤다.“그럼 오늘도 열심히 해 볼까요, 대표님?”회의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유라는 예상보다 훨씬 꼼꼼했다. 해외 캠페인의 광고 문구부터 촬영 콘셉트, 모델의 이미지 활용 방식까지. 실무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 냈고, 몇 가지 대안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도겸은 그녀의 의견을 들으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그 방향이 더 낫겠습니다.”“
Last Updated : 2026-11-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