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혼 후, 재벌 남편이 무릎 꿇었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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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어머니가 숨긴 이름

밤 9시 17분.한도윤은 집무실에 홀로 남아 있었다.책상 위에는 오래된 투자 검토 보고서가 펼쳐져 있었다.보고서에 적힌 이름은 이정환.한성그룹 전 전략기획실장.어머니 한미숙이 오랫동안 신뢰했던 인물이었다.도윤은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정환 전 실장, 퇴직한 지 얼마나 됐지?”— 4년 정도 됐습니다.“퇴직 사유는?”— 공식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입니다.“지금 연락할 수 있어?”— 확인해 보겠습니다.도윤은 전화를 끊었다.보고서의 작성일은 자신이 서진을 만나기 전이었다.당시 한성은 윤성 계열사와 투자 협의를 진행했다.그런데 최종 결재 자료에는 협의가 중단됐다는 기록만 남아 있었다.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도윤은 보고서를 다시 넘겼다.마지막 장에 붙은 내부 검토 의견.추가 협의는 회장실과 별도 조율.도윤의 손이 멈췄다.회장실.당시 그곳의 주요 대외 업무를 관리하던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다.도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한미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윤아. 아직 회사니?“네. 여쭤볼 게 있어서요.”— 내일 집에 와서 얘기하자.“윤성 관련 투자 협의 말입니다.”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이정환 실장이 담당했던 건이요.”— 그 오래된 일을 왜 지금 꺼내?“서진이와 관계가 있습니까?”— 회사 일과 네 결혼 문제를 섞지 마.도윤은 보고서를 내려다봤다.“어머니는 서진이가 누구인지 알고 계셨잖아요.”— 도윤아.“언제부터 알고 계셨어요?”한미숙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도윤이 다시 물었다.“결혼 전부터였습니까?”긴 침묵 끝에 그녀가 말했다.— 내일 와. 직접 얘기하자.통화가 끊겼다.도윤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부정하지 않았다.어머니는 이번에도 부정하지 않았다.그때 김 실장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이정환 전 실장 연락처 확인했습니다. 다만 현재 직접 통화는 어렵다고 합니다.]도윤은 곧장 답장을 보냈다.[이유는?]잠시 뒤 회신이 왔다.[가족 측에서 건강 문제로 외부 연락을 제한하고 있다고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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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묻지 말라는 이유

“서진이가 모르는 일이 뭡니까?”한도윤의 질문에 한미숙은 대답하지 않았다.전화기 너머로 희미한 숨소리만 들렸다.“어머니.”— 지금은 말할 수 없어.“왜요?”— 네가 알아서 좋을 일이 아니니까.도윤은 책상 위 보고서를 내려다봤다.“그걸 누가 판단합니까?”— 도윤아.“서진이 일이라면 적어도 본인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한미숙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 애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그 말, 서진이한테도 하셨습니까?”침묵이 흘렀다.도윤은 그 침묵이 대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일 집으로 와.“오늘 말씀해 주세요.”— 전화로 할 얘기가 아니야.통화가 끊겼다.도윤은 한동안 휴대폰을 바라봤다.어머니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그는 김 실장에게 연락했다.“내일 오전 일정 비워.”— 전부 말씀이십니까?“응. 개인적인 일이야.”전화를 끊고 나서도 도윤은 퇴근하지 않았다.윤성 관련 자료를 다시 펼쳤다.몇 년 전 투자 협의가 중단된 기록.별도 보관된 회의록.퇴직한 담당 임원.그리고 서진의 이름.각각의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사이를 연결할 근거는 없었다.그는 무작정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한 번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아내의 과거를 이번에도 자신의 짐작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같은 시각.청담동.서진은 박 변호사와 통화하고 있었다.— 한 부회장 측에서 아직 합의서에 대한 공식 회신은 없습니다.“예상했어요.”— 시간을 더 드릴까요?“이번 주까지는 기다릴게요.”— 알겠습니다. 이후에는 협의 절차를 다시 안내드리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서진은 달력을 확인했다.결혼생활을 끝내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몰랐다.그렇다고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다.그때 은채에게 메시지가 왔다.[도윤 씨가 또 연락했어?]서진은 짧게 답했다.[아니.]잠시 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럼 오늘은 네 일만 해.]서진은 웃었다.맞는 말이었다.그녀는 노트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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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한미숙의 침묵

다음 날 오전 10시.한도윤은 한남동 본가를 찾았다.한미숙은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왔니?”“네.”“앉아.”도윤은 어머니 맞은편에 앉았다.한미숙은 찻잔을 내려놓았다.“서진이 일 때문에 온 거지?”“어제 말씀하신 게 무슨 뜻인지 듣고 싶습니다.”“그 애한테 아직 묻지 말라는 말?”“네.”한미숙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서진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한 사정이 있는 아이야.”도윤의 표정이 굳었다.“어떤 사정입니까?”“그건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없어.”“어머니가 아시는 일이라면서요.”“안다고 해서 전부 말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야.”도윤은 입을 다물었다.어머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면 어제 왜 자신에게 경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한 가지만 대답해 주세요.”“뭔데.”“서진이가 윤성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결혼 전에 알고 계셨습니까?”한미숙은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윤의 손이 멈췄다.“그런데 왜 저한테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그 애가 원하지 않았으니까.”“서진이가요?”“적어도 그때는 그랬어.”도윤은 어머니를 바라봤다.“그걸 직접 들으셨습니까?”“그랬지.”“언제요?”한미숙은 대답하지 않았다.도윤은 더 묻지 않았다.그가 지금 알고 싶은 것과 어머니가 말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었다.잠시 뒤 한미숙이 입을 열었다.“도윤아. 넌 서진이가 왜 너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니?”“그게 무슨 뜻입니까?”“그냥 대답해 봐.”도윤은 망설였다.서진은 자신을 좋아했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고 생각했다.결혼을 결정할 때도 그녀는 자신이 원한다면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그는 그 마음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저를 사랑했으니까요.”한미숙은 아들을 한참 바라봤다.“그렇겠지.”“어머니.”“그 애가 널 사랑했던 건 나도 알아.”한미숙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런데 너는?”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넌 그 애가 무엇을 포기하고 네 옆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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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잊고 있던 날짜

청담동.윤서진은 오래된 계약 검토 자료를 다시 읽고 있었다.최영석이 보낸 파일에는 한성과 윤성의 과거 협의 내용이 정리돼 있었다.그녀가 주목한 것은 계약 규모가 아니었다.협의가 중단된 날짜였다.2014년.서진은 화면을 확대했다.그해는 그녀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어떤 기억은 선명했고, 어떤 기억은 이상할 만큼 흐릿했다.그중에는 오랫동안 떠올리려 하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서진은 손을 멈췄다.무리해서 기억을 더듬을 필요는 없었다.확인할 수 있는 기록부터 살피면 됐다.그녀는 최영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2014년 자료 말인데요.”— 네.“당시 협의 중단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원본 문서가 있나요?”— 남아 있는지 확인 중입니다.“관련 회의록은요?”— 일부만 확보돼 있습니다.“왜 일부만요?”최영석은 잠시 침묵했다.— 보관 체계가 바뀌면서 자료가 여러 곳으로 나뉘었습니다.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인 가능한 목록부터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그리고 당시 담당자도요.”— 연락 가능한 분을 알아보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서진은 노트북을 닫았다.머리가 조금 무거웠다.그녀는 물을 마신 뒤 창가로 걸어갔다.2014년.그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이 떠올랐다.차창에 비친 불빛.낯선 목소리.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부르던 소리.하지만 장면은 이어지지 않았다.서진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확실하지 않은 기억을 사실처럼 믿고 싶지는 않았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정은채였다.“뭐 해?”“자료 보고 있었어.”“또?”은채는 테이블 위 노트북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이혼 준비하면서 일까지 한꺼번에 시작하면 안 힘들어?”“괜찮아.”“그 말 좀 그만해.”서진은 피식 웃었다.은채가 소파에 앉았다.“무슨 자료인데?”“옛날 투자 계약.”“한성?”“응.”은채의 표정이 달라졌다.“왜 하필 지금 그걸 봐?”“원래 확인해야 할 자료였어.”서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런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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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목걸이의 기억

정은채가 돌아간 뒤에도 서진은 한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나도 전부 아는 건 아니야.친구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은채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특히 자신에게는 더 그랬다.그런 은채가 말을 아꼈다는 것은, 적어도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뜻이었다.서진은 서랍을 열었다.안쪽에는 작은 보석함이 놓여 있었다.한남동에서 가져온 물건이었다.그녀는 보석함을 꺼냈다.뚜껑을 열자 오래된 목걸이가 보였다.작은 꽃잎 모양의 장식.금속 표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서진은 목걸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물건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그녀는 장식을 손끝으로 만졌다.순간 낯선 장면이 떠올랐다.어두운 차 안.급하게 닫히는 문.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서진은 눈을 감았다.그러나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억지로 떠올리려 할수록 머리만 아팠다.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기억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려다 오히려 불안해졌던 적.그때 상담을 받았던 의사는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기억이 불분명할 때는 추측으로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서진은 목걸이를 다시 보석함에 넣었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냈다.오래전 진료를 받았던 병원의 연락처가 남아 있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였다.그러다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예전에 진료받았던 윤서진이라고 합니다.”상담 직원이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했다.— 어떤 문의로 연락 주셨을까요?“과거 진료 기록을 확인하고 싶어서요.”— 본인 확인 후 발급 절차를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네. 부탁드립니다.”통화를 마친 서진은 달력에 메모를 남겼다.오래된 기억을 확인하는 일이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피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최영석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요청하신 2014년 관련 자료 목록을 정리했습니다.]서진은 첨부파일을 열었다.계약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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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한성그룹이 남긴 기록

“한성그룹에서 작성한 문서라고요?”윤서진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다시 물었다.— 네. 당시 한성 측에서 윤성으로 전달한 공문입니다.“내용은요?”— 사고 이후 예정된 실무 협의를 연기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서진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2014년.투자 협의 중단.그리고 사고.서로 다른 자료에 등장하는 세 가지 사실이 같은 시기에 모여 있었다.“그 공문 원본도 받을 수 있을까요?”— 확인된 사본부터 보내드리겠습니다. 원본은 보관처를 확인해야 합니다.“부탁드릴게요.”통화를 마친 서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오래전 일이었다.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하지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기록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잠시 뒤 최영석이 보낸 파일이 도착했다.서진은 문서를 열었다.[대외 협의 일정 조정 요청]발신자는 한성그룹 전략기획실.수신자는 윤성캐피탈.문서에는 사고와 관련된 내부 상황을 고려해 협의를 잠정 연기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서진은 발신자 이름에서 손을 멈췄다.이정환.한성그룹 전 전략기획실장.그 이름을 어디선가 들은 듯했다.하지만 정확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이름 옆에 표시를 남겼다.그때 정은채에게 전화가 왔다.— 서진아, 병원 예약은 했어?“응. 기록부터 신청했어.”— 잘했네.“은채야.”— 응?“이정환이라는 사람 알아?”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서진은 그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한성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이름은 들어본 것 같아.“어디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진은 더 캐묻지 않았다.“알겠어.”전화를 끊은 뒤에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은채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추측만으로 친구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서진은 자료를 다시 펼쳤다.공문에 적힌 사고 관련 문구는 한 줄뿐이었다.관련 사고에 따른 내부 사정으로 협의 일정 조정.누가 사고를 당했는지.어디서 발생했는지.왜 투자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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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어머니의 서명

한도윤은 김 실장이 내민 문서 목록을 다시 확인했다.한미숙.사고 관련 내부 보고서의 관리 책임자에 어머니 이름이 적혀 있었다.“이 문서, 지금도 보관돼 있어?”“보관 이력은 확인됐습니다. 원본 열람은 별도 승인이 필요합니다.”“누구 승인?”“현재 관리 부서에서 확인 중입니다.”도윤은 목록을 내려놓았다.“그럼 정식 절차로 신청해.”“알겠습니다.”김 실장이 나가려 하자 도윤이 다시 불렀다.“잠깐.”“네.”“문서가 언제 제한 자료로 분류됐는지도 확인해.”“네.”문이 닫히자 도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려다 멈췄다.이미 여러 번 물었다.그때마다 어머니는 서진을 위해서라며 답을 피했다.하지만 이제는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있었다.도윤은 한미숙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머니, 2014년 사고 관련 보고서의 관리 책임자가 어머니로 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에 대해 직접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메시지는 읽혔다.답장은 오지 않았다.같은 날 오후.청담동에서 서진은 병원 기록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본인 확인 절차와 신청 방법을 정리한 안내문이었다.그녀는 방문 가능한 날짜를 달력에 표시했다.기억을 확인하는 일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보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편이 나았다.초인종이 울렸다.정은채였다.“들어와.”은채는 손에 든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점심 안 먹었지?”“먹으려고 했어.”“그 말은 안 먹었다는 뜻이네.”서진은 웃으며 봉투를 열었다.두 사람은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한참 뒤 서진이 물었다.“은채야.”“응.”“2014년에 내가 병원 다녔던 거 기억하지?”은채의 젓가락이 멈췄다.“응.”“그때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까지 알아?”은채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서진은 기다렸다.“사고가 있었다는 건 알아.”“그 사고에 대해서는?”“자세한 건 나도 몰라.”“정말?”은채가 서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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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누가 입을 막았나

“은채야.”윤서진의 부름에 정은채가 고개를 들었다.“응?”“무슨 일 있어?”“아니. 별일 아니야.”서진은 친구의 얼굴을 바라봤다.방금 전까지 자연스럽게 웃던 은채가 갑자기 굳어 있었다.“전화 안 받아도 돼?”“응. 나중에 확인하면 돼.”서진은 더 묻지 않았다.하지만 은채가 휴대폰을 자꾸 확인하는 모습은 눈에 들어왔다.식사가 끝난 뒤 은채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나 먼저 갈게.”“일 있어?”“응. 잠깐 들를 데가 있어서.”현관까지 배웅하자 은채가 서진의 손을 잡았다.“병원 갈 때 연락해.”“알겠어.”“꼭.”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닫힌 뒤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은채가 걱정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하지만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같은 시각.한성그룹 본사.김 실장은 2014년 사고 관련 보고서의 관리 이력을 확인하고 있었다.문서 자체는 보존돼 있었다.다만 열람 권한이 제한돼 있었고, 접근 기록 역시 별도로 관리되고 있었다.그는 확인 가능한 정보만 정리해 도윤에게 보고했다.“부회장님, 보고서가 제한 자료로 분류된 시점을 확인했습니다.”“언제?”“작성 직후입니다.”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처음부터?”“네.”“일반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뜻이야?”“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별도 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기록만 확인됩니다.”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원본 열람 신청은?”“접수됐습니다.”“승인은?”“아직입니다.”그때 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한미숙이었다.도윤은 김 실장에게 나가 있으라고 손짓했다.문이 닫힌 뒤 전화를 받았다.“네, 어머니.”— 네가 보낸 메시지 봤어.“그럼 설명해 주세요.”— 어디까지 확인했니?“사고 보고서가 있다는 것까지요.”— 그 문서를 왜 보려고 해?도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서진이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려고요.”— 관련이 있다고 누가 그러니?“아직 모릅니다.”그는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서 확인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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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지워지지 않은 사고

다음 날 오전.윤서진은 정은채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진료기록 사본 발급 창구 앞에서 신분증을 꺼내자 직원이 신청 내용을 확인했다.“2014년 기록을 찾으시는 거죠?”“네. 당시 진료받았던 기록 중 보존된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오래된 기록이라 일부는 보존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되는 범위에서 안내해 드릴게요.”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은채가 옆에서 물었다.“괜찮아?”“응.”“무리해서 오늘 다 확인할 필요는 없어.”“알아.”서진은 대기 의자에 앉았다.휴대폰에는 최영석이 보내온 자료가 저장돼 있었다.2014년 7월.서울 외곽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부친 윤재현과 모친 김세연이 사망한 사고였다.그 사실은 서진도 알고 있었다.당시 사고는 빗길에서 발생한 단독 차량 사고로 정리됐다.서진은 사고 이후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하지만 사고 당일의 일부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지 않았다.은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때 기록을 다시 보는 게 힘들 수도 있어.”“알아.”“그런데 왜 꼭 지금 봐야 해?”서진은 잠시 생각했다.“예전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그냥 받아들였어.”“…….”“그런데 이제는 확인할 수 있는 것까지 피하고 싶지 않아.”은채는 더 묻지 않았다.잠시 뒤 직원이 서진을 불렀다.“윤서진 님.”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직원은 확인된 기록의 발급 절차를 설명했다.“현재 조회되는 자료부터 발급해 드릴 수 있습니다. 추가 기록은 보존 부서 확인이 필요합니다.”“네. 감사합니다.”서진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진료 날짜와 담당 진료과, 당시 치료 경과에 관한 기록이 정리돼 있었다.그녀는 첫 장부터 천천히 읽었다.사고 이후의 치료.반복된 수면 장애.특정 시기의 기억을 떠올릴 때 나타났던 불안 증상.기록을 읽는 동안 손끝이 차가워졌다.은채가 물었다.“잠깐 쉴까?”“아니. 괜찮아.”서진은 다음 장을 넘겼다.담당 의사의 기록에는 당시 환자가 기억하는 내용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해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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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같은 날짜, 다른 보고서

오후 3시 40분.한성그룹 본사.김 실장은 두꺼운 서류철을 들고 한도윤의 집무실로 들어왔다.“부회장님, 요청하신 자료 중 일부를 확인했습니다.”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사고 보고서?”“원본은 아직 열람 승인이 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당시 작성된 문서 목록과 관련 공문은 확인했습니다.”김 실장이 서류를 내밀었다.도윤은 첫 장을 넘겼다.2014년 7월.윤성캐피탈과의 투자 협의 일정이 변경된 시기였다.두 번째 장에는 사고 이후 진행된 내부 검토 일정이 적혀 있었다.그는 날짜를 하나씩 확인했다.그러다 손을 멈췄다.“이 날짜.”“네.”“윤성 쪽 사고 기록이랑 같아?”김 실장은 잠시 자료를 살폈다.“현재 확보된 기록상 날짜가 일치합니다.”도윤은 서류를 내려놓았다.서진의 부모가 사망한 교통사고.그리고 한성에서 별도 관리한 사고 관련 보고서.두 사건이 같은 날 기록돼 있었다.하지만 그것만으로 같은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보고서 제목은?”“사고 관련 대외 대응 검토입니다.”“사고 장소는?”“목록에는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관련자는?”“그 역시 원본 확인이 필요합니다.”도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한 사실은 하나였다.그날 한성에서도 사고와 관련된 문서가 작성됐다.그 이상은 아직 알 수 없었다.“이정환 전 실장 쪽은?”“가족에게 연락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답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무리해서 접촉하지는 마.”“알겠습니다.”김 실장이 나간 뒤 도윤은 혼자 남았다.서진의 부모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날의 세부적인 사정에 관해서는 깊이 물어본 적이 없었다.그녀가 이야기하기 어려워했기 때문이다.도윤은 그렇게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면 자신 역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아내가 말하지 않는 것은 묻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그 편이 자신에게 편했으니까.도윤은 서진의 번호를 눌렀다.통화 연결음이 이어졌다.— 여보세요.“서진아.”— 응.“지금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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