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혼 후, 재벌 남편이 무릎 꿇었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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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한성의 주주명부

한도윤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집무실을 떠나지 않았다.책상 위에는 윤성 관련 기업 자료가 놓여 있었다.김 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부회장님, 추가로 확인된 내용이 있습니다.”“말해.”“윤성 계열 자산관리 법인이 한성그룹 일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얼마나.”“법인별로 나뉘어 있어 합산하려면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언제부터?”“오래됐습니다. 최근에 매입한 지분만은 아닙니다.”도윤은 자료를 넘겼다.공시자료에 기재된 법인명들이 눈에 들어왔다.윤성자산관리.윤성인베스트먼트.그리고 몇몇 해외 투자법인.그중 일부는 한성그룹 계열사 주주명부에도 등장했다.“서진이와 관련 있다는 근거는?”“아직 직접적인 소유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김 실장은 말을 골랐다.“다만 사모님과 해당 법인 사이에 과거 업무상 연관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도윤은 서류를 내려놓았다.“추측으로 결론 내리지 마.”“알겠습니다.”그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아내가 자신에게 무언가 숨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곧 생각을 고쳤다.정확히는 자신이 물어본 적이 없었다.결혼 전 서진이 어떤 일을 했는지.무엇을 포기하고 한남동으로 들어왔는지.그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저 그녀가 자신의 생활에 맞춰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도윤은 휴대폰을 꺼냈다.서진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하다가 화면을 껐다.지금 전화해서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당신은 누구냐고?3년을 함께 살고서?그때 김 실장이 말했다.“한 가지 더 있습니다.”“뭐지.”“사모님과 관련된 옛 자료를 확인하다가 윤성 전무 출신 인물의 이름이 나왔습니다.”“누구.”“최영석입니다.”도윤의 눈빛이 달라졌다.“지금은?”“윤성 계열 자산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도윤은 잠시 생각했다.“연락 가능한지 확인해.”“직접 만나시려고요?”“아직은.”그는 자료를 덮었다.“확인부터 해.”김 실장이 나간 뒤 집무실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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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다시 열린 윤성의 서류

같은 시각.청담동.서진은 오랜만에 정장을 입었다.검은 재킷과 크림색 블라우스.머리는 단정하게 묶었다.정은채가 소파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봤다.“이제 좀 예전 같네.”“뭐가?”“윤성에서 일하던 너.”서진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그 말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결혼한 뒤로는 대부분 한성가 며느리로 살아왔다.공식 행사에 나설 일은 없었지만, 사적인 모임에서도 늘 조심해야 했다.누구와 만나는지.무슨 말을 하는지.어떤 이름을 사용하는지.그런 것들을 하나씩 신경 쓰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일은 모두 뒤로 밀려 있었다.초인종이 울렸다.은채가 문을 열었다.“오랜만입니다, 아가씨.”중년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최영석이었다.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전무님.”“이제 전무는 아닙니다.”그가 웃었다.“그렇게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저한테는 아직 익숙해서요.”최영석은 서류가 든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요청하신 자료를 가져왔습니다.”“전부요?”“우선 검토하실 수 있는 것부터 정리했습니다.”두꺼운 파일이 펼쳐졌다.법인 현황.투자 내역.상속신탁 관련 자료.서진은 첫 장을 넘겼다.“생각보다 많네요.”“그동안 직접 보고받지 않으셨으니까요.”“할아버지는요?”“회장님께서는 아가씨가 원하실 때 설명드리라고 하셨습니다.”서진은 잠시 손을 멈췄다.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뜻이었다.“한성 쪽 지분도 그대로 있나요?”최영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일부 변동은 있지만 주요 보유분은 유지되고 있습니다.”은채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잠깐. 한성그룹?”“네.”서진은 서류를 내려다봤다.한도윤의 회사.3년 동안 자신이 그 이름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모른다.하지만 이 자료는 결혼생활과 별개였다.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진 투자 기록이었다.최영석이 말했다.“아가씨께서 다시 검토하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우선 보유 현황부터 정확히 확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그녀는 첫 번째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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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남편도 몰랐던 지분

“이 정도면 적은 게 아닌데?”은채가 자료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최영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대주주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지만, 이사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서진은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여러 법인과 신탁을 통해 보유한 지분이었다.각각은 크지 않았지만 합쳐서 보면 의미가 달라졌다.“언제부터 모은 거예요?”“몇 년 됐습니다.”“할아버지가요?”“일부는 회장님 지시였고, 일부는 원래 아가씨를 위한 상속신탁 자산에서 집행됐습니다.”서진의 눈빛이 달라졌다.“제 명의요?”“직접 명의는 아닙니다. 신탁을 통한 보유입니다.”은채가 물었다.“그럼 서진이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어느 정도예요?”최영석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신탁계약의 조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수익권과 의결권 행사 권한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관련 계약서도 주세요.”“준비했습니다.”최영석은 별도의 파일을 꺼냈다.서진은 한 장씩 넘겼다.서명.계약일.수탁기관.투자 목적.모두 결혼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기록이었다.“도윤 씨는 모르겠죠?”은채의 질문에 서진이 시선을 들었다.“아마.”“알면 놀라겠다.”“그 사람 반응 때문에 확인하는 건 아니야.”서진은 자료를 다시 내려다봤다.“이건 원래 내 일이었으니까.”최영석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그 말씀을 다시 듣게 되는군요.”서진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결혼 전 자신은 윤성의 자료를 읽고 분석하는 데 익숙했다.기업의 숫자 뒤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살피는 일도 좋아했다.그런데 3년 동안 그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도윤이 시킨 것은 아니었다.자신이 스스로 멈췄다.그의 아내로 살기 위해서.서진은 서류 한쪽에 메모를 남겼다.“한성 관련 보유분은 별도로 정리해 주세요.”“알겠습니다.”“그리고 현재 의결권 행사 주체도 확인하고 싶어요.”최영석이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께 보고드릴까요?”서진은 잠시 생각했다.“아니요. 우선 제가 먼저 검토할게요.”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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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돌아온 이름

한성그룹 본사.도윤은 유럽 인수합병 관련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김 실장이 들어왔다.“부회장님, 윤성 관련 추가 자료입니다.”도윤은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놓고 가.”“한 가지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그제야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뭔데.”“최영석 씨가 최근 청담동의 한 주거지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도윤의 표정이 굳었다.“서진이 집?”“그 주소와 일치합니다.”“무슨 일로?”“그 부분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도윤은 잠시 생각했다.“윤성 업무 때문이겠지.”“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김 실장이 말을 이었다.“최영석 씨는 과거 윤성캐피탈에서 주요 투자업무를 담당했던 인물입니다.”“알아.”“현재도 관련 자산관리 업무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도윤은 자료를 넘겼다.그 안에는 오래된 기업 기사와 공개된 임원 경력이 정리돼 있었다.그러다 한 장에서 손이 멈췄다.윤성 계열사가 한성 관련 투자에 참여했던 시기.그때는 서진과 결혼하기도 전이었다.도윤은 무심코 물었다.“서진이는 언제부터 윤성과 관계가 있었지?”“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도윤은 서류를 덮었다.“그럼 확인된 것만 보고해.”“네.”김 실장이 나간 뒤 그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윤서진은 결혼 전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조용했다.자신이 한성그룹 부회장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히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그게 마음에 들었다.다른 사람들과 달랐으니까.하지만 그는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서진이 왜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는지.왜 한성가의 재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지.왜 혼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는지.그 모든 것을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도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서진의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이 이어졌다.몇 번 울린 뒤 통화가 연결됐다.— 응.“지금 시간 돼?”— 무슨 일인데?“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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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처음으로 기다리는 남자

오후 4시 20분.한성그룹 본사.김 실장이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부회장님, 저녁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취소해.”“서성그룹 쪽 미팅도 포함돼 있습니다.”도윤은 잠시 손을 멈췄다.“그것도.”“알겠습니다.”김 실장은 일정을 수정했다.“다른 약속이 있으십니까?”“응.”“차량 준비할까요?”“내가 운전할게.”김 실장은 더 묻지 않았다.도윤은 책상 위 시계를 확인했다.서진과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었다.그런데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언제부터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는지 생각했다.대부분의 약속은 상대가 자신을 기다렸다.서진도 그랬다.결혼 전에도, 결혼한 뒤에도.그는 시간이 날 때 연락했고, 서진은 거의 언제나 괜찮다고 했다.그때는 그게 편했다.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다.그녀에게도 분명 자신의 시간이 있었을 텐데.같은 시각.청담동.서진은 최영석과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당장은 전부 보실 필요 없습니다.”최영석이 말했다.“12년 치입니다.”“그러니까요.”서진은 다음 장을 넘겼다.“천천히 보셔도 됩니다.”천천히.그 말이 이상하게 낯설었다.지난 3년 동안 자신은 늘 기다렸다.도윤이 덜 바빠지기를.집에 조금 일찍 들어오기를.언젠가는 자신을 돌아보기를.그런데 이제는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자신의 일을 하면 됐다.“이 부분은 다음 회의에서 다시 확인할게요.”서진이 메모했다.최영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은채가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서진아.”“응?”“한도윤 왔어.”서진은 시계를 봤다.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렀다.은채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들여보내?”서진은 펜을 내려놓았다.“응.”잠시 뒤 현관문이 열렸다.한도윤이 거실로 들어왔다.그는 서진을 보다가 테이블 위 서류들로 시선을 옮겼다.윤성자산관리.윤성인베스트먼트.낯익은 법인명이 보였다.도윤의 눈빛이 미묘하게 달라졌다.“손님이 있었네.”서진이 일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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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당신이 몰랐던 나

한도윤은 소파에 앉았다.정은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는 잠깐 나갔다 올게.”서진이 그녀를 봤다.“왜 갑자기?”“커피도 떨어졌고. 두 사람 얘기할 것도 있잖아.”은채는 최영석을 바라봤다.“같이 가실래요?”최영석이 시계를 확인했다.“저는 자료만 조금 더 설명드리고 가겠습니다.”“그럼 먼저 나갈게요.”은채가 문을 닫고 나갔다.거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도윤은 테이블 위 자료를 다시 봤다.“일 시작했어?”“응.”“무슨 일?”“예전에 하던 일.”“윤성?”서진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어떻게 알았어?”도윤은 잠시 말을 골랐다.“관련 자료를 봤어.”“왜?”그 질문에 도윤이 멈칫했다.“네가 이혼한다고 하니까.”“그래서 내 재산을 알아본 거야?”“그런 뜻이 아니야.”서진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럼?”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자신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처음에는 서진이 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지 궁금했다.그러다 그녀에게 자신이 모르는 재산과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계속 신경 쓰였다.최영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한 부회장님, 윤성 관련 자료는 공개된 내용과 별도로 관리되는 부분이 있습니다.”도윤이 그를 바라봤다.“알고 있습니다.”“현재 검토 중인 자료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계약 정보도 포함돼 있습니다.”완곡하지만 분명한 말이었다.더는 묻지 말라는 뜻.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서진이 말했다.“최 전무님, 나머지는 다음에 볼게요.”“알겠습니다.”최영석은 서류를 정리했다.“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그가 나간 뒤 거실에는 둘만 남았다.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서진은 그를 바라봤다.“뭘?”“윤성에서 일했던 거.”“숨긴 적 없어.”“그런데 난 몰랐잖아.”“당신이 물어본 적 없으니까.”도윤은 입을 다물었다.서진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결혼 전에 내가 하던 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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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결혼 전의 윤서진

최영석이 떠난 뒤에도 도윤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그는 거실을 둘러봤다.한남동 집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가구는 단정했고, 장식은 많지 않았다.책장에는 경제와 투자 관련 서적들이 꽂혀 있었다.도윤은 그중 몇 권의 제목을 읽었다.“이런 책 좋아했어?”서진이 고개를 들었다.“응.”“몰랐네.”“그렇지.”짧은 대답이었다.도윤은 책장에서 시선을 거뒀다.“여기 오래 살았어?”“결혼 전까지.”“왜 한 번도 안 데려왔어?”서진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당신이 오고 싶다고 한 적 없잖아.”또 같은 대답이었다.물어본 적 없다.관심을 가진 적 없다.도윤은 그 말이 점점 불편해졌다.“내가 그렇게 무관심했어?”서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당신은 바빴어.”“그건 이유가 되잖아.”“응. 그래서 이해했어.”“그런데?”“이해하는 거랑 괜찮은 건 다르더라.”도윤의 얼굴이 굳었다.서진은 물잔을 내려놓았다.“처음에는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했어.”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가 같이 살면 조금씩 달라질 줄 알았거든.”“나는…….”“알아. 당신 나름대로 노력했겠지.”서진은 그를 바라봤다.“그런데 난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거의 다 알아.”도윤이 시선을 들었다.“커피는 설탕 없이 마시고, 회의가 길어지는 날에는 점심을 거르는 것도. 피곤하면 오른쪽 어깨부터 주무르는 것도.”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당신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지 차를 마시는지도 모르잖아.”“그건…….”도윤은 말을 멈췄다.정확히 알지 못했다.서진이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을 탓하려는 건 아니야.”“그럼 왜 이런 말을 해?”“당신이 물었으니까.”도윤은 고개를 숙였다.서진이 다시 말했다.“나는 결혼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일도 있었고, 만나던 사람들도 있었어.”“알아.”“아니.”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몰라.”도윤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리고 나도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서진은 책장으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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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너무 늦은 질문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도윤의 시선이 테이블 위 검은 파일에 머물렀다.“윤성으로 돌아갈 생각이야?”서진은 잠시 생각했다.“아직 정한 건 없어.”“그럼 왜 자료를 보고 있어?”“알아야 하니까.”“뭘?”“내가 가진 것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자신과 상관없는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불편했다.“우리 문제부터 해결하면 안 돼?”서진이 그를 바라봤다.“어떻게?”“시간을 갖자.”“이미 오래 생각했어.”“나는 이제 알았잖아.”그 말에 서진이 잠시 침묵했다.도윤은 말을 이었다.“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응.”“알았으면 달랐을 거야.”서진은 조용히 물었다.“정말?”도윤이 대답하지 못했다.그녀는 웃지 않았다.“내가 기다리는 동안 당신은 아무것도 불편하지 않았잖아.”“그건…….”“그래서 지금도 조금 무서워.”“뭐가?”“당신이 내가 떠난다는 사실 때문에 달라지려는 건지, 정말 나를 이해한 건지 모르겠어서.”도윤은 그녀를 바라봤다.그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다.자신은 그저 이혼을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필요한 것을 바꾸면 된다고.회사에서는 늘 그렇게 해왔다.하지만 서진은 회사가 아니었다.그녀의 마음은 계약 조건을 수정한다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도윤이 낮게 말했다.“그럼 내가 뭘 해야 해?”서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모르겠어.”“서진아.”“지금은 정말 모르겠어.”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도윤은 처음으로 그 차분함이 두려워졌다.화가 난 사람은 설득할 수 있다.오해가 있는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 있다.하지만 이미 기대를 버린 사람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까.도윤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래도 난 이혼하고 싶지 않아.”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그런데도?”“응.”도윤은 더 묻지 못했다.그 순간 서진의 휴대폰이 울렸다.박 변호사였다.서진은 화면을 확인한 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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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왜 나만 몰랐어요?

통화를 마친 서진이 거실로 돌아왔다.도윤은 테이블 위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변호사야?”“응.”“또 만나?”“내일.”도윤이 고개를 들었다.“벌써?”서진은 조용히 물었다.“왜?”“우리 아직 제대로 얘기도 못 했잖아.”“오늘 하고 있잖아.”“그걸로 충분해?”“당신한테는 부족할 수 있겠지.”서진은 맞은편에 앉았다.“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야.”도윤은 손을 맞잡았다.“당신이랑 살면서 그렇게 불행했어?”서진은 잠시 생각했다.“엄청 불행했던 건 아니야.”도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하지만 다음 말에 다시 굳었다.“그런데 행복했던 적도 별로 없어.”침묵이 흘렀다.서진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처음에는 내가 더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어.”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다음에는 결혼이 원래 이런 건가 했고.”“…….”“나중에는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도윤의 손가락이 굳었다.“그게 이유야?”“나한테는 충분해.”그는 한참 동안 서진을 바라봤다.하지만 끝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자.”“서진아.”“조심히 가.”도윤은 더 붙잡지 못했다.청담동을 나온 뒤 그는 차에 올랐다.시동을 걸었지만 곧바로 출발하지 않았다.서진의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행복했던 적도 별로 없어.그는 자신이 언제 아내를 마지막으로 웃게 했는지 떠올려 보았다.기억나지 않았다.한참 뒤 휴대폰을 꺼냈다.어머니 한미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윤아?“엄마.”— 무슨 일이니?도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서진이 결혼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계셨어요?”— 갑자기 그건 왜?“윤성이랑 관계가 있다는 것도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짧은 침묵이었다.하지만 도윤은 놓치지 않았다.“알고 계셨네요.”— 도윤아.“언제부터요?”—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저한테는 중요합니다.”— 집에서 얘기해.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엄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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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지워진 기록

한남동으로 돌아가는 차 안.도윤은 통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았다.왜 나만 몰랐어요.자신이 한 말이 계속 귀에 남았다.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집에서 얘기하자고 했다.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강변북로에는 퇴근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그가 앞좌석의 김 실장에게 말했다.“회사로 가.”“지금요?”“응.”“저녁 일정은 없습니다만…….”“확인할 게 있어.”김 실장은 더 묻지 않았다.한성그룹 본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도윤은 곧장 집무실로 올라갔다.“김 실장.”“네.”“윤성 관련 자료, 어디까지 확인했어?”“공개된 자료는 대부분 정리했습니다.”“그 이전 기록은?”“일부는 보관 기간이 오래돼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도윤은 잠시 생각했다.“우리 회사 내부 자료는?”“어떤 자료를 말씀하십니까?”“윤성과 거래했던 기록.”김 실장이 고개를 들었다.“과거 투자 관련 계약서 말씀이십니까?”“그것도 포함해서.”도윤은 책상 앞에 앉았다.“전자결재 기록, 이사회 보고자료, 당시 담당 부서에서 남긴 문서까지 확인해.”“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알아.”“오래된 자료는 보존 여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남아 있는 것부터.”김 실장은 잠시 망설였다.“혹시 특정 시기를 찾으시는 겁니까?”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투자 내역만이 아니었다.어머니가 윤서진의 배경을 알고 있었다면, 한성 내부에도 그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그런데 자신은 왜 아무것도 듣지 못했을까.도윤은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기업 자료를 펼쳤다.윤성캐피탈.윤성자산관리.윤성인베스트먼트.서로 다른 시기에 등장하는 이름들이었다.“김 실장.”“네.”“당시 윤성 관련 업무를 맡았던 임원들도 확인해.”“퇴직한 분들도 포함해서요?”“가능한 범위에서.”“알겠습니다.”김 실장은 자료 요청을 넣었다.도윤은 다시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숫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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