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빼앗긴 아들이 나를 아줌마라 부른다: Chapter 11 - Chapter 20

39 Chapters

11화. 전략

오후 5시의 상담실.형광등 불빛 아래 한지오의 책상 위에 서류가 쌓여 있었다.창 너머로 저녁 해가 서초구의 빌딩 사이로 기울고 있었다.은재가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이번이 2번째 미팅이었다.첫 번째 상담에서 소견서와 진술서의 날짜 일치를 발견한 뒤, 한지오가 추가 검토를 위해 1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은재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한지오가 앞선 의뢰인의 서류 더미를 옆으로 치우고, 서랍에서 은재의 파일을 꺼냈다.파일 표지에 '서은재 건'이라고 적혀 있었다.새 종이를 옆에 펼쳤다."지난번에 확인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한지오가 노트를 열었다.만년필로 쓴 작은 글씨가 빼곡했다."1번, 의무기록상 치료 경과는 양호. 자해 관념 없음, 위험 행동 없음. 이것은 양육 적격성을 뒷받침합니다."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2번, 소견서 한 장. 양식, 서체, 종이 두께가 나머지 의무기록과 다름. 이질성 확인.""네.""3번, 소견서와 관계인 진술서의 제출 날짜 동일. 조율 정황."한지오가 노트에서 눈을 떼고 은재를 보았다."이 3가지를 토대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은재는 가방 위에 놓은 손을 꽉 쥐었다.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양육자 변경 심판을 청구하려면, 현 양육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신청인의 양육 적격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합니다.""양쪽 다요?""네. 한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전 기각 사유도 바로 이것이었어요."은재의 눈이 한지오의 손 위로 향했다.지난 2번의 기각에서 바로 그 부분이 약했다는 뜻이었다.한지오가 종이에 두 개의 원을 그렸다.왼쪽에 '환경 문제', 오른쪽에 '적격성'이라고 적었다.두 원을 잇는 양방향 화살표를 그리며 은재 쪽으로 종이를 돌렸다.은재는 그 그림을 들여다보았다.5년의 싸움이 두 개의 원으로 정리되어 있었다."환경 문제 쪽은, 소견서와 진술서의 위조 의혹을 제기해서 기존 결정의 근거를 흔드는 겁니다.""진술서 원본은 아직 확인 전이죠?""열람 신청을 넣었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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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만남의 길

한지오의 상담실에서 3번째 미팅이 이루어졌다.이번에는 은재 옆에 여동생이 같이 앉아 있었다.여동생이 이번만은 반드시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은재가 양보했다.창밖으로 저녁 노을이 빌딩 유리에 반사되고 있었다.상담실 안에는 원두 커피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한지오의 빈 커피잔이 책상 구석에 놓여 있었다.한지오가 서류를 정리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동행인이시죠?""여동생이에요."여동생이 고개를 숙였다."말씀 많이 들었습니다."한지오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로 돌아갔다.여동생에게 특별한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사적인 것에 시간을 쓰지 않는 성격인 듯했다.은재는 오히려 그것이 편했다.책상 위에 은재의 사건 파일과 법률 용어집, 사전처분 관련 판례 프린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오늘은 구체적인 절차를 설명드리겠습니다."한지오가 종이를 꺼내 도표를 그렸다.왼쪽에 '피해자보호명령(종료)', 오른쪽에 '면접교섭 제한(유지)'이라고 적었다."서은재 씨의 현재 상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은재가 도표를 들여다보았다.한지오의 글씨는 작지만 선명했고, 도표의 선이 곧게 그어져 있었다.여동생도 몸을 앞으로 기울여 종이를 보았다."보호명령은 3년 전에 종료되었습니다. 접근 금지는 풀린 상태예요.""네.""하지만 면접교섭 제한은 별개의 결정이고, 아직 유효합니다. 이것이 핵심이에요."여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접근 금지가 풀렸는데 왜 아이를 못 만나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한지오가 만년필 끝으로 도표의 두 항목 사이를 가리켰다."보호명령과 면접교섭 제한은 다른 법적 근거에서 나옵니다. 보호명령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고, 면접교섭 제한은 양육자 지정과 함께 결정된 거예요."한지오가 도표의 두 항목 사이에 X 표시를 했다."이 둘 사이에 자동 연동은 없습니다.""그러니까 따로따로라는 거죠?""맞습니다. 하나가 풀려도 다른 하나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여동생이 도표를 가리켰다."그러면 면접교섭 제한은 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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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돌봄망

토요일 오전, 여동생이 은재의 원룸에 왔다.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안을 둘러보았다."언니, 여기 변호사한테 보여줄 거지?""응. 양육 환경 자료로."여동생이 원룸 안을 조심스럽게 걸었다.8평짜리 방의 구석구석을 보았다.싱크대, 냉장고, 침대, 서랍장, 책상.모든 것이 팔 하나 거리 안에 있었다.벽에는 달력 하나와 시계가 걸려 있었고, 창문 옆에 빨래건조대가 접혀 있었다.좁았지만 나름대로 정돈되어 있는 방이었다."좁긴 하다.""알아.""근데 깨끗하네. 정리 잘 해놨다."은재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방 구석구석을 청소했다.싱크대의 물때를 닦고, 화장실 거울을 닦고, 바닥을 쓸고 닦았다.변호사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언젠가 이 방에 아이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이 손을 더 부지런하게 만들었다.창틀의 먼지까지 닦았다.화장실 타일 사이의 곰팡이도 칫솔로 문질러 닦았다."아이 방은?"은재가 침대 맞은편의 작은 문을 열었다.1평 남짓한 공간이 나타났다.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었고, 작은 이불과 베개가 접혀 있었다."여기야."여동생이 문틀에 기대어 안을 들여다보았다."이불은 언제 산 거야?""이사 올 때.""5년 전?""응.""……세탁은?""6개월에 한 번씩 빨아."여동생의 입술이 꽉 닫혔다.5년 동안 아이가 오지 않는 방의 이불을 빨아왔다는 뜻이었다.이불에 햇볕을 쬐어주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여동생은 그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벽에 뭐 걸까? 동물 그림이나, 알파벳 포스터 같은 거.""아직은. 아이 취향을 모르니까.""그래, 맞아. 나중에 같이 고르면 되지.""언니, 이 방이 작기는 한데, 있다는 게 중요한 거래. 변호사도 그렇게 말했잖아.""응."은재가 작은 방의 문을 닫았다.문 손잡이를 잡은 채 잠깐 서 있다가 손을 놓았다.원룸 한쪽에 놓인 쿠션 위에 앉았다.여동생도 나란히 옆에 앉았다.바닥이 차가워서 쿠션 위로 양다리를 올렸다."변호사가 돌봄 지원 체계를 보여줘야 한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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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내민 손

유치원 앞에 다시 섰다.도하를 처음 본 날로부터 한 달 남짓이 지나 있었다.은재는 느티나무 아래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이번에는 혼자 오지 않았다.여동생이 근처 편의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오기 전에 여동생과 전화를 했다."안 가도 돼. 감독 면접 신청하면 곧 만날 수 있잖아.""아니, 가야 해. 아이 얼굴을 봐야 해.""그럼 나도 갈게.""같이 가지 마. 근처에서 기다려.""왜?""사람이 많으면 눈에 띄니까.""알았어. 편의점에 있을게."한 달 전에는 자기도 모르게 온 것이었다.오늘은 의도적으로 반차를 쓰고 왔다.감독 면접을 신청하기 전에 아이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아이가 건강한지, 웃고 있는지, 잘 뛰는지.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확인하고 싶었다.느티나무에 새 이파리가 더 풍성해져 있었다.4월이 5월에 가까워지면서 그늘이 넓어졌다.땡-정문 앞에서 부모들이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번에 담임 바뀐대요. 6월부터.""진짜? 누구로?""아직 안 나왔대. 젊은 선생님이 온다던데.""도하네 반도 바뀌는 거야?""글쎄요, 그건 모르겠어요."은재의 귀가 '도하'라는 이름에 멈췄다.손가락이 가방 끈을 파고들었다.땡-종소리가 울리고 정문이 열렸다.노란 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엄마!""아빠, 오늘 태권도 있어요?""할머니, 여기!"은재의 시선이 정문을 훑었다.파란 가방.작은 운동화.도하가 뛰어나왔다.한 달 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았고, 키도 조금 자란 듯했다.반바지를 입고 있었다.무릎에 캐릭터가 그려진 반창고가 하나 붙어 있었다.양말 한쪽이 발목까지 내려와 있었다.'넘어졌구나.'은재의 손이 가방 끈을 잡았다.반창고의 크기로 보아 심하게 다친 건 아닌 것 같았다.도하가 정문 앞에서 멈추고 두리번거렸다.뒤에서 걸어오는 여자가 보였다.지난번에 도하를 데리러 왔던 여자."도하야."여자가 다가왔다.도하가 두 팔을 벌리고 여자에게 뛰어갔다."오늘 뭐 했어?""블록 쌓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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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목록

한지오의 상담실에서 4번째 미팅이 열렸다.이번에는 은재가 혼자 왔다.상담실 문이 닫히자 한지오가 서류 파일을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간호사 쪽 자료가 도착했습니다."은재의 등이 의자 등받이에서 떨어졌다.2주 전에 간호사에게 자료를 부탁한 이후 매일 기다려왔다."내용은요?""일단 사본을 받았고, 정리 중입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것보다 먼저 진행해야 할 게 있어요."한지오가 새 종이를 꺼냈다.만년필로 '면접교섭 변경 — 사전처분 신청'이라고 상단에 적었다."감독 면접 신청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정하겠습니다.""네.""먼저 가정법원 사전 상담을 예약해야 합니다. 이건 본인이 직접 하셔야 해요.""가정법원에 전화하면 되는 건가요?""네. 관할 법원 가사과에 전화해서 사전 상담 일정을 잡으세요. 예약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고 저한테 알려주시면 됩니다."은재가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화면 밝기를 올리고 한지오의 말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손끝에 힘을 주어 오타가 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사전 상담에서는 감독 면접 절차와 필요 서류를 확인합니다. 법원 직원이 안내해줄 거예요.""알겠습니다.""그 다음, 사전처분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이건 제가 작성하고, 서은재 씨 확인 후 접수합니다."한지오가 종이에 서류 목록을 적기 시작했다.글씨가 작고 반듯했다.하나씩 적을 때마다 옆에 번호를 붙였다.은재는 한지오의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것을 보며 긴장을 풀었다.전문가가 정리해주는 목록에는 막연함이 없었다."신청서에 첨부할 서류 목록을 말씀드리겠습니다."은재는 핸드폰 메모장에 손가락을 올렸다."1번, 소득 증명.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또는 급여명세서.""급여명세서는 있어요.""최근 3개월치 준비해주세요."은재가 '급여명세서 3개월'이라고 적었다."2번, 주거 환경 증명. 전세계약서 사본과 주민등록등본.""둘 다 있어요.""그리고 주거 환경 사진. 아이 방 포함해서.""여동생이 찍어뒀어요.""좋습니다. 3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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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진술자

퇴근 후 은재는 곧장 한지오의 사무실로 갔다.5번째 미팅이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걸을 때 시계를 보았다.6시 40분.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상담실 문을 열자 한지오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서류가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고, 만년필이 서류 옆에 놓여 있었다.한지오가 종이 한 장을 은재 쪽으로 밀었다.5년 전 가정법원에 제출된 진술서 사본이었다."양육자 변경 심판 당시 상대 측이 제출한 진술서 목록입니다."은재가 종이를 받아 들었다.손가락이 서류 모서리를 훑었다.이름이 3개 적혀 있었다.권태윤, 유세린, 그리고 한 명 더."3번째 이름이요.""권태윤 씨의 고모입니다. 권정순."은재의 시선이 이름 위에 멈췄다.시댁 명절에 몇 번 본 얼굴이 떠올랐다.거실 끝자리에 앉아 시어머니와 나란히 이야기하던 여자.은재에게 말을 건 적은 없었다.추석 때 부엌에서 마주쳤을 때도, 은재에게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지나갔다."이 사람이 진술한 내용이 뭔가요?""'며느리가 수시로 아이를 방치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 아이 앞에서 물건을 던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취지입니다."은재의 손이 서류 위에서 멈췄다."목격한 적이 없어요. 저는 그 사람과 같은 집에 산 적도 없어요.""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할 겁니다."한지오가 만년필로 권정순이라는 이름 옆에 밑줄을 그었다.왼손에 쥔 만년필이 종이 위를 정확하게 가르며 지나갔다."이 진술이 거짓이라는 걸 증명하려면, 이 사람이 그 시기에 서은재 씨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어떻게요?""주소 이력과 방문 기록을 대조합니다. 주민등록 전입 이력으로 거주지가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서은재 씨, 산후조리원 퇴원 후 어디에 사셨습니까?""시댁이요. 서초구. 3개월 살았어요.""그 3개월 동안 권정순 씨가 시댁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은재는 기억을 더듬었다.산후 3개월은 흐릿한 시간이었다.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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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민원실

가정법원 정문 앞에 섰다.은재는 반차를 내고 오전에 왔다.건물 입구의 안내판에 '가사과 민원실 3층'이라는 글씨가 보였다.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법원이라는 곳이 낯설지는 않았다.5년 전에도 이 건물에 왔었다.그때는 복도에서 태윤의 변호사와 마주쳤고,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심판기일에 앉았다.이번에는 혼자 왔지만 가방 안에 한지오가 정리해준 체크리스트가 들어 있었다.확인할 것과 받아올 것이 적힌 종이 한 장.그것만으로도 5년 전과는 다른 걸음이었다.3층 민원실 문을 열었다.안쪽에 번호표 기계가 있었고, 앞에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대기 의자의 절반이 차 있었다.은재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가 서류 봉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옆에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번호표를 뽑았다.37번.대기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체크리스트를 꺼냈다.한지오가 만년필로 적어준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면접교섭 변경 사전처분 신청 — 감독 면접 유형 — 필요 서류 확인.'창구 너머로 직원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상담 창구가 2개였고, 한쪽에서는 중년 남자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이게 왜 안 되는 겁니까? 지난번에 된다고 했잖아요."직원의 낮은 목소리가 대답했지만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은재는 시선을 돌리고 체크리스트를 다시 보았다.삐-"37번 고객님, 2번 창구로 오세요."은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구 앞 의자에 앉았다.직원은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안경 너머로 은재를 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어떤 업무로 오셨어요?""면접교섭 변경 사전처분 신청에 대해 상담받으러 왔습니다."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렸다.화면을 확인하더니 은재를 보았다."기존 면접교섭 결정이 있으신 거죠?""네. 5년 전 이혼 심판 때 결정된 면접교섭이 있어요.""양육자는 상대방이고, 면접교섭권자가 본인이신 거예요?""네.""현재 면접교섭이 실행되고 있나요?""아니요. 접근 제한 명령이 있었고, 이후에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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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확보

월요일 오전, 신청서를 접수했다.한지오가 작성한 사전처분 신청서와 은재가 준비한 서류 일체를 가사과 민원실에 제출했다.접수 확인서를 받아 투명 파일에 넣었다.접수번호가 찍힌 종이를 보며 은재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한지오가 접수 확인서를 사진으로 찍어 저장했다."의견 조회에 보통 며칠 걸립니까?""빠르면 3~5일, 늦으면 2주입니다. 상대 대리인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요."법원을 나서며 은재는 핸드폰 달력을 열었다.오늘부터 2주를 세었다.매일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핸드폰 진동 모드를 해제했다.회사에서 벨소리가 울리면 동료들의 시선이 올 것이었지만, 법원 연락을 놓칠 수는 없었다.그로부터 4일이 지났다.그 사이에 은재는 돌봄 지원 확인서를 마무리했다.여동생이 작성한 확인서를 한지오에게 보냈고, 회사 동료에게도 조심스럽게 부탁했다.동료는 놀란 표정을 했지만, 확인서에 서명해주었다.양육 계획서도 밤마다 조금씩 적어나갔다.통학 방법, 소아과 위치, 하원 후 돌봄 계획.한 줄을 쓸 때마다 아이와 함께 사는 미래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었다.금요일 오후, 은재는 회사 화장실에 서 있었다.점심시간이 막 끝난 참이었다.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다가 핸드폰이 울렸다.한지오의 번호였다."서은재 씨, 지금 통화 가능합니까?""네."은재는 젖은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화장실 안쪽 칸으로 들어갔다.문을 닫고 변기 뚜껑 위에 앉았다.바깥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법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은재의 등이 곧게 펴졌다."사전처분 신청에 대해 상대 측 의견 조회가 나갔고, 상대 측 대리인이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은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핸드폰을 쥔 손가락 끝이 하얘졌다."일부 수용이 무슨 뜻인가요?""감독 면접 자체는 거부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다만 조건을 붙이려 하고 있어요.""어떤 조건이요?""면접 장소를 법원 면접교섭센터로 제한하고, 시간도 1시간 이내로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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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옷장

법원에서 통지가 왔다.6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 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감독 면접 1회, 1시간.한지오가 전화로 일정을 알려주었을 때, 은재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 있었다.이어폰을 꽂고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린 채 들었다."6월 7일 토요일, 오전 10시입니다.""네.""면접교섭센터 3층 상담실이에요. 조사관 1명이 배석합니다.""상대 쪽에서는 누가 오나요?""양육자인 권태윤 씨가 아이를 데려옵니다. 별도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면접 시간에는 상담실 밖에 있어요.""유세린 씨는요?""면접교섭권이 없는 사람이라 참석 불가입니다."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지하철 창문에 은재의 얼굴이 반사되어 있었다."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까?""내일 미팅 때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일정 확인만.""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핸드폰 달력을 열었다.6월 7일.3주 뒤였다.은재는 그 날짜에 빨간 점을 찍었다.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닫고 불을 켰다.원룸의 형광등이 깜빡이다 켜졌다.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으며 작은 방의 문을 보았다.도하의 이불이 접혀 있는 방.6개월마다 빨아 햇볕에 말려둔 이불.3주 뒤에 그 아이를 만난다.은재는 작은 방의 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매트 위에 접혀 있는 이불과 베개.이 방에 도하가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아직은 아니었지만, 언젠가.은재는 식탁 겸 책상에 앉아 한지오가 보내준 면접 안내 자료를 읽었다.A4 용지 3장 분량이었다.감독 면접의 목적, 진행 방식, 주의사항이 항목별로 정리되어 있었다.한지오의 반듯한 글씨로 형광펜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접교섭센터에서의 감독 면접은 아이와 비양육 부모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위한 것입니다.''아이가 거부 반응을 보일 경우, 무리하게 접촉을 시도하지 마십시오.''장난감이나 간식을 가져올 수 있으나, 과도한 선물은 피하십시오.'간식은 어떤 것을 가져가야 할까.도하가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면접교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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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전화

은재의 핸드폰이 울렸다.수요일 저녁,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직후였다.현관에서 신발을 벗다가 화면을 보았다.시어머니의 번호였다.5년 동안 연락이 끊겨 있던 번호.은재는 번호를 삭제하지 않았다.삭제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도 설명하기 어려웠다.삭제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젠가 이 번호가 다시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직감 때문이었을까.핸드폰이 계속 울렸다.은재는 현관 앞에 서서 화면을 보았다.받아야 했다.이미 감독 면접 신청이 접수되었고, 상대 측에 통지가 갔다.시어머니가 모를 리 없었다.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나야."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5년 전과 같은 톤이었다.낮고 단단하고, 말끝에 여지를 두지 않는 목소리."네.""감독 면접 신청한 거 맞지?""네.""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해?"은재는 대답하지 않았다.현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손에 쥔 핸드폰이 미끄러워 잡는 힘을 조절했다."그 사람이 뭐래, 변호사가? 된다고 했어?""변호사와 상의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됐고. 네가 지금 뭘 하는 건지 알기나 해?"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위험한 사람한테 아이를 보여줄 수는 없어. 법원에서도 그렇게 판단했잖아."은재의 턱이 굳었다.'위험한 사람.'5년 전에도 그 말을 들었다.법정에서, 서류에서, 시어머니의 입에서.그 말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제 알고 있었다."법원이 면접 일정을 배정했습니다.""그건 네 쪽 얘기고. 태윤이가 동의한 거야?""상대 측 대리인이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시어머니의 숨소리가 짧아졌다."태윤이한테 내가 물어볼 테니까, 네가 나서지 마.""이 건은 법원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알겠지? 내가 직접 할 테니까."전화가 끊겼다.은재는 핸드폰을 내리고 현관 벽에 머리를 기댔다.숨을 내쉬었다.손바닥에 핸드폰 자국이 남아 있었다.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아직 귓속에 남아 있었다.5년 동안 듣지 않았던 목소리인데, 단 한마디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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