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빼앗긴 아들이 나를 아줌마라 부른다: Kabanata 1 - Kabanata 10

39 Kabanata

1화. 담장 너머

은재는 유치원 담장 밖에 서 있었다.느티나무 그늘 아래, 가방 끈을 두 손으로 쥐고 정문을 바라보았다.4월이었다.벚꽃이 지고 난 자리에 연둣빛 이파리가 돋아 있었다.주소를 알아내는 데 2년이 걸렸다.유치원을 확인하는 데 또 3개월.오늘 처음으로 하원 시간에 맞춰 여기 섰다.반차를 쓴 건 3일 전에 정해둔 일이었다.사무실에서 나올 때 손이 떨려서 교통카드를 두 번이나 놓쳤다.지하철에서 내려 유치원까지 걷는 15분 동안 핸드폰 잠금화면을 7번 켰다.거기에는 5년 전 신생아실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었다.주먹을 쥔 손이 은재의 검지를 잡고 있는, 그 사진.핸드폰이 울렸다."언니, 거기야?"여동생이었다."응. 길 건너편에 서 있어.""접근 금지는 풀렸어도 면접교섭 제한은 아직이잖아. 들키면 안 돼.""알아. 담장 밖이야.""혹시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바로 빠져.""여기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어.""……괜찮아?"정문 앞으로 부모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노란 통학버스 한 대가 골목을 돌아 사라지는 게 보였다."괜찮아.""5년이야, 언니. 마지막으로 안아본 게 5년 전이잖아."은재는 대답 대신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느티나무에 등을 기댔다.나무껍질의 거친 감촉이 블라우스 너머로 전해졌다.심장이 빨랐다.정문 앞에서 부모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오늘 현장학습이었대. 흙 범벅일 거야.""세탁기 또 돌려야겠다. 어제도 돌렸는데.""봄이면 매일 이래, 매일.""빨래 말릴 데가 없어서 문제지."은재는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이 유치원에 자기 아이가 다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저 안에 없었다.담장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은재는 가방 끈을 쥔 손가락의 힘을 풀었다가 다시 쥐었다.담장 위로 빨간 미끄럼틀의 꼭대기가 보였다.저 안에서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손끝이 저렸다.땡-종소리와 함께 정문이 열렸다.노란 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엄마!""아빠 왔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2화. 서랍 속

은재가 현관문을 열다가 옆집 문 앞에 서 있던 여자와 마주쳤다."어머, 일찍 왔네.""반차 썼어요.""얼굴이 안 좋다. 밥은 먹었어?""괜찮아요.""국 끓였는데 좀 줄까? 혼자 사니까 걱정돼서.""괜찮아요, 진짜예요. 감사합니다."은재는 고개를 숙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현관문이 닫히자 등을 기대고 숨을 내쉬었다.옆집 아줌마의 호의가 고마우면서도 무거웠다.8평짜리 원룸.싱크대와 침대 사이를 팔 하나 뻗으면 닿았다.창문 하나.화장실 하나.현관 옆에 신발 2켤레가 들어가는 좁은 선반.보증금 3,000만 원짜리 전셋방이었다.회사에서 지하철로 40분, 유치원에서는 1시간이 넘었다.은재는 구두를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가방을 침대 위에 내려놓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어떻게 됐어?"여동생이었다."봤어.""……어땠어?"은재는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컸어. 키가 많이 컸더라.""건강해 보여?""뛰어다녔어. 친구들이랑. 넘어질 뻔해도 다시 뛰고.""다행이다.""웃더라.""뭐?""웃으면서 뛰었어.""……""누가 데리러 왔어?""여자. 이름은 모르겠어.""그 여자겠지.""아마.""뭐 하던데?""신발에 묻은 흙 털어주고. 떡볶이 먹겠다는 거 안 된다고 하고. 그런 거.""……엄마처럼?"은재는 싱크대에서 물 한 잔을 따랐다.컵을 잡은 손가락에 힘이 빠져 물이 컵 밖으로 조금 흘렀다."몰라.""들린 거야, 그 대화?""바로 앞을 지나갔어.""위험하게. 가까이 가지 말라니까.""내 쪽으로 걸어온 거야.""그래서? 눈 마주쳤어?""응.""어떻게 됐는데?"은재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목이 좁아진 것처럼 물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아줌마 누구세요, 라고 했어.""……""전화 끊을게.""언니, 울지 마.""안 울어.""목소리가 떨리잖아.""안 울어. 끊을게.""내일 퇴근하고 갈게. 밥 먹자.""응."은재는 통화를 끊고 물을 마저 마셨다.컵을 싱크대에 내려놓자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3화. 접근 금지

다음 날 저녁, 여동생이 찾아왔다.비닐봉지 2개를 양손에 들고 현관 앞에 서 있었다."엄마가 보낸 거야. 된장찌개, 멸치볶음, 깻잎."반찬통 3개를 좁은 싱크대 위에 하나씩 늘어놓았다.은재의 냉장고를 열자 생수와 두부 반 모가 전부였다.여동생이 혀를 찼다."언니, 이러고 살면 쓰러져.""고마워.""엄마한테는?""유치원 간 거? 안 했어.""잘했어. 아직은."은재는 밥을 퍼서 쿠션 위에 놓인 쟁반에 올렸다.8평짜리 원룸에는 식탁이 없어서 바닥에 나란히 앉아 먹어야 했다.여동생이 은재의 방을 올 때마다 좁다고 했지만, 은재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밥과 된장의 냄새가 좁은 방을 금방 채웠다.여동생이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먹다가 침대 옆 서랍장을 보았다.서랍장은 중고 가구점에서 3만 원에 산 것이었다.맨 아래 칸의 손잡이만 유독 닳아 있었다."어제 또 열어봤지?"은재는 대답 대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서랍을 열어 투명 파일 3개를 꺼냈다."보여줄 게 있어."서류 묶음을 바닥 위에 펼쳤다.여동생이 찌개 그릇을 옆으로 밀고 서류가 놓인 쪽으로 몸을 돌렸다."이게 다 뭐야?""5년치 서류."은재가 첫 번째 서류를 집어 들었다.서류 상단에 '피해자보호명령 결정문'이라는 제목이 인쇄되어 있었다.날짜 옆에 가정법원 직인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이혼 확정되고 바로 이게 나왔어. 접근 금지.""접근 금지라니. 누가 누구한테?""내가 도하한테. 시어머니 쪽에서 신청한 거야."여동생의 젓가락이 쟁반 위에 떨어졌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좁은 원룸 안에 울렸다."언니가 아이한테 위험하다고? 무슨 근거로?""산후우울 치료 기록이랑 의료 소견을 붙였어."은재는 서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훑었다.5년 동안의 버릇이었다.종이가 얇아진 부분이 손끝에 걸렸다."보호명령 유효기간이 최대 3년이야. 그 3년 동안 도하한테 접근하면 안 됐어.""3년 동안이나."여동생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창밖으로 어둑해진 골목이 보였다."접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4화. 도시락

월요일 아침, 은재는 사무실 문을 열었다.총무팀 책상 위에 주말 동안 쌓인 서류 더미가 놓여 있었다."은재 씨, 3층 복합기 또 고장이래요."동료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말을 걸었다."접수할게요.""그리고 택배 2개, 금요일에 왔어요. 수령 사인 필요하고.""알겠어요.""아, 그리고 팀장님이 이번 달 소모품 예산 정리 좀 해달래요.""언제까지요?""수요일까지요."은재는 메모지에 할 일을 적었다.복합기 수리, 택배 수령, 소모품 예산, 월말 정산.적고 나니 메모지 한 장이 가득 찼다.메모지를 모니터 옆에 붙이고 하나씩 줄을 그으며 처리해 나갔다.수리 업체에 전화를 걸어 일정을 잡았다.다음 주 화요일 오전이 가장 빠른 시간이었다.사용 금지 안내문을 출력해 3층에 붙이고, 내려오는 길에 4층 탕비실의 정수기 필터도 확인했다.벌써 10시가 넘었다.책상 위의 커피가 식어 있었다.한 모금 마시고 수화기를 들었다.고객 응대 전화가 울렸다."네, 안녕하세요. 상담 도와드리겠습니다.""제품 수령한 지 1주일인데, 반품 가능한가요?""네, 가능합니다. 주문번호 확인해주시겠어요?""KR-0408-0917이요."은재는 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하며 고객의 말을 메모했다.불만 사항을 정리하고, 반품 절차를 안내하고, 통화를 끝냈다.다음 전화가 바로 이어졌다."교환 신청한 건 언제 오나요? 벌써 5일째인데.""확인해보겠습니다. 잠시만요."배송 시스템을 조회하니 아직 출고 전이었다."물류센터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발송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내일이요? 빨리 좀 해주세요.""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통화를 끊고 내선 전화로 물류팀에 연락했다.물류팀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서 옆자리 직원에게 전했다."물류팀 김 대리님 자리 비웠는데, 출고 건 전달 부탁드려요.""네, 적어놓을게요."점심시간이 되었다.동료들이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사이, 은재는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냈다.월급명세서가 도착해 있었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5화. 밤 전화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은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원룸의 형광등을 끄면 창 너머 가로등 불빛이 천장에 긴 줄무늬를 만들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줄무늬가 흔들렸다.윗집에서 발소리가 나다 멈추고, 다시 조용해졌다.유치원 앞에서 도하를 본 지 4일째였다.눈을 감으면 파란 가방을 멘 아이의 뒷모습이 떠올랐다.달리다가 멈추고, 고개를 돌리고, 은재를 올려다보던 눈.'아줌마 누구세요?'그 목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잠이 오지 않는 밤은 도하를 본 뒤로 더 길어졌다.낮에는 전화를 받고 서류를 정리하고 택배를 수령하면서 잊을 수 있었다.밤이 되면 아이의 얼굴이 돌아왔다.핸드폰이 울렸다.침대 옆 바닥에 놓아둔 화면이 환하게 빛났다.모르는 번호였다.밤 11시에 모르는 번호.은재는 잠깐 망설이다 수화기 버튼을 눌렀다.스팸이면 바로 끊으려 했다.인터넷 쇼핑몰 광고이거나, 대출 권유이거나."여보세요?""서은재 씨 맞으시죠?"낯선 여자 목소리였다.조심스러운 톤이었지만, 은재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누구세요?""저는……5년 전에, 서은재 씨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근무했었어요."은재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이불이 무릎 위로 미끄러졌다.등이 서늘해졌다."병원이요?""네. 산후조리 중에 치료 받으셨잖아요. 그때 담당 간호사였어요."은재의 손이 이불을 쥐었다.5년 전.출산 직후 산후우울로 치료를 받았던 시기였다.병실의 소독약 냄새와 창밖의 비 소리.기억이 희미한 부분이 많았다.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간호사가 전화를 해왔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었다."……기억은 안 나요.""당연히 그러시겠죠. 입원 기간이 짧았고, 간호사가 여러 명이었으니까.""늦은 시간에……무슨 일이세요?""번호를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늦어서 죄송합니다."은재는 이불을 걷어차고 바닥에 발을 내렸다.맨발이 찬 바닥에 닿았다.손이 떨려서 핸드폰을 다른 손으로 바꿔 잡았다."무슨 일이세요?""그 소견, 이상했어요."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6화. 소송비

은재는 점심시간에 화장실 앞 복도로 나와 핸드폰을 꺼냈다.간호사에게 문자를 보냈다.'만날 수 있을까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싶습니다.'답장은 5분 만에 왔다.'이번 주 토요일 오후 2시, 종로 근처 괜찮으세요?'은재는 달력을 확인했다.토요일은 격주 근무 없는 주였다.'괜찮습니다. 장소 보내주세요.''종로3가역 3번 출구 앞 카페로 할게요. 자세한 건 금요일에 다시 보낼게요.'은재는 문자를 보낸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복도 끝 창밖으로 4월의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5년 동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는데, 이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간호사가 보관하고 있다는 기록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여동생이었다."언니, 그 간호사한테 연락했어?""방금 문자 보냈어.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어.""같이 갈까?""아니. 혼자 갈게.""왜? 위험할 수도 있잖아.""위험한 건 아닐 거야.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어.""그래도.""혼자 가야 해. 간호사가 부담 느끼면 안 되니까."여동생이 잠깐 말이 없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끝나면 바로 전화해.""응.""뭐라고 하든 녹음 같은 건 하지 마. 동의 없이 하면 안 돼.""알아.""그리고 변호사 알아보고 있어?""알아보고 있어. 수임료 문제가 있어서.""얼마 정도야?""300에서 500.""……만 원?""만 원."여동생의 입술이 얇아졌다."내가 좀 보탤게.""괜찮아.""괜찮긴. 엄마한테도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아직은. 확실해지면 그때.""알았어. 토요일에 전화해."통화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점심시간이 끝나기 5분 전이었다.남은 김밥 한 줄을 서둘러 먹었다.편의점에서 사온 800원짜리 참치김밥이었다.자리에 앉아 입가를 닦았다.동료가 자리에서 손을 흔들었다."은재 씨, 택배 또 왔어요. 5층이래요.""네, 갈게요."택배 상자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7화. 의무기록

토요일 오전, 은재는 5년 전 입원했던 병원을 찾았다.간호사를 만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출산 직후 산후우울 치료를 받았던 곳.5년 만에 다시 밟는 이 병원 로비는 리모델링을 거쳐 낯설어져 있었다.접수 창구의 위치가 바뀌었고, 엘리베이터 옆에 커피 자판기가 새로 생겨 있었다.하지만 복도를 채우는 소독약 냄새는 5년 전과 똑같았다.원무과 접수 창구 앞에 줄을 섰다.앞에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은재는 가방 끈을 잡은 손을 풀었다 쥐었다."다음 분이요."은재가 창구 앞에 섰다."의무기록 열람 신청하러 왔습니다.""본인 기록이요?""네.""신분증 주세요."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직원이 화면을 확인하며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조했다."서은재 씨, 입원 이력 1건 확인됩니다. 산부인과 산후우울 관련 치료요.""네, 맞아요.""열람만 하실 건가요, 사본 발급도요?""사본까지 부탁드려요. 전체 다요.""사본은 건당 1,000원, 추가 페이지 100원이에요.""네, 괜찮아요.""발급까지 20분 정도 걸립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세요.""감사합니다."은재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원무과 옆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병원 복도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5년 전에도 이 냄새를 맡았다.그때와 같은 냄새인데 건물은 달라져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그때는 출산 직후였다.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담당의가 산후우울 진단을 내렸고, 투약과 상담이 시작되었다.2개월간의 입원.병실 창 너머로 계절이 바뀌는 걸 보았다.치료가 끝나갈 무렵 이혼 서류가 도착했다.은재는 병원 침대 위에서 양육자 지정 심판 청구서를 한 글자 한 글자 읽었다.옆에 앉아 있던 간호사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핸드폰이 울렸다.여동생이었다."언니, 병원 갔어?""응. 의무기록 사본 기다리는 중이야.""잘했어. 간호사 만나기 전에 본인 기록 확인하는 게 맞아.""응.""혹시 기록에 이상한 거 있으면 바로 사진 찍어둬.""알았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8화. 면담

종로3가역 3번 출구를 나와 카페까지 걸어가는 동안, 은재는 가방 끈을 3번 고쳐 잡았다.가방 안에는 오전에 병원에서 받은 의무기록 사본이 들어 있었다.28장의 서류와, 그중에서 유독 이질적이었던 소견서 한 장.서류의 무게가 가방 끈을 통해 어깨에 전해졌다.오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알 수 없었다.다만 5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가 '이상하다'는 말을 해주었다는 사실이 은재의 발걸음을 빠르게 만들었다.카페 간판이 보였다.유리문 너머로 테이블이 절반 이상 차 있었다.토요일 오후의 카페는 노트북을 펼친 사람들과 수다를 나누는 모임으로 붐비고 있었다.은재는 문을 열고 들어가 안쪽 구석 자리를 잡았다.벽을 등지는 자리.출입구가 보이는 위치였다.카운터로 가서 메뉴판을 보았다.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3,800원이요."카드를 내밀고 음료를 기다렸다.시계를 보았다.1시 50분.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얼음이 녹는 소리가 빨대 옆에서 갈라졌다.카페 안의 웅성거림과 음악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은재는 가방 위에 손을 올린 채 출입구를 바라보았다.안에서 서류의 모서리가 손등에 닿았다.2시 정각, 카페 문이 열렸다.짧은 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가 안쪽을 둘러보았다.회색 코트에 어깨가 좁았고, 가방을 앞으로 안고 있었다.은재와 눈이 마주치자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서은재 씨요?"은재가 일어섰다."네. 앉으세요."여자가 맞은편에 앉았다.코트 깃을 여미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직원이 다가오자 따뜻한 유자차를 주문했다.잠깐 침묵이 흘렀다.옆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가 사라졌다.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얼굴을 보니까……기억이 나네요.""저는 죄송하지만, 기억이 잘 안 나요.""당연해요. 입원 기간에 간호사가 여러 명 교대하니까."여자가 유자차를 받아들고 잔을 감쌌다.손가락이 가늘었고, 손등에 주근깨가 있었다.은재의 기억 어딘가에서 비슷한 손을 본 것 같기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9화. 로펌

간호사를 만난 뒤 1주일이 지났다.은재는 사무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변호사를 검색했다.'가사소송 전문 변호사', '양육자 변경 소송', '면접교섭 변경'.검색어를 바꿔가며 후기와 경력, 승소율을 비교했다.3명의 이름과 연락처, 수임료 범위를 메모장에 정리했다.출력해서 가방에 넣었다.퇴근 후 지하철에서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변호사 알아봤어?""응. 3명 찾았어. 그중에 한 명은 지인 소개가 있어.""누가 소개해준 건데?""회사 선배 남편이 법조계 쪽이야. 가사소송 전문 변호사를 알고 있대.""이름이 뭔데?""한지오. ○○ 법률사무소.""한지오?""경력이 꽤 된다더라. 양육자 변경 사건을 많이 맡았다고.""수임료는?""상담 때 얘기하기로 했어. 일단 상담 예약은 잡았어.""언제?""다음 주 수요일 오후 4시.""수요일이면 반차를 써야 하는데.""반차 쓸 수 있어?"은재는 달력을 확인했다.이번 달 반차를 이미 1번 썼다."가능해. 고마워.""같이 갈까?""아니. 혼자 갈게.""또 혼자야?""변호사 상담이니까.""긴장돼?""조금.""가기 전에 서류 챙겼는지 확인해. 이혼심판문이랑 의무기록 사본.""챙겼어.""소견서 페이지도?""응."여동생이 한숨을 내쉬었다."잘될 거야. 끝나면 전화해."수요일.오후 반차를 위해 오전 업무를 서둘러 마무리했다.소모품 발주 확인, 택배 2건 수령, 고객 응대 전화 4통.점심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를 사서 10분 만에 먹었다.동료가 은재의 가방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오늘 또 반차? 어디 가는데?""볼일이 있어서요.""은재 씨는 참 볼일이 많아."은재는 가볍게 웃어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2시에 사무실을 나와 지하철을 탔다.서초구에서 내려 법률사무소가 있는 빌딩을 찾았다.8층짜리 회색 건물이었다.1층 로비는 대리석 바닥이었고, 입주 업체 안내판이 벽에 걸려 있었다.법률사무소 3곳, 세무법인 1곳, 노무법인 1곳.은재의 일상과는 먼 세계의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10화. 날짜

상담실 문이 닫혔다.한지오가 은재에게 자리를 권하고 맞은편에 앉았다.셔츠 소매를 한 번 더 접으며 은재를 보았다.은재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이혼심판문, 양육자 지정 결정문, 의무기록 사본 28장.투명 파일에 정리된 서류를 한지오가 하나씩 꺼내 시간순으로 배열했다.책상 위가 서류로 빼곡해졌다.은재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한지오의 손을 지켜보았다.셔츠 소매가 팔꿈치까지 접혀 있었다.왼손에 만년필을 들고 오른손으로 서류를 넘겼다.서류를 다루는 손놀림이 빠르고 정확했다.수백 건의 서류를 넘겨온 사람의 손이었다.은재의 사건이 그중 하나라는 사실이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한지오가 진료 기록부에서 멈추었다.눈이 한 줄 위에 고정되었다."여기, '자해 관념 없음, 영아에 대한 위험 행동 관찰되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네요.""네. 담당의가 쓴 경과 기록이에요.""치료 경과는 양호했고, 투약 반응도 좋았다."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여기."한지오가 소견서 페이지를 꺼냈다.나머지 27장과 양식이 다른, 그 한 장."이 소견서에는 '자해 및 영아 위험'이라고 돼 있습니다.""네.""같은 병원, 같은 입원 기간인데, 진료 기록과 소견서의 내용이 정반대예요."한지오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사실을 확인하는 톤이었다.은재는 그 건조함이 오히려 안심이 됐다.이전 변호사는 동정 어린 표정으로 은재를 보았고, 결과는 기각이었다.사실만을 확인하는 이 변호사가 더 믿음직했다."서은재 씨, 치료받으신 건 사실이죠?""네. 산후우울 진단 받고 2개월 입원했어요.""치료받은 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은재가 고개를 들었다."증거요?""치료를 받고 호전되었다는 기록은 양육 적격성을 입증하는 자료예요. 산후우울 진단 자체가 양육 부적격 사유는 아닙니다."은재의 입이 바짝 말랐다.5년 동안 산후우울 기록이 자신의 약점이라고만 생각했었다.그것이 오히려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말을 5년 만에 처음 들었다.은재는 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Magbasa pa
PREV
1234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