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듣고서야 설은 눈앞의 남자와 오래전 식탁을 함께 떠올렸다. 넓은 창 옆의 자리, 거의 손대지 못한 음식,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부터 꺼냈던 자신까지.“그때는 제가…….”“실례했다고 하시려고요?”권혁의 말투에 웃음이 조금 묻어 있었다.“덕분에 저도 어려운 얘기 안 해도 됐는데.”설의 입가에도 희미하게 웃음이 스쳤다. 외조부와 서원금융 집안의 오랜 인연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설은 어른들의 체면 때문에 나갔지만, 이미 지훈과 결혼하고 싶었다. 지훈의 다리가 낫기를 기다리던 때였다.그가 다친 날의 기억은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어머니의 장례가 끝났고, 차를 기다려야 했고, 누군가 뒤에서 설의 이름을 불렀다. 도로로 발을 내디딘 이유는 기억나지 않았다. 경적이 너무 가까이서 울렸다는 것과, 몸이 지훈의 품으로 끌려갔다는 것만 남아 있었다.설 대신 차에 부딪친 지훈은 다리뼈가 부러졌다. 석 달을 침대에서 지내야 한다고 했다. 설은 병실 문밖에서부터 울었다.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그를 보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정하게 될 것 같았다.결국 문을 열었을 때, 지훈이 먼저 웃었다.“왜 거기 서 있어. 이리 와.”침대 옆에 서자 그가 설의 얼굴을 살폈다. 다친 데가 없는지, 밥은 먹었는지 물었다. 설이 대답도 못 하고 울기만 하자 손을 뻗었다.“나 다리만 다쳤어. 안아 주는 건 할 수 있어.”그 말에 설은 침대 옆으로 주저앉았다. 어머니가 죽은 뒤로 누구 앞에서도 그렇게 울지 못했다. 아버지 앞에서는 입을 다물었고, 조문객들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지훈은 그만 울라는 말도,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 시절에는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면 잠들 수 있었다.오늘 설은 그 사람의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다.테이블 위에는 자신이 만든 제품 사진이 있었다. 설은 사진 귀퉁이를 보다가 말했다.“그때는 그 사람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권혁은 지나간 선택을 평가하지 않았다.“그랬겠죠. 오늘 제안 설명하실 때도
Terakhir Diperbarui : 2026-11-02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