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설은 권혁에게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결혼 뒤 지훈이 잘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유리는 그가 사진을 오래 보도록 옆에서 기다렸다.“형부한테는 연락도 안 한다면서 저러고 있더라.”지훈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설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넘어갈 만했다. 하지만 그는 삼 년을 함께 살았다. 설은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친밀하게 굴 여자가 아니었다. 더구나 아직 자기 아내였다.그러니 저 행동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권혁까지 끌어들여서 뭘 하겠다는 건지.”“끌어들인 건지, 원래 친한 건지 어떻게 알아?”“네 언니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유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 언니를 깎아내리려고 보여 준 사진이, 오히려 언니를 변호하는 말을 끌어냈다.지훈은 화면을 끄고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그가 찾아와 질투하고, 왜 그랬느냐고 물으면 설은 비로소 자기 말을 들어 달라고 할 것이다. 그 순서가 뻔히 보였다.이번에는 따라가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다음 날, 지훈은 비서에게 꽃을 주문하게 했다.사과의 꽃도, 돌아오라는 꽃도 아니었다. 받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꽃이었다.라엘 로비에 커다란 꽃 장식이 들어섰다. 직원들이 배송처를 확인하는 사이 태성의 이름이 먼저 읽혔다.카드에는 회사 직인과 함께 수신인의 호칭이 정중하게 박혀 있었다.「태성호텔 대표이사 부인 이설 여사께.」그 아래 짧은 문장이 이어졌다.「바깥일도 좋지만, 당신의 자리를 잊지는 말기를.」설은 카드에서 지훈의 목소리를 들었다.꽃까지 보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확인시켰다. 정작 자신이 왜 나왔는지는 여전히 묻지 않았다.“집무실로 옮길까요?”“아니요. 공용 접견실에 두세요.”“이 정도 크기면 앞쪽이…….”“안쪽이면 돼요.”설은 카드도 꽃에 꽂아 돌려주었다.꽃은 그날 오후 내내 회사 복도 한구석을 지켰다. 오가는 직원들의 시선이 몇 번이고 닿았으나, 설은 퇴근할 때까지 그쪽으로 다시 눈길을 주지 않았다.***리셉션은 저녁 일곱 시를 넘겨 시작됐다.
Last Updated : 2026-11-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