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별원 앞의 길을 따라 바다로 내려갔다.느슨하게 올린 머리에서 빠져나온 몇 가닥이 목덜미에 닿았다. 가디건을 입고도 서늘했지만 조금 더 걷고 싶었다.계단 끝에는 작은 만이 있었다.양쪽 사유지 사이로 난 길은 물가의 전망 데크에서 만났다. 아침이면 대개 비어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선착장에 요트가 정박해 있었다.남자가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설은 몇 걸음 앞에서 그를 알아보았다. 동시에 권혁도 고개를 돌렸다.짙은 바닷바람을 탄 아침 안개가 둘 사이의 거리를 가만히 채워 왔다. 설은 누군가를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보았다. 권혁도 곧바로 말을 하지 않았다.“대표님?”그가 설의 이름을 불렀다. 질문이 겹치는 바람에 둘 다 뒤의 말을 놓쳤다.“어떻게 여기 계세요?”이번에는 설이 먼저 물었다.권혁은 절벽 위를 가리켰다. 소나무 사이에 긴 창을 낸 낮은 건물이 있었다. 서원의 비공개 영빈관이었다. 해외 파트너가 묵는 숙소와 소규모 회의동을 함께 둔 곳으로, 아래 선착장도 그곳에서 관리했다.지난밤 회의는 영국 쪽 참석자가 늦게 접속하면서 길어졌다. 권혁은 새벽까지 이어진 협의를 끝내고 한동안 방 안에 앉아 있었다. 할 일은 끝났는데 머릿속에서는 아직 다른 언어와 숫자가 오갔다.결국 혼자 아래로 내려왔다.설이 이 해안의 이웃이라는 것은 그도 몰랐다.“저는 위쪽 집에 있어요. 어머니가 쓰시던 곳이요.”“그 집이었습니까.”권혁은 길 너머를 보았다. 소나무 때문에 지붕 일부만 보였다. 설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름과 관계로 알고 있었지만, 그 집을 드나들던 딸의 얼굴은 알 수 없었다.지금 설에게서는 그 집의 아침이 느껴졌다. 정돈된 옷차림인데도 누군가를 만나러 나온 사람 같지 않았다. 바람에 풀린 머리카락도 그대로였다.그는 자신이 오래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시선을 바다로 옮겼다.“산책 중이셨군요.”“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저도 그랬습니다.”데크 한쪽에는 바람을 막는 유리벽과 긴 벤치가 있었다. 권혁이 그
Zuletzt aktualisiert : 2026-11-03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