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o / 로맨스 / 전무님과 미친결혼 / Capítulo 11 - Capítulo 20

Todos los capítulos de 전무님과 미친결혼: Capítulo 11 - Capítulo 20

20 Capítulos

11화. 왜 네가 거기에 있어.

차가 여울의 집 앞 골목에 멈췄다.여울은 안전벨트를 풀며 창밖을 확인했다.“여기서 내려주시면 돼요.”강건이 건물 쪽을 한번 봤다.“들어가요.”“오늘 잘 먹었습니다.”“저도 덕분에.”여울이 차 문을 열다 말고 돌아봤다.“생각보다 잘 드시던데요.”강건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다음엔 더 맛있는 데로 모실게요.”다음.강건은 그 단어를 굳이 짚지 않았다.“흠. 기대하죠. 들어가요.”“조심히 가세요, 전무님.”여울이 문을 닫았다.강건은 그녀가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걸 확인한 뒤에야 차를 출발시켰다.늦은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했다.신호에 걸려 차가 멈췄다.강건은 핸들 위에 한 손을 올린 채 앞을 바라보다 문득 조금 전 식탁을 떠올렸다.'그냥 드시면 느끼해요.'제 접시에 곱창을 올려놓고, 부추를 더 얹으라고 알려주던 손.'그렇죠?'생각보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금세 밝아지던 얼굴.강건의 입가가 자기도 모르게 느슨해졌다.피식.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잠시 뒤 스스로 그걸 알아차린 강건이 입술을 다물었다.신호가 바뀌었다.차는 다시 움직였지만 입가에 남은 웃음까지 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다음 날 오전.여울은 서류 두 권을 안고 전무실로 들어왔다.“안녕하십니까, 전무님.”강건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네.”평범한 인사였다.그런데 어제까지와는 조금 달랐다.여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고, 강건도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그뿐이었다.강건이 책상 한쪽에 놓인 파일 묶음을 여울 앞으로 밀었다.“오늘 볼 자료입니다.”여울이 두께를 확인했다.“또 세 건이에요?”“이번엔 다섯 건.”여울이 강건을 쳐다봤다.“어제보다 늘었네요.”“어제 잘했으니까 속도를 더 내어봅시다.”뜻밖의 대답에 여울이 잠깐 멈췄다.칭찬인지 업무량을 늘리는 명분인지 애매했다.결국 파일을 받아 들었다.“알겠습니다.”“그리고.”여울이 돌아보자 강건이 덧붙였다.“점심은 먹고 합시다.”여울의 표정이 묘해졌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2화. 여울아, 오빠야

지이이잉-.한참 서류를 들여다보던 여울이 휴대폰을 확인했다.처음 보는 번호였다.화면이 꺼졌다가 다시 진동했다.여울은 펜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서실 밖으로 나와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리고.“여울아.”걸음이 멈췄다.“……네?”“나야.”낯익은 목소리였다.너무 오래 듣지 않아서 오히려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누구…….”수화기 너머에서 낮은 웃음이 흘렀다.“내 목소리 벌써 잊은 거야?”짧은 정적.“오빠야.”하.여울의 입에서 한숨이 먼저 새어 나왔다.변석진.당장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다섯 해 만이었다.그런데 저 남자의 목소리에는 그 시간이 통째로 빠져 있었다. 마치 며칠 전까지도 연락하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여울아. 잠깐 볼까?”“아니요.”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내 방으로 올래?”“볼 이유 없습니다.”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그래?”석진은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여울의 대답을 잠깐 생각하는 사람처럼 뜸을 들였다.“그럼 내가 갈까?”여울의 미간이 좁아졌다.“어디를요.”“15층.”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지금 전무실에 있잖아.”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오지 마세요.”“그럼 내려와.”“…….”“내가 지금 전무실로 가야 만나줄래?”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그래서 더 불쾌했다.여울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십 분 뒤에 내려갈게요.”“그래.”그제야 석진의 목소리가 조금 풀렸다.“기다릴게.”뚝.통화가 끊겼다.여울은 한동안 어두워진 화면을 내려다봤다.다섯 해 만에 처음 들은 목소리였다.반갑지 않았다.그런데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말끝을 조금 늘이는 버릇도, 자기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목소리를 낮추는 습관도.그게 가장 싫었다.여울은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피할 이유는 없었다.다섯 해가 지났다.자신은 더 이상 그때의 하여울이 아니었다.*엘리베이터가 12층에 멈췄다.문이 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3화. 만지지마

“내가 걱정하면 안 돼?”“네.”대답은 단호했다.“안 돼요.”처음으로 석진의 얼굴이 굳었다.하지만 잠시뿐이었다.“여울아.”석진이 낮게 숨을 내쉬었다.“너 이번에 과장 승진 확정이야.”여울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전략기획실에서 5년 버텼어. 팀에서도 네가 에이스고.”“그래서요?”“그런 애가 왜 갑자기 전무 직속 비서로 빠져.”석진의 말투는 차분했다.예전에도 그랬다.여울이 진로를 고민할 때도, 태강 입사를 준비할 때도 늘 저런 얼굴로 먼저 답을 내놓았다.“강건이 아무리 회장 아들이어도 지금은 뒷방 황태자나 마찬가지야.”여울의 표정이 굳었다.“거기 붙어 있어서 네 경력에 도움 될 게 뭐가 있어.”“그건 제가 판단합니다.”“판단을 잘못하고 있으니까 말하는 거야.”“상무님.”“지금 거기 계속 있으면 네 5년이 물거품 될 수도 있어.”그 말에 여울의 시선이 멈췄다.석진은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너 여기 들어오려고 얼마나 죽어라 했는지 내가 알잖아.”입술 안쪽이 쓰렸다.알고 있었다.저 남자는 알고 있었다.태강 최종 면접을 앞두고 밤을 새우던 것도, 첫 출근 날 새벽부터 일어나 옷을 몇 번이나 갈아입었던 것도.그때는 저 말들이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지금은 아니었다.“그러니까 더 아는 척하지 마세요.”석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내가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게.”“필요 없습니다.”“여울아.”“제 5년이에요.”여울이 똑바로 그를 바라봤다.“어떻게 쓸지도 제가 결정합니다.”석진의 미간이 좁혀졌다.“고집부릴 문제가 아니야.”그가 손을 들었다.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예전에도 그랬다.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이마를 짚어 열이 있는지 확인하던 손.그 손이 닿기도 전에 몸이 먼저 기억했다.여울이 확 물러났다.구두 굽이 카펫에 걸렸다.“만지지 마.”존댓말도 아니었다.석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가 갑자기 너무 가까웠다.상무실 안은 조용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4화. 영국황실의 맛

저녁 아홉 시가 가까워질 무렵, 15층은 낮과 전혀 다른 공간처럼 고요해져 있었다. 천장 조명은 절반 이상 꺼졌고, 텅 빈 비서실 사이로 여울의 모니터 불빛만 희게 번졌다.퇴근 시간은 진작 지났지만 여울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집에서 기다려. 나 일 보고 갈게.]몇 시간 전 석진에게 받은 문자가 자꾸 떠올랐다.집에 가면 정말 그가 있을지도 몰랐다.여울은 책상 한쪽에 놓인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다시 파일을 열었다. 계약서와 지급결의서를 나란히 띄운 뒤 법인명, 지급일, 현지 대리인을 하나씩 대조했다.숫자를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다.그게 좋았다.타닥, 타닥타닥.사람이 빠져나간 사무실에 키보드 소리만 유난히 또렷하게 울렸다.그리고 비서실 너머, 굳게 닫힌 집무실의 불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었다.강건은 마지막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8시 53분이었다.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이었다.대부분의 임원들이 퇴근한 뒤에도 집무실 불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날이 많았다. 강건은 재킷을 걸쳐 입고 서류를 정리한 뒤 문을 열었다.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향하려던 걸음이 멈췄다.어두운 비서실 끝에 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모니터 불빛을 얼굴 가득 받고 앉아 있는 하여울.강건은 잠시 그쪽을 바라보다 방향을 틀었다.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을 일정하게 울리며 점점 가까워졌다.“아직도 퇴근 안 했습니까?”여울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아, 네.”“뭘 그렇게 봐요.”“주신 문서 아직 정리를 못 해서요.”강건이 책상 옆에 멈춰 섰다.“어디쯤 보고 있습니까?”“거의 다 봤는데…….”여울이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강건도 화면을 보기 위해 상체를 숙였다.그리고 어깨가 닿았다.아주 가볍게.셔츠를 사이에 둔 접촉일 뿐인데 여울의 몸이 순간 굳었다. 마우스를 잡고 있던 손끝까지 딱 멈췄다.생각보다 가까웠다.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얼굴이 보일 만큼.가까워진 셔츠 깃 사이로 잔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5화. 오지마세요.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다.검은 세단 한 대가 좁은 골목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대로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졌을 뿐인데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오래된 원룸과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건물 사이를 가로지른 전선 아래로 낡은 간판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반쯤 셔터를 내린 세탁소와 골목 입구 편의점의 푸른 불빛만 늦은 저녁을 밝히고 있었다.석진은 여울의 집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시동을 끄자 차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낡은 붉은 벽돌 외벽, 창문마다 제멋대로 붙은 실외기, 사람이 드나들 때마다 희끄무레하게 켜졌다 꺼지는 공동현관 센서등.석진은 한동안 건물을 올려다봤다.휴대전화 화면에는 몇 시간 전 자신이 보낸 문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집에서 기다려. 나 일 보고 갈게.]그리고 바로 아래.[오지 마세요.]석진은 그 짧은 문장을 내려다보다 화면을 껐다.그러고도 돌아가지 않았다.시트에 몸을 기대고 다시 건물을 바라봤다.이런 집.낯설지 않았다.오래전 여울과 살았던 옥탑방이 문득 떠올랐다.태강 최종면접을 보고 돌아온 날이었다.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석진은 치킨 두 마리와 맥주를 사 왔다. 축하는 미리 하는 거라면서.옥탑방 앞 좁은 평상에 둘이 나란히 앉아 종이 상자를 가운데 두고 치킨을 뜯어 먹었다. 여름밤이라 옥상 바닥에는 낮 동안 달궈진 열기가 아직 남아 있었고, 멀리 보이는 아파트 창문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있었다.여울이 맥주 캔을 들고 물었다.“나 떨어지면 어떡하려고 벌써 축하해?”“안 떨어져.”“뭘 그렇게 확신해.”“내가 보는 눈은 있거든.”여울이 피식 웃으며 치킨 한 조각을 석진의 입에 밀어 넣었다.“그럼 붙으면 오빠 덕이다?”“당연하지.”“웃기고 있네.”바람이 불자 여울의 머리카락이 얼굴 앞으로 흩어졌다.편한 티셔츠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맥주 한 모금에도 눈을 접어가며 웃던 스물넷의 여울.석진은 이상하게 그 얼굴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했다.돈도 없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6화. 꽃뱀 스캔들

사흘 뒤.아침 일곱 시 사십 분.출근 준비를 끝낸 여울이 현관에서 구두를 신으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강건이었다.“네, 전무님.”- 기사 봤습니까?구두 뒤축을 당기던 손이 멈췄다.“……무슨 기사요?”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고, 곧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강건이 보낸 링크였다.여울은 현관에 선 채 화면을 눌렀다.[태강 황태자 전무 꼬신 H대리, 초고속 발탁 뒤엔 심야 밀회?]제목 아래로 사진 세 장이 붙어 있었다.강건과 단둘이 식당을 나오는 모습과 그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는 모습. 마지막은 늦은 밤 자신의 집 앞에서 강건의 차 창가로 몸을 숙이고 있는 사진이었다.각도 하나로 평범했던 장면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식사는 데이트가 됐고, 차를 얻어 탄 것은 밀회가 됐다.전략기획실에서 전무 직속으로 옮긴 인사까지 그 뒤에 붙으면서 이야기는 완성됐다.여울은 말없이 화면을 내렸다.- 오늘은 출근하지 마세요.강건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여울은 잠시 현관문을 바라보다 발을 구두 안으로 끝까지 밀어 넣었다.“왜요.”- 회사가 지금 난리입니다.“그러니까 가야죠.”이번에는 강건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 대리.“제가 안 나가면 제가 진짜 숨어야 할 일을 한 것 같잖아요.”여울은 가방을 들었다.“잘못한 것도 없고요.”잠시 후 강건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흠... 알겠습니다. 오면 연락해요.“네.”통화가 끊겼다.여울은 다시 기사 화면을 한번 내려다봤다가 휴대전화를 가방 안에 넣었다.사진 몇 장이었다.사실이 아닌 이야기였고, 자신이 한 일도 없었다.회사에 가서 평소처럼 일하면 됐다.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태강홀딩스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생각보다 훨씬 큰 일이 터졌다는 걸 알았다.출입카드를 찍었다.삑.매일 듣던 소리였다.그런데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로비 한쪽 카페 앞에서 이야기하던 여자 둘이 동시에 말을 멈췄고, 엘리베이터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7화. 며느리 선물

다음 날 아침.검은 세단이 태강홀딩스 정문 앞에 멈췄다.여울은 안전벨트를 풀다가 창밖을 한번 내다봤다. 출근 시간이 한창이라 정문을 오가는 직원들이 많았다.“여기서 먼저 내릴게요.”강건이 시선을 돌렸다.“왜요.”“같이 들어가면 또 말 나오잖아요.”“어제 결혼했습니다.”“알아요.”“회사 사람들도 곧 알게 될 거고.”여울이 가방을 챙기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그러니까 더 싫은 거예요.”강건은 잠깐 그녀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아주 조금 움직였다.“이미 늦은 것 같은데.”“전무님은 남의 일이라고 참 편하시네요.”“내 결혼인데 왜 남의 일입니까.”여울이 그를 쳐다봤다.강건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먼저 차에서 내렸다.결국 여울도 따라 내렸다.두 사람이 나란히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어제와 같은 로비였고, 같은 출근 시간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만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어제는 노골적이었다.전무에게 붙어 올라간 여자.꽃뱀.사진 몇 장으로 5년을 설명할 수 있는 여자.오늘도 시선은 따라붙었다. 수군거림도 있었다. 다만 여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먼저 고개가 숙여졌다.“안녕하십니까, 전무님.”강건에게 향한 인사였지만 여울에게도 함께 허리가 굽혀졌다.어제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을 위아래로 훑었던 직원도 있었다. 오늘은 눈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여울은 말없이 걸었다.어제와 오늘 사이 자신이 달라진 건 없었다.밤사이 능력이 생긴 것도 아니고, 잘못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다만 이름 뒤에 하나가 붙었다.강건의 아내.그것만으로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다.씁쓸했다.“왜 그렇게 봅니까.”강건이 옆에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거짓말 같은데.”여울은 대답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이번에는 아무도 먼저 타지 않았다.강건이 들어간 뒤 여울이 뒤따르자 그제야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여울은 숫자가 올라가는 것만 바라봤다.어제는 자신을 피하지 않던 눈들이 오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8화. 이런 로또를 다 맞네.

주변의 고개가 하나둘 더 돌아왔다.여울의 얼굴이 굳었다.“아빠.”“야, 사위는 어디 있어? 강 전무가 진짜 내 사위 맞….”여울이 하상만의 팔을 낚아챘다.“나와.”“야, 야. 왜 이래.”“나오라고.”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로비를 빠져나가 건물 옆길을 돌고, 다시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태강 본사의 반듯한 외벽이 사라지자 풍경이 단숨에 바뀌었다.식당 뒤편으로 검은 음식물쓰레기통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젖은 종이박스와 빈 술 상자가 벽을 따라 높게 쌓여 있었다. 환풍구에서는 뜨거운 연기가 쉬지 않고 흘러나왔으며, 오래된 기름 냄새와 오물 냄새가 축축한 골목 안에 뒤섞여 있었다.여울은 사람 없는 곳까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걸었다.그제야 하상만의 팔을 놓았다.“여긴 왜 왔어.”“뭐?”“회사에 왜 왔냐고.”하상만이 오히려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너 결혼한 걸 아빠한테 왜 말 안 했어?”“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내가 어디서 나오는 길인 줄 알아?”여울의 표정이 멈췄다.“……어디서.”하상만이 괜히 어깨를 한번 폈다.“니네 회장 만나고 오는 길이야.”여울의 입술이 벌어졌다.“뭐?”“어제 연락 왔더라. 아침 일찍 보자고.”“하…….”여울이 이마를 짚었다가 곧바로 손을 내렸다.“아빠 미쳤어?”“뭐가.”“거길 어디라고 가! 나한테 먼저 말을 했어야지.”“말할 새가 없었다니까? 어제 연락 왔는데 뭘 어떻게 해.”여울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아무튼.”억지로 목소리를 낮췄다.“무슨 얘기했는데?”하상만은 기다렸다는 듯 소매를 걷었다.“이거 주더라.”여울의 시선이 손목에 꽂혔다.처음 보는 시계였다.“……그게 뭐야.”“뭐긴, 시계지.”“누가 줬냐고.”“니 시아버지.”여울의 얼굴이 굳었다.“그걸 왜 받아?”“준다는데 왜 안 받아.”하상만은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이거 천만 원도 넘는다더라.”“…….”“야, 내가 로또도 이런 로또를 맞네.”여울의 눈빛이 확 변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19화. 제 장인어른 입니다.

강건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는 곧바로 하상만의 팔을 놓았고, 하상만은 손목을 움켜쥔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아이고, 사람 손목을 아주 부러뜨릴 작정이었네.”강건은 잠깐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했다.“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조금 전과는 목소리부터 달라져 있었다.하상만은 손목을 문지르며 투덜거리다가 그제야 강건의 얼굴을 제대로 올려다봤다. 키부터 압도적이었다. 몸에 맞춘 검은 정장과 반듯한 셔츠, 잘 닦인 구두까지, 텔레비전에서나 볼 법한 사람이 음식물 냄새가 나는 골목 한복판에 서 있었다.하상만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잠깐만.”여울을 한번 보고 다시 강건을 봤다.“혹시…….”강건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강건입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하상만의 눈이 커졌다. 입이 조금 벌어지더니 다시 한번 강건을 위아래로 훑었다.“아…… 진짜 사위네.”여울이 미간을 짚었다.“아빠.”하상만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난생처음 눈앞에서 재벌을 본 사람처럼 강건의 얼굴부터 옷, 시계까지 연신 훑더니 감탄을 흘렸다.“이야…… 재벌은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만.”강건은 그 말을 못 들은 척 다시 고개를 숙였다.“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어제 일이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여울이 그를 돌아봤다.조금 전까지 하상만의 팔을 꺾고 있던 남자가 정말 사위가 된 사람처럼 깍듯했다.“아니, 뭐…… 젊은 사람들이 결혼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하상만도 급히 낡은 점퍼 앞섶을 쓸어내렸다. 조금 전까지 강건에게 욕을 퍼붓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고, 태도마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여울은 그게 더 불안했다.“아빠, 이제 가.”“잠깐 있어 봐.”“뭘 또.”하상만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강건을 몇 번 힐끗거리던 시선에 아쉬움이 묻어났다.“사위가 재벌인데 좀 섭하네.”여울의 눈썹이 꿈틀했다.“아빠.”“장인 처음 봤으면 용돈이라도 좀 쥐여줄 줄 알았더니.”여울의 얼굴이 굳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20화. 우리 여울이

“니가 좀 바빠져야겠다.”강태환이 책상 위의 서류를 석진 쪽으로 밀었다.석진은 곧바로 손을 뻗지 않았다.“회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검찰 놈들이 움직인다카데.”그제야 석진의 눈빛이 달라졌다.“어느 쪽입니까.”“반부패.”석진이 서류를 집어 들었다.정식 보고서도, 공문도 아니었다. 몇 개의 법인명과 계좌번호, 담당 검사 이름이 간략하게 정리된 메모에 가까웠다.태강홀딩스.태강증권.태강문화재단.석진의 시선이 차례로 이름들을 훑었다.“내사 단계입니까?”“그건 아이다.”강태환이 의자에 등을 묻었다.“국세청 개놈들도 냄새 맡은 것 같드라.”석진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어디까지 알고 있답니까.”강태환이 피식 웃었다.“그걸 알았으면 내가 니를 왜 불렀겠노.”“…….”“검찰 쪽에서 귀띔만 해준 기다. 요 며칠 움직임이 심상찮다고.”석진은 다시 서류를 내려다봤다.강태환에게 이런 이야기를 흘려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검찰도, 정계도, 정부 부처도. 태강을 반세기 가까이 끌고 온 남자가 가진 건 돈과 회사만이 아니었다.사람이었다.“압수수색까지 예상하십니까.”“뭐라도 뜯어먹을라꼬 그 시커먼 놈들이 안 들이닥치겄나?”강태환의 대답은 태연했다.“들이닥치고 나서 준비할라꼬?”석진이 입을 다물었다.강태환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어 번 두드렸다.“장부든 계약서든 돈이든, 어디서 뭘 들고 가도 앞뒤는 맞아야 된다.”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굳이 더 물을 필요가 없었다.석진이 서류를 내려놓았다.“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별도 프로젝트팀 꾸리겠습니다.”“단디해.”“재무전략본부를 중심으로 법무, 회계, 전략 쪽 인력을 차출하겠습니다. 최근 5년 주요 계약과 자금 집행부터 전부 다시 보겠습니다.”“티 안 나구로.”“전략 리스크관리 프로젝트로 올리겠습니다.”강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좋네.”석진은 잠시 망설이다 들고 온 다른 파일을 꺼냈다.“그리고 하나 더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강태환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4
Leer más
ANTERIOR
12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