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고 문짝에 바싹 기대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여준휘가 확실했다.
나는 여준휘와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데다, 여준휘의 목소리는 아주 독특하다. 살짝 허스키하면서도 왠지 천박한 말투가 섞여 있다.
여준휘도 이곳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여자와 공공장소에서 그런 짓을 하고 있다니.
나는 당장이라도 문을 걷어차서 여준휘를 끌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 소란이 일 거고, 윤지은과 곽정희의 관계가 까발려질 거다.
‘안돼. 그렇게 할 수 없어. 그러면 두 사람 모두 상처받을 거야.’
하지만 이대로 그만두자니 도저히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화장실을 빙 둘러보다가 구석에서 대걸레와 물통을 발견했다.
나는 곧바로 물통을 가져와 화장실 문을 막은 뒤, 바가지로 물을 떠 칸막이 화장실 안쪽에 뿌렸다.
“아!”
“누구야?”
안에서 곧바로 여준휘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목소리는 살짝 나이 들어 보였다.
‘젠장. 설마 이제는 늙은 여자를 만나 여자 등골 빼먹으려는 건가?’
‘그렇다면 더 골탕 먹여야겠는데.’
나는 또 물 한 바가지를 떠 안에 뿌렸다.
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이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문을 막고 있는 물통 때문에 나올 수 없었다.
나는 물이 밖으로 새어 나올 정도로 끊임없이 물을 안에 부었다.
그러다가 이쯤 하면 되겠다 싶을 때 얼른 도망쳐 룸으로 들어갔다.
내가 헐떡이는 모습을 본 곽정희가 걱정스레 물었다.
“수호 씨, 왜 그래요?”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준휘가 나 때문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걸 생각하니 나는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하지만 나는 한순간 기쁘고 말 생각이 아니었다. 나를 만난 이상, 여준휘가 편히 지내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 둘은 어떻게 됐을까?’
보지 않아도 아주 처참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성관계 도중에 물을 맞았으니 아마 기분이 아주 더러웠을 거다.
그 상황을 생각하니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