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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Author: 송진
돌아온 연정우는 박한빈과 눈을 맞추다 이내 미소 지으며 먼저 말을 걸었다.

“박 대표님, 이 야심한 시간에 찾아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도 아버님께 아무 일도 없다고 하니...”

“연정우 씨, 당신 대체 뭐 하자는 거지?”

박한빈은 연정우와 쓸데없는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리고 연정우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엔 혐오와 경계의 감정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박 대표님, 지금 그게...”

연정우는 박한빈의 시선에 눈썹 한쪽을 치켜세우며 되물었다.

“재산을 위해 사람도 죽이는 사람이 죽은 친구의 부모는 잘 챙기십니다?”

박한빈은 콧방귀를 끼며 계속 물었다.

“그쪽 생각엔 제가 이걸 믿을 것 같습니까?”

“사람을 죽인다고요? 박 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요?”

“누구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제일 잘 알 겁니다.”

연정우는 말 없이 박한빈을 쳐다보기만 했다. 마치 자신이 오해를 받고 있어 억울해 죽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이제 그만 가보셔도 됩니다.”

박한빈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긴 제가 전문적인 사람들을 불러 간호하라고 할 테니 당신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어머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아니면 지금 다시 전화해 볼까요? 제가 여기 남는 걸 동의하시는지 안 하시는지?”

진지한 얼굴로 묻는 연정우를 박한빈은 굳은 얼굴로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데도 연정우는 미소 띤 얼굴로 박한빈에게 계속 물었다.

“박 대표님, 설마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정말 여기 남으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그 말에 박한빈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저랑 사하나 씨는 전에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님은요? 유리 때문에 사씨 가문 사람들을 챙기려는 겁니까? 설마 그 사람들이 당신을 보기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십니까?”

“사하나 씨의 죽음은 이제 두 분이 받아들이고 괜찮아지려고 애쓰고 있지만 전 믿습니다. 사실 그들은 이 일은 잊고 싶어 한다는 걸요. 그러니까...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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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잘못입니다. 그동안 일이 너무 바빠서 이제 찾아뵙네요. 좀 더 일찍 인사드렸어야 했는데...”박한빈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성시원의 깍듯한 말투에도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응하며 받아넘겼다.성시원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사실 예전에 박 대표님의 아버님과 저희는 관계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런 약속도 정해지지 않았겠지요.”성시원의 말투엔 은근한 탐색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수년간 박씨 가문 쪽에서 아무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성시원은 사업 자리에서 박한빈과 몇 차례 마주친 적 있었지만 박한빈은 철저히 그를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했다.그래서 성시원은 박씨 가문과의 혼사 이야기는 아예 없던 일로 될 줄 알았다.만약 최근 회사 사정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았다면 그도 이런 일은 더 이상 손대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성시원이 먼저 나서기도 전에 박한빈이 직접 이 집에 찾아온 것이다.그 방문의 진짜 의도가 뭔지, 정말 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인지, 성시원은 확신할 수 없었다.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말없이 있던 찰나,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도 그 일은 어머니께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그땐 제가 나이가 어려 이런 문제를 고민할 수 없었고 몇 해 전부터 저희 쪽 사정도 좀 불안정했죠.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안정됐고 성유리 씨 나이도 이제 적당한 시기가 된 것 같군요.”말을 마친 박한빈은 처음으로 시선을 성유리에게 돌렸다.한편, 그녀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이마에 드리운 잔머리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지만 박한빈의 각도에서는 감정을 애써 누르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무릎 위에 올린 두 손은 애초에 꼭 쥐어져 있었지만 방금 그 말이 끝난 순간, 손이 툭 하고 풀어졌다.그리고 성유리는 고개를 들었다.그 눈빛은 투명하고 선명했다.하지만 동시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당혹감이 깃들어 있었다.심지어 눈가까지 살짝 붉어진 듯했다.박한빈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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