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의 따가운 눈초리에 문채연은 억지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 있는 엄마를 어떻게 만나냐는 뜻이었어요. 그렇게 빨리 오갈 순 없으니까요.”
“그래?”
마침내 안도한 민여진은 긴장이 풀어졌는지 그제야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하지만 불안감이 해소됐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아무튼 난 우리 엄마만 보면 이혼할 거야. 박씨 집안 사모님 자리에는 관심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자신의 가정을 풍비박산 낸 박씨 집안 사모님 자리에 더 이상 남은 미련이 있을 리가 없어서 민여진은 말하면서도 우스웠는지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만 만나게 해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직접 법원 가서 이혼서류 제출할 거야.”
“나중에 얘기하자. 채연아, 넌 내가 데려다줄게.”
박진성이 짜증 난다는 듯 문을 열었고 나가자 문채연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진성 씨...”
“설명해.”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박진성이 풍기는 위압감에 문채연은 눈시울을 붉힌 채 말했다.
“설마 민여진 씨 말 믿는 거예요? 여진 씨를 여진 씨 엄마처럼 만들겠다니,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어요? 여진 씨는 지금 날 모함하고 있는 거라고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박진성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
“그럼 얘기가 어떻게 흘러갔길래 민영미까지 언급한 거야?”
“그건! 그건...”
빠르게 변명거리를 찾아낸 문채연이 눈에 눈물을 매달았다.
“여진 씨가 당신이랑 이혼하면 더 이상 남은 가족도 없으니까 그게 안타까워서 한마디 한 거죠. 반응이 저렇게 클 줄은 나도 몰랐어요.”
“민영미 씨 죽은 지가 언젠데 설마 진짜 몰랐겠어요? 딱 봐도 당신이랑 이혼하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거죠...”
문채연이 나지막하게 투정을 부렸지만 민여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진성은 그녀가 정말 몰랐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민영미의 죽음을 진작 알았다면 혼자 속으로 삼켜낼 사람이지 이렇게 입 밖으로까지 꺼내며 오바할 사람이 아니었다.
민영미의 죽음을 이미 다 알고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