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문채연이 박진성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과 그녀가 갖는 특별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문채연에게 도전하려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문채연은 넘어지지 않으며, 만약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끝장이었기 때문이다.
“알았어... 그럼 사람 불러서 치료받게 할게. 상처가 나면 감염될 수 있으니까.”
민여진은 얼굴이 창백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괜찮아요.”
...
그 이후 며칠 동안, 박진성은 병원에 한 발짝도 들이지 않았고 문채연의 병실에도 가지 않았다. 그는 혼자 사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며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틈이 나면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눈을 감고 여러 번 뒤척였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민여진이 떠올랐다.
왜 하필이면 눈먼 여자 따위가 자기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는 휴게실 침대에서 일어나, 정장을 입고 회사를 나섰다.
서원은 그가 병실로 들어오는 걸 보고 당황해 전화를 끊었다.
“대표님...”
박진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실의 창문을 통해, 깊은 잠에 빠진 민여진을 바라보자 또 울컥하고 화가 났다. ‘나는 네가 신경 쓰여서 몇 날 밤을 지새웠는데, 넌 어떻게 이렇게 편안하게 자는 거야?’
“박 대표님...”
서원은 웃으며 말했다.
“며칠 동안 오지 않으셔서 걱정했습니다. 혹시라도 이제 다시는 오지 않으실까 봐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박진성은 고개를 돌리며, 표정을 굳혔다.
“누가 민여진을 보러 왔다고 그래?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약이라도 처방받으려고 온 거야.”
“아...”
서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여진 씨의 상태가 좋지 않아요. 대표님도 시간이 되면 자주 와서 신경 써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진 씨는 매번 숨기기만 하니 저도 그 속을 알 수가 없네요.”
박진성은 비웃듯이 웃었다.
“내가 왜 민여진을 챙겨야 하지? 나만 없으면 편하게 잘 자고 잘 지내는데? 내가 아플 때, 민여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