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사가 되어줘
방공 산업 회장의 외동딸, 이다정.
그녀의 일상은 늘 보호받고, 통제받고, 관리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의 앞에 한 남자가 앉는다.
말수 적고, 감정 없는 얼굴.
개인 운전 기사 김다온.
위협이 가까워질수록,
차 안의 공기는 숨 막히게 좁아지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더 깊어진다.
지켜야 하는 남자와
지켜지기만 하던 여자.
그들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언제나,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있었다.
“기사님,
오늘은 저를… 어디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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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3화조명이 꺼진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는 추궁의 흐름이었다. 오세현이 무너지고, 강문혁이 눌리고, 윤정훈이 버려진 쪽이었다. 그런데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 판의 중심이 이동했다. 누군가가 이 타이밍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걸 연출할 수 있다는 건, 이 층의 전력과 출입을 건드릴 수 있는 쪽이라는 뜻이었다.짝.박수 소리가 또 한 번 울렸다.천천히.여유롭게.사람을 놀라게 하려는 박수가 아니었다. 이미 다 보고 있었고, 이제 들어오겠다는 신호였다.정유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뒤.”김다온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암전 속에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강문혁을 더 깊게 벽으로 눌러 고정한 채, 몸을 틀어 이다정 앞을 가렸다. 시야를 막는 게 아니라, 각도를 먼저 먹었다. 어디서 들어오든, 먼저 자신을 보게 되는 위치였다.좋아.이게 익숙해져버렸다는 게 제일 위험하다.이다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숨을 아주 천천히
Last Updated: 2026-06-10
Chapter: 102화대표실 안 공기가 완전히 멎었다.윤정훈의 마지막 말이방 안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회의록 작성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이다정은 웃지 않았다.대신아주 천천히 윤정훈을 봤다.좋아.이제야 진짜 문서 쓴 손이 나온다.김다온은 말이 없었다.하지만 시선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이제 윤정훈은자르거나 밀어붙일 대상이 아니라입 열리기 직전의 증거였다.이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름.”짧다.윤정훈의 입이 잠깐 다물렸다.
Last Updated: 2026-06-09
Chapter: 101화표실 문이 열렸다.윤정훈은 급하지 않게 들어왔다. 검은 정장. 흐트러짐 없는 넥타이. 손에는 얇은 서류 파일 하나. 얼굴은 지나치게 단정했다. 방금 자기 이름이 침투자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처럼.좋아.저 표정이면 두 가지다.진짜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밀고 들어오는 거다.근데 지금은 후자다.이다정은 앉지 않았다. 회의 테이블 끝에 기대 선 채 윤정훈을 봤다. 김다온은 한 발 옆, 조금 앞에 섰다. 정유리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손은 이미 녹화 버튼 위였다. 그리고 벽 쪽. 김다온에게 제압된 남자는 입을 다문 채 바닥 가까이에 눌린 상태였다.윤정훈 시선이 그 남자에게 닿았다.정말 짧게.좋아.모르는 얼굴은 아니네.그 짧은 흔들림 하나면 충분했다.“대표님.”
Last Updated: 2026-06-08
Chapter: 100화대표실 문손잡이가 아주 천천히 돌아갔다.철컥.아주 작은 소리였는데, 방 안 공기가 한순간에 식었다.김다온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반 걸음.아니.거의 동시에.김다온의 몸이 이다정 앞을 막았다.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사람처럼.좋아.이 정도면 설명 필요 없다.누가 들어오든, 먼저 저 사람을 지나야 한다는 뜻이다.이다정은 숨을 죽이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었다.시선만 문에 고정했다.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틈.
Last Updated: 2026-06-07
Chapter: 99화응접실 문이 닫히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는 창업주와 손녀가 마주 앉아 있던 자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이다정은 알고 있었다. 조금 전 그 방 안에서 끝난 건 권한 조정안이 아니라, 자신을 바깥 사람처럼 다루던 시선이었다. 이제부터는 다르다. 저들은 더 이상 자신을 잘라낼 대표로만 보지 못한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 그게 지금의 이다정이었다.복도는 여전히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방금까지 창업주 이름이 오갔다는 게 거짓말 같았다. 정유리는 태블릿을 품에 안은 채 먼저 움직였다. 걸음이 빨랐다. 평소보다 말도 없었다. 그게 오히려 지금 자료가 얼마나 독한지 보여줬다.이다정은 응접실 문에서 몇 걸음 떨어진 뒤에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 짧은 숨 하나에 방금 전 대화가 전부 섞여 있었다. 권한 조정안. 비서실 재검토. 미국 자문 계약 중단. 그리고 마지막 말.이제는 빠질 수 없다.좋아.원래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제는 저쪽도 그걸 알게 됐다는 게 중요했다.그때 김다온이 아주 낮게 말했다.“괜찮으십니까.”이다정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복도 끝 창문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천천히 그를 봤다. 방 안에서는 끝까지 아무 말 없이 서
Last Updated: 2026-06-06
Chapter: 98화응접실 공기가 완전히 식었다. 이태준의 말이 떨어진 뒤로 누구도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다정은 가만히 창업주를 봤다. 늙었다. 분명 예전보다 더 말랐고, 손등 위 핏줄도 도드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약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 사람은 아직도 사람을 자르는 자리에 익숙했다. 그 사실이 더 불쾌했다.“그 남자 때문에 네가 더 깊이 들어왔다.”이다정은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아니요.”짧게 끊었다.“내가 들어온 거예요.”정적.법무 총괄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비서실 인원 둘은 시선을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이대표만 말이 없었다. 아버지라면 지금쯤 내 표정을 봤을 텐데, 회장은 아니었다. 지금 저 사람도 이 방 안에선 내 편이 아니라 판 전체를 보는 쪽이었다.이태준이 느리게 물었다.“그 차이를 안다고 생각하느냐.”이다정은 바로 답했다.
Last Updated: 20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