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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니까

Penulis: 꽃길마다
승준이 시아에게 쉬라고 했지만 시아는 쉬지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다.

시아는 회사에 가서 하루 종일 인수인계를 마무리했고, 서명해야 할 서류와 수집해야 할 계약서, 승준의 주요 일정까지 정리해서 분류했다.

그날, 시아는 회사 탕비실에서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

승준이 결혼식을 위해 구영시 전역의 전자 광고판을 사들여 생중계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틀째 되는 날, 시아는 승준의 집에 남아 있던 자신의 짐을 모두 정리해서 박스에 담았고, 자원봉사자에게 맡겨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도록 했다.

그날,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렸다.

하지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하씨 가문이 구영시 전체에 잔치를 열고, 축의금은 일절 받지 않는다고 했다.

사흘째 되는 날, 시아는 만불산으로 향했다.

무려 여섯 시간을 들여 삼생석에 새겨진 자신과 승준의 이름을 하나하나 손으로 긁어냈다.

이름을 모두 지웠을 무렵, 시아의 손끝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그날, 텔레비전에서는 승준과 은채가 함께한 인터뷰가 방송되었다.

승준은 시청자들에게 전에 없던 색다른 결혼식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나흘째 되는 날, 그러니까 결혼식 바로 전날이었다.

시아는 결혼식장이 어떻게 꾸며졌는지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그곳에서 승준과 은채의 리허설을 목격했다.

은채가 반가운 얼굴로 시아를 불렀다.

“강 비서님,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결혼식 당일에 제 뒤에 서 계시면 제가 부케를 던져드릴게요. 그러면 그 복이 전해져서, 곧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시아는 은채의 요청대로 무대 뒤에 섰다.

승준이 은채에게 사랑을 맹세하는 걸 봤다.

반지를 손에 끼워주고, 은채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남자의 입맞춤을 기다리는 장면도 같이 말이다.

하지만, 승준은 끝내 입을 맞추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돌려 시아를 바라보았다.

시아는 눈빛이 또렷하고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전혀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시아를 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낯섦과 불안함, 두려움이 승준의 가슴 속에 퍼졌다.

“됐어. 오늘 리허설은 여기까지 하자. 좀 피곤하네.”

승준은 결국 은채에게 입맞추지 않았다.

그 장면을 시아가 봤다면 마음은 더욱 철저히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못 봤다면 내일은 더더욱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아는 내일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니까.

“승준아...”

은채는 불만스러운 듯 승준의 팔에 매달렸다.

시아 앞에서 은채는 일부러 승준과 달콤한 연인인 척하고 싶었다. 그래야 시아가 더는 기대하지 않을 테니까.

“강시아, 이리 와봐.”

승준이 은채를 제치고 시아를 불렀다.

“대표님, 뭐가 필요하세요?”

시아가 그냥 형식적으로 물었다.

승준은 목에서 넥타이를 풀어내며 시아를 바라봤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넥타이를 시아한테 건넸다.

“다시 준비해 줘.”

“시아 씨, 내일은 절대 여기 오지 마세요. 결혼식장에서 그쪽 얼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은채가 승준의 넥타이를 낚아채며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방금 승준이 나랑 키스하지 않은 건 분명 시아 때문이야.’

은채는 승준이 시아를 바라보던 그 눈빛도 놓치지 않았다.

원래는 시아한테 승준이랑 행복한 모습을 보게 해서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후회가 밀려왔다.

혹시라도 내일 시아가 무슨 일을 벌일까 두려웠다.

시아는 은채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신부 들러리 한 명 빠지겠네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어쨌든 내일 나타나기만 해봐요. 보기 흉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은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시아는 피팅룸에서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던 그날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런데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뭔데요?”

은채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시아는 은채에게 손가락으로 사람을 불러 자신에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은채는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결국 시아 앞으로 두 걸음 다가섰다.

시아는 상대방의 팔을 잡아당기고, 다른 손은 은채의 허리춤에 갖다 댔다.

곧이어 날카로운 통증이 은채의 온몸을 휘감았다.

“강...!”

“은채 씨.”

시아는 그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과 백년해로 하시고, 행복하세요.”

시아가 말 할 때마다 은채의 허리에 박힌 철침은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날, 은채도 그런 식으로 시아한테 철침을 찔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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