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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1화

Author: 윤지
유남준과 다른 사람들이 떠난 뒤 유석진은 곧바로 최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한 거야?”

전화 연결되자마자 다짜고짜 따지듯 물었다.

최현아는 당황해서 되물었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직도 무슨 일이냐고 물어? 너 박민정한테 뭐라고 말했어? 설마 내가 시켜서 돈 달라고 했다고 말한 건 아니겠지?”

지금 유석진은 화가 치밀 뿐 아니라 체면까지 구겨진 기분이었다.

장유유서가 뚜렷한 사회에서 자신처럼 어른이 후배를 시켜 또 다른 후배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니 만약 유남준 쪽에서 이 얘기를 퍼뜨리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업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 게 뻔했다.

최현아는 유석진의 일방적인 호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억지로 속에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누르고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해명했다.

“아버지, 오해이신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겠어요?”

이어서 최현아가 덧붙였다.

“그땐 아버지 말씀대로 그대로 했어요. 처음엔 그들을 나무라고 그다음에 돈을 돌려달라고 했죠. 그런데 박민정이라는 사람이 말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서 저한테 훈계까지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유석진도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눈치챘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어른인 이상 며느리에게 사과할 수는 없었다.

“됐어, 그 일은 여기까지만 하자. 다만 다음부턴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 괜히 책임을 남한테 넘기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최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엔 회사 일을 네가 임시로 맡거라.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하고.”

유석진이 덧붙였다.

사실 그는 여자를 그리 신뢰하진 않았지만, 아들은 쓸모없었고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며느리 최현아뿐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최현아의 눈빛엔 기쁨이 감춰지지 않았다.

“네, 아버지. 절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유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이제 나가봐. 나도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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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88화

    유석진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곧 가정부가 와서 유지훈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놀러 갔다.유지훈이 나가자, 유석진의 자애롭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이 최현아, 분명 문제가 있어!”이전에 인터넷 뉴스 사진을 봤을 때는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게 되었다.“사람을 시켜 최현아와 그 남자를 철저히 조사해!”유석진은 막 들어온 비서에게 휴대폰 속 남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비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벌써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유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회사도 주의 깊게 지켜봐. 모든 일을 최현아에게 맡겨서는 안 돼.”“네.”비서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유석진은 다른 일들도 지시한 후에야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한편, 최현아는 하루 종일 마음이 불안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식당을 찾아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떡해, 지훈이가 나랑 같이 가기 싫대.”“안 가겠다면 됐어. 애까지 데리고 가는 것보다는 우리 둘만 가는 게 편해.”남자는 유지훈이 가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최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럴 수는 없어. 내 아들은 내가 열 달 동안 품고 힘들게 낳은 아이인데, 유씨 가문에 두고 갈 수는 없어.”“처음에는 나한테 지훈이도 잘 받아들여 줄 거라고 약속했잖아. 안 그랬으면 나 당신이랑 안 만났어.”엄마가 된 후 최현아는 모든 일을 아들 위주로 생각했다.남자는 그녀의 말투가 변한 것을 듣고 급히 설명했다.“오해하지 마. 나는 당연히 너랑 지훈이가 함께 나랑 해외에 가는 걸 생각했지, 하지만 너도 말했다시피 지훈이가 안 간다잖아.”“그럼 어떡해?”최현아는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일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현아야, 일단 나랑 같이 출국하고, 지훈이를 데리고 올 일은 외국에 가서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 보자.”남자가 최현아를 달랬다.최현아는 듣고 한숨을 쉬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87화

    유지훈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자신을 무시하면 무시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조금만 잘해주면 금방 다시 자기 꼬붕이 될 테니까.상상은 아름다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유지훈은 선물을 주면서 반 친구들에게 다시 환심을 사려했지만, 친구들은 그를 본체만체했다.“헛수고하지 마. 우린 그렇게 쉽게 매수되지 않아.”요 며칠간 모든 아이가 유지훈이 약한 친구들만 괴롭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루 종일 아무도 유지훈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유지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정말 잘못한 건가?’마지막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지훈은 선생님에게 불려 나갔다. 교실 안의 다른 친구들은 의아해했다.“선생님이 걔를 왜 부르셨지?”“누가 알아, 설마 쫓아내려는 건가?”“설마 그럴 리가, 걔네 집이 그렇게 돈 많고 힘 있는데…”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유지훈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는 선생님을 따라 밖으로 나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저를 왜 부르셨어요?”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지훈아, 할아버지가 사람을 보내서 너를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하셨어. 할아버지 몸 상태가 안 좋으신 것 같아.”“뭐라고요?”유지훈의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눈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그럼 빨리 병원으로 가야겠어요.”유지훈은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그리 오래 계시지 않았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할아버지도 돌아가실까 봐 두려웠다.“가봐.”선생님은 유지훈을 유석진의 전용 운전기사에게 데려다주었다. 기사는 그를 태우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마침내 도착하자, 유지훈은 빠르게 달려갔다.“할아버지, 괜찮으세요?”유석진은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고,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착한 내 손주, 이리 와서 할아버지 옆에 앉으렴.”유지훈은 유석진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안았다.“할아버지, 왜 이러세요? 왜 입원하셨어요? 괜찮으신 거죠?”유지훈이 물었다.유석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바보 같은 녀석, 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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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85화

    최현아는 얼어붙었다. 유성혁은 도대체 아이에게 뭘 가르치는 건가.그녀는 어린아이와 구구절절 따지고 싶지 않아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빨리 가세요!”운전기사는 즉시 속도를 높였다.유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작은 손으로 최현아의 팔을 잡았다.“엄마, 저 안 갈래요. 외국 가기 싫어요.”최현아는 냉정한 얼굴로 그를 외면했다. 유지훈은 눈이 빨개지도록 애원했다.“엄마, 제발...”최현아가 미동도 하지 않자 유지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빨리 차 세워요, 빨리 차 세우라고! 할아버지한테 갈 거야, 아빠한테 갈 거야!”유지훈은 앞좌석 운전기사를 힘껏 흔들었다.운전기사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 작은 도련님이 어찌나 힘이 센지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최현아가 잡아당기며 말했다.“유지훈, 너 가만히 안 있어? 자꾸 그러면 엄마가 너 때린다?”유지훈은 어릴 때부터 버릇없이 자랐다. 그는 운전석 등받이를 힘껏 걷어찼다.“때리세요. 차라리 저를 죽여요. 어차피 살기 싫으니까. 흑흑흑, 저 외국 안 갈 거예요.”최현아는 유지훈이 외국 가는 것을 이렇게까지 거부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아들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석진이 뭔가 알아내기라도 하면 자신은 영원히 아들을 데리고 갈 수 없을 터였다.“도련님, 제발 의자를 차지 마셔요. 이러면 운전하기가 너무 위험해요!”운전기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식은땀을 닦았다.“싫어, 싫어, 난 계속 찰 거야!”유지훈은 말하면서 더욱 힘을 주어 발로 찼다.최현아의 지시 없이는 운전기사도 차를 세울 수 없었다. 최현아는 유지훈을 막으려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잘 먹고 자라서 나이는 어리지만 몸집이 튼튼했다. 그녀 혼자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유지훈도 엄마가 유약하고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눈앞에 공항이 보이자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자마자 유지훈은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바로 그때 뒤따르던 차 한 대가 이쪽으로 달려왔다.빵!자동차 경적과 급브레이크 소리가 울려 퍼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84화

    진주초등학교.박윤우가 박예찬에게 말했다.“형, 형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유지훈이 다른 친구들 괴롭히는 영상들을 그렇게 많이 구했어? 어쩐지 형이 그렇게 침착하더라. 욕먹는 것도 하나도 걱정 안 하고.”말을 마친 그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불쌍한 나, 괜히 형 따라 욕만 먹었네.”박윤우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박예찬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속상했구나. 별일 아니야. 앞으로 집에 있는 간식 다 너 줄게.”“진짜?”“당연히 진짜지, 내가 언제 너 속인 적 있어?”“형, 형밖에 없어. 나한테 너무 잘해줘! 뽀뽀…”박윤우는 박예찬에게 뽀뽀하려 했다.박윤우는 예전에 아파서 못 먹는 게 많아 늘 자제했었다. 이제 병도 다 나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으니 박예찬보다 더 간식에 관심이 많았다.박예찬은 손을 뻗어 다가오는 박윤우의 입을 막았다.“저리 가.”박윤우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헤헤, 알았어.”두 형제는 이렇듯 서로를 아끼고 있었다.다른 한편, 유지훈은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는 박예찬과 이미 화해했는데, 엄마가 그런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최현아는 아마 모를 것이다. 유지훈의 성격은 차라리 자신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와도 상관없지만, 자신이 괴롭힘당하는 영상은 절대 공개되기를 원치 않았다. 박예찬에게 맞은 일 같은 건 너무 창피했다.“지훈아, 어머님 오셨어.”선생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유지훈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창백했다. 최현아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유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선생님은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괜찮아, 어머님이랑 잘 쉬고 와.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은 신경 쓰지 말렴.”아직 아이였기에 선생님도 그를 안쓰럽게 여겼다.유지훈은 선생님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학교 앞에서 최현아는 손목시계를 보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유지훈이 나오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83화

    “요즘 포토샵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저런 사진 한 장으로 뭘 증명할 수 있겠어요?”최현아는 유성혁을 노려보며 말했다.“지금 아버님이 입원하셔서 제가 회사를 맡았잖아요. 분명 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일부러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꾸미는 거예요.”유성혁은 그녀의 말을 듣자 정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현아야, 미안해. 내가 너무 흥분했어.”유성혁은 급히 사과했다.의자에 앉은 최현아는 표정이 아주 좋지 않았다.“우리가 몇 년을 부부로 살았는데, 성혁 씨 정말 날 너무 실망하게 하네요. 난 줄곧 우리 가정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지, 어떻게 하면 성혁 씨가 유남준 씨에게 뒤처지지 않게 할지 고민했는데 말이에요.”유성혁은 최현아의 말을 듣고 약간 미안해졌다.“현아야,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다시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게. 앞으로는 너를 믿을 거라고 약속할게.”유성혁은 곰곰이 생각했다. 최현아가 자신에게 아들을 낳아주었고, 유씨 가문은 돈과 권력이 있는데, 그녀가 어떻게 다른 남자 때문에 자신을 배신할 수 있겠는가.“나가 봐요. 저 일해야 해요.”최현아가 말했다.“알았어, 지금 갈게.”유성혁이 밖으로 나가자, 최현아는 그가 보는 앞에서 일부러 비서에게 말했다.“얼른 변호사한테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에게 내용증명 보내라고 해!”“네,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비서마저 최현아의 연기에 속아 변호사를 찾아갔다.그들이 모두 나간 후, 최현아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그녀는 거짓말이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알았다. 유씨 가문의 재산을 최대한 빨리 자기 명의로 옮긴 후 아들을 데리고 진주시를 떠나야 했다. 가능하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최현아는 모든 말을 마치고도 여전히 긴장하며 두려워했다.그녀는 유성혁이 아닌 유석진이 두려웠다.유석진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친절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냉혹한 사람이었다.만약 그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결코 그녀를 용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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