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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화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27 18:18:51

같은 시각, 성수동 펜트하우스.

소율은 파리 지사와 오전 화상회의를 마친 뒤 서울 일정표를 정리하고 있었다. 결혼식까지 1주일은 서울에서 근무하기로 본사와 파리 지사가 미리 합의한 상태였다. 현장 판단은 쥘리앙이 맡고, 소율은 시차를 맞춘 화상회의와 전자 결재로 최종 책임을 이어갔다.

오후 일정은 결혼 서약 초안 정리.

소율은 서재 수납장에서 프러포즈 날 처음 펼쳤던 가죽 노트를 꺼냈다. 그 옆에는 두 만년필을 보관하던 작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자 오른쪽의 다이아몬드 만년필만 남아 있었다.

왼쪽에는 텅 빈 홈뿐.

소율은 놀라서 도현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상자 안이 흐트러진 흔적도 없었고, 잠금장치도 멀쩡했다. 집에 외부인이 들어온 기록이 없다는 사실도 공동 보안 알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낡은 펜을 가져갈 사람은 도현뿐.

그가 펜을 버리거나 함부로 옮길 리도 없었다. 프러포즈 날 도현은 그 펜을 자신이 놓친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물건이라고 직접 말했다. 게다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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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9화

    해나는 노트 한쪽만 만지작거렸다."예비 차량은 대기 중이에요.""네. 그건 확인했습니다.""기사님들께도 전달했고요.""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서울로 돌아갑니까?"해나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조금 전 직원들이 회의실 문 앞에서 한 얘기까지 들렸던 모양이었다."제가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에요! 두 분이 서로 결정 못 하고 계신다고만 했어요."소율이 뒤따라 회의실에서 나왔다. 해나의 얼굴을 보고는 도현까지 번갈아 봤다.도현이 서류를 조금 들어 보였다."한 차장님, 제가 차장님 지시를 안 들어서 서울로 쫓겨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소율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해나는 차라리 회의실로 다시 들어가자는 눈으로 두 사람을 봤다.복도 반대편에서 직원이 걸어오자 소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맡으신 일부터 진행해 주세요, 차 과장님."도현의 눈이 가늘어졌다.아직 정해진 게 없다니. 이제는 정말 보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슬쩍 던져본 농담에 뼈 있는 답이 돌아왔다.해나는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소율도 서류로 입가를 가린 채 회의실 안으로 돌아섰다.지나가던 직원은 도현을 한번 안쓰럽게 보고 걸음을 재촉했다.같은 날 오후 2시 20분, 해담지사 소형 회의실.문이 닫히자 소율이 참았던 웃음을 내보냈다."죄송해요. 거기서 갑자기 웃으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요."도현은 아내를 보다가 해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윤 대리님은 저도 좀 도와주시죠.""저는 말렸어요. 서울까지는 가지 마시라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해나가 말을 멈췄다. 입을 열수록 차 과장을 서울로 보내는 사람처럼 됐다.소율이 웃음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서로 의견이 안 맞는다고는 다들 믿으시겠네요. 예비 차량 점검을 왜 따로 하느냐는 질문도 줄겠고요.""한 차장님께는 도움이 됐군요.""차 과장님께도요. 제가 이쪽에서 직원분들 응대할 테니 밤에 차량 확인은 조용히 다녀오실 수 있잖아요."해나가 얼른 덧붙였다."맞아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8화

    다음 주 월요일 오전 9시 20분, 해담지사 소형 회의실."같은 출고 건인데 시간이 전부 다르네요?"윤해나가 테이블에 놓인 일정표 세 장을 번갈아 봤다. 차도현이 마지막 장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받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만들었습니다."지사장에게 줄 표에는 밤 10시 10분, 지사 물류팀에는 밤 10시 40분, 동림유통에는 밤 11시 10분.출발 시각 옆에 적힌 차량도 각각 달랐다. 차고에 대기 중인 예비 차량 1호, 2호, 3호였다.해나가 종이를 가까이 당겼다."그럼 누가 어느 차를 건드리는지 보자는 거예요?""네. 동림에만 알려 준 차량이 방해를 받으면, 우선 그쪽으로 전달된 정보부터 추적할 수 있습니다."한소율은 표를 읽다가 도현을 봤다."실제 물건은 싣지 않는 방향으로, 생산자분들한테 준비해 달라는 연락도 하지 마시고요.""빈 차량만 쓰겠습니다. 기사님들에게도 확인이 끝날 때까지 운행하지 말라고 말씀드릴 겁니다.""네. 누가 손댔다고 바로 쫓아가지도 마세요. 현장에 남은 것부터 확인해 주세요."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나는 표 맨 위의 제목을 다시 읽었다.[축제 예비 수송 검토안]지난주 냉동창고에서 옮긴 물량은 상태 확인을 거쳐 순차적으로 출고하고 있었다. 남은 문제는 축제였다. 밀려난 부스와 취소된 냉장차 배정에 관해 변경 사유를 요청했지만, 아직 납득할 답이 오지 않았다.도현은 축제에 쓸 대체 차량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이 표를 따로 전달할 생각이었다."확정 전에 개별 검토하는 안으로 보낼 겁니다. 전체 직원에게 돌리지는 않고요. 원본을 누구에게 언제 전달했는지도 남겨 두겠습니다."해나는 세 장을 포개려다가 도로 떼어 놓았다."으으… 이거 잘못 건네면 안 되겠네요. 제가 헷갈릴까 봐 무서운데.""전달은 제가 하겠습니다. 윤 대리님께는 다른 부탁이 있습니다."안도감의 눈을 반짝이는 해나."뭔데요?""시간표가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저희가 아직 조율 중이라고 해 주십시오. 누가 어느 표를 받았는지는 말씀하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7화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 해담지사 포장실 앞 복도.소율이 생산자와 통화를 마치자 권 지사장이 다가왔다. 손에는 종이컵 두 개가 들려 있었다."아이고- 한 차장,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자, 이거라도 마셔요.""감사합니다."소율이 컵을 받자 그가 옆에 섰다. 포장실 안에서는 직원들이 오늘 보낼 물량을 다시 나누고 있었다."어젯밤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물건을 다 옮겼으니 큰불은 끈 셈이고. 이런 날은 좀 쉬어야지요.""오후에 확인할 게 조금 남아서요.""흠... 서울에 다녀오는 건 어떻습니까? 여기서는 잠깐 눈 붙여 봐야 직원들이 계속 찾을 텐데. 하루 이틀 비우셔도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허허허-"권 지사장이 부드럽게 웃었다."차 과장도 같이 보내 드리겠습니다. 두 분 다 밤새셨으니..."소율은 컵의 온기를 손바닥으로 받았다. 현장에서는 자료를 보존하겠다고 한 참이었다. 바로 서울로 자리를 비우라는 권유가 곱게 들리지는 않았다.그녀도 작게 웃으며 포장실을 가리켰다."직원분들도 똑같이 밤새셨어요. 제가 오늘 서울로 가면, 여기 일은 이제 상관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잖아요?""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그냥, 선의의 뜻으로 쉬라는 얘기였습니다.""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급한 확인부터 마치고 직원분들도 교대로 쉴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저도 그때 쉬고요."소율은 포장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차 과장님께 부탁드린 일도 있어서요. 오늘은 둘 다 여기 있어야겠네요."권 지사장은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소율이 먼저 인사하고 들어가자 복도에 남은 그의 웃음이 천천히 가셨다.포장실 문 옆에서 직원이 작은 상자를 들고 소율을 불렀다."한 차장님, 이건 확인 대기 품목으로 빼 둘까요?""네. 출고 상자하고 떨어진 곳에 놓아 주세요. 기다리는 거래처에는 제가 먼저 연락할게요."직원이 상자를 다른 선반으로 옮겼다. 소율도 앞치마를 받아 걸치고 포장대로 다가갔다.같은 날 오전 11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6화

    같은 날 오전 8시 15분, 관사 2층 복도.201호 문을 연 소율 앞에 윤해나가 서 있었다. 출근 가방을 멘 해나는 벽에 기대 하품하다가 급히 입을 가렸다."하아으어어얽! 죄송해요. 눈은 떴는데 정신이 아직 안 왔어요.""저도 그래요. 윤 대리님, 조금 늦게 나오셔도 됐는데.""그럴까 했는데, 이걸 먼저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해나가 가방에서 접힌 종이를 꺼내려는 순간 202호 문이 열렸다. 도현이 뚜껑을 닫은 보온컵을 들고 나오다가 두 사람을 보고 멈췄다.아침 일찍 자기 방으로 건너가 씻고 출근 준비까지 마친 참이었다. 반지도 이미 목걸이에 걸어 둔 상태였다."좋은 아침입니다."그의 인사에 소율이 컵을 봤다."따뜻한 물 드셨어요?""네. 한 차장님도 손은 좀 괜찮으십니까?"소율이 손가락을 폈다가 가볍게 쥐어 보였다."이제 괜찮아요. 어젯밤에 잘 쉬었거든요."마주 선 두 사람의 입가가 함께 풀렸다. 해나는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밤새 같이 뛰었는데, 두 사람은 서로 잘 잤는지만 궁금한 모양이었다."저는요?"도현이 그녀를 봤다."윤 대리님도 잘 주무셨습니까?""네. 그래도 10분만 더 자도 된다고 해 주시면 더 좋겠네요."해나가 눈을 비비자 소율이 웃으며 그녀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오늘 급하지 않은 일은 미뤄요. 우선 아침부터 먹고 가요."해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좋아요. 열쇠표 관련 기록인데, 밥 먹고 보여 드릴게요. 일 시작하면 또 끼니 놓칠 것 같아요."같은 날 오전 9시 5분, 해담지사 소형 회의실.해나가 문을 닫고 종이 두 장을 테이블에 나란히 놓았다. 한 장은 비품 분실 기록, 다른 한 장은 열쇠 재제작 요청서였다."어제 주운 표, 이거 맞아요. 지사장실 예비 열쇠에 달려 있던 거예요."작은 투명 봉투 안에는 한쪽 고리가 끊어진 열쇠표가 들어 있었다. 소율이 밤에 사진을 남긴 뒤 따로 보관한 것이었다.해나가 분실 기록의 날짜를 손끝으로 짚었다.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5화

    손가락을 천천히 펴 보고 손바닥까지 감쌌다. 창고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이제 좀 괜찮아?""네. 아까보다는요.""아까보다 말고, 아직 많이 차가운데."도현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덮었다. 소율이 그의 손가락을 만지다가 눈썹을 모았다."도현 씨 손도 차갑네요.""나는 괜찮아.""저도 그 말 했어요. 창고 앞에서요."남편이 대꾸하지 못하자 소율이 담요를 더 당겨 그의 무릎까지 덮었다."그때 제 말 안 믿으셨죠? 저도 안 믿을래요. 이쪽으로 와요."도현이 가까이 붙어 앉았다. 소율은 맞잡은 손을 담요 안에 넣고 그의 어깨에 기댔다. 두 사람이 함께 덮으니 담요 끝이 조금 모자라, 그가 아내 쪽으로 몸을 더 돌렸다."발도 넣어."소율이 발을 소파 위로 올리자 도현이 담요 자락을 눌러 줬다. 그제야 둘 다 테이블의 물건에서 눈을 뗐다.째깍. 째깍.벽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낮부터 이어졌던 전화벨도, 경보음도 없었다.째깍. 째깍. 째깍.둘은 가만히 서로를 느꼈고, 귀에 들어오는 소음을 한동안 받아들였다.소율은 남편의 팔에 이마를 가만히 붙이며 말을 했다."물건 다 옮겨서 다행이에요.""응.""마지막 차에서 연락 올 때까지, 혹시 수량 안 맞는다고 할까 봐 계속..."소율이 입술을 꾹 눌렀다. 아까는 숫자를 한 번 더 읽는 게 먼저였는데, 말을 꺼내고 나니 비로소 숨이 길어졌다.도현이 맞잡은 손을 살짝 눌러 줬다."맞았잖아. 전부 들어갔어.""네. 우리 다 했어요."그 말을 하고서야 소율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났다. 도현도 아내의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넘겨 줬다."수고했어.""도현 씨도요."소율이 고개를 들었다. 남편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었다."왜요? 아직 추워 보여요?""문 닫혔을 때."도현이 잠깐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당신이 선반 뒤에 있어서 안 보였잖아. 몇 초였는데, 그게 싫더라."소율도 웃음을 거뒀다. 자동문이 쿵 닫히고, 남편이 이름을 불렀던 순간이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4화

    다음 날 수요일 새벽 0시 8분, 온담 협력 냉동창고 앞.냉동창고 출입문 옆의 온도 표시판에 영하 20도가 찍혀 있었다. 그 앞 인수대에서 한소율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소율이 인수표에 마지막 확인 표시를 하다가 펜 끝을 길게 끌었다. 손가락에 힘을 줬는데도 종이 위에서 선이 비뚤어졌다.차도현의 시선이 그 손에 꽂혔다."한 차장님, 잠깐만요."소율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그가 주머니에서 마른 작업 장갑을 꺼냈다. 현장을 떠날 때 챙겨 온 자기 예비 장갑이었다."장갑이 젖었습니다. 이걸로 바꾸시겠습니까?""곧 끝나요. 이것만..."펜을 다시 쥔 손끝이 잘게 떨렸다. 소율도 이번에는 말을 멈췄다.도현은 펜을 빼앗는 대신 책상 빈 곳에 장갑을 내려놓았다. 옆에는 포장을 뜯은 핫팩도 놓였다."손부터... 녹이시면 좋겠습니다."한쪽에 서 있던 창고 담당자가 의자를 당겨 줬다."어휴, 장갑이 흠뻑 젖었네. 여기 앉으세요. 서류는 제가 앞으로 가져올게요."소율은 짧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앉았다. 젖은 장갑을 벗으려니 손가락 끝에 안감이 달라붙었다. 도현의 손이 움찔했지만, 소율은 스스로 장갑을 빼 책상 위에 놓았다.도현은 손을 거두고 인수표를 제 쪽으로 돌렸다."여기 받은 물량부터 확인하겠습니다."그가 상품 이름을 읽자 담당자가 입고 수량과 보관 위치를 답했다. 소율은 핫팩을 두 손으로 감싼 채 하나씩 대조했다. 다른 보관처에서 온 확인 사진도 이미 받아 둔 상태였다.186상자 전부 냉동 보관에 들어갔다. 상품별 상태를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 출고를 막아 둔 것도 맞았다."네. 인계는 여기까지 할게요. 아침에 품목별 확인 시간만 다시 잡아 주세요. 늦은 시간에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온담 쪽에서도 연락 왔어요. 확인하실 때 저희 담당자 붙여 드릴게요."소율이 인수표를 내려놓자 도현도 그제야 재고 목록을 접었다.해나는 창고 밖에서 귀가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오자 그녀가 문을 잡아 줬다."확인 다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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