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옆방 사시면서 무슨 핑계까지 필요하세요.""그러니까. 빨래까지 따로 들고 가려니 섭섭하네."도현은 그녀가 잡은 옷자락을 내려다봤다. 소율은 놓는 대신 한 번 더 가볍게 당겼다."잠깐 넣어 두고 다시 오시면 되잖아요."그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소율도 그 얼굴을 보며 웃다가 서류 봉투 닫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해나가 두통이 오는듯 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두 분, 오늘 낮에는 저한테 서로 의견 안 맞아서 냉전 중이라고 둘러대게 하시더니…"소율이 얼른 옷자락을 놓았다. 도현은 웃음을 거두지 않고 제 빨래 바구니를 들었다."윤 대리님 덕분에 지금은 편하게 웃습니다.""그래요? 그럼 빨래라도 각자 챙겨 가시죠. 이 셔츠도요."해나는 제 수건을 바구니에 걷어 담은 뒤 세탁대 옆에 걸쳐 둔 셔츠 한 장도 집었다. 도현이 차고에서 입고 돌아온 짙은 색 셔츠였다. 그는 귀가 직후 그 옷부터 벗어 두고, 주머니를 비우기 전이라 세탁할 것과 따로 놓아둔 참이었다.해나가 펼친 셔츠를 바구니에 넣으려는 순간이었다.툭.가슴 주머니에서 검은 카드집이 떨어졌다. 해나가 발치에 떨어진 것을 집으려고 몸을 숙였다.도현도 동시에 손을 뻗었다."그건 제가..."해나의 손이 먼저 닿았다. 카드집 윗부분은 불투명했지만 아래쪽 창으로는 카드에 인쇄된 글씨가 보였다.[태성그룹 기획본부][임원]해나가 카드를 든 채 멈췄다."...임원이요?"도현은 그녀의 손에서 카드집을 바로 받아 들었다. 차고에서 본사 보안망에 접속할 때 인증에 쓰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 둔 카드였다.이름은 카드집에 가려져 있었다. 그래도 아래쪽의 출입 등급까지 가려 주지는 못했다."본사 감사 업무 때 쓰는 출입카드입니다.""과장님이 임원 카드를 쓰세요?"해나의 시선이 그의 얼굴로 올라갔다. 도현은 카드집을 손안에 넣고 답했다."업무상 필요한 구역에 들어갈 때 씁니다. 파견과 관련된 권한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소율도 세탁대에서 손을 뗐다."윤 대리님,
다음 날 화요일 새벽 0시 5분, 관사 공용 세탁실.똑똑.복도 쪽 공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소율이 문을 열었다. 해나가 서류 봉투와 작은 세탁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자료를 전하고 건조대에 널어 둔 제 수건도 걷어 갈 참이었다."늦어서 죄송해요. 출입 기록 받아 오느라 조금 걸렸어요.""고마워요. 여기 놓아 주세요."소율은 접이식 세탁대 한쪽을 비웠다. 201호 관리 문은 닫혀 있었고, 도현은 이미 202호에서 갈아입고 빈 빨래 바구니를 가져와 있었다.해나는 제 빨래 바구니를 발밑에 내려놓고 봉투부터 열었다."차 과장님이 말씀하신 시간대에 들어온 차들이에요. 출입 기록하고 당직자 메모 같이 받았어요."도현은 차고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여 줬다. 소율이 눌린 바퀴를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실제 출고였다면 차 바꾸는 동안 또 물건이 기다렸겠네요.""네. 물량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운행 전에 확인했고요."해나는 사진과 출입 기록을 번갈아 봤다."동림 쪽은 왜 지사장님한테 시간을 들었다고 할까요? 자기들이 전달한 걸 반대로 말하는 건가?""그럴 수도 있고, 실제로 다시 전달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을 요청했으니 확인하겠습니다."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지사장님이 그 시간을 알았는지도 아직은 동림 담당자 말뿐이에요. 어느 쪽이든 전달 경로를 먼저 보죠."해나가 노트의 다음 장을 폈다."축제 쪽에서도 들은 게 있어요. 지사장님 차 운전을 오래 맡으신 분 있잖아요. 그분이 요즘 조직위원회 사무실에 자주 오셨대요. 동림 사무실에서도 봤다는 얘기가 있고요.""누가 보셨대요?""조직위 쪽은 근처 가게 하시는 분이요. 동림 쪽은 기사님한테 들었는데, 그분도 다른 사람한테 들으신 거라... 이건 아직 소문이에요."해나가 말을 줄이자 소율이 노트의 해당 부분을 봤다."직접 보신 분과 전해 들으신 분을 나눠 적어 주세요. 운전기사님이 다녀간 이유도 아직 모르고요.""네. 그럼 제가 내일 한 번 더 확인해 볼게요.""저는 부
해나는 노트 한쪽만 만지작거렸다."예비 차량은 대기 중이에요.""네. 그건 확인했습니다.""기사님들께도 전달했고요.""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서울로 돌아갑니까?"해나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조금 전 직원들이 회의실 문 앞에서 한 얘기까지 들렸던 모양이었다."제가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에요! 두 분이 서로 결정 못 하고 계신다고만 했어요."소율이 뒤따라 회의실에서 나왔다. 해나의 얼굴을 보고는 도현까지 번갈아 봤다.도현이 서류를 조금 들어 보였다."한 차장님, 제가 차장님 지시를 안 들어서 서울로 쫓겨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소율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해나는 차라리 회의실로 다시 들어가자는 눈으로 두 사람을 봤다.복도 반대편에서 직원이 걸어오자 소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맡으신 일부터 진행해 주세요, 차 과장님."도현의 눈이 가늘어졌다.아직 정해진 게 없다니. 이제는 정말 보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슬쩍 던져본 농담에 뼈 있는 답이 돌아왔다.해나는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소율도 서류로 입가를 가린 채 회의실 안으로 돌아섰다.지나가던 직원은 도현을 한번 안쓰럽게 보고 걸음을 재촉했다.같은 날 오후 2시 20분, 해담지사 소형 회의실.문이 닫히자 소율이 참았던 웃음을 내보냈다."죄송해요. 거기서 갑자기 웃으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요."도현은 아내를 보다가 해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윤 대리님은 저도 좀 도와주시죠.""저는 말렸어요. 서울까지는 가지 마시라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해나가 말을 멈췄다. 입을 열수록 차 과장을 서울로 보내는 사람처럼 됐다.소율이 웃음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서로 의견이 안 맞는다고는 다들 믿으시겠네요. 예비 차량 점검을 왜 따로 하느냐는 질문도 줄겠고요.""한 차장님께는 도움이 됐군요.""차 과장님께도요. 제가 이쪽에서 직원분들 응대할 테니 밤에 차량 확인은 조용히 다녀오실 수 있잖아요."해나가 얼른 덧붙였다."맞아
다음 주 월요일 오전 9시 20분, 해담지사 소형 회의실."같은 출고 건인데 시간이 전부 다르네요?"윤해나가 테이블에 놓인 일정표 세 장을 번갈아 봤다. 차도현이 마지막 장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받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만들었습니다."지사장에게 줄 표에는 밤 10시 10분, 지사 물류팀에는 밤 10시 40분, 동림유통에는 밤 11시 10분.출발 시각 옆에 적힌 차량도 각각 달랐다. 차고에 대기 중인 예비 차량 1호, 2호, 3호였다.해나가 종이를 가까이 당겼다."그럼 누가 어느 차를 건드리는지 보자는 거예요?""네. 동림에만 알려 준 차량이 방해를 받으면, 우선 그쪽으로 전달된 정보부터 추적할 수 있습니다."한소율은 표를 읽다가 도현을 봤다."실제 물건은 싣지 않는 방향으로, 생산자분들한테 준비해 달라는 연락도 하지 마시고요.""빈 차량만 쓰겠습니다. 기사님들에게도 확인이 끝날 때까지 운행하지 말라고 말씀드릴 겁니다.""네. 누가 손댔다고 바로 쫓아가지도 마세요. 현장에 남은 것부터 확인해 주세요."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나는 표 맨 위의 제목을 다시 읽었다.[축제 예비 수송 검토안]지난주 냉동창고에서 옮긴 물량은 상태 확인을 거쳐 순차적으로 출고하고 있었다. 남은 문제는 축제였다. 밀려난 부스와 취소된 냉장차 배정에 관해 변경 사유를 요청했지만, 아직 납득할 답이 오지 않았다.도현은 축제에 쓸 대체 차량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이 표를 따로 전달할 생각이었다."확정 전에 개별 검토하는 안으로 보낼 겁니다. 전체 직원에게 돌리지는 않고요. 원본을 누구에게 언제 전달했는지도 남겨 두겠습니다."해나는 세 장을 포개려다가 도로 떼어 놓았다."으으… 이거 잘못 건네면 안 되겠네요. 제가 헷갈릴까 봐 무서운데.""전달은 제가 하겠습니다. 윤 대리님께는 다른 부탁이 있습니다."안도감의 눈을 반짝이는 해나."뭔데요?""시간표가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저희가 아직 조율 중이라고 해 주십시오. 누가 어느 표를 받았는지는 말씀하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 해담지사 포장실 앞 복도.소율이 생산자와 통화를 마치자 권 지사장이 다가왔다. 손에는 종이컵 두 개가 들려 있었다."아이고- 한 차장,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자, 이거라도 마셔요.""감사합니다."소율이 컵을 받자 그가 옆에 섰다. 포장실 안에서는 직원들이 오늘 보낼 물량을 다시 나누고 있었다."어젯밤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물건을 다 옮겼으니 큰불은 끈 셈이고. 이런 날은 좀 쉬어야지요.""오후에 확인할 게 조금 남아서요.""흠... 서울에 다녀오는 건 어떻습니까? 여기서는 잠깐 눈 붙여 봐야 직원들이 계속 찾을 텐데. 하루 이틀 비우셔도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허허허-"권 지사장이 부드럽게 웃었다."차 과장도 같이 보내 드리겠습니다. 두 분 다 밤새셨으니..."소율은 컵의 온기를 손바닥으로 받았다. 현장에서는 자료를 보존하겠다고 한 참이었다. 바로 서울로 자리를 비우라는 권유가 곱게 들리지는 않았다.그녀도 작게 웃으며 포장실을 가리켰다."직원분들도 똑같이 밤새셨어요. 제가 오늘 서울로 가면, 여기 일은 이제 상관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잖아요?""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그냥, 선의의 뜻으로 쉬라는 얘기였습니다.""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급한 확인부터 마치고 직원분들도 교대로 쉴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저도 그때 쉬고요."소율은 포장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차 과장님께 부탁드린 일도 있어서요. 오늘은 둘 다 여기 있어야겠네요."권 지사장은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소율이 먼저 인사하고 들어가자 복도에 남은 그의 웃음이 천천히 가셨다.포장실 문 옆에서 직원이 작은 상자를 들고 소율을 불렀다."한 차장님, 이건 확인 대기 품목으로 빼 둘까요?""네. 출고 상자하고 떨어진 곳에 놓아 주세요. 기다리는 거래처에는 제가 먼저 연락할게요."직원이 상자를 다른 선반으로 옮겼다. 소율도 앞치마를 받아 걸치고 포장대로 다가갔다.같은 날 오전 11
같은 날 오전 8시 15분, 관사 2층 복도.201호 문을 연 소율 앞에 윤해나가 서 있었다. 출근 가방을 멘 해나는 벽에 기대 하품하다가 급히 입을 가렸다."하아으어어얽! 죄송해요. 눈은 떴는데 정신이 아직 안 왔어요.""저도 그래요. 윤 대리님, 조금 늦게 나오셔도 됐는데.""그럴까 했는데, 이걸 먼저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해나가 가방에서 접힌 종이를 꺼내려는 순간 202호 문이 열렸다. 도현이 뚜껑을 닫은 보온컵을 들고 나오다가 두 사람을 보고 멈췄다.아침 일찍 자기 방으로 건너가 씻고 출근 준비까지 마친 참이었다. 반지도 이미 목걸이에 걸어 둔 상태였다."좋은 아침입니다."그의 인사에 소율이 컵을 봤다."따뜻한 물 드셨어요?""네. 한 차장님도 손은 좀 괜찮으십니까?"소율이 손가락을 폈다가 가볍게 쥐어 보였다."이제 괜찮아요. 어젯밤에 잘 쉬었거든요."마주 선 두 사람의 입가가 함께 풀렸다. 해나는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밤새 같이 뛰었는데, 두 사람은 서로 잘 잤는지만 궁금한 모양이었다."저는요?"도현이 그녀를 봤다."윤 대리님도 잘 주무셨습니까?""네. 그래도 10분만 더 자도 된다고 해 주시면 더 좋겠네요."해나가 눈을 비비자 소율이 웃으며 그녀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오늘 급하지 않은 일은 미뤄요. 우선 아침부터 먹고 가요."해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좋아요. 열쇠표 관련 기록인데, 밥 먹고 보여 드릴게요. 일 시작하면 또 끼니 놓칠 것 같아요."같은 날 오전 9시 5분, 해담지사 소형 회의실.해나가 문을 닫고 종이 두 장을 테이블에 나란히 놓았다. 한 장은 비품 분실 기록, 다른 한 장은 열쇠 재제작 요청서였다."어제 주운 표, 이거 맞아요. 지사장실 예비 열쇠에 달려 있던 거예요."작은 투명 봉투 안에는 한쪽 고리가 끊어진 열쇠표가 들어 있었다. 소율이 밤에 사진을 남긴 뒤 따로 보관한 것이었다.해나가 분실 기록의 날짜를 손끝으로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