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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처음으로 거역한 아들

Autor: 안나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22 06:01:15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윤의 차가 한남동 본가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도윤은 현관으로 들어서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호출이었다.

저녁 일정 비우고 집으로 와. 할 이야기가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며칠 전 어머니가 자신의 펜트하우스에 다녀간 뒤—

도윤 역시 그녀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어머니의 개인비서 이실장이 다가왔다.

“어머니는?”

“서재에 계십니다. 회장님은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아직 귀가 전이시고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이명희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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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1화. 오늘만은 연인처럼

    늦은 오후. 태하그룹 전무실. 비서실장 김민철이 건네준 두툼한 서류 봉투 위로 도윤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한서희의 사생활과 최근 동선, 그리고 은밀한 만남까지 낱낱이 파헤쳐진 조사 보고서와 몇 장의 사진. 그것을 한참 동안 말없이 쳐다보던 도윤의 미간이 잘게 으스러졌다. 청담동의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여러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있는 서희.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서 있는 차도진. “계속 확인해.” “네.” 내일 오후 3시, 서희와의 약속이 잡혀 있었다. 어머니 이명희 여사는 자신의 완고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결국 약혼을 강행하고 공식화할 터였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수아를 보내야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서희와 약혼한 상태에서 다른 여자를 자신의 집에 두고 살 수는 없었다. 적어도, 도윤에게도 그 정도의 선은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도윤은 선택해야 했다. 수아를 이 펜트하우스에서 내보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수순을 떠올리는 순간, 도윤의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지독한 답답함과 함께 미쳐버릴 것 같은 광기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이 여자를 내 눈앞에서 치워버린다고? 수아가 내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닿는 곳을 활개 치고 다닌다고……?’ 생각만 해도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소유욕이 온몸의 피를 거칠게 역류시켰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도윤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서랍 깊숙이 거칠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홀린 듯 수아에게 전화를 걸었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0화. 변수가 된 여자

    도윤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그건 안 됩니다.” “왜?” “수아와 같이 살면서 서희와 약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그 여자를 내보내.” “아직은 싫습니다.” 두 번째였다. 이번에는— 더 분명했다. 서재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명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을 바라봤다. 처음이었다. 아들이 자신의 의견에 대놓고 싫다고 한것이…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명희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불쾌감이 치밀었다. 이수아.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그런데 그 여자가— 서른두 해 동안 한 번도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던 아들을 바꾸고 있었다. “도대체 그 아이가 뭐길래.” 이명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도윤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수아는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는데 네가 이래?” “어머니.” “네가 언제 나한테 싫다고 한 적 있었니?”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명희의 목소리가 조금씩 날카로워졌다. “내가 너한테 필요하다고 한 것 중에 네가 이렇게까지 거부한 게 있었어?” 없었다. 도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그 여자를 두고 자신과 맞서고 있었다. 이명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너 정말 그 여자한테 마음이라도 있는 거니?” 도윤의 눈썹이

  • 3년 그리고 다시 5년   79화. 처음으로 거역한 아들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윤의 차가 한남동 본가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도윤은 현관으로 들어서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호출이었다. 저녁 일정 비우고 집으로 와. 할 이야기가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며칠 전 어머니가 자신의 펜트하우스에 다녀간 뒤— 도윤 역시 그녀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어머니의 개인비서 이실장이 다가왔다. “어머니는?” “서재에 계십니다. 회장님은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아직 귀가 전이시고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이명희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차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손도 대지 않은 듯했다. “왔니?” “네.” “앉아.” 도윤이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명희가 아들을 바라봤다. 곧장 본론을 꺼냈다. “서희하고 약혼부터 하자.” 도윤의 눈빛이 멈췄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가 아니야.” 이명희는 차분했다. “너와 서희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오갔어. 결혼 날짜를 바로 정하기 어렵다면 약혼부터 공식화하면 돼.”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저한테 시간을 주시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줬잖아

  • 3년 그리고 다시 5년   78화. 처음 하는 거짓말

    “그런데 너 요즘 어디서 지내?” 지아가 불쑥 물었다. 수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옥탑방.” “아…….” “거기 아직 살아?” 수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 같으면 무서워서 못 들어가. 그 미친놈이 거기까지 알고 있었잖아.” “응.” “설마 아직 거기 사는 건 아니지?” 수아의 입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말해야 할까. 지아에게만큼은—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나 지금 어떤 남자랑 같이 살아. 그런데 그다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혼할 사람은 아니야. 그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질 때까지만 같이 있기로 했어.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지아라면 당장 자신의 손을 잡을 것이다. 짐 싸. 나랑 거제 내려가. 그러고도 남을 친구였다. 무엇보다 수아 자신이 부끄러웠다. 평생 평범한 사랑을 꿈꿨으면서— 지금 자신이 선택한 관계는 자신이 꿈꾸던 것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정리했어.” 결국 거짓말이 나왔다. 지아가 눈을 크게 떴다. “집을?” “응.” “그럼 지금 어디 있어?” 수아는 손가락을 꼭 맞잡았다. “대학교 친구 집.” “친구?” “응. 잠깐 신세 지고 있어.”

  • 3년 그리고 다시 5년   77화. 돌아갈 곳

    “선생님, 이것 좀 봐주세요.” “어디 보자.” 수아가 아이의 스케치북 앞으로 몸을 숙였다. 알록달록한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한가운데 커다란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야?” “네. 우리 집 땅콩이요.” “땅콩이가 이렇게 커?” “밥 많이 먹어서 뚱뚱해졌어요.” 수아가 웃었다. “그럼 선생님이 땅콩이 수염 그리는 것만 조금 도와줄까?” “아니요. 제가 할래요.” “그래. 그럼 해봐.” 아이는 혀를 살짝 내민 채 그림에 집중했다. 수아는 그런 아이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좋았다.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별것 아닌 일에 함께 웃는 시간.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울렸다. 수아는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이 커졌다. 지아. “여보세요?” “이수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수아의 얼굴에 반가움이 번졌다. “야, 김지아. 웬일이야?” “너 지금 학원이지?” “응. 수업 중인데 거의 끝나가. 왜?” 전화기 너머로 지아가 웃었다. “나 서울이야.” “뭐?” 수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가 서울에 왜 있어?” —볼일 있어서 올라왔지. 지금 너희 학원 근처야. “진짜?” “응. 얼굴이나 보려고.” 수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어디야? 기다려. 나 금방 끝나.” 수업을 마친 수아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이수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아가 고개를 돌렸다. “지아야!”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야, 너 진짜 오랜만이다.” “그러니까!” 지아가 수아를 한 발 떨어뜨려 놓고 위아래로 훑었다. 그러다 표정이 굳었다. “팔 좀 봐.” “이제 괜찮아.” “다리는?” “다 나았어.” “어디 봐.” “진짜 괜찮다니까.” 지아는 수아의 팔을

  • 3년 그리고 다시 5년   76화. 약혼

    서희의 눈이 커졌다. “약혼이요?” “결혼 날짜를 바로 잡기에는 양쪽 회사 일정도 있고 준비할 것도 많잖아.” 이명희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전에 약혼부터 공식적으로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서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가슴이 뛰었다. 약혼. 공식적인 약속.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자리이자, 다른 여자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이다. 서희는 어젯밤의 불안을 감춘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어른들 뜻에 따르고 싶어요.” 이명희의 눈빛에 만족감이 번졌다. “도윤이가 일이 바빠서 자주 연락 하지 못하더라도 너가 이해해라. 결혼하면 한 눈 팔 아이는 아니야. ?” 서희가 부드럽게 웃었다. “도윤 오빠가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 “저는 이해해요.” 이명희가 서희를 바라봤다. “결혼이 꼭 두 사람만의 감정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특히 저희 같은 집안에서는요.” 그 대답은— 이명희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었다. “현성과 태하가 함께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저도 도윤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 이명희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거야.” 서희가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움직이고 있었다. 약혼이 공식화되면 된다. 그렇다면 설령 도윤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고 해도— 그 여자는 결국 정리될 수밖에 없다. 저녁에는 서희의 엄마이자, 현성 그룹의 안주인인 김혜진여사까지 합류했다. 세 사람은 백화점 최상층에 마련된 프라이빗 다이닝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반 고객은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 긴 통유리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졌고, 테이블에는 흰 리넨과 은식기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쇼핑한 드레스들은 직원들이 따로 포장해 서희의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분위기는 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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