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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소문

Author: 안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9 06:00:10

한서희가 남기고 간 만남은 수아의 영혼을 갉아먹기에 충분했다.

‘정부…’

그날 이후—

그 한 단어가 수아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 되어 도윤의 곁에 누워 있을 때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차도윤이 어떤 여자를 정부로 두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와봤어요.’

수아는 눈을 감았다.

그 잔인한 단어는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고, 수아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괴로운 것은—

서희의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이었다.

“수아 선생님.”

“네?”

수아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원장 김미숙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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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그리고 다시 5년   93화. 대답할 수 없는 관계

    오늘은— 수아는 차에 타지 못했다. “아가씨?” 태수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수아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겨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저…… 오늘은 혼자 갈게요.” “네?” 태수가 당황했다. “도련님께서—” “그냥 오늘만…… 혼자 가고 싶어요.” “도윤씨에게는 제가 연락 할게요.” 태수는 수아의 붉어진 눈을 보았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수아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수아는 돌아섰다. 그리고 혼자 걸었다. 뒤에서 검은 세단이 그대로 서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도윤을 만나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사랑해 버렸다.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신규 프로젝트 진출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도윤. 기사 최태수로부터 도윤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며칠 전부터 수아가 학원 오갈 때 전용 차량을 타지 않고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고 있으며, 표정 또한 영 좋지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도윤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잠시 후 책상 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수아에게서 온 연락은 없었다.며칠째였다.퇴근 시간을 묻지도 않았고,언제 오느냐는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한서희와의 관계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부터—수아는 조금씩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도윤은 잠시 시계를 확인했다.오후 여섯 시 십 분.집에 일찍 가서 수아의 얼굴을 직접 보고 묻고 싶었다.하지만—“전무님.”

  • 3년 그리고 다시 5년   92화. 소문

    한서희가 남기고 간 만남은 수아의 영혼을 갉아먹기에 충분했다. ‘정부…’ 그날 이후— 그 한 단어가 수아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 되어 도윤의 곁에 누워 있을 때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차도윤이 어떤 여자를 정부로 두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와봤어요.’ 수아는 눈을 감았다. 그 잔인한 단어는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고, 수아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괴로운 것은— 서희의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이었다. “수아 선생님.” “네?” 수아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원장 김미숙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네?” “요즘 자꾸 멍하니 있길래.” “아…….” 수아가 애써 웃었다. “졸업 작품 때문에 잠을 좀 못 자서 그런가 봐요.” “너무 무리하지 마요. 학교에 학원 수업까지 하려면 힘들잖아.” “네, 원장님.” 미숙은 잠시 수아를 바라보다 돌아섰다. 수아는 다시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요 며칠— 학원 분위기가 이상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교무실에 들어가면 웃으며 이야기하던 선생님들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탕비실에 들어가도 그랬다. “어? 수아 선생님 왔어요?” “네.” “커피 마실 거예요?” “

  • 3년 그리고 다시 5년   91화. 잠시의 호기심

    심장이 내려앉았다. 서희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알아봤네요.” “…….” “나 누군지 알죠?” 수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왜 이 여자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도윤과 결혼할 여자. 그 앞에 앉는 순간 수아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수아는 차마 서희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죄송해요.” 그저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희는 그 반응이 내심 의외였다. 도윤의 관심을 받는다는 유일한 무기를 믿고 조금은 뻔뻔하게 나오거나, 적어도 눈빛이라도 똑바로 마주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수아라는 여자는 생각보다 너무나 순수했고, 그래서 더 비참할 정도로 무력했다. 서희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뭐가요?” 수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그냥…… 죄송해요.” 서희는 수아를 가만히 바라봤다. 수아의 얼굴에는 정말 죄책감이 있었다. 당황했고, 상처받았고, 무엇보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정말 이런 여자였어? 서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불편했다. 차

  • 3년 그리고 다시 5년   90화. 그 여자를 만나다

    한서희는 궁금했다. 이수아.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차도진에게 받은 자료에는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 차가운 차도윤이라는 남자가 왜 이 여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자존심이 상했다. 대중과 언론 앞에서는 완벽하게 다정한 연인인 척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고, 파트너 동반 모임에도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팔짱을 끼워달라면 팔을 내어주었고, 필요한 순간에는 다정한 눈빛을 연기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카메라의 불이 꺼지고, 단둘이 남겨진 사적인 공간에서 도윤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 점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 있었다. 차도윤은 자신이 한 약속은 지키는 남자였다. 하지만— 카메라가 사라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 “수고했어.” 그 한마디뿐이었다. 서희는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어디를 가든 남자들의 시선이 따라왔다. 재벌가의 딸이라는 배경을 제외하더라도— 한서희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갖고 싶다고 생각한 남자가 자신을 거절한 적도 없었다. 서희는 그것이 견딜 수 없이 자존심 상했다. 솔직히 태하그룹의 안주인이라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는 남자와 자존심까지 내려놓으며 결혼할 이유는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태하그룹의 안주인이라는 타이틀 그 이름이 가져올 위치와 권력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9화. 놓아줄 수 없는 여자

    언론을 통해 도윤과 서희의 결혼 소식이 터진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하고도 서늘한 기류가 흘렀다. 도윤은 수아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자신과의 접촉을 피하고,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처럼 거리를 두려 하는 태도가 거슬려 견딜 수 없었다. 아침 식탁에서도 예전보다 말이 줄고, 퇴근 시간을 묻는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언제나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수아가 이제는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 품에 안으면 밀어내지는 않았지만— 그것뿐이었다. 마치 조금씩 자신에게서 마음을 떼어내려는 사람처럼. 아니. 언젠가 떠날 날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그래서였을까. 마치 정략결혼의 보상이라도 하듯,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명품 가방과 수천만 원에 호가하는 값비싼 보석들을 사들여 안겼다. 하지만 수아에게 그 화려한 물건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평생 자신의 세상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눈이 멀 것 같은 보석들. 그러나 그것들을 바라보는 수아의 심정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이게 다…… 그 사람과 잠자리 댓가인 걸까.’ “저 이런 거 필요 없어요.” “그냥 받아.” “너무 비싸요.” “이수아.”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8화. 언젠가 떠나야 할 자리

    밤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야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수아도 가방을 챙겨 건물을 나섰다. "너 뉴스 봤어? 태하그룹 차도윤 전무랑 현성그룹 한서희 영애 약혼 발표 났잖아. 진짜 재벌가 선남선녀 커플이다, 엄청 잘 어울리지 않아?" "그러게. 두 사람 비주얼도 완벽하고, 기업끼리도 대단하더라. 부럽다 진짜……."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수아의 귓가를 예리하게 스쳐 지나갔다.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검색창에 도윤의 이름을 입력하려다 손가락을 멈췄다. 그리고 수아는 홀린 듯 학교 앞 편의점으로 걸어가 진열대에서 신문 한 부를 집어 들었다. 1면에 대서특필된 기사. 태하그룹 차도윤 전무·현성그룹 한서희, 결혼 전제 교제 커다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나란히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차도윤과 한서희의 모습은 눈이 멀 정도로 찬란했다. 선남선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어울리는 한 쌍. 수아는 자신이 도윤과 진지한 미래나 결혼 같은 걸 꿈꾼 적은 없었다. 언젠가는 그가 자신을 놓아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조용히 이 울타리를 떠나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 잔인한 현실을 남들의 입과 차가운 지면을 통해 눈으로 직접 마주하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결혼. 수아는 한동안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잘 어울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너무 잘 어울렸다. 태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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