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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사랑합니다.

Author: 안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7 06:21:18

어설픈 말로 답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합니다.”

이창수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재혁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주연이를 정말 사랑하게 됐습니다.”

“…….”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계약 때문에 제 아내인 게 아닙니다.”

재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가 주연이고, 그 여자가 제 아내라는 게…… 지금은 정말 좋습니다.”

한동안 이창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재혁을 바라봤다.

책장 쪽으로 향한 이창수가 서랍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오래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재혁은 봉투를 보는 순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2년 전.

자신과 이창수가 마주 앉아 작성했던

결혼 계약서.

이창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그것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기억하지?”

“네.”

이창수가 계약서를 펼쳤다.

종이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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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171화. 우리 집

    주연이 따뜻한 차를 몇 모금 마시는 사이, 재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잠시 후 다시 돌아온 그의 손에는 작은 카드와 몇 개의 열쇠가 들려 있었다.재혁이 그것들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주연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이건 뭐예요?”“집 비밀번호는 당신 휴대전화에 보내놨어.”“네?”“그리고 이건 필요한 열쇠들.”주연이 눈을 깜빡였다.재혁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이제 나 없을 때도 언제든 들어와.”주연은 재혁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열쇠를 가만히 바라봤다.이 작은 열쇠 하나가 이상할 만큼 마음을 울렸다.이제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곳.재혁이 없어도 들어올 수 있는 곳.자신의 물건을 두고—자신의 옷을 걸어두고—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우리 집.주연은 천천히 거실을 둘러봤다.그러다 피식 웃었다.“그런데 할 일이 정말 많겠네요.”“뭐가?”“이 집이요.”“왜?”“너무 삭막해요.”재혁도 덩달아 거실을 둘러봤다.“뭐가 부족한데?”“많이요.”주연은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키기 시작했다.“일단 쿠션도 좀 놓고, 거실에 화분도 두고…….”벌써 머릿속으로 집을 바꾸기 시작한 모양이었다.“그리고 여기 작은 테이블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조명도 좀 따뜻한 걸로 바꾸고.”재혁은 그런 주연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봤다.“또?”“주방도요.”“주방?”“냉장고에 물밖에 없잖아요.”재혁이 피식 웃었다.그리고 지갑을 꺼냈다.잠시 후 블랙 카드 한 장이 주연 앞으로 내밀어졌다.주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카드를 바라봤다.“이건 또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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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168화.사랑합니다.

    어설픈 말로 답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합니다.” 이창수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재혁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주연이를 정말 사랑하게 됐습니다.” “…….”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계약 때문에 제 아내인 게 아닙니다.” 재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가 주연이고, 그 여자가 제 아내라는 게…… 지금은 정말 좋습니다.” 한동안 이창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재혁을 바라봤다. 책장 쪽으로 향한 이창수가 서랍 하나를 열었다. 그리고 오래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재혁은 봉투를 보는 순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2년 전. 자신과 이창수가 마주 앉아 작성했던 결혼 계약서. 이창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그것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기억하지?” “네.” 이창수가 계약서를 펼쳤다. 종이 위에는 여전히 두 사람의 서명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계약기간 3년. 이창수는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다 갑자기 웃었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재혁이 그를 바라봤다. 이창수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이제 파기할까?” “…….” “아니면 아직 1년 남았으니까 계약대로 1년 더 살아보고 그때 다시 이야기할까?” 재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이창수의 입가에 걸린 웃음을 보고서야 농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재혁도 피식 웃었다. “아버님.” “왜?” “그건 곤란합니다.” “뭐가?” “이제 주연이와 헤어질 생각이 없습니다.” 이창수의 웃음이 조금 더 깊어졌다. “계약 위반 아닌가?” 재혁도 웃었다. “위약금이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허허.” 결국 이창수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가 계약서를 들어 올렸다. “그럼 필요 없겠군.” “네.”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167화. 이제 진짜 내 사위가 되었군

    이창수와 고미혜는 어이없다는 듯 두 사람을 쳐다 보았다. “세상에. 자기 아내를 만나놓고도 몰랐다고요?” 재혁이 순순히 인정했다. “네.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주연이 슬쩍 끼어들었다. “엄마, 그건 앞으로 내가 평생 놀릴 거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 재혁이 주연을 바라봤다. 식탁에 웃음이 번졌다. 심지어 이창수도 낮게 웃었다. 진성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잔을 들어 올렸다. 주연은 이어서 재혁의 후원으로 보육원의 낡은 공간을 고치고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이창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잘했구나.” 주연이 아버지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었다. “네?” “뜻있는 일을 했다고.” 이창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쓰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어.” 그리고 재혁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최 서방도 좋은 일 했네.” “주연이가 아니었으면 저도 그 곳을 몰랐을 겁니다.” 재혁은 자연스럽게 공을 주연에게 돌렸다. 이창수가 다시 딸을 바라봤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야기해라.” “아빠한테요?” “그래.” 이창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태산에서도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으니 검토해서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야지.” 주연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아버지와 이렇게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몰랐다. “……고마워요, 아빠.” 이창수는 잠시 딸을 바라보다 헛기침을 했다. “고맙기는. 필요한 곳에 회사가 할 일을 하는 거지.” 미혜가 그 모습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아버지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쑥스러우면 괜히 무뚝뚝해지는 것도. 식탁의 분위기는 점점 편안해졌다. 미혜는 미국 생활은 어땠는지, 학교 공

  • 3년의 계약, 당신을 모른채 사랑에 빠지다.   166화. 다시 가족의 식탁으로

    현관 안으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2층에서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주연이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계단을 내려오던 진성 역시 현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 조금 전까지 엄마와 웃으며 이야기하던 주연의 얼굴에서 자연스럽게 미소가 사라졌다. 진성은 계단을 끝까지 내려와 주연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봤다. 그리고 반가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넌 한국 들어온 지가 언젠데 이제야 집에 오냐?” 고미혜의 표정이 난처하게 변했다. “진성아.” 하지만 진성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틀린 말 했어요? 한국에 몇 달이나 있었으면서 집에는 이제야 온 거잖아요.” 주연은 아무 말 없이 오빠를 바라봤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진성은 언제나 자신에게 다정하지 않았다. 가끔은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말을 했고, 어린 주연이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만난 지금도 반갑다는 마음보다 먼저 경계심이 생겼다. 주연은 짧게 대답했다. “잘 있었어, 오빠?” 그게 전부였다. 진성 역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을 재혁은 놓치지 않았다. 주연의 손을 잡고 있던 재혁은 아주 미세하게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알 것 같았다. 주연이가 이 사람에게서 많이 상처받았구나. 지난번 이 집에서 진성을 만났을 때도 느꼈다. 진성은 자신의 동생을 대하는 말투가 유난히 거칠었다. 그러나 오늘은 주연의 가족과 다시 시작하는 날이었다. 재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진성의 시선이 재혁에게 향했다. 잠시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던 진성이 마지못해 악수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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