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7화

Author: 낙화
구태윤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거실에서 기다리든지 아니면 위에 가서 쉬어.”

몸이 힘든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을 더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생리는 참 신기했다.

올 거란 걸 인식하는 순간 허리 통증과 복통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손을 아랫배에 얹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나며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그녀를 끌어안더니 숟가락을 입술 가까이 갖다 댔다.

그녀의 귓가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아야, 국 마시면 좀 나아질 거야.”

정루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어 마셨다.

이 장면은 이미 수없이 반복됐었다.

국 한 그릇을 다 마시자, 몸이 따뜻해지며 통증도 조금 가라앉았다.

눈을 뜬 그녀는 구태윤이 그릇을 내려놓고 침대에 올라와 이불을 들치며 들어오는 걸 보았다.

정루아는 온몸으로 거부했다.

“오지 마. 나가.”

“싫어.”

구태윤은 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2화

    “태윤아, 깼어?”장옥경은 눈을 뜬 아들을 보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아이고! 너 때문에 엄마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잖아. 왜 그렇게 미련하게 굴어? 제 몸은 생각 안 하고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면 어떡해. 네가 정말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나보고 따라 죽으란 소리밖에 더 돼?”그녀는 구태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이 넘어갈 듯 오열했다.두려움만큼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구태윤은 아직 의식이 몽롱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누군가 자기 손을 쥐고 있는 감각이 느껴졌다.조종당하는 입장은 질색인지라 곧바로 제 몸의 주도권을 되찾았다.이내 장옥경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온몸의 힘이 쫙 빠져나갔다.손아귀가 스르륵 풀리면서 펜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데굴데굴 굴러갔다.“엄마, 저 괜찮아요...”그가 눈을 질끈 감고 힘겹게 입을 뗐다.한바탕 감정을 쏟아낸 장옥경은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말을 이었다.“그 인간들의 목적은 따로 있었어. 애초에 너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태윤아, 제발 루아랑 이혼해. 너까지 다치면 엄마는 정말 죽고 싶어.”하지만 구태윤의 대답은 단호했다.“한 비서 불러줘요.”억지로 정신을 차린 터라 의식은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장옥경이 미간을 찌푸렸다.“태윤아, 지금 내 말 듣고 있어?”“한민혁 들여보내요... 회사 일 때문에...”구태윤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늘어졌다.장옥경은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못하고 서둘러 밖에서 기다리던 한민혁을 불러들였다.한민혁이 성큼성큼 다가와 구태윤의 곁에 멈추어 섰다.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상사의 지시를 귀담아들었다.잠시 후, 구태윤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장옥경이 서둘러 물었다.“태윤이가 너한테 뭐라고 하던?”한민혁이 대답했다.“그냥 회사 일들 지시하셨어요. 대표님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니 이만 밖으로 나가주시죠.”결국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실패한 일이 떠오르자 장옥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가서 이혼 합의서 하나 다시 준비해.”“알겠습니다.”한민혁이 대답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1화

    장옥경은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핏기 없이 창백하고 초췌해진 얼굴로 정루아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거렸다.“루아야, 네가 대체 누구한테 원한을 사서 이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우리 태윤이랑 떨어져 줘. 내가 큰아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 막내아들까지 보내야겠니?”지칠 대로 지친 목소리에 깊은 고통이 배어 있었다.정루아는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복도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 그녀의 얼굴 역시 하얗게 질렸다.“승태는 정말 뛰어난 아이였어. 처음 회사를 이어받았을 때부터 굵직한 성과를 냈고, 부모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 어려서부터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자식이었는데...”장옥경의 눈에 아득한 그리움이 스쳤다. 하지만 곧바로 짙은 비통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구승태가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비행기가 불의의 사고로 바다에 추락했다. 지금까지도 기체 잔해조차 찾지 못했다.사고 직후, 인맥과 수단을 총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끝내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결국 심해 어딘가에서 건져 올린 가방 안에서 구승태의 신분증이 발견되면서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비로소 확정되었다.비록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장옥경은 죽을 만큼 괴로웠다.“그러니까 우리 태윤이만큼은 절대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지킬 거야...”장옥경의 눈빛이 점차 단호해졌다.“너 그동안 이혼하겠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지금 태윤이가 의식을 잃은 틈을 타서 빨리 매듭짓는 게 낫지 않겠어? 모레가 재판일이지? 지금 이 상태로는 태윤이 출석 불가능하니까 어차피 연기될 거야.”정루아의 길고 고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잠시 후, 느릿느릿 입을 뗐다.“좋아요, 어머님 뜻대로 할게요.”죄 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싫은 건 그녀도 매한가지였다.대체 누가 자신을 죽이려 드는지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장옥경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루아야, 넌 참 속이 깊은 아이구나.”정루아는 묵묵부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300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는 순간, 장옥경은 자칫 까무러칠 뻔했다.이미 한 차례 자식을 잃은 아픔을 겪었던 그녀였다. 과거 구승태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뼛속까지 사무치는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나중에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생사의 갈림길을 목격하고서야 겨우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구태윤마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남은 자식이라고는 막내아들 하나뿐이지 않은가.그 아이에게만큼은 절대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되었다.장옥경은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고, 오는 길에 경호원에게서 정루아와 함께 있다가 변을 당했다는 사실만 전해 들은 상태였다.한민혁을 만나 자초지종을 캐묻고 싶었지만, 구태윤이 무사하다고만 대답할 뿐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던 장옥경은 마침내 정루아를 보자 참지 못하고 다그쳐 물으려던 참이었다.정루아는 손목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장옥경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쥔 탓이었다.정루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동자 깊은 곳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거렸다.“어머님, 사실 그게...”“오셨습니까?”바로 그때, 한민혁이 성큼성큼 걸어와 정루아의 말을 가로막았다.“안에 들어가서 한 번 확인해 보시겠어요?”정루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 말을 못 하게 하는 걸까?한민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루아를 향해 제안했다.“사모님, 일단 들어가서 보시죠. 대표님은 이미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장옥경이 딱 잘라 거절했다.“가지 마. 아직 설명도 못 들었단 말이야.”이내 고개를 돌려 정루아를 바라보았다.“루아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장옥경의 손아귀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 손목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정루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열었다.“태윤이가 저 대신 총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9화

    정루아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한민혁에게 말했다.“여긴 실장님한테 맡겨도 돼죠? 전 일단 우리 할머니 좀 뵙고 올게요.”한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덧붙였다.“경호원 불러서 모셔다드릴 테니까 차 타고 가세요. 지금 상태로는 운전이 힘들 것 같으신데.”“네.”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실제로 손발이 떨리고 있어 이 상태로 직접 운전했다간 큰 사고가 나기에 십상이었다.경호원은 그녀를 태우고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정루아는 먼저 화장실에 들러 세수하고 최대한 멀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있던 송문애가 마침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할머니.”그녀는 곧장 달려가 외할머니를 와락 껴안았다.송문애는 부드러운 손길로 손녀의 뺨을 쓸어내렸다.“괜찮다, 난 멀쩡해.”정루아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렸다.공포와 두려움이 뒤섞여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외할머니의 품에 안겨 있고 싶을 뿐이었다.송문애도 그 마음을 아는지 침묵으로 일관했다.병실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두려움이 조금씩 잦아들자, 정루아는 상체를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엄마가 이런 짓까지 벌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송문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도 마찬가지란다. 혜숙이가 그 여자한테 아주 단단히 홀린 모양이구나.”외할머니가 언급한 사람은 바로 임혜숙이 말끝마다 달고 살았던 ‘은영 이모’였다.또한, 외할아버지의 첫사랑이기도 했다.정루아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할머니,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세요. 뒤처리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송문애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입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정루아는 곧바로 의사를 불러 외할머니의 전신 검사를 진행했고,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다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송문애는 손녀의 소매에 묻은 핏자국을 발견하고는 다급히 물었다.“루아야, 이 피는 뭐니?”정루아는 고개를 숙여 소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8화

    응급실 문 앞에 서 있는 정루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이때, 김철웅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루아 씨, 괜찮아요? 다치진 않았어요?”“네, 전 멀쩡해요.”정루아는 깊게 숨을 몰아쉬며 감정을 추스른 뒤 물었다.“두 분은요? 다친 데 없어요?”“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이 도망쳐 버렸어요.”김철웅이 분통이 터지는 듯 씩씩거렸다.“간도 커라. 감히 국내에서 총을 쏘다니!”정루아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철저히 파헤쳐 주세요. 도대체 정체가 뭔지.”“알겠습니다, 반드시 찾아낼게요.”김철웅의 말투가 꽤 진지했다.이번 일은 명백히 정루아를 겨냥한 것이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후를 밝혀내야만 했다.“참, 구태윤 씨는요? 상태는 어떻습니까?”김철웅이 불쑥 물었다.정루아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다쳤어요. 얼마나 심한지는 저도 잘 몰라요. 차에 타고 나서 금세 의식을 잃었거든요.”김철웅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병원에는 도착했죠?”“네.”“응급 치료만 제때 받으면 큰일 없을 겁니다. 루아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김철웅이 그녀를 안심시켰다.정루아는 나지막이 대답하고는 곧바로 물었다.“우리 할머니는요?”“무사하십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다시 병원으로 모시도록 조치해 두었어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셔요.”“루아 씨, 만약 할머니께 걱정을 끼쳐드리기 싫다면 이번 일은 함구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김철웅이 신중하게 당부했다.연세가 있으신 분이라 이런 충격을 견뎌내지 못할 터였다.“네,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정루아는 전화를 끊고 벽에 기대었다.그제야 겨우 의지할 곳을 찾은 듯, 줄곧 팽팽하게 굳어 있던 몸이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다.잠시 후, 한민혁이 다급하게 달려와 간호사 한 명을 붙잡고 내부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지난번 납치 사건 배후를 계속 쫓고 계셨거든요. 근데 그 자식이 아주 꼭꼭 숨어 버리는 바람에 아직 이렇다 할 단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7화

    정루아는 어렴풋이 무언가 눈치챘다.첫 번째 총알은 그녀의 발치에 박혔고, 두 번째 총알은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즉, 어둠 속에서 방아쇠를 당긴 자의 타깃은 처음부터 그녀였다.도대체 누가 자신을 노리는 걸까?또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살 만한 짓이라도 했나?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켜 들었지만, 지금은 이런 상념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구태윤의 팔에 힘이 불끈 들어가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크게 심호흡한 구태윤은 그녀를 품에 안고 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이내 문을 벌컥 열더니 조수석으로 밀어 넣었다.“숨어 있어.”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만 던지고는 반대편으로 돌아 차에 올랐다.급박한 순간에도 눈은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고 있었다.산 중턱에 자리 잡은 요양원의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졌고, 지나다니는 차도 드물었다.한적한 환경 덕분에 노인이나 환자들이 요양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말았다.구태윤은 문득 정루아가 미화원으로 위장한 자에게 약물로 기절해 납치당했던 일이 떠올랐다.이번 사건도 저번이랑 같은 놈들 짓일까?김철웅과 한민혁이 이미 목표를 특정했는지 더 이상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차에 오른 구태윤은 곧바로 시동을 걸고 시내를 향해 질주했다.조수석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던 정루아는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얼굴은 창백하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저 사람들 대체 누구야?”구태윤이 대답했다.“아직 확실치 않아. 하지만 내가 반드시 밝혀낼 거야.”“저번에 날 납치했던 놈들과 한패일까?”그녀도 지난번 일을 떠올렸다.구태윤의 목소리가 한층 더 가라앉았다.“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몰라.”정루아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살면서 겪은 가장 큰 시련이라곤 예전의 그 지진이 전부였는데, 요즘 들어 쉴 틈 없이 사고에 휘말렸다.머릿속이 뒤죽박죽 했다.도대체 누구에게 원한을 산 건지, 그녀는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하지만 자신과 척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