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루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내가 뭐 하러 억지 부려?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인데. 얼른 가서 이혼 서류나 접수하자. 이제 와서 구하준이 네 자식이라고 고백한대도 난 아무 상관 없으니까.”“너...!”구태윤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이혼은 네가 좀 진정한 다음에 다시 얘기해.”말을 마치고는 성큼성큼 방을 나섰다.문이 닫히며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가 떠난 뒤, 정루아는 벽에 걸린 사진을 빤히 쳐다보다가 액자를 집어 들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날카로운 파편음과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고, 다정하게 웃고 있던 그녀와 구태윤의 모습이 처참하게 갈라져 있었다.사진을 부수고 나자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의 전화였다.“루아야, 혹시 오늘 무슨 날인지 잊은 건 아니지?”정루아는 휴대폰 달력을 확인하고서야 오늘이 아빠 생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당연하죠. 아빠 생신이잖아요. 선물도 미리 준비해 뒀거든요. 지금 막 출발하려던 참이었어요.”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냈다.임혜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딸이 잊었을 리 없지. 올 때 운전 조심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정루아는 간단히 씻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거울 속의 여자는 눈이 퉁퉁 붓고 안색이 초췌하니 마치 악에 받친 아낙네 같은 몰골이었다.정씨 가문의 귀한 외동딸이 어찌 이런 모습으로 밖에 돌아다니겠는가.그녀는 정성껏 화장하고 립스틱까지 발랐다.결국 두 시간 가까이 공을 들인 뒤에야 화장실에서 나왔다.이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고 이번에도 임혜숙이었다.“루아야, 아빠가 올해 생신은 그냥 넘어가자고 하시네. 번거롭기도 하고 귀찮으시대. 그러니 너도 고생스럽게 오지 마.”갑자기 취소라니?방금 전까지만 해도 잊지 않았냐며 생일을 챙기던 사람이?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이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네, 알겠어요. 선물은 사람 시켜서 보낼게요. 마침 저도 몸이 좀 안 좋았는데, 오늘은 그냥 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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