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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밀알
방연서는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옆에서 경적 소리가 들리더니 차 한 대가 방연서 앞에 멈춰 섰다.

심우열이 차에서 내렸다.

“전화 왜 안 받아?”

방연서는 휴대폰을 힐끗 보았다.

“배터리가 나갔어.”

심우열은 더 묻지 않고, 조수석 문을 열면서 방연서가 안전하게 앉도록 챙겼다.

“오래 기다렸어?”

“오늘은 정말 일이 있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 내일 오전에는 수술이 없으니까, 같이 혼인신고 하러 가자.”

방연서는 창밖으로 스쳐 가는 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됐어.”

심우열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맞다. 내일은 토요일이구나. 그럼 다음에 가자. 어차피 결혼식까지는 아직 시간도 있으니까.”

“놀이공원 갔었어?”

방연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현지가 올린 글 봤어?”

“그럼 이해할 만하잖아. 현지는 이제 막 귀국했는데, 혼자 현준이를 데리고 다니는 게 얼마나 불편하겠어.”

이현지 이야기를 꺼낼 때 심우열의 표정은 방연서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현지가 돌아온 날 너도 봤잖아. 착하고 귀여운 데다 조금 덜렁대는 애야. 너도 걔를 좀 더 알게 되면 분명 좋아하게 될 거야.”

방연서는 그저 비웃음만 나왔다.

이현지는 자신보다 2살이나 많은 데다가 아이도 벌써 4살인데, 심우열의 눈에는 영원히 철없는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심우열은 혼자서 추억에 잠겨 말을 이었다.

“대학 때가 생각나네. 나랑 현지가 다친 유기견 한 마리를 봤거든.”

“현지가 그 자리에서 불쌍하다며 눈물까지 흘리면서 자기가 먹기 아까워하던 초콜릿까지 그 개한테 먹였어.”

“그 바보 같은 애가 개한테 초콜릿을 먹이면 안 되는 것도 모르고.”

“나중에 같이 그 개를 키웠는데, 1년도 안 돼서 개가 죽었어.”

“그때 현지가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다시는 개는 안 키운다고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아이까지 이렇게 잘 키우고 있네.”

심우열이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줄줄 늘어놓는 것을 들으며, 방연서의 손톱은 깊게 살을 파고들었다.

“듣기 싫어.”

방연서가 말을 끊었다.

“그런 이야기 듣는 거 싫어”

심우열은 뜻밖이라는 듯이 방연서를 쳐다보았다.

“화났어?”

“응. 결혼식 취소하자.”

잠시 후, 심우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지. 나도 그런 형식적인 건 별로 안 좋아하니까.”

“아니면 신혼 여행 어때? 프라하로 가자. 현지가 거기는 동화 속 세상 같다고 했거든.”

또 이현지였다.

방연서의 마음은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렸다.

“심우열, 우리 헤어지자. 내가 너희 둘을 위해 물러나 줄게.”

“방연서.”

심우열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함부로 현지를 의심하지 마. 나는 그냥 현지를 여동생으로 생각할 뿐이야.”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너도 이해해 주면 안 돼?”

“너도 알잖아. 내 원칙은 결혼 날짜까지 정해졌으면 신부는 오직 너뿐이라는 거. 너도 이제 좀 성숙해질 때가 됐잖아.”

“그리고...”

심우열이 방연서를 바라보았다.

“우리 6년이나 함께했잖아. 네가 나를 떠날 수 있겠어?”

방연서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둔탁한 통증이 밀려왔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외도를 알게 된 뒤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방연서는 원래 사랑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방연서가 하필이면 원칙이라면 누구보다 철저한 심우열을 사랑하게 됐다.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걸을까 두려웠지만, 결국 어머니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기꺼이 바쳤다.

심우열을 위해 방연서는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남자의 일상을 돌보았다. 모든 잡다한 일을 도맡아 했고, 심지어 자신의 커리어와 앞날까지도 다 포기했다.

그래서 심우열은 방연서가 철이 들었고, 이해심도 많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6년간의 헌신 때문에라도, 방연서는 도저히 심우열을 떠날 수 없을 거라고.

그리고 방연서 또한 심우열이 아버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모든 배신을 차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잊고 있었다.

외도에는 정신적 외도라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

바로 그때, 심우열의 휴대폰이 울렸다.

심우열은 전화를 받으며, 목소리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현지야, 무슨 일이야?”

[선배, 나 지금 술집인데, 올래요?]

심우열은 원래 술집 같은 시끄러운 곳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데도 심우열은 망설이는 기색은 전혀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래, 바로 갈게.”

전화를 끊고, 심우열은 갑자기 핸들을 꺾어 차를 길가에 세웠다.

“먼저 택시 타고 돌아가. 현지가 술집에 있는데, 걱정돼서 안 되겠어.”

방연서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는 이미 쏜살같이 멀어져 버렸다.

심우열은 이현지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방연서의 휴대폰이 꺼졌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그리고 방연서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것도.

쾅!

천둥소리가 폭발하듯 울려 퍼지더니, 차가운 빗줄기가 순식간에 방연서에게 쏟아졌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방연서는 폭우 속을 밤새도록 걸었다.

방연서의 마음도 밤새도록 차갑게 식어갔다.

날이 밝을 무렵, 방연서는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요리라고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심우열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우열은 방연서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다소 놀랐다.

“왜 이렇게 비를 맞았어? 밤새 집에도 안 들어오고 전화 한 통도 안 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아이가 방연서의 한정판 피규어를 들고 안방에서 뛰어나오다가 그녀와 부딪혔다.

“현준아!”

이현지가 안방에서 쫓아 나왔다.

“너 왜 그런 더러운 것에 자꾸 달려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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