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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보다 차가운 결혼

남극보다 차가운 결혼

作家:  작은춤결完了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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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소꿉친구

결혼

능력녀

편애/이기적인

후회남

가슴 아픈 사랑

결혼 3주년이던 날. 나는 주서언이 가장 좋아하던 레스토랑에서 자그마치 5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주서언은 또 연락이 끊겼다. 끝내 주서언의 소식을 확인한 곳은 임지영의 SNS였다. 주서언은 임지영과 남극에 있었다. [기분 안 좋다는 말 한마디에... 세상 약속 다 미루고 나 달래러 와 주는 남사친.] [펭귄보다 죽마고우가 더 힐링이네.] 사진 속 배경은 온통 얼어붙은 세상이었다. 그 차가운 풍경 속에서 주서언은 임지영의 어깨를 감싸안고 있었다. 주서언의 눈에는 내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정함과 뜨거움이 담겨 있었다. 그제야 문득, 내가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아프게 따져 묻고 싶지 않았다. 미친 사람처럼 울며 매달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조용히 ‘좋아요’를 누른 뒤, 주서언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혼해.] 한참 뒤, 주서언에게서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였다. [그래. 돌아가서 서류에 도장 찍자.] [나중에 누가 울면서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지 한번 보자.] 더 많이 사랑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늘 제멋대로였다. 주서언은 내 이혼 선언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주서언... 누구 없이는 못 사는 사람 같은 건 없다. 그저 아직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나는 주서언이라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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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나는 혼자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꾸역꾸역 먹느라 위는 더부룩할 만큼 찼지만, 마음은 공허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협의이혼 신청서와 이혼합의서를 출력했다.

막 서명하려던 때, 핸드폰이 울렸다.

임지영이 화면 녹화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속 임지영과 주서언은 호화 크루즈 갑판에 나란히 서 있었다.

다른 화면에서는 두 사람의 공통 지인들이 감탄을 쏟아내고 있었다.

“남극 여행? 이거 최소 2천만 원은 넘는 코스잖아. 서언이는 정작 자기 와이프는 200만 원짜리 여행도 데려간 적 없지 않나?”

“돈이 가는 데에 마음도 있는 거지.”

“제수씨 이번엔 난리 안 쳤다며? ‘좋아요’까지 눌렀다던데?”

임지영이 일부러 혀 짧은 목소리를 냈다.

“난리 치긴 했어. 서언이한테 이혼하자고 했대.”

영상 너머에서 지인들이 혀를 찼다.

“제수씨도 예전엔 투정 좀 부리는 정도였는데, 이혼까지 말한다고? 진짜는 아니겠지?”

“진짜일 리가...”

주서언의 목소리는 무심했다.

“내가 빨리 돌아가서 옆에 있어 달라는 뜻이야. 어차피 돌아가려고 했는데, 나는 협박이 제일 싫거든.”

“그래서 영이랑 며칠 더 놀다 갈 거야.”

“...”

주서언의 눈매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그러다 바람에 헝클어진 임지영의 앞머리를 정리하는 주서언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화면 너머 공통 지인들이 ‘또 사랑하는 척한다’ ‘둘이 사귀어라’ 하며 야유를 보냈다.

“서언아, 이참에 그냥 와이프랑 헤어져. 누가 몰라? 그때 네가 우리 영이 덕분에 와이프랑 만난 거잖아. 영이도 돌아왔는데 네 와이프의 자리를 남길 이유가 있냐?”

“맞아, 영이야. 서언이 좀 봐라, 이제 연봉 2억 넘는 임원인데. 너 향한 마음은 예전이랑 하나도 안 변했잖아.”

주서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뭔가 말하려던 참이었다.

임지영이 갑자기 주서언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서언아, 얘들 말 못 하게 해 줘. 이러다 우리 순수한 우정 모욕당하겠다.”

“게다가 전업주부는 집에만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잖아. 네가 좀 져줘. 아니면 내가 죄인이 되겠어.”

주서언의 눈에서 무언가 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비틀어 올렸다.

“걱정 마. 내 와이프는 나랑 이혼 못 해.”

“그 사람은 나 없으면 돌아갈 집도 없어. 겁나서 못 하지.”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주서언을 바라보았다.

나의 가장 약한 곳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남자.

그제야 우리 사이가 정말 끝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왜 마음은 비틀어 짜인 듯 시리고 답답한 걸까?

아마도 나는 주서언을 오래도록 내 인생의 빛이자 구원으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대학교 2학년이던 해, 대학원 1학년이던 주서언이 내게 고백했다.

주서언은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었고, 나는 혼자 몰래 주서언을 짝사랑하던 후배였다.

나는 엄마를 일찍 여의었다.

아버지가 새 가정을 꾸린 뒤로는 새엄마와 새아버지 같은 사람들 사이를 떠돌았다.

어릴 때부터 남의 집 처마 밑을 전전하며 눈치를 봤고, 그 뒤로 내게 집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주서언은 말했다. 너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서언이 한없이 다정하게 입을 맞추고 ‘영이야’ 하고 불렀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울었다.

엄마가 떠난 뒤로 내 이름을 그렇게 불러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울다 보니 웃음이 났다.

정처 없이 부유하던 내 마음이 처음으로 닻을 내린 듯했다.

졸업 후, 나는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아무 망설임 없이 주서언을 따라 호람시로 갔다.

주서언이 내게 집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서언은 일에만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어렵게 받은 입사 제안을 거절하고, 주서언과 가정을 꾸려 살림과 일상을 맡았다.

나는 4년 동안 주서언과 버텼고, 마침내 주서언의 커리어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주서언은 곧바로 품질 좋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 와서 나에게 프러포즈했다.

주서언은 말했다.

“영이야, 넌 그럴 자격 있어.”

결혼 후에도 주서언은 늘 바빴다. 그래도 가끔 값비싼 주얼리를 사다 주었다.

내가 부담스러워하면 주서언은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여전히 같은 말을 했다.

“여보는 그럴 자격 있지.”

보석이 반짝이던 그때마다 나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었다.

내가 드디어 운명에게 한 번쯤은 편애받았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집을 얻었다고 믿었다.

한 달 전 임지영이 귀국하기 전까지는.

임지영은 주서언이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지만 끝내 갖지 못한 여자였다.

날카로운 가시처럼 돌아온 임지영은, 내가 믿어 온 모든 행복을 산산조각 냈다.

주서언이 내게 고백한 날, 임지영은 해외에서 남자친구와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그가 처음 내게 입 맞춘 날, 임지영은 SNS에 손잡은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나에게 프러포즈한 이유는 임지영이 약혼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내게 준 반지와 주얼리는 전부 임지영이 좋아하던 디자인이었다.

주서언이 수없이 다정하게 ‘영이야’라고 부를 때, 그 마음속에는 온통 내가 아닌 ‘임지영’이 있었다.

...

내가 행복이라고 믿었던 모든 지점에는... 주서언의 미련과 분함이 묻어 있었다.

알고 보니 나는 한 번도 그럴 자격이 없었다.

툭-

눈물 한 방울이 이혼합의서 위로 번졌다.

떠올릴수록 나 자신이 우스운 농담처럼 비참했다.

주서언은 내가 주서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갈 곳은 있었다.

나는 펜을 들고 서명했다.

검은 글자가 흰 종이 위에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주서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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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나는 혼자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꾸역꾸역 먹느라 위는 더부룩할 만큼 찼지만, 마음은 공허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협의이혼 신청서와 이혼합의서를 출력했다.막 서명하려던 때, 핸드폰이 울렸다.임지영이 화면 녹화 영상을 보내왔다.영상 속 임지영과 주서언은 호화 크루즈 갑판에 나란히 서 있었다.다른 화면에서는 두 사람의 공통 지인들이 감탄을 쏟아내고 있었다.“남극 여행? 이거 최소 2천만 원은 넘는 코스잖아. 서언이는 정작 자기 와이프는 200만 원짜리 여행도 데려간 적 없지 않나?”“돈이 가는 데에 마음도 있는 거지.”“제수씨 이번엔 난리 안 쳤다며? ‘좋아요’까지 눌렀다던데?”임지영이 일부러 혀 짧은 목소리를 냈다.“난리 치긴 했어. 서언이한테 이혼하자고 했대.”영상 너머에서 지인들이 혀를 찼다.“제수씨도 예전엔 투정 좀 부리는 정도였는데, 이혼까지 말한다고? 진짜는 아니겠지?”“진짜일 리가...”주서언의 목소리는 무심했다.“내가 빨리 돌아가서 옆에 있어 달라는 뜻이야. 어차피 돌아가려고 했는데, 나는 협박이 제일 싫거든.”“그래서 영이랑 며칠 더 놀다 갈 거야.”“...”주서언의 눈매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그러다 바람에 헝클어진 임지영의 앞머리를 정리하는 주서언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화면 너머 공통 지인들이 ‘또 사랑하는 척한다’ ‘둘이 사귀어라’ 하며 야유를 보냈다.“서언아, 이참에 그냥 와이프랑 헤어져. 누가 몰라? 그때 네가 우리 영이 덕분에 와이프랑 만난 거잖아. 영이도 돌아왔는데 네 와이프의 자리를 남길 이유가 있냐?”“맞아, 영이야. 서언이 좀 봐라, 이제 연봉 2억 넘는 임원인데. 너 향한 마음은 예전이랑 하나도 안 변했잖아.”주서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뭔가 말하려던 참이었다.임지영이 갑자기 주서언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서언아, 얘들 말 못 하게 해 줘. 이러다 우리 순수한 우정 모욕당하겠다.”“게다가 전업주부는 집에만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잖아. 네가 좀 져줘. 아니면 내가 죄인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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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오래 갖고 있기만 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교수님, 저 다시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교수님께 묻고 나서도 마음이 불안했다.그해 김연희 교수님을 나를 좋게 봐 주셨다. 대학원에 남아 연구실 프로젝트에 들어오라고 여러 번 붙잡으셨다.하지만 나는 교수님을 실망하게 했다.사정을 들은 교수님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내가 예전에 말했지. 맞는 사랑은 네 앞길을 막지 않고, 너의 길 위에 같이 선다고.][돌아오는 건 가능해. 다만 한 달 뒤에 있을 평가를 통과해야 해.]나는 바로 대답했다.“네, 하겠습니다.”그날 밤도 주서언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예전 같으면 나는 분명히 침대에서 뒤척이며 새벽까지 기다렸을 것이다.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깊이 잠들었다가 아침 햇살에 눈을 떴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한 남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것보다, 희망 속에서 눈뜨는 아침이 이렇게 좋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나는 주서언이 그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그런데 그날 저녁, 현관문이 열렸다.주서언은 피곤함에 지친 잘생긴 얼굴로 들어섰다.그리고 품 안에 말랑한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결혼기념일 선물.”펭귄 인형이었다.임지영 때문에 나를 두고 떠났던 지난 일들과 똑같았다.설명도 없고 사과도 없었다.그저 애매한 화해의 제스처만 있었다.인형에는 아직 누군가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나는 붙어 있는 기념품 라벨을 만지다가 마음이 식는 것을 느꼈다.“나 이런 거 필요 없어.”나에게는 선물도 필요 없고, 더는 결혼기념일도 필요 없었다.주서언이 살짝 굳더니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지영이는 오래된 친구야. 실연하고 귀국해서 힘들다는데 내가 모르는 척할 수는 없잖아. 그만 억지 부려.”나는 손끝으로 인형 털을 무의식적으로 쓸었다. 마음은 촘촘한 바늘에 찔리듯 아팠다.주서언은 잊은 모양이었다. 나도 펭귄을 좋아했다.호람시에 온 뒤, 나는 몇 번이나 주서언에게 말했다. 같이 아쿠아리움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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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임지영이었다.주서언은 임지영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뒷모습만으로도 다정해 보였다.주서언은 정성스럽게 새우 껍질을 벗겨 임지영의 입에 가져다주었다.임지영도 익숙하다는 듯 입을 벌리고 받아먹었다.“세상에! 십여 년 전 그 맛이랑 똑같아. 하나도 안 변했어. 너무 좋아.”임지영이 눈을 크게 뜨고 기뻐했다.“나도 안 변했는데. 나는 좋아?”주서언은 계속 새우껍질을 벗겼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다.하지만 갑자기 굳은 등이... 그 안의 긴장을 드러냈다.임지영이 당황한 듯 눈을 깜박이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거짓말쟁이. 넌 변했잖아. 넌 이제 와이프도 있잖아.”“솔직히 말해. 회전 레스토랑, 아쿠아리움, 호람강 크루즈... 우리 추억이 있는 곳, 네 와이프랑 다 와 봤어?”임지영의 눈꼬리가 나를 스쳐 갔다.알면서도 묻는 우월감이 목소리에 묻어 있었다.“한 번도...”주서언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나는 저도 모르게 손바닥을 세게 움켜쥐었다.주서언이 매번 일이 있다고 했던 건 전부 핑계였다.주서언은 두 사람만의 추억을 지키고 있었다.나는 그 안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그럼 됐어.”임지영은 새침하게 웃었다.“네가 그랬잖아. 너는 영원히 나랑 제일 친하다고. 말 안 지키면 내가 이렇게 잡아먹을 거야.”임지영이 주서언의 손끝에 있던 새우를 크게 베어 물었다. 제법 겁을 주는 척이었다.과장된 행동과 말투는 예전에는 머리카락에 붙은 껌처럼 나를 지치게 했다.떼어 내고 싶어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주서언은 여전히 웃었다.“너는 정말 예전 그대로다.”“다 네 뜻대로 할게, 우리 공주님.”임지영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가, 그제야 나를 발견한 척했다.“어, 채영 씨? 여긴 웬일이에요?”주서언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그 눈에 내가 본 적 없는 초조함이 비쳤다.하지만 곧 불쾌한 분노가 그 자리를 덮었다.“설마... 나를 따라왔어?”“이혼으로 협박하더니 이제 미행까지 해? 어디서 이런 저급한 짓만 배웠어?”“사람 사이에는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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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해되지 않으면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이제 내 인생을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공부와 호람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일로 바빴다.떠나기 전날, 나는 해피랜드에 갔다.그곳에서 또 주서언과 임지영을 마주쳤다.“채영 씨, 또 미행 온 거예요?”임지영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채영 씨가 서언이를 사랑한다면, 서언이한테는 우정이 먼저고 사랑이 그다음이라는 걸 받아들여야죠. 우리는 친구끼리 놀러 나온 것뿐이니까 오해 좀 그만해요.”또 같은 방식이었다.매번 이렇게 은근한 말로 나를 밀어붙여 무너지게 했다.나는 상대하기도 귀찮아 돌아서려 했다.주서언이 나를 불렀다.“만났으니 같이 다녀.”나는 잠깐 놀랐다가 곧 이해했다.이 남자의 갑작스러운 관심이 늘 사랑인 것은 아니다.가끔은 죄책감일 뿐이다.주서언과 임지영의 그 키스는 어쨌든 선을 넘었다.“서언아,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임지영이 주서언을 보내고 나자, 곧바로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채영 씨도 진짜 끈질긴 것 같아요. 서언이가 남으라고 한 건... 그냥 채영 씨가 불쌍해서... 서언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나고요.”나는 그제야 궁금했던 걸 물었다.“친구일 뿐이라면서, 내 남편이 누구를 사랑하든 왜 신경 써요?”임지영이 코웃음을 쳤다.“예전의 서언이는 내 눈에 안 찼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잘났잖아요. 나랑 어울릴 정도로 성장하고 발전했죠.”“채영 씨처럼 매달리면 남자들이 귀하게 여기겠어요? 이렇게 잡힐 듯 말 듯해야 평생 나한테 미쳐요.”“오늘이 협의이혼 확인 기일인 거 알아요. 조금 뒤 얌전히 가서 절차 마무리해요. 안 그러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여 줄 테니까요.”나는 임지영이 말한 수단을 보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이 술렁이는 소리를 들었다.줄을 서던 남자 둘이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건장한 몸들이 빠르게 이쪽으로 밀려왔다.멀지 않은 곳에서 주서언이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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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서언아, 나 진짜 무서워. 빨리 와!]임지영은 전화를 끊자마자 겁먹은 표정을 지웠다.임지영은 차갑게 웃고 다시 다른 번호로 전화했다.“어떻게 됐어? 그 여자가 절차 마무리했어?”상대의 목소리는 비위를 맞추듯 들떴다.[걱정 마세요. 누나가 부탁한 뒤로 계속 지켜봤어요. 부회장님이 떠난 뒤, 그 여자 아주 순조롭게 이혼 신고까지 했어요.][이제 그 두 사람은 법적으로 남남입니다.]임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꽃처럼 피는 걸 느꼈다.얼굴 가득 기쁨이 번졌다.“그 여자... 그래도 눈치는 있네. 고마워.”상대가 계속 지켜보지 않았다면, 임지영도 시간을 그렇게 정확히 맞출 수 없었다.그토록 적절하게 주서언을 불러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사실 조금은 지나친 대비였다.임지영은 자신했다.주서언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어릴 때부터 주서언은 임지영만 바라보던 사람이었다.게다가 협의이혼 신청 예약도 주서언이 직접 잡아 둔 상태였다.그래도 확실하게 하려고 불러낸 것이다.어렴풋한 감이 있었다.주서언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하지만 상관없었다.작게 흔들렸을 뿐이다.이혼이 확정되었으니, 임지영이 조금만 손을 쓰면 주서언은 다시 자신에게 완전히 돌아올 것이다.[누나한테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한 거 아니죠.]상대는 친근하게 웃었다.[부회장님 앞에서 제 얘기 잘 좀 해 주세요. 제 앞길은 누나 손에 달렸습니다.]“걱정 마.”임지영은 새침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상상도 못 했다. 자기와 비슷한 평범한 집안 출신의 주서언이 이렇게 성공할 줄은...상장사 최연소 부회장, 2억 원대의 연봉, 손에 쥔 엄청난 양의 스톡옵션과 지분.해외에서 부자와 결혼하려던 꿈이 깨진 뒤, 어린 시절 남사친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걸 알았을 때 임지영은 놀랐고, 곧 기뻤다.이 남사친은 임지영의 전 남친보다 훨씬 나은 남자였다.주서언이 이미 결혼한 사람이면 뭐 어떤가?조금 흔들었을 뿐인데 모든 것이 임지영이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였다.‘이 남자, 반드시 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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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프라이즈?”주서언이 비밀을 감추지 못해 웃는 모습을 보자 임지영도 따라 웃었다.‘누구를 위한 선물일까?’‘당연히 나에게 주는 선물이겠지.’임지영 보기엔, 자신이 귀국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는데, 주서언은 이미 자신을 하늘 위로 올려놓듯 아껴 주었다.가장 과하고 놀라웠던 일은 남극 여행이었다.임지영이 우울한 펭귄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을 뿐인데, 주서언은 곧장 남극 여행을 계획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조건 없이 임지영을 사랑하고 오래 기다린 사람은 주서언뿐이었다.돌고 돌아왔지만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좋아. 내가 봐 줄게. 평가도 해 줄게.”주서언은 차를 몰아 호람시의 고급 주거 단지로 들어갔다.얼굴 인식으로 입구가 열렸고, 경비원은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임지영의 심장이 갑자기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이 단지는 전부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곳이었다.한 평당 1억 원대라는 소문이 돌 만큼, 명실상부한 최고급 주거지였다.특히 맨 앞 동은 호람강을 바라보고 있었고, 호람시의 상징인 호람타워와 주변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도시 불빛이 켜지는 저녁이면 말 그대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임지영이 이렇게 잘 아는 이유는 예전에 광고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그때부터 마음이 동했다.하지만 구경하려면 사전 자산 확인이 필요했다. 최소 순자산 30억 원 이상이라는 말이 있었다.임지영에게 그런 돈이 있을 리 없었다.‘주서언이 이곳에 집을 샀나?’임지영은 속으로 생각하며 주서언을 따라 고급 단지를 지나갔다.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을 지나고, 잘 가꿔진 정원을 지났다.마침내 주서언은 맨 앞 동으로 들어갔다.얼굴 인식을 마치자 엘리베이터가 16층으로 올라갔다.“이 집 어때?”주서언이 문을 열며 묻는 목소리에는 긴장이 섞여 있었다.임지영은 자주 귀여운 척 눈을 크게 뜨곤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어떠냐고? 너무 좋지!’남향과 북향 창이 시원하게 트였고, 방 네 개에 거실, 욕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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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주서언은 말을 마치고서야 임지영이 옆에 없다는 걸 알았다.임지영은 남향 안방에서 막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눈가와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안방 구조가 괜찮다. 드레스룸도 크고. 인테리어 다시 하면 살기 진짜 편하겠다.”임지영은 주서언의 말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이미 이 집의 안주인처럼 집 안을 전부 둘러본 뒤였다.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젊고 능력 있고 앞으로 더 올라갈 여지가 많은 남사친 주서언도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그때 두 사람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공통 친구 단독방에 진실게임 모임 공지가 올라왔다. 다 같이 놀자는 내용이었다.예전의 주서언은 일 중독자에 가까웠다.대부분의 시간을 업무와 승진에 쏟았다.오랜 친구 모임에도 자주 빠졌다.하지만 임지영이 귀국한 뒤로는 그런 자리마다 빠짐없이 참석했다.오늘은 주서언이 잠시 망설였다.“나는 오늘 안 갈게. 저녁에 할 일이 있어. 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에이, 왜 이렇게 재미없게 굴어.”임지영은 애교 섞인 손길로 주서언의 팔을 쳤다.“단톡방에도 적혀 있잖아. 저녁 먹기 전에 끝난대.”임지영이 생각하기에 주서언에게 지금 할 일이라고 해 봐야 회사 일뿐이었다.업무가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는 것보다 중요할 리 없었다.오늘 밤에는 도와줄 사람들이 많았다. 반드시 주서언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그래, 그러자.”주서언은 대답했다.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친구들 앞에서 앞으로는 가정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기에도 좋았다.주서언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영이야, 회사에 일이 좀 생겼어. 처리하고 들어갈게.]곧 두 사람은 프라이빗 라운지에 도착했다.“빨리 와. 이제 너희 둘만 남았어. 바로 시작하자.”병이 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몇 차례 지나 병 입구가 주서언 앞에서 멈췄다.“진실.”친구 하나가 임지영과 눈을 맞춘 뒤 질문했다.“서언이는 원래 별 욕심 없는 사람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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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뭐?”주서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듯 침착해졌다.주서언은 웃으며 설명했다.“오해야. 이혼은 홧김에 한 말이었고, 우리는 화해했어.”“원래 내가 채영이랑 같이 가서 취소하려 했는데, 영이에게 일이 생겨서 영이 혼자 먼저 가라고 했어.”설명은 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빴다.방 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모든 사람 얼굴에는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임지영까지 불안감을 느꼈다.“맞다, 지영아. 앞으로 구분하려고 너를 ‘영이’ 이렇게 부르면 안 되겠다. 그냥 지영이라고 부를게.”“영이가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해. 앞으로 내가 말하는 ‘영이’는 내 와이프야. 다들 헷갈리지 마.”“진심이야?”누군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넌 항상 지영이를 제일 좋아했잖아. 혹시 갑자기 네 와이프를 사랑하게 된 거야?”“응.”주서언의 표정은 담담했다.“나는 한때 지영이를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했어. 그런데 채영이가 다쳤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이미 채영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채영이는 나와 함께 고생했고, 내 곁에서 10년을 걸었어. 앞으로는 서로 아끼면서 살 거야.”“지영이는 영원히 내 친구고, 여사친이야. 앞으로 우리 둘을 두고 장난치지 마.”방 안이 죽은 듯 고요해졌다.너무 뜻밖이었다.주서언이 이렇게 빨리 변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사람의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쉽게 변하는 것일지도 몰랐다.임지영은 손바닥을 세게 찔렀고, 표정을 간신히 붙들었다.그때 임지영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았다.다행히 그 감을 믿고 주서언을 제때 불러냈다.다행히 두 사람의 이혼은 이미 확정됐다.그래도 임지영은 주서언이 이렇게 쉽게 마음을 바꿨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아마 죄책감과 동정일 것이다.남자들은 가끔 연민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한다.틀림없이 그럴 것이다.임지영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흔들리면 안 된다.중요한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임지영은 입술을 삐죽였다.“그러니까 이제 다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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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지영아, 정말 저렇게 보낼 거야?”룸 안에서 임지영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표정이 아주 좋지 않았다.그래도 임지영은 가볍게 비웃었다.“가도 채영 못 만나.”“무슨 뜻이야?”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해 물었다.임지영은 핸드폰을 흔들었다.“나도 확실하게 온 정보가 있어. 채영은 취소하러 간 게 아니라 정말 이혼 신고했어.”“벌써 짐 싸서 나갔고.”그 말에 방 안이 술렁였다.“진짜야? 채영은 남편 없으면 죽을 것처럼 굴더니, 포기한다고?”“그러게. 서언이도 이제 성공했잖아. 그렇게 오래 고생해 놓고, 이제 와서 열매를 거둘 때 포기하면 너무 바보 같은 짓 아니야?”“일부러 집 나가서 서언이 찾으러 오게 만들려는 거 아냐?”사람들의 말을 들을수록 임지영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그 여자는 원래 바보야. 나를 이길 수 없어.”“서언이는 그 여자가 다친 걸 보고 죄책감을 사랑으로 착각한 것뿐이야.”“지금 기분이 올라와 있으니 진짜 찾으러 갈 수도 있어. 그러니 확실하게 하려면 너희가 나랑 연극 하나 해 줘야 해.”임지영은 사람들에게 계획을 말했다.마지막으로 선언했다.“오늘 밤 관계 확정하고, 내일 혼인신고. 서언이는 내 거야.”친구들이 감탄했다.“와, 역시 우리 지영이 세다.”“그럼 우리는 청첩장 기다리면 되는 거지?”“나중에 우리 몫 잊으면 안 된다.”임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 너희가 애써준 거 잊지 않을게.”사실 그 공통 친구들은 이미 임지영이 준비한 사람들이었다.해외에서 10년 넘게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려고 애썼지만 끝내 실패했다.아쉽기는 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그래서 이번 귀국은 단단히 준비했다.타이밍과 조건, 사람까지 모두 자기편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임지영이 치밀하게 쳐 둔 그물에서 주서언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주서언은 익숙한 집으로 돌아왔다.예전에는 집에 들어오면 주방 후드 소리가 들리곤 했다.앞치마를 두르고 바쁘게 움직이는 뒷모습을 보았다.그 모습만으로도 이유 없는 안정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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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핸드폰 벨 소리가 그때 거칠게 울렸다.“영이야, 너야?”주서언은 바로 받으며 거의 튀어나오듯 말했다.[고객님, 여기는 예약하신 레스토랑입니다. 오후 6시 반 룸 예약이었는데, 지금 일곱 시라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오실 예정인가요?]레스토랑에서 온 전화였다.주서언은 깊은 실망을 느꼈다.“아니, 취소할게요.”주서언은 전화를 바로 끊었다. 무례하다고 할 만큼 짧았다.지난 몇 년 동안 주서언은 빠르게 성장했고, 어떤 자리에서도 매끄럽게 대응하는 법을 익혔다.늘 체면을 지키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너무 지쳐버렸다.USB 속 내용이 모든 것을 무너뜨린 듯했다.아름답다고 믿었던 임지영의 진짜 모습은 그런 것이었다.영원히 자신을 기다리고 사랑할 거라 믿었던 아내는 떠났다.심지어 주서언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자료까지 남겼다.USB 안에는 문서 하나도 있었다.그 안에는 단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나 찾지 마.]주서언은 그 뜻을 알았다.만약 찾아가 매달리면, 치명적인 내용들이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다.하지만 왜...이미 자신의 마음을 알았는데...이미 확실하게 말했는데...왜 이렇게 된 걸까?머릿속이 엉켜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주서언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기대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주서언은 현관으로 달려갔다.문이 열리자, 눈빛에 있던 기대가 꺼졌다.임지영이었다.임지영과 함께 친구들이 서 있었다.“서언아, 큰일 났어!”친구 몇이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지난번 게임할 때, 누가 CCTV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어. 너랑 영이가... 키스한 그 장면...”“지금 인터넷에서 유명 기업 임원이 유부남인데 외도했다고 난리야. 상황이 너한테 엄청 안 좋아.”주서언은 영상을 보았다. 순식간에 퍼진 게시글에는 자신과 임지영이 5분 동안 키스한 장면이 있었다.댓글 창에서는 이미 주서언에 대한 신상 털기가 시작되고 있었다.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은 회사에서 해임해야 한다는 글도 쏟아졌다.주서언은 온몸이 차가워졌다.‘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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