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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作者: 은지아
입술이 귓불을 스치자 송남지는 미세하게 몸을 떨었고 다리에도 힘이 풀리는 듯했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다.

어느 정도 숨이 안정되자 송남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훈 씨, 첫날밤은 밤에 하는 거고 지금은 낮이잖아요...”

지금은 시퍼런 대낮으로 서경시의 뜨거운 여름 햇살이 하늘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

하정훈은 짓궂은 장난처럼 입술에 힘을 주어 귓불을 더욱 괴롭혔다.

귓불에 희미한 잇자국이 새겨지자 송남지는 살짝 아픈 듯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아픈 건 아니었다.

다만 너무나도 노골적인 친밀함이 그녀를 압도하려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애써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느낌에 저항해야 겨우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송남지는 손을 들어 자신을 안고 있는 하정훈을 밀어내려 했지만 손을 뻗자 그의 가슴팍 얇은 근육에 닿았다. 이내 전기가 통하는 듯한 감촉에 손가락 끝이 저릿해졌다.

그녀는 황급히 손을 뗐다.

그 모습에 하정훈은 어이없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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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871화

    오지훈의 이중 잣대는 절친한 하정훈조차 고개를 저을 만큼 노골적이었다.오지훈도 입술을 비죽였다. 스스로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문제는 예전에 총각파티를 즐길 때만 해도 최보라가 이렇게 대담하게 놀 줄은 몰랐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오지훈은 후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자유연애 협약인지 뭔지 맺지 말 걸 그랬어!”오지훈의 뒤늦은 후회를 보며 하정훈은 눈썹을 내리깐 채 나직이 웃었다.“내가 좀 보수적인 편이라서 그런지 난 너희 같은 스타일은 이해 못 하겠어. 사랑하면 당연히 독점하고 싶은 거 아니야?”오지훈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하정훈을 쳐다봤다.“그럼 너는? 송남지랑 사랑이 식어서 이혼한 거야?”사실 오지훈은 절친임에도 하정훈과 송남지의 사정을 물어볼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이혼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하정훈은 해외에서 정신없이 바빴고 국내에선 도통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뒤로도 하정훈의 관심이 유학생인 임승아에게 가 있는 듯 보였고 여전히 바깥으로만 돌아 물어볼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이번 여행에 하정훈이 참석하지 않았다면 아마 영영 물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친구에게 사실은 송남지를 사랑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너무 사랑해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고.’하지만 하정훈은 이 진심을 결코 입 밖으로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말해버린다면 그간 견뎌온 고통이 수포가 될 테니까.결국 하정훈은 입술을 달싹이다 무심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응, 사랑 안 해.”하정훈의 대답에 오지훈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오지훈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사랑해놓고 한순간에 마음이 식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그렇다면 결국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달콤해 보였다는 뻔한 결론밖에는 나지 않았다.하정훈이 아무리 지독한 사랑을 했다 한들, 막상 손에 넣자마자 싫증을 내는 부류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오지훈은 이 모든 상황을 '얻고 나

  • 가면을 쓴 남편   제870화

    하정훈은 신사답지 못한 태도로 무작정 은지영의 앞을 몸으로 막아섰고 은지영은 그 돌발 행동에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오지훈이 급히 도착하고 나서야 냉랭했던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은지영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오지훈을 향해 반갑게 말을 걸었다.“오 대표님, 마침 잘 오셨어요! 안 그래도 정훈 오빠 별장에서 요리해 먹으려던 참인데 같이 들어가요. 사람 많으면 더 즐겁잖아요.”오지훈은 은지영을 훑어보며 어색하면서도 예의 바른 미소를 짓고는 하정훈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 뒤 별장 정원의 문을 쾅 닫아걸었다.“죄송합니다, 은지영 씨. 하정훈이랑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요. 먼저 실례할 테니 혼자 천천히 둘러보고 계세요.”오지훈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정훈을 낚아채 쏜살같이 달려나갔다.어둑한 가로등 아래 은지영만 집게발을 휘두르는 게 두 마리를 든 채 멍하니 남겨졌고 두 남자는 귀신이라도 본 듯 무서운 속도로 도망쳤다.“정훈 오빠! 오지훈 씨!”은지영의 외침이 멀어지고 나서야 오지훈과 하정훈은 걸음을 늦췄다.하정훈은 불쾌한 표정으로 오지훈을 쏘아보았다.“대체 뭐 하는 거야? 네가 은지영 보고 가라고 했다며.”오지훈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너한테 급히 할 말이 있어서 그래.”하정훈은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아까 자신을 골탕 먹이려 했던 오지훈에게 똑같이 복수하고 싶어졌다.하정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오지훈을 바라보며 대꾸했다.“나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얘기해.”하정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오지훈이 빠르고 정확하게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정훈아, 정훈아! 내가 사과할게, 됐지? 네가 어느 별장에 묵는지 은지영한테 알려주는 게 아니었어. 미안하다, 진짜 사과할게!”그제야 하정훈은 만족스러운 듯 오지훈을 돌아보았지만, 사과를 받아준다고 해서 그의 행동을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하정훈은 짙은 눈썹을 까닥이며 대꾸했다.“그래, 사과는 접수했어. 하지만 나 지금 진짜 볼

  • 가면을 쓴 남편   제869화

    하정훈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며 낮게 읊조렸다.“너, 설마 내가 어느 별장에 묵는지 알려준 건 아니지?”오지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알려줬지. 서경에서 여기까지 날아온 정성이 가상해서 내 마음이 다 아프더라고.”하정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쏘아붙였다.“너 정말 할 일 더럽게 없나 보다.”오지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바쁜 몸이야. 보라 화난 거 보이지? 난 이제 화 풀어주러 가야 하니까 넌 네 일이나 잘 해결해.”말을 마친 오지훈은 서둘러 별장으로 향했지만, 그곳에 최보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최보라는 화가 났다고 해서 어디론가 숨어버릴 성격이 아니었다.오지훈이 전화를 걸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보라야, 어디야? 아예 자취를 감출 만큼 화난 거야? 이 근처 밤엔 인적이 드물어서 위험하니까 빨리 돌아와. 돌아와야 내가 사과를 하든 달래주든 할 거 아냐.”최보라는 콧방귀를 뀌며 휴대폰을 공중으로 치켜들었다. 시끄러운 클럽 음악 소리가 오지훈의 귓가를 때렸다.잠시 후, 최보라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걱정 붙들어 매셔. 여기 사람 차고 넘치니까. 그리고 네가 안 달래줘도 돼. 지금 여긴 복근 빵빵한 모델들이 알아서 잘 달래주고 있거든.”오지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속이 타들어 가는 질투를 느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최보라에게 주의를 주는 게 고작이었다.“복근남들이고 뭐고 구경만 해, 손대는 건 절대 안 돼.”최보라는 여전히 무심한 말투로 응수했다.“거금을 들였는데 왜 안 만져? 안 만지는 놈이 바보지!”오지훈은 전화기 너머로 그녀가 군침을 흘리는 듯한 기색마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결국 송남지가 휴대폰을 뺏어 들고는 말했다.“우리 시간당 페이가 장난 아니거든요? 잡담하는 동안에도 돈이 날아가니까 그만 끊을게요!”그러더니 송남지는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나저나 예비 형부, 섬 하나는 기가 막히게 골랐네요. 이런 한정판급 비주얼들이 쏟아지니 눈이 어질어질하고 황홀해서 미치겠

  • 가면을 쓴 남편   제868화

    하정훈의 반응에 은지영마저 내심 감동했는지 수줍은 미소를 띠며 오히려 하정훈을 다독였다.“정훈 오빠,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내지 마. 남현이가 바쁘면 그냥 보내줘. 난 대충 아무거나 먹어도 되고 사실 안 먹어도 괜찮아. 마침 다이어트 중이기도 하니까.”하정훈은 눈동자를 가늘게 떨며 은지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차갑게 대꾸했다.“그래, 넌 확실히 다이어트가 좀 필요해 보이네.”은지영은 멍해졌고, 찰나의 순간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기분을 느꼈다.하정훈은 그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남겨진 은지영은 밤바람을 맞으며 망연자실해 있다가, 그나마 신사적인 오지훈에게서 위로를 얻고 싶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오 대표님, 제가 정말 다이어트라도 해야 할 것처럼 보여요?”오지훈은 이 상황에서 어떤 대답이 모범답안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따가 최보라의 화를 풀어주느라 진을 빼야 할 것을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어, 그 화풀이를 미리 하고 싶어졌다.오지훈은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면서도 은지영을 찬찬히 살피더니 말했다.“어쩐지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은지영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지만, 짙은 어둠 때문에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정훈은 별장으로 돌아와 카드를 찍고 문을 열었다. 2층을 올려다보니 불이 켜져 있었다.송남지가 아직 거기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하정훈은 2층으로 향했다.방문은 닫혀 있었고 그는 초인종을 누르며 안쪽의 반응을 기다렸다.하지만 1분이 지나도 안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는 목소리를 높여 그녀를 불렀다.“송남지?”여전히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하정훈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몇 분이 흐른 뒤에야 송남지가 안에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송남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받지 않는다는 신호음만 공허하게 울렸다.초조해진 하정훈은 결국 오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송남지가 안 보여.”오지훈은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하 대표, 송남지도

  • 가면을 쓴 남편   제867화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오지훈에게 낮게 물었다.“쟤들도 초대했어?”오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천남현만 불렀어. 은지영은 나도 당황스러운데.”최보라는 오지훈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으며 속삭였다.“너 정말 약혼하기 싫어서 이래? 어떻게 은지영같이 분위기 망치는 애를 부를 수가 있어?”오지훈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진짜 내가 부른 거 아냐. 천남현이 파트너로 데려온 모양인데 그걸 내 탓으로 돌리면 안 되지.” 최보라는 콧방귀를 뀌며 은지영과 천남현에게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그대로 별장 단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천남현은 화가 난 듯한 최보라의 뒷모습을 보며 오지훈에게 비아냥거리듯 물었다.“왜요? 내 등장이 최보라 씨를 불편하게 한 거예요, 아니면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거예요?”오지훈은 천남현의 체면을 고려해 대충 둘러댔다. 서경에서의 그의 입지를 생각하면 대놓고 무안을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천 대표님, 실례했네요. 방금 좀 다퉜거든요. 뭐, 괜찮습니다, 여자들 화라는 게 원래 금방 끓어올랐다가도 금방 사그라드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따가 잘 달래줘야죠.”천남현은 픽 웃으며 굳은 표정의 하정훈을 쳐다봤다.“하 대표님은요? 누구랑 싸웠길래 표정이 그렇게 안 좋습니까?”은지영은 조금 전 투덜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태도를 바꾸어 아양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정훈 오빠, 오랜만이야. 여기서 다 보네.”하정훈은 은지영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천남현을 응시하며 무심하게 대꾸했다.“지난번 은씨 저택에서 봤었잖아?”그가 은씨 저택에 갔던 건 재스민을 되찾기 위해서였다.그 일화가 언급되자 은지영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제 서경 사교계에서는 그녀가 아주 망신스러운 꼴로 재스민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재스민을 탐내는 게 아니었다.그 일만 생각하면 은지영은 아직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것도 벌써 한참 전 일인데, 뭐.”그녀는 화제를

  • 가면을 쓴 남편   제866화

    오지훈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찌푸렸다.“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한테도 초대장을 보내긴 했지만, 아침까지 안 나타난 거 보면 아마 안 오겠지.”그러고는 화제를 돌려 물었다.“왜, 누구 관심 있는 사람이라도 있어?”하정훈은 아무 말 없이 눈빛을 가라앉혔다.섬의 노을은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일행은 유람선 위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며 붉게 물든 절경을 감상했다.하지만 하정훈의 시선은 자꾸만 무심결에 별장 단지 쪽을 향했다.참다못한 오지훈이 샴페인 잔을 든 채 궁금해하며 물었다.“저기 도대체 누가 있는데 그래? 어떤 미인이 있길래 눈을 못 떼는 거야? 나도 좀 알려줘 봐.”하정훈은 시선을 거두고 냅킨으로 입술을 가볍게 닦으며 짧게 대답했다.“아무도 없어.”오지훈은 직접 눈을 가늘게 뜨고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결국 포기했다.하정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최보라를 향해 물었다.“남지는? 저녁 먹으러 안 온대요?”최보라는 내심 당황했다.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됐고 이런 모임도 잦았지만, 하정훈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잠시 멍하니 있던 최보라가 이내 대답했다.“아직 화장 중이라고 저녁은 방으로 넣어달라고 했어요.”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남지 씨 연애라도 하는 거 아냐? 그것도 오늘 이 섬에 같이 들어온 사람 중에 상대가 있는 거 아니냐고? 안 그러면 저렇게 공들여 화장할 이유가 없잖아.”오지훈의 짐작 어린 말에 최보라는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조선 시대도 아니고 요즘 여자들이 예쁘게 꾸미는 건 순전히 본인 기분 좋으려고 하는 거야.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오지훈은 최보라와 말다툼을 하는 대신 그녀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달랬다.“그래그래, 우리 마누라 말이 다 맞아.”최보라는 그의 호칭을 곧바로 교정해주었다.“아직은 마누라 아니고 여자친구야. 호칭 똑바로 해.”오지훈

  • 가면을 쓴 남편   제334화

    유경태의 뒤를 따르던 간호사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환자분, 저희 경험상 이번엔 틀림없이 임신이에요. 순산하시길 바라요!”송남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간호사를 올려다보았다.“고마워요.”유경태는 재빨리 간호사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복도에서 유경태는 난처한 얼굴로 간호사를 타이르며 걷고 있었다.“앞으로 하씨 가문 사모님에게는 그런 말씀 드리지 마세요.”간호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만 껌뻑이며 물었다.“유 선생님, 제가 방금 뭐 실수했나요?”유경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쓸데없이 활기만 넘치고 머리

  • 가면을 쓴 남편   제314화

    양나정은 오지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지훈 씨, 오랜만이에요.”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는 없는 법, 하물며 양나정 같은 절세미인에게는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오지훈은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오랜만이네, 나정 씨. 몇 년 전이랑 똑같이 여전히 아름답네.” 오지훈은 하정훈과 양나정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었다. 그 일은 송남지가 윤해진과 막 결혼했을 무렵에 일어났다. 하정훈은 업무 때문에 남성으로 가 있었다.아마 상처뿐인 이곳, 서경에 머물고 싶지 않았던 건지, 하정훈은 일부러 남성에서의 업무 기간을 길게 늘렸다.

  • 가면을 쓴 남편   제316화

    룸 안의 사람들을 훑어보던 그의 밝은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오지훈이 손짓하며 그에게 이쪽으로 와서 앉으라고 했다.서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정훈을 맞았다.“하 대표님, 한참 기다렸습니다. 이쪽에 앉으시죠!”서정우는 마치 주인공을 모시듯 일부러 비워둔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하정훈은 시끄러운 것도, 이런 자리도, 사람들 한가운데 앉는 것도 싫어했다. 그는 오지훈을 힐끗 쳐다봤고 오지훈은 눈치껏 자기 옆자리를 비워주었다.하정훈은 오지훈과 양나정 사이의 공간을 보며

  • 가면을 쓴 남편   제281화

    차가 법원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30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를 그는 굳이 한 시간에 걸쳐 운전했다.오늘 법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주차 공간도 텅텅 비어 차 몇 대만 듬성듬성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차에서 내릴 때, 하정훈은 여느 때처럼 젠틀했다. 송남지가 막 안전벨트를 풀자, 그는 반대편으로 돌아와 조수석 문을 열었다.송남지는 그 익숙한 행동이 낯설었다.그녀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맙다고 말한 뒤 차에서 내렸다.어차피 법원에서 나오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하정훈의 아내가 아닐 테니 이제 그가 해주는 모든 일에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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