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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Author: 윤소정
재계에서는 서씨 가문이 김씨 가문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위치였지만, 사적인 관계로 따지면 오히려 김태하 쪽이 서씨 가문에 빚을 진 셈이었다.

어릴 적 김태하는 남의 집에 얹혀살며 적지 않은 서러움을 겪었다. 그때 서지아가 집안 어른들에게 부탁해 그를 보호해 주었다.

한 번은 김태하가 며칠째 고열이 내려가지 않고 온몸에 알레르기 반응까지 일어나 상태가 위태로웠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서지아가 먼저 이상을 눈치채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받게 했다.

서지아와 서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김태하는 살아남더라도 평생 후유증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자랐고 김태하는 서지아에게 꽤 잘해 주었다. 두 집안이 혼담을 논할 뻔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관계가 아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예전의 은혜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서지아, 오늘은 고마웠다.”

김태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지현의 허리를 뒤에서 받쳐 안은 채 그녀와 함께 병상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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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만 옳다고 생각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강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힘이 있었다.그녀는 김태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봄바람처럼 따뜻한 눈빛에는 그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그 말을 듣자 김태하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어두운 기색이 서서히 걷혔다.김태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녀를 끌어안았다.“너만 옆에 있으면 그런 것들은 다 상관없어.”목소리도 다시 평소처럼 밝아졌다.“응.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네 옆에 있어 줄게. 네가 말한 것처럼 너도 내 앞에서는 굳이 강한 척 안 해도 돼.”강지현은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마음속의 온기를 그대로 담아, 조금이라도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김태하는 다시 마음을 정리한 뒤 강지현에게 당분간 서지아를 만나지 말라고 당부했다.지금은 상황이 너무 민감했다. 서씨 가문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강지현이 괜히 여론에 휘말릴까 걱정됐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이럴 때 내가 직접 가는 건 오히려 상황을 더 자극할 수도 있어. 비서 통해서 위문만 전할게.”김태하는 그녀라면 모든 일을 잘 처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녀를 보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점심 무렵, 주단우가 고급 과일 바구니를 들고 서지아의 병실 문을 두드렸다.서지아는 옆으로 누운 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새벽에 서지아는 가족들이 잠든 틈을 타 과일칼로 자신의 상처를 다시 그었다.피가 침대 위로 흥건하게 번졌고, 마침 순찰하던 간호사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그 일로 장미란도 크게 놀랐다. 몸 상태까지 무너질 지경이었다.결국 간병인과 경호원들을 병실 안팎에 24시간 붙여 두고서야 겨우 집에 돌아가 쉴 수 있었다.“왜 그렇게까지 했어요? 시작하자마자 버티기 힘들어진 거예요?”주단우가 병실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이미 선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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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하는 낮게 웃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가를 쓸어내리며 살짝 문질렀다.“내가 부인을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 직접 시험해 봐도 좋아. 네 주변을 싹 정리해서, 네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분명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었는데, 강지현은 남자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묘한 서늘함을 느꼈다.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그 안 어딘가에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통제 욕구가 어둡게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김태하의 휴대폰이 계속해서 진동했다.강지현이 그 소리에 잠에서 깨 남자를 살짝 밀었다.김태하는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잠시 뒤에야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에서 휴대폰을 집었다.그는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전원을 꺼 버렸다.“급한 일 아니야? 받아 보는 게 좋지 않을까?”강지현이 흐릿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김태하는 다시 그녀를 끌어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두 글자만 내뱉었다.“자자.”“...”다음 날 아침, 강지현이 눈을 떴을 때 김태하는 이미 침대에 없었다.그녀의 휴대폰도 계속 울리고 있었다.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었 부재중 전화도 한 통 찍혀 있었다.현다영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언니, 단톡 좀 봐요.]회사 단체 채팅방에서는 서씨 가문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됐다는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협력이 아예 깨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강지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휴대폰을 내려다봤다.그때 뉴스 알림 하나가 화면에 떴다.[서씨 가문 딸, 어젯밤 자살 시도. 현재 생명에는 지장 없어.]손가락이 문득 멈췄다.기사에는 서지아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함께 실려 있었다.몇년 전, 그녀는 외모와 몸매가 뛰어나 광고에도 출연했었고 한때 연예계 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한 채 결국 조용히 업계를 떠났다고 한다.이번 자살 시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서씨 가문 딸이라는 사실까지 함께 공개되었고 인터넷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댓글 창에는 온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0화

    이도운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집에 없었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런데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회사에 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이도운은 가정부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하고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얼굴이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백하린도 덩달아 긴장해 하며 물었다.“또 무슨 일이야?”“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가 또 틀어졌어. 상대방이 지현이만 찾는대.”이도운은 가슴에 무거운 뭔가가 내려앉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했다.이 프로젝트는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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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5화

    김태하가 한마디 할 때마다 현장은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지현마저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전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정말 매력적이었다.분명 차갑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며 조각상처럼 단상에 서 있었지만, 강지현은 그에게서 진한 남자의 매력을 느꼈다.생중계를 다 보고 나서 강지현은 김태하의 성격이 차가운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이렇게 뛰어난 사람에게 사교활동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연애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이 알아서 추앙할 텐데.메시지 알림이 더는 울리지 않았다.강지현은 마침내 졸음이 쏟아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4화

    하지만 돈 외에는 어떤 텍스트도 없었다.강지현은 코웃음을 쳤다.이도운의 속셈이 훤히 보이니까. 일방적으로 송금하는 건 그녀의 마음을 쥐고 흔들겠다는 뜻이었다.이도운은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가늠해주고 심지어 절절한 사랑까지 느끼길 바랐다.강지현이 주식을 요구했을 때 비록 동의하진 않았지만, 돈은 아낌없이 줬다. 이건 고개를 숙인 거나 다름없었다.강지현이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죄책감을 느끼면 이도운은 다시 완벽한 남자로 돌아올 것이고 그녀는 또 ‘지고지순한 헌신짝’이 될 것이다.이런 수작이 예전이라면 먹혔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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