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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Author: 윤소정
“지현아,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벌써 며칠째야. 평생 나랑 연락 안 할 생각이야?”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이도운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김태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강지현은 곧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인데, 저 남자에게는 아직도 그저 ‘떼쓰는 중’인 존재에 불과하단 말인가?

전화기 너머가 조용하여지자, 이도운은 그녀가 민망해하는 줄로 착각했는지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지현아, 나한테는 네가 제일 중요해. 네가 말한 조건이 아무리 무리해도 난 널 위해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어디야? 지금 데리러 갈게. 집에 가자. 응?”

이도운은 강지현과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먼저 고개 숙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강지현 팀이 해체되고, 그녀 역시 곧 퇴사한다는 소문까지 돌자 회사 핵심 인력들까지 줄줄이 이직을 알아보고 있었다.

강지현이 돌아와야만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지현 씨는 지금 바빠요.”

이도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갑게 가라앉은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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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68화

    송준호와 현다영의 다정한 모습이 문틈으로 고스란히 보였다.주단우는 숨을 깊이 삼켰다. 옆구리의 욱신거림이 가슴으로 옮겨 간 것 같았다.하지만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주 대...”옆에 있던 비서가 입을 열려 하자 주단우가 눈빛으로 제지했다.주단우는 비서가 들고 있던 영양제를 받아 문 앞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정장을 매만진 뒤 고개를 들고 돌아섰다.비서는 살짝 열린 병실 문을 힐끗 보고 서둘러 뒤따랐다.그날 저녁 주단우는 집에 돌아온 뒤에야 현다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현다영은 이미 퇴원해 송준호와 집에 돌아와 있었다.주방에서는 송준호가 저녁을 만들고 있었고, 현다영은 옆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송준호는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쉬라고 했지만 현다영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송준호의 뒷모습만 바라봐도 행복했다.‘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꿈만 같아...’송준호가 곁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가득 찼다.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다.강지현과 김태하가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걸고, 하원영과 주시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연인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생기고 나니 마음속 빈자리가 다 채워지는 듯했다.현다영은 쿠션을 끌어안고 병원에서 송준호와 입 맞췄던 순간을 떠올리다 부끄러워 얼굴을 파묻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주단우의 이름을 보자 현다영의 가슴이 철렁했다.‘분명 마음을 접은 줄 알았는데...’잠시 망설이던 현다영이 전화를 받았다.“오늘 병가 냈더라. 몸은 좀 괜찮아졌어?”연결되자마자 주단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네. 많이 좋아졌어요. 내일이면 출근할 수 있어요.”현다영은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병가를 신청했을 뿐, 주단우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평소 주단우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에서야 전화가 온 것부터가 뜻밖이었다.“내일 출근한다고?”주단우의 말이 잠시 끊겼다.“네.”현다영은 주단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랐다.“아프면 푹 쉬어. 요즘 급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67화

    “지나가던 사람인 것처럼 신고했어. 수사 대상은 내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그제야 현다영은 완전히 안심했다.“그런데... 오빠...”현다영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이미 떠난 거 아니었어요?”송준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현다영만 가만히 바라봤다.분명 떠났었다.주단우와 강지현도 그를 붙잡지는 못했다.하지만 현다영의 진심이 발길을 돌리게 했다.송준호는 문득 임지태가 했던 말을 이해했다.마음이 머무는 곳이 결국 자신이 묻힐 곳일지도 모른다고.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게 살아가는 의미였다.“현다영, 나 여기 남고 싶어졌어.”현다영은 잘못 들은 줄 알고 멍하니 송준호를 바라봤다.“뭐... 뭐라고요?”송준호는 더는 현다영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늘 고요하던 눈동자에 잔잔하지만 금세 넘칠 것 같은 감정이 일렁였다.“여기 남고 싶다고. 해원시에.”송준호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진심을 담아 말했다.현다영은 이불자락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왜요?”눈빛이 반짝이고 저도 모르게 기쁜 표정이 드러났다.“오빠는... 잠깐 스쳐 가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송준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커튼 틈으로 새어든 햇빛이 송준호의 얼굴을 비춰 뚜렷한 이목구비를 드러냈다.“나는 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도 좋아할 욕심조차 못 냈지.”송준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고개를 숙인 송준호가 현다영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지금도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 그래도 물어보고 싶어. 네가 원한다면 내가...”‘남아도 될까...’송준호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져 금세 사라질 듯했다.“네. 돼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다영이 대답했다.눈가에 붉은 기운이 살짝 돌았다. 자신도 놀랄 만큼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송준호가 그만 웃고 말았다.“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면서 된다고?”“떠나서 다시는 못 만나는 것만 아니면 뭐든 좋아요.”현다영은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였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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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단우의 계정은 높은 레벨도 아니었다.물론 실력을 자랑하려고 보여 주는 건 아니었다.채팅창에는 주단우와 현다영이 나눈 대화가 떠 있었다.그런데 내용을 보니 현다영은 주단우를 송준호로 알고 있었다.“저도 진지하게 다영이한테 다가가려고 했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지만요. 송준호 씨 때문에.”주단우가 휴대전화를 거둬들였다.현다영이 곁에서 간호할 때부터 주단우는 현다영이 자주 게임을 켜는 모습을 봤다.나중에야 그 게임이 송준호에게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걸 알았다.그때부터 현다영의 마음을 알아챘다.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이미 떠난 송준호가 바로 곁에 있는 자신보다 낫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주단우는 시간을 들여 조금씩 노력해 보려고 했다.어느 날 현다영이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둔 채 주방에 간 사이 게임 계정을 우연히 보게 됐다.현다영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먼저 친구를 신청해 함께 게임을 했다.처음부터 송준호인 척할 생각은 없었다.그런데 현다영이 기대에 찬 말투로 말을 걸자 어쩐지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다.송준호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어야만 현다영이 조금이라도 더 다정하게 대해 줄 것 같았다.하지만 진짜 송준호가 나타난 순간, 겨우 얻었던 그 작은 온기마저 돌려줘야 했다.현다영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자신도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물러나기로 했다.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송준호와 현다영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주단우는 현다영의 마음을 송준호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현다영은 주단우의 마음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모를 것이다.송준호 역시 현다영의 마음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진실한지 미처 다 알지 못할 것이다....현다영이 눈을 뜨자 뿌연 흰빛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집이 아니었다.병원이었다.“깼어? 몸은 어때? 좀 괜찮아?”송준호의 목소리에 현다영이 흠칫했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준호가 침대 곁에 앉아 있었다.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65화

    주단우는 말을 마치고 송준호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송준호 씨, 지현이랑 얘기해 봐요. 강지현과 김태하를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친구들 의견도 들어 봐야죠.”전화기 너머의 강지현도, 옆에 서 있던 송준호도 주단우의 말에 어쩔 줄 몰랐다.송준호도 함께 있다는 걸 깨달은 강지현이 곧바로 불렀다.“송준호 씨?”“응.”송준호는 주단우의 휴대전화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주단우는 차 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강지현과 통화하는 송준호를 바라봤다. 마음이 반으로 갈라지는 기분이었다.강지현이 무슨 말을 할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현다영을 아끼는 강지현이라면 두 사람이 서로 상처 주며 괴로워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기울어도 장단점을 따져 볼 사람이기도 했다.결국 자신과 비슷한 결론을 내릴 터였다.실제로도 주단우의 예상대로였다.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강지현은 현다영도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게다가 송준호는 강지현과 김태하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송준호와 현다영이 서로 좋아해 함께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울 생각이었다.하지만 공회의 배경과 송준호가 과거에 남긴 문제는 두 사람의 평온한 삶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었다.직접 겪어 본 강지현은 송준호의 걱정을 이해했다.결국 강지현은 새로운 신분으로 다시 살아가자고 제안했다.옛 신분이 걸림돌이라면 새 신분을 만들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해원시에는 자신들을 비롯한 친구들이 있었다. 공회 쪽 사람들이 송준호를 찾아내더라도 쉽게 해를 끼칠 수는 없을 터였다.사실 강지현은 예전에도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새로운 신분에 어떤 배경을 붙일지까지 미리 생각해 두었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때 거절했던 송준호의 생각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강지현은 극단적인 악당들이 무섭다고 혼자 짊어질 필요 없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친구 사이에 누가 누구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송준호가 떠난다고 공회가 자신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강지현과 김태하는 송준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64화

    송준호는 잠시 멈칫하다 곧장 시키는 대로 했다.통화를 마친 송준호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재빨리 묶었다.“버틸 수 있겠어요?”송준호가 다시 주단우를 바라봤다.주단우는 대답하지 않고 몇 걸음 옮겼다.“다영이는 크게 다친 건 아니겠죠?”송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나자마자 확인했는데 현다영은 정신만 잃었을 뿐 맥박도 모두 정상이었다.“다영이랑 병원에 가요. 전 먼저 갈게요.”주단우는 힘겹게 말을 마치고, 먼저 택시를 잡아 근처 응급실에서 상처를 치료받으려 했다.송준호가 다가와 부축했다.“같이 가면 안 돼요?”“아파 죽겠는데 그럴 여유 없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송준호는 주단우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송준호는 길목까지 가서 직접 택시를 잡아 주었다.택시에 탄 주단우가 송준호를 다시 바라봤다.“제가 왔다는 얘긴 하지 말아요.”“하지만...”“제가 이러는 건 송준호 씨한테 생색내라고 그런 게 아니에요.”송준호의 말을 끊은 주단우가 낮게 덧붙였다.“현다영이 알아도 별일 없겠지만, 전 빚지는 것도 빚지게 하는 것도 싫어요.”말을 마치고 차 문을 힘주어 닫았다.택시는 밤길을 달려 사라지고 송준호의 크고 외로운 그림자만 어둠 속에 남았다.어제 새벽 송준호는 집을 나서자마자 건물 아래에서 주단우를 발견했다.주단우는 밤새 떠나지 않았다.송준호를 단둘이 만나기 위해 차 안에서 꼬박 밤을 새웠다.송준호는 주단우가 현다영에게서 떨어지라고 경고하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주단우는 송준호에게 남아 달라고 했다.“현다영이 송준호 씨를 많이 좋아해요. 정말 모르겠어요?”주단우는 돌려 말하지 않으며 송준호가 피할 틈을 주지 않았다.송준호도 솔직히 답했다.“절 좋아해 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는 다영이를 만나지 않을 거니까.”“그저 고맙기만 해요? 현다영이라는 사람 자체는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요?”“그건 중요하지 않아요.”“저한텐 중요해요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63화

    게다가 어째서인지 갈수록 머리가 어지러웠다. 손에서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입을 막은 수건에... 약이 묻어 있었다!“그만 버둥거리고 얌전히 한숨 자.”아버지가 코웃음을 쳤다.현다영에게 바짝 다가온 현동건은 얼굴 바로 옆 벽에 담배꽁초를 느긋하게 비벼 껐다.현다영의 의식은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끊겼다.바로 그때 둔탁한 소리가 났다.현동건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뒤를 돌아보니 웬 남자가 벽돌을 주워 머리를 내리쳤다.머리를 만져 보자 손바닥에 피가 흥건했다!“너, 또 너야!”현동건은 곧바로 알아봤다. 예전에 자신을 감옥에 보냈던 그놈 아닌가!그런데 또 나타나다니!‘며칠 동안 사람까지 시켜 현다영이 매일 혼자 귀가하는 걸 확인했는데... 저놈은 왜 이렇게 끈질긴 거야!’현동건이 맞는 모습을 보자 남자 둘도 돌아섰다. 현다영은 이미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주단우는 다친 몸으로 현동건을 쓰러뜨리느라 힘이 많이 빠졌지만, 현다영이 쓰러진 걸 보자 생각할 틈도 없이 벽돌을 휘두르며 남자 둘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혼자서 둘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몇 대 얻어맞자 주단우는 바닥에 나뒹굴었다.남자들은 주단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현다영을 둘러업으려 했다. 그때 주단우가 재빨리 일어나 남은 벽돌 조각으로 뒤에서 한 명을 내리쳤다.동료의 비명이 터지자 다른 남자가 격분해 주단우의 멱살을 잡고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맞고 쓰러졌던 남자도 화가 나 단검을 뽑아 주단우에게 휘둘렀다.그러나 칼끝이 닿기 직전 누군가 그 팔을 붙잡았다.“으악!”남자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손목이 꺾였다.주단우는 여전히 온 힘을 다해 남자에게 맞서고 있었다. 남자가 동료의 비명에 한눈을 판 틈을 타 주단우는 그를 밀쳐 넘어뜨렸다.“송준호...”고개를 든 주단우의 눈앞에 송준호가 나타나 있었다.송준호의 움직임은 빠르고 거침없었다. 남자 둘은 반격할 틈도 없이 급소를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주단우는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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