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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ผู้เขียน: 만천홍
“윤희야!”

한현숙이 거의 뛰다시피 침대로 달려갔다. 그녀는 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다행이야. 엄마는 알고 있었어. 우리 딸은 운이 좋으니까 반드시 괜찮아질 거라고.”

강해철 역시 얼굴 가득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강윤희의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숙자와 임석준 또한 안도의 숨을 내쉬며 환하게 웃었다.

반면, 진미경과 강아린 모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표정이 일그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진 몇 명이 각종 장비를 들고 별장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곧바로 강윤희의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한현숙이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상태가 어떻습니까?”

의사는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사모님, 윤희 아가씨의 바이탈은 아주 안정적입니다. 다만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탓에 기력이 조금 쇠약해져 있을 뿐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는 강윤희의 전담 주치의로서 정기적으로 강윤희의 몸 상태를 검사해 왔다.

불과 며칠 전 검사를 진행했을 그때만 해도 뇌파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고 몸 곳곳의 근육도 위축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의식이 돌아온 것뿐 아니라 위축됐던 근육들까지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강해철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우리 강씨 가문의 조상님들이 지켜 주신 거야.”

딸이 깨어난 순간,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먹구름이 단번에 걷혀 버린 듯했다.

하지만 한현숙은 무심코 염수호 쪽을 바라봤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정말 우연일까?’

한현숙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들어 진미경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형님, 보셨어요? 우리 사위가 정말 복덩이인가 봐요. 수호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윤희가 깨어났잖아요.”

그녀는 일부러 천천히 말을 이었다.

“수호 같은 복덩이가 우리 집에 들어왔으니, 앞으로 일이 더 잘 풀릴 것 같네요. 큰집에서도 조심하셔야겠어요. 괜히 운 좋게 거저먹으려던 대표이사 자리... 다시 놓치지 않도록요.”

진미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이렇게 빠르게 되갚음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흥! 전과자 하나 들어왔다고 뭐가 달라지길 기대하는 거예요?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녀는 한현숙을 노려보며 말을 마치고는 딸을 데리고 홱 돌아섰다.

의료진들도 뒤이어 자리를 떴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한현숙은 곧장 염수호 앞으로 다가왔다.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우리 사위, 정말 우리 집 복덩이네. 난 확신해. 윤희가 자네랑 함께라면 분명 행복하게 살 거라고.”

그녀는 염수호를 더욱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을 보던 강해철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여보, 이제 윤희도 깨어났으니... 이 혼사는 없던 일로 하는 게 좋겠어.”

강윤희가 식물인간일 때도 그는 염수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강윤희는 경도시에서 손꼽히는 미인이었다. 외모, 능력, 집안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그녀를 따르던 젊은 인재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 딸을 전과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말에 한현숙의 얼굴이 확 굳었다.

“여보, 지금 무슨 말이에요? 그게 무슨 배은망덕한 말이냐고요!”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호가 없었으면 윤희가 이렇게 깨어날 수 있었을까요?”

강해철은 단호하게 말했다.

“윤희가 깨어난 건 우리 강씨 가문의 조상님들이 지켜 주신 덕분이야. 저 녀석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데? 당신 정말로 저 자식이 액막이로 들어와 준 덕분이라고 믿는 거야?”

한현숙이 차갑게 되물었다.

“그래요? 그럼 설명해 보세요. 윤희가 왜 하필 오늘, 그것도 수호가 집에 들어온 뒤에야 깨어났는지.”

그녀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벌써 잊은 건 아니겠죠?”

강해철이 코웃음을 쳤다.

“그건 그냥 우연일 뿐이야. 당신 설마 저 녀석 말까지 믿는 건 아니겠지? 감옥까지 다녀온 녀석이 무슨 의술을 안다고!”

“그만하세요!”

한현숙이 버럭 소리쳤다.

“윤희 아빠, 수호는 제 사위예요. 앞으로 또다시 감옥 얘기를 꺼내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강해철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겨우 오늘 처음 본 녀석 하나 때문에... 나한테 이렇게까지 화를 낸다고?’

그의 얼굴에도 점점 분노가 차올랐다.

“다른 일이라면 당신 말을 따르겠지만 이 일만큼은 양보 못 해. 저 녀석은 반드시 윤희와 이혼해야 한다고!”

“지금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예요?”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언성이 점점 높아지려던 순간 침대 위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빠, 엄마... 그만하세요.”

강윤희가 힘없이 말했다.

“저... 조금 쉬고 싶어요.”

두 사람은 곧바로 말다툼을 멈췄다.

한현숙은 강해철을 한 번 노려본 뒤 곧바로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윤희야, 너는 일단 푹 쉬어. 엄마가 몸에 좋은 거 좀 끓여 올게.”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곧바로 방을 나갔다.

강해철은 떠나기 전 염수호를 노려봤다. 그 눈빛에는 노골적인 뜻이 담겨 있었다.

‘눈치 있으면 알아서 이혼해!’

도우미와 집사 역시 더 머물지 못하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잠깐만요.”

염수호도 돌아서려던 순간 침대 위에서 강윤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염수호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며 침대에 기대앉아 있는 강윤희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유난히 맑았다. 마치 흑진주 두 알이 박혀 있는 것처럼 깊고 또렷했다.

그러나 그 맑은 눈동자 속에는 차가운 자존심과 냉정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강윤희는 몸을 조금 일으켜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그리고 염수호를 한 번 바라본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대충 상황은 파악했습니다. 엄마가 너무 걱정하신 나머지... 이런 액막이 혼인 같은 일을 벌이신 것 같네요.”

그녀의 말투는 차분했다.

“저희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니, 이렇게 부부가 된다는 건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하지만 수호 씨 덕분에 엄마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조금은 붙잡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20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염수호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20억 원? 누굴 우습게 보는 건지.’

그는 무심하게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강윤희의 눈에 순간 미묘한 기색이 스쳤다.

20억 원이라는 말을 듣고도 염수호의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강윤희는 바로 본론을 말했다.

“시간을 잡아서 이혼하시죠. 수호 씨는... 저와는 너무 다른 사람 같아요. 억지로 이렇게 부부로 지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

거만하거나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차분한 그 말투가 오히려 선을 더 분명하게 그었다.

염수호에게 강윤희는, 이혼한 뒤에는 다시 마주칠 일조차 없을 사람처럼 보였다.

‘거참... 공주마마 납셨네.’

염수호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단정합니까?”

그가 되물었다.

“왜 우리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거냐고요. 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죠?”

강윤희는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

“저는... 집요하게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비록 염수호를 직접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지만, 부모의 대화를 통해 이미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었다.

‘전과자에 액막이 혼인을 위해 데릴사위로 들어온 남자...’

그녀에게 염수호는 너무나 평범한 존재였다. 그래서 자신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염수호는 더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원룡지기를 억누르기 위해 그에게는 진황체가 필요했지만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진황체가 아니라도... 다른 체질을 찾으면 돼. 굳이 이 여자에게 매달릴 이유는 없지.’

“저는 상관없습니다.”

염수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부모님께서 동의하시면요.”

그가 말을 완전히 단정 짓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한현숙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처음으로 어머니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 바로 한현숙이었다.

강윤희는 짧게 말했다.

“엄마한테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이제 나가 주세요. 쉬고 싶습니다.”

염수호가 방을 나가자, 강윤희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염수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어...’

염수호가 계속 곁에 있다면 언젠가는 그녀의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염수호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한현숙은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는 푸짐한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오숙자가 아직 기력이 허한 강윤희를 부축해 계단을 내려왔다.

“윤희야, 이리 와서 앉아.”

한현숙이 반갑게 손짓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삼계탕 끓여 놨어.”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막 젓가락을 들려는 순간 강윤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저... 아까 수호 씨랑 얘기 좀 했어요.”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

“저랑 수호 씨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순간 한현숙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강해철은 오히려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윤희 생각도 나랑 같네.”

그는 염수호를 힐끗 보며 말했다.

“저 녀석은 애초에 우리 가문과 어울리지 않았어.”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밥 먹고 바로 법원 가자.”

그 순간이었다.

한현숙이 젓가락을 식탁 위에 세게 내려놓았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식탁 위를 가르듯 울렸다.

“윤희야, 사람은 은혜를 잊으면 안 돼.”

한현숙은 딸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엄마는 절대 허락 못 해.”

그녀의 말은 점점 빨라졌다.

“네가 식물인간이 됐을 때의 기억이 없어서 그래. 예전에 너 좋다고 따라다니던 남자들, 그 많던 사내 녀석들 전부 그림자 한 번 비추지 않았어. 하나같이 다 도망가 버렸다고. 하물며 우리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어...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수호가 나섰어.”

한현숙의 시선이 염수호에게 향했다.

“그리고 수호가 우리 집에 들어오자마자 네가 깨어났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수호가 너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게 틀림없어. 게다가 사람 됨됨이도 얼마나 좋니. 엄마가 보기엔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숨 돌릴 틈도 없이 말이 쏟아졌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염수호를 감싸는 내용이었다.

한현숙이 이 사위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났다.

강해철이 비웃듯 말했다.

“사람이 됨됨이가 좋았으면, 저 녀석이 감방에 다녀왔겠어?”

한현숙의 눈이 번뜩였다.

“당신은 좀 가만히 있어요!”

그리고 곧바로 쏘아붙였다.

“제가 다 알아봤어요. 수호는 그때 형 대신 죄를 뒤집어쓴 거예요. 이제 막 감옥에서 나왔는데도 또 가족을 위해 희생하려 했고요. 이렇게까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남자라면 우리 윤희 짝으로도 손색이 없죠.”

강해철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참 뒤에야 겨우 중얼거렸다.

“그, 그래도 사생아잖아.”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생아가 어떻게 우리 윤희랑 어울리냐고.”

“당신 선 넘지 마요.”

한현숙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강윤희를 바라봤다.

“엄마는 분명히 말해 둔다.”

그녀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네가 수호랑 이혼하겠다고 하면... 나도 너 같은 딸 둔 적 없는 거로 할 거다.”

말을 마치자마자 한현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분을 참지 못한 채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강윤희는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 한현숙이 정말로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더 말해봐도 소용없을 거야...’

조금 시간을 두고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강해철이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희야, 아빠는 네 편이다.”

그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웠다.

강윤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올라갔다.

염수호는 말없이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릇을 치우고 남은 반찬을 정리한 뒤 설거지까지 묵묵히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해철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저렇게까지 비위를 맞추는 게 더 마음에 안 들어.’

그는 이 사위가 너무나도 못마땅했다.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어져서 별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염수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밥과 반찬을 정갈하게 담아 2층으로 들고 갔다.

한현숙의 방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장모님...”

문을 열고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빈속으로 계시면 안 됩니다. 건강 잘 챙기셔야죠.”

한현숙은 그릇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염수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수호야, 걱정하지 마라.”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있는 한 너희가 이혼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염수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역시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한편, 바로 옆 방에서 강윤희는 두 사람의 대화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머리 아프네.”

강윤희는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 하나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깨어나셨습니까?”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강윤희는 바로 말했다.

“설아 씨, 제 교통사고 건... 조사해 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대표님, 그건 이미 조사가 끝났습니다.”

목소리가 이를 악문 듯했다.

“강진태 쪽에서 꾸민 일입니다.”

그리고 낮게 덧붙였다.

“대표님, 원하시면 제가 사람 보내서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비록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듣고 나니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가족의 정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구나.’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이제 봐줄 이유는 없겠네.’

강윤희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리고 물었다.

“황보 가문 쪽은 지금 어떻게 됐죠?”

“이미 경도시에 들어왔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최근에 재개발 문제 때문에 백우회와 마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문제죠?”

“보상 금액 때문에 실랑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윤희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백우회라...”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쉽게 상대할 조직은 아니죠. 남진구 쪽 움직임 계속 지켜봐 주세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강윤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한 사람 더 조사해 주세요.”

통화를 마친 뒤 강윤희는 침대 위에 쿠션을 끌어안고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고 몸의 변화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뒤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놀라움과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상하네...”

그녀가 중얼거렸다.

“피안화독이 왜 이렇게 약해진 거지?”

강윤희의 눈이 점점 깊어졌다.

“내가 의식을 잃었던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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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조철환이 급히 달려왔다.“혁민아, 그 녀석 어디 있냐?”조혁민이 염수호를 가리켰다.“아버지, 저놈입니다.”조철환의 시선이 곧장 염수호에게 향했다. 평범한 옷차림과 별다를 것 없는 분위기를 보자 마음속 의심이 더욱 확신으로 굳어졌다.“이 자식, 솔직히 말해. 경원상회 골드 카드를 어디서 훔친 거지?”염수호는 무표정하게 말했다.“누가 줬어요.”조철환이 호통쳤다.“헛소리하지 마. 시장 아내가 어떤 신분인데, 이런 귀한 골드 카드를 너 같은 폐물 데릴사위에게 줄 리가 있겠냐. 지금 당장 사실대로 말해. 강씨 가문 체면을 봐서 한 번 눈감아 주지.”염수호는 담담하게 말했다.“눈감아 줄 필요 없어요. 저도 눈감아 줄 생각 없거든요.”조철환과 조혁민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조혁민이 비웃었다.“참 대단한 폐물이네.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입만 나불나불.”조철환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주지.”그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직속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철환은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이었다. 그때 가면 강씨 가문이 나선다 해도 염수호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염수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손하은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저 두 광대 같은 부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지켜볼 생각이었다....한편 황씨 가문 저택 안.이정선은 우아한 분위기의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는 금테 안경을 쓴 여성 비서도 함께 있었다.“세아, 너도 경도시에 왔구나?”제갈세아가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언니 보고 싶어서 왔죠.”이정선이 미소를 지었다.“언니 기분 좋게 하려고 하는 말이겠지. 내가 보기엔 황보시은 때문에 온 것 같은데.”“어머, 언니한테 다 들켰네요.”제갈세아가 일부러 놀란 척했다. 그러다 곧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정선 언니 말이 맞아요. 황보시은이 천억 규모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들었어요. 저 제갈세아도 뒤처질 수는 없죠.”이정선이 눈을 굴렸다.“넌 여전히 승부욕이 강하네.”그때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7화

    염수호는 원래 카드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조혁민의 오만한 태도를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 마침 그에게 같은 방식으로 되갚아 주기로 했다.조혁민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경원상회 골드 카드를 가진 사람 앞에서는 그 자신은 물론 그의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어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할 것이다.이서영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혁민 오빠, 골드 카드가 뭔데 그래?”조혁민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골드 카드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이서영은 설명을 듣고 입을 크게 벌렸다. 자신이 깔보던 가난한 놈이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그런데 그 거지 놈은 폐물 데릴사위 아니었어? 어... 어떻게 골드 카드가 있을 수 있어?”그녀의 목소리는 더듬거렸고 눈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사실 그것은 조혁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염수호 같은 데릴사위가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물론이고 강씨 가문의 가주조차도 그런 카드를 가질 수 없었다.“혁민 오빠, 혹시... 혹시 그 자식이 어디서 주운 거 아닐까?” 이서영이 추측했다.조혁민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는 카드 사진을 찍어 아버지에게 보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카드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그의 아버지 조철환은 원래 쇼핑몰 최상층 사무실에서 비서와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메시지를 받자 깜짝 놀랐다.쇼핑몰 안에 골드 카드의 소유자가 나타나다니.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상황을 파악한 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경원상회 내부 사이트에 접속해 카드 정보를 조회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카드의 소유자는 이정선이었다.조철환은 그 이름을 보는 순간 크게 놀랐다. 이정선은 경도시 시장의 아내로, 경도시에서 조금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인물이었다.하지만 경원상회 중간급 간부였던 조철환은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6화

    경비원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지만 염수호는 세 번의 주먹과 두 번의 발길질로 전부 쓰러뜨렸다.“이 폐물 자식, 감히 내 사람들까지 다치게 해?”조혁민이 눈을 부릅떴다.“경원상회 산하 상가에서 난동을 부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알긴 하고 이러는 거야?”경원상회 산하 상가라는 말을 듣자 손하은의 얼굴빛이 변했다. 이곳은 바로 경원상회가 담당하는 쇼핑몰이었다.경원상회라는 이름은 그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경원시 전체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조직이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가 언제 난동을 부렸어요?”손하은이 결국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우리는 그냥 옷을 사러 왔을 뿐이에요. 먼저 시비를 건 건 이서영이에요. 그런데 그쪽은 갑자기 나타나서 상황도 따지지 않고 사람부터 잡으려 했어요. 이건 명백한 갑질이에요. 신고할 거예요.”이서영이 비웃었다.“손하은, 널 괴롭히면 어쩔 건데? 혁민 오빠 아버지가 이 쇼핑몰 총괄 책임자야. 신고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우리 편이야. 네 말을 누가 믿겠어?”조혁민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이서영 말이 맞아. 일이 커져 봐야 손해 보는 건 너희뿐이지.”“정말... 정말 너무해.”손하은은 분노로 몸이 떨렸다.“너무하면 뭐 어쩔 건데?”조혁민이 거만하게 말했다.“너희 같은 배경도 권력도 없는 평민은 원래 남에게 짓밟히는 게 당연해. 이 폐물이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전화 한 통이면 몇 년은 감옥에 보낼 수 있어. 그 꼴 보기 싫으면 얌전히 내 여자가 되면 돼.”손하은은 순간 당황했다. 염수호가 싸움을 잘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경찰 앞에서는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었다. 게다가 이 쇼핑몰 뒤에는 경원상회가 있었다. 정말 문제 삼으면 염수호는 틀림없이 잡혀갈 것이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염수호는 손하은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 뒤 조혁민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권세 믿고 사람 괴롭히는 거, 꽤 좋아하나 보네?”조혁민이 눈썹을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5화

    장효리도 사실 마음을 정했다. 정 안 되면 이 일을 그만두면 그뿐이었다.그녀는 곧 옷 몇 벌을 가져와 손하은을 탈의실로 데려가 입어 보게 했다.손하은은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염수호에게 떠밀리다시피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서영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손하은이 몇 벌 더 입어 보길 속으로 바라고 있었다.그래야 나중에 보상을 요구하기 좋기 때문이었다.손하은은 곧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염수호의 눈이 번쩍 빛났다.보랏빛 옷자락이 살랑이며 평소보다 훨씬 밝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어딘가 신비로운 기운까지 더해졌다.“어때? 예뻐?”손하은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염수호를 바라봤다.“정말 예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염수호는 아낌없이 칭찬하자 손하은의 눈매가 살짝 휘어졌고 얼굴의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 다른 옷을 입어 보러 갔다.연달아 몇 벌을 입어 봤는데 모두 잘 어울렸고 확실히 장효리의 안목은 정확했다. 물론 손하은의 타고난 미모 덕분이기도 했다.그때 키 큰 청년이 경비원 몇 명을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이닥쳤다.이서영의 눈이 번쩍이며 곧장 달려갔다.“혁민 오빠, 왜 이제야 왔어. 내 얼굴 좀 봐. 저 거지한테 맞았어. 흑흑...”조혁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이서영은 곧바로 과장까지 섞어 사건을 늘어놓았다.“걱정 마. 내가 너 대신 반드시 해결해 줄게.”조혁민이 장담했다.그때 염수호가 탈의실 쪽에서 걸어 나왔고 조혁민은 염수호를 보자 잠시 멈칫했다.“어이쿠, 누가 이렇게 배짱 좋게 경원 상가에서 소란을 피우나 했더니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네.”그는 비웃으며 말하자 이서영이 놀라 물었다.“혁민 오빠, 이 거지, 아는 사람이야?”조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자식 이름 염수호야. 요즘 경도시에서 떠들썩한 강씨 가문 데릴사위지.”염수호의 사진은 이미 경도시 재벌 2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조혁민도 단번에 알아본 것이었다.이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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