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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만천홍
한현숙은 끝내 은행 카드를 염수호 손에 쥐여 주었다.

한현숙이 떠난 뒤, 염수호는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강윤희를 바라봤다.

“데릴사위도... 나쁘지는 않네.”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조금 전 한현숙이 보여 준 따뜻한 모습 때문이었다.

한현숙은 염수호로 하여금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염도국과 달리, 그의 친모 임정희는 언제나 그를 아끼고 보살폈다.

염수호는 강윤희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잠시 후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음? 이 체질은 설마...”

그는 다시 한번 자세히 살폈다.

그의 눈에 기쁨이 스쳤다.

“정말로... 진황체라니. 운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염수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약왕의 말에 따르면 특수 체질을 지닌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막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사람을 만나다니, 게다가 우연한 계기로 특수 체질을 지닌 여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니!’

염수호는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강윤희가 왜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눈썹이 미묘하게 올라갔다.

“흠... 내 아내가 된 이 여자도 평범한 삶을 살 운명은 아니군.”

염수호가 한쪽 손을 뻗자, 그의 손끝에서 진기가 실오리처럼 흘러나왔다.

곧 공중에서 그 기운이 모이며 여러 개의 기침(氣針)으로 응축됐다.

진기로 침을 만들어내는 수법이었다.

이 침술을 아는 사람이 보았다면 매우 놀랐을 것이다. 이런 침술은 보통 고서에서나 등장하는 경지였기 때문이었다.

염수호는 이불을 살짝 젖혔다.

그 아래에는 강윤희의 매끈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본 염수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줄곧 감옥에 있었기에 여자를 가까이할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라 이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기침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휙, 휘익...’

손끝이 가볍게 움직였다.

아홉 개의 기침이 차례로 날아가 강윤희의 여러 혈 자리에 꽂혔다.

기침 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명하던 기침이 점점 짙은 붉은색으로 변해 갔다.

몇 분이 지나자 마치 선혈과 같은 색이 되었다.

염수호가 손을 휘두르자, 아홉 개의 기침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그것들은 곧바로 옆에 있던 쓰레기통 위로 이동하더니 아홉 방울의 붉은 액체로 흩어졌다.

공기 속에는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

염수호는 다시 강윤희의 손목을 잡고 맥을 살폈다.

아직도 몸 안에 남아 있는 독성이 조금 있었다.

그는 먼저 진기를 조금 흘려 넣어 몸의 기혈을 활성화했다.

그렇게 치료를 이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도우미 오숙자가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방 안의 광경을 보는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 지금 아가씨께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염수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거두었다.

막 설명하려던 순간, 오숙자는 이미 방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잠시 뒤, 그녀는 강해철과 한현숙을 데리고 돌아왔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 짐승 같은 놈! 윤희에게 무슨 짓을 하려던 거냐!”

강해철이 들어오자마자 고함을 질렀다.

한현숙은 곧바로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먼저 강윤희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염수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강해철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설명하긴 뭘 설명해! 이 짐승 같은 놈이 윤희에게 몹쓸 짓을 하려던 게 틀림없지! 내가 뭐랬어? 감옥까지 다녀온 놈이라니까. 애초에 괜찮은 놈일 리가 없다 했잖아!”

이 상황에서 강해철만 탓할 수는 없었다.

원래부터 염수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데다가 오숙자가 목격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염수호가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무슨 짓을 하려 했다고 생각하니, 강해철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다짜고짜 그렇게 몰아붙이면 어떡해요? 아직 상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잖아요.”

한현숙이 남편을 한 번 노려봤다.

그리고 다시 염수호를 바라봤다.

염수호도 숨길 생각은 없었다.

“윤희 씨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한현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 의술을 아나?”

염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압니다.”

강해철이 분노에 찬 얼굴로 비웃었다.

“헛소리도 정도껏 해라. 너,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기 전에 감옥에 들어갔다지? 의술은 어디서 배웠다는 거냐? 설마 감옥에 있던 죄수들한테 배웠다는 건 아니겠지?”

염수호는 굳이 더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분명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믿든 말든 그건 마음대로 하십시오.”

강해철이 냉소를 지었다.

“그래? 그러면 윤희의 병이 뭔지는 알아냈어?”

염수호가 짧게 말했다.

“굳이 따지면 중독입니다.”

강해철이 순간 큰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을 굳히며 호통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윤희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의식이 깊은 잠에 빠졌고 그래서 식물인간이 된 거다. 그게 독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냐!”

염수호가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

강윤희의 뇌가 손상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렇게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할 이유가 되지 않았다.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피안화독이었다.

그것은 무색무취로, 혈액을 타고 신경까지 스며드는 독이었다.

그래서 흔적을 찾아내기가 극도로 어려웠다.

지난 1년 동안 강씨 가문이 수많은 명의를 불러들였음에도 강윤희가 깨어나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원인을 찾지 못했으니, 치료도 불가능했다.

염수호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 뻔했다.

한현숙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집사가 급히 들어왔다.

“어르신, 사모님, 큰 사모님과 아린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집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강씨 가문 큰집의 안주인 진미경과 그녀의 막내딸 강아린이었다.

진미경이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윤희 액막이 혼인을 염씨 가문 도련님과 치렀다면서요? 어디 계시죠? 저도 얼굴 한번 좀 봅시다.”

강아린이 입을 삐죽였다.

“엄마, 무슨 염씨 가문 도련님이에요. 들으니까 사생아라던데요. 게다가 갓 출소한 전과자라고 하던데...”

두 사람은 마치 짜맞춘 듯 말을 주고받았다.

그 말에 강해철 부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강해철이 한현숙을 노려봤다.

“에잇, 전부 당신이 벌인 일이잖아.”

한현숙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형님, 제 사위가 어떤 사람인지는 형님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

진미경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동서, 그건 좀 섭섭한 말이네요. 제가 그래도 윤희 큰어머니인데, 조카 일에 관심 좀 두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러고는 염수호를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

“윤희가 식물인간이 됐다고 해서 아무나 데려다 결혼시킬 수는 없잖아요. 자칫하면 우리 윤희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의 속을 후벼 파는 듯했다. 한현숙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진미경이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전과자라면 원래 액운을 달고 다니는 인간들 아니에요? 그런 인간을 들였다가 그 재수가 윤희에게라도 옮으면 어쩌려고요. 액막이는커녕 재앙이나 불러들이는 꼴이 될 수도 있죠.”

그러고는 강해철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서방님도 참, 동서를 좀 말리셔야죠. 괜히 화를 불러들여서 윤희가 평생 깨어나지 못하게 되면 어쩌려고요.”

한현숙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형님, 지금 제 딸을 저주하시는 겁니까?”

진미경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동서, 오해는 하지 마요. 난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이에요.”

한현숙이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염수호가 끼어들었다.

“이봐요, 아줌마. 액막이 혼인이라는 건 액막이로 쓰일 사람의 과거를 보는 게 아니라 사주와 운세를 보는 겁니다. 제가 어릴 때 점을 본 적이 있는데, 점쟁이가 그러더군요. 저는 복덩이라 가는 곳마다 행운을 나눠줄 팔자라고요. 어쩌면 조금 있다가 윤희 씨가 눈을 뜰지도 모르죠.”

진미경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잔뜩 긁힌 듯 화를 냈다.

“이 전과자 놈이! 방금 누구를 아줌마라고 한 거야?”

염수호가 활짝 웃었다.

“아주머니, 얼굴에 독기가 너무 심하네요. 화장은 또 왜 이렇게 두껍게 하신 거예요? 너무 부자연스러운데... 혹시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부끄러우신 건 아닙니까?”

주변 사람들이 모두 염수호를 쳐다봤다.

염수호가 이렇게까지 당돌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이 버릇없는 놈!”

진미경이 악을 쓰며 손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그 입을 당장 찢어 버리겠어!”

그러나 한현숙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그녀를 막아섰다.

그리고 비꼬듯 말했다.

“형님, 어른이 돼서 아랫사람과 이렇게까지 다투시면 체면이 서겠습니까? 밖에 알려지면 사람들이 웃겠네요.”

진미경의 몸이 분노로 떨렸다.

하지만 여기서 염수호에게 손을 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억지로 화를 눌러 삼킨 그녀가 차갑게 웃었다.

“동서,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제가 오늘 온 건 이 얘기 전하러 온 겁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아버님께서 이미 결정하셨어요. 진태가 대표이사직을 맡게 될 겁니다. 취임식은 한 달 뒤고요.”

그리고 덧붙였다.

“황보 가문과의 협력 사업도 전부 진태가 맡게 될 겁니다.”

그녀의 시선이 한현숙을 향해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러니까 괜히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마세요.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면...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한현숙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1년 전, 황보 가문이 금성시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염태원은 그때 누가 황보 가문과 협력을 성사시키느냐에 따라 케이원 그룹 대표이사 자리를 맡기겠다고 약속했었다.

강윤희는 그 일에 온 힘을 쏟았다. 수많은 인맥을 동원해 겨우 황보 가문과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교통사고가 터졌다.

강윤희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 큰아버지 댁에서 곧바로 성과를 가로챘다.

게다가 회사에서 강윤희를 따르던 사람들까지 차례로 굴복시키거나 회사에서 내쫓았다.

지금의 케이원 그룹에서 강윤희 일가는 거의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상태였다.

“아버님도 너무 하시네요. 저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한현숙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어금니가 부서질 듯 꽉 물리는 것을 본 진미경이 비웃듯 말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실 건데요?”

그녀의 시선이 비아냥거리듯 한현숙을 훑었다.

“자랑스럽던 딸은 지금 식물인간이 됐잖아요. 이제 누구를 믿고 버티실 건데요?”

그리고 일부러 한 사람씩 짚듯 말했다.

“저 무능한 남편? 아니면...”

그녀의 시선이 염수호에게 꽂혔다.

“저 전과자 사위라도 믿어 볼 건가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현숙의 얼굴은 잿빛으로 가라앉았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미경의 입가가 점점 더 올라갔다.

“동서, 잘 들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앞으로 강씨 가문은 결국 우리 쪽이 이어받게 될 겁니다. 괜한 꿈 꾸지 마세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괜히 고집부리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요.”

진미경이 점점 더 기세등등해지는 순간, 갑자기 침대 쪽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강윤희가 어느새 의식을 차리고 모두를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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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30화

    조혁민의 얼굴이 수시로 바뀌었다. 속으로는 분노와 억울함이 끓어올랐지만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어쩔 수 없었다. 염수호는 그가 정말로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다.염수호는 흥미가 식은 듯 손을 휘저었다.“됐어. 내 눈앞에서 사라져. 오늘의 일은 평생 잊지 말고. 남을 모욕하는 순간 언젠가 너도 모욕당하게 된다는 거 알고 행동하길 바라.”조혁민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곧장 돌아서서 떠났다.“혁민 오빠, 같이 가.”이서영이 서둘러 따라갔으나 조혁민에게 분노 어린 발길질을 당해 밀려났다.“이 X년, 전부 네 탓이야. 꺼져.”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서영이 아니었다면 염수호와 엮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이서영 역시 몹시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제갈세아에게 해고당했다.“정선 언니, 이 정도면 만족하죠?”제갈세아가 이정선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정선은 염수호를 바라보자 염수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정선이 손을 내저었다.“별것 아닌 데요, 뭘. 염 선생,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염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효리에게 옷을 포장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경원상회 골드 카드로 계산을 마쳤다.장효리는 바로 움직였고 곧 여러 개의 쇼핑백을 들고 돌아왔다.손하은은 옷을 받아 들며 고맙다고 말하자 장효리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그때 제갈세아가 입을 열었다.“이름이 뭐죠?”장효리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공손히 대답했다.“이사님, 제 이름은 장효리입니다.”제갈세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태도가 좋았어요. 앞으로 이 매장의 점장은 효리 씨가 맡으세요.”장효리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가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흥분을 참고 감사 인사를 했다.“이사님, 감사합니다.”“열심히 하세요.”제갈세아가 한마디 격려한 뒤 일행은 매장을 나섰다.“염 선생, 이제 어디로 갈 건가요? 내가 태워줄까요?”이정선이 묻자 염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9화

    손하은은 염수호와 다시 만난 이후로 그가 줄곧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걸 떠올렸다.지금까지 그는 해결하지 못한 일을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었다.약 삼십 분쯤 지나자 눈에 띄는 세 여자가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조철환은 곧바로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가 제갈세아와 이정선을 보자마자 속으로 크게 놀랐다.‘시장님 사모님께서 직접 오시다니.’게다가 제갈세아는 경원상회의 이사 중 한 명이자 금성시 제갈 가문 출신이었다.그는 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두 사람이 이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일이 끝나면 자신에게 상이라도 내려줄 것이라 여겼다.“제갈 이사님, 사모님, 오실 거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셨으면 제가 준비를...”그는 친근하게 말을 붙이려 했지만 세 사람은 그를 그대로 지나쳐 곧장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염수호에게 걸어갔다.“염 선생, 정말 미안하네요. 내가 늦게 와서 괜한 곤욕을 겪게 했네요.”이정선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이 장면에 조철환 일행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시장의 아내가 염수호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사과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이서영과 조혁민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들은 이번에 큰 사고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염수호가 옅게 웃었다.“사모님, 과한 말씀입니다. 이 일은 사모님 탓이 아닙니다. 경원상회 쇼핑몰 책임자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아무 쓰레기나 쓰는 게 문제죠.”제갈세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 말은 사실상 그녀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속으로는 불쾌했지만 이정선의 체면을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염 선생의 말씀이 맞지요.”이정선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말아요. 이 일은 반드시 책임지고 처리할 테니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제갈세아를 바라봤다. 제갈세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조철환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설명해 보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었죠?”조철환은 사건의 전말을 몰랐기에 곧바로 조혁민을 노려봤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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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조철환이 급히 달려왔다.“혁민아, 그 녀석 어디 있냐?”조혁민이 염수호를 가리켰다.“아버지, 저놈입니다.”조철환의 시선이 곧장 염수호에게 향했다. 평범한 옷차림과 별다를 것 없는 분위기를 보자 마음속 의심이 더욱 확신으로 굳어졌다.“이 자식, 솔직히 말해. 경원상회 골드 카드를 어디서 훔친 거지?”염수호는 무표정하게 말했다.“누가 줬어요.”조철환이 호통쳤다.“헛소리하지 마. 시장 아내가 어떤 신분인데, 이런 귀한 골드 카드를 너 같은 폐물 데릴사위에게 줄 리가 있겠냐. 지금 당장 사실대로 말해. 강씨 가문 체면을 봐서 한 번 눈감아 주지.”염수호는 담담하게 말했다.“눈감아 줄 필요 없어요. 저도 눈감아 줄 생각 없거든요.”조철환과 조혁민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조혁민이 비웃었다.“참 대단한 폐물이네.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입만 나불나불.”조철환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주지.”그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직속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철환은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이었다. 그때 가면 강씨 가문이 나선다 해도 염수호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염수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손하은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저 두 광대 같은 부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지켜볼 생각이었다....한편 황씨 가문 저택 안.이정선은 우아한 분위기의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는 금테 안경을 쓴 여성 비서도 함께 있었다.“세아, 너도 경도시에 왔구나?”제갈세아가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언니 보고 싶어서 왔죠.”이정선이 미소를 지었다.“언니 기분 좋게 하려고 하는 말이겠지. 내가 보기엔 황보시은 때문에 온 것 같은데.”“어머, 언니한테 다 들켰네요.”제갈세아가 일부러 놀란 척했다. 그러다 곧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정선 언니 말이 맞아요. 황보시은이 천억 규모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들었어요. 저 제갈세아도 뒤처질 수는 없죠.”이정선이 눈을 굴렸다.“넌 여전히 승부욕이 강하네.”그때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7화

    염수호는 원래 카드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조혁민의 오만한 태도를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 마침 그에게 같은 방식으로 되갚아 주기로 했다.조혁민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경원상회 골드 카드를 가진 사람 앞에서는 그 자신은 물론 그의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어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할 것이다.이서영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혁민 오빠, 골드 카드가 뭔데 그래?”조혁민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골드 카드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이서영은 설명을 듣고 입을 크게 벌렸다. 자신이 깔보던 가난한 놈이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그런데 그 거지 놈은 폐물 데릴사위 아니었어? 어... 어떻게 골드 카드가 있을 수 있어?”그녀의 목소리는 더듬거렸고 눈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사실 그것은 조혁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염수호 같은 데릴사위가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물론이고 강씨 가문의 가주조차도 그런 카드를 가질 수 없었다.“혁민 오빠, 혹시... 혹시 그 자식이 어디서 주운 거 아닐까?” 이서영이 추측했다.조혁민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는 카드 사진을 찍어 아버지에게 보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카드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그의 아버지 조철환은 원래 쇼핑몰 최상층 사무실에서 비서와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메시지를 받자 깜짝 놀랐다.쇼핑몰 안에 골드 카드의 소유자가 나타나다니.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상황을 파악한 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경원상회 내부 사이트에 접속해 카드 정보를 조회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카드의 소유자는 이정선이었다.조철환은 그 이름을 보는 순간 크게 놀랐다. 이정선은 경도시 시장의 아내로, 경도시에서 조금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인물이었다.하지만 경원상회 중간급 간부였던 조철환은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6화

    경비원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지만 염수호는 세 번의 주먹과 두 번의 발길질로 전부 쓰러뜨렸다.“이 폐물 자식, 감히 내 사람들까지 다치게 해?”조혁민이 눈을 부릅떴다.“경원상회 산하 상가에서 난동을 부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알긴 하고 이러는 거야?”경원상회 산하 상가라는 말을 듣자 손하은의 얼굴빛이 변했다. 이곳은 바로 경원상회가 담당하는 쇼핑몰이었다.경원상회라는 이름은 그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경원시 전체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조직이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가 언제 난동을 부렸어요?”손하은이 결국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우리는 그냥 옷을 사러 왔을 뿐이에요. 먼저 시비를 건 건 이서영이에요. 그런데 그쪽은 갑자기 나타나서 상황도 따지지 않고 사람부터 잡으려 했어요. 이건 명백한 갑질이에요. 신고할 거예요.”이서영이 비웃었다.“손하은, 널 괴롭히면 어쩔 건데? 혁민 오빠 아버지가 이 쇼핑몰 총괄 책임자야. 신고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우리 편이야. 네 말을 누가 믿겠어?”조혁민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이서영 말이 맞아. 일이 커져 봐야 손해 보는 건 너희뿐이지.”“정말... 정말 너무해.”손하은은 분노로 몸이 떨렸다.“너무하면 뭐 어쩔 건데?”조혁민이 거만하게 말했다.“너희 같은 배경도 권력도 없는 평민은 원래 남에게 짓밟히는 게 당연해. 이 폐물이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전화 한 통이면 몇 년은 감옥에 보낼 수 있어. 그 꼴 보기 싫으면 얌전히 내 여자가 되면 돼.”손하은은 순간 당황했다. 염수호가 싸움을 잘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경찰 앞에서는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었다. 게다가 이 쇼핑몰 뒤에는 경원상회가 있었다. 정말 문제 삼으면 염수호는 틀림없이 잡혀갈 것이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염수호는 손하은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 뒤 조혁민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권세 믿고 사람 괴롭히는 거, 꽤 좋아하나 보네?”조혁민이 눈썹을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5화

    장효리도 사실 마음을 정했다. 정 안 되면 이 일을 그만두면 그뿐이었다.그녀는 곧 옷 몇 벌을 가져와 손하은을 탈의실로 데려가 입어 보게 했다.손하은은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염수호에게 떠밀리다시피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서영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손하은이 몇 벌 더 입어 보길 속으로 바라고 있었다.그래야 나중에 보상을 요구하기 좋기 때문이었다.손하은은 곧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염수호의 눈이 번쩍 빛났다.보랏빛 옷자락이 살랑이며 평소보다 훨씬 밝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어딘가 신비로운 기운까지 더해졌다.“어때? 예뻐?”손하은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염수호를 바라봤다.“정말 예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염수호는 아낌없이 칭찬하자 손하은의 눈매가 살짝 휘어졌고 얼굴의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 다른 옷을 입어 보러 갔다.연달아 몇 벌을 입어 봤는데 모두 잘 어울렸고 확실히 장효리의 안목은 정확했다. 물론 손하은의 타고난 미모 덕분이기도 했다.그때 키 큰 청년이 경비원 몇 명을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이닥쳤다.이서영의 눈이 번쩍이며 곧장 달려갔다.“혁민 오빠, 왜 이제야 왔어. 내 얼굴 좀 봐. 저 거지한테 맞았어. 흑흑...”조혁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이서영은 곧바로 과장까지 섞어 사건을 늘어놓았다.“걱정 마. 내가 너 대신 반드시 해결해 줄게.”조혁민이 장담했다.그때 염수호가 탈의실 쪽에서 걸어 나왔고 조혁민은 염수호를 보자 잠시 멈칫했다.“어이쿠, 누가 이렇게 배짱 좋게 경원 상가에서 소란을 피우나 했더니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네.”그는 비웃으며 말하자 이서영이 놀라 물었다.“혁민 오빠, 이 거지, 아는 사람이야?”조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자식 이름 염수호야. 요즘 경도시에서 떠들썩한 강씨 가문 데릴사위지.”염수호의 사진은 이미 경도시 재벌 2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조혁민도 단번에 알아본 것이었다.이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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