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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Author: 만천홍

제1화

Author: 만천홍
“사부님, 제자가 이곳을 먼저 나가게 되었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경원도 잠룡 교도소.

염수호가 남루한 차림의 노인을 향해 공손히 예를 올렸다. 그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일러둔 일을 잊지 말거라. 밖에 나가면 최대한 빨리 몸속의 원룡지기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 기운이 심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염수호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명심하겠습니다.”

3년 전.

염수호는 형을 대신해 감옥에 들어왔다. 그때 그는 겨우 열다섯이었다.

어린 죄수였던 그는 늘 다른 죄수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때 한 노인이 나섰다.

그는 염수호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여러 가지 무예와 수련법을 전수했다.

노인은 염수호에게 그의 몸에는 진룡혈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의 몸에서는 용골이 뽑혀 나간 상태였다.

그 때문에 체내에 원룡지기가 생겨났고 그 기운은 끊임없이 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그는 열여덟을 넘기지 못할 운명이었다.

다행히 노인이 무도를 전수해 기혈과 체질을 단련하게 한 덕분에 간신히 원룡지기의 침식을 억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원룡지기를 완전히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 특수한 체질을 지닌 여인을 찾는 것.

용은 본래 음욕이 강한 존재이며 원룡지기 또한 용의 기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특수 체질의 여인과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그녀의 원음으로 원룡지기를 잠재우는 방법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진황체와 진룡체가 가장 이상적인 체질로 꼽혔다.

둘째, 잃어버린 용골을 되찾는 것.

원룡지기는 용골이 뽑히면서 생겨난 것이니, 그것만 되찾으면 기운 역시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

노인이 출소하는 염수호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래, 어서 가거라. 다만 기억해라. 내 제자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염수호는 무릎을 꿇고 노인을 향해 연달아 세 번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교도소를 떠났다.

그가 막 잠룡 교도소를 나서는 순간, 교도소 전체가 들끓기 시작했다.

“하하하! 저 지랄 같은 ‘염왕’이 드디어 떠났구나!”

“좋아!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다. 한 상 크게 차려야겠군!”

...

경도시에서 염씨 가문은 손꼽히는 4대 명문가 가운데 하나였다.

염씨 가문의 별장.

염도국 부부는 근심 어린 얼굴로 마주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하지?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어. 그때까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나도 가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판이야.”

염도국이 깊게 미간을 찌푸렸다.

서희수가 분을 삭이지 못한 듯 말했다.

“아버님이 일부러 이러시는 게 분명해요.”

염도국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내가 모를 리 있겠어. 이런 식으로 나한테 가주 자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하시는 거지.”

서희수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여보...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염도국이 이를 악물었다.

“정 안 되면... 수빈이를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지.”

서희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수빈이가 동의하겠어요? 그 강윤희라는 애는 식물인간이라면서요. 게다가 사고로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들었는데요...”

강씨 가문의 장녀, 강윤희는 1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었다.

전국 곳곳에서 명의를 찾아 치료를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결국 최근에는 데릴사위를 들여 액막이 혼인을 치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염씨 가문은 그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먼저 나서 아들 중 한 명을 데릴사위로 내놓겠다고 했다.

염씨 가문의 어르신 염태원은 곧바로 가문 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자, 모든 부담을 가주인 염도국에게 떠넘겼다.

염도국 부부가 한숨만 내쉬고 있던 그때, 염씨 가문의 집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서희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왔다는 거죠? 도련님이 한둘이에요?”

염도국 역시 잠시 표정이 굳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한 표정이었다.

이어서 집사가 설명했다.

“어르신, 3년 전 감옥에 들어갔던 수호 도련님께서 출소하셨습니다.”

염도국과 서희수의 표정이 동시에 풀렸다.

그제야 염수호가 누구였는지 떠올린 것이었다.

3년 넘게 얼굴을 보지 못한 탓에, 두 사람은 이런 아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고 지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이 번뜩였다.

서희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보, 수호를 강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보내면 되겠네요.”

염도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이군. 전과자 신랑에 식물인간 신부라... 천생연분이네.”

서희수가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수호는 사생아인 데다 감옥까지 다녀왔잖아요. 강씨 가문에서 싫다고 하면 어떡해요?”

염도국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직접 전화해 보지.”

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강씨 가문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친 뒤, 서희수가 급히 물었다.

“어때요? 강씨 가문에서 뭐라고 했어요?”

염도국이 짧게 답했다.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군...”

그때 집사가 염수호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하도 많이 빨아 색이 바랜 염수호의 옷차림을 보자 두 사람의 눈에 순간 노골적인 혐오가 스쳤다.

하지만 데릴사위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 떠오르자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염도국이 성큼 다가가 염수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3년 동안 많이 힘들었지.”

서희수도 거들었다.

“수호야, 기다려. 엄마가 가서 밥부터 차려 줄게.”

그녀는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염도국은 염수호를 붙잡고 연신 안부를 물었다.

3년 동안 감옥 생활은 어땠는지 물으며, 회사 일이 바빠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염수호는 그의 말을 굳이 끊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지금의 그는 더 이상 3년 전의 염수호가 아니었다.

염도국이 아무리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아도 염수호는 단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

염수호는 이 집에서 사실상 아무런 지위도 없는 존재였다. 늘 구박과 매질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3년 전에는 염도국이 염수호에게 큰아들 염수혁 대신 죄를 뒤집어쓰라고 강요했다.

미성년자이니 형량이 더 가벼울 것이라며 설득했고 감옥에서 나오면 평생 부귀영화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그가 교도소에 들어간 뒤로 염씨 가문 사람들 가운데 그를 찾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때의 염수호는 아직 어려 가문과 맞설 힘이 없었기에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출소 후 염씨 가문으로 돌아올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사부에게서 자신이 진룡혈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염도국과 이미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가 모두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들에게서 진룡혈맥이 전해졌을 가능성은 없었다.

결론은 하나, 두 사람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은 그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이곳으로 돌아왔다.

염도국이 왜 이렇게까지 다정하게 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평소와 다른 행동에는 반드시 속셈이 있는 법이었다.

염수호는 그가 또 어떤 꿍꿍이를 꾸미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한 시간 넘게 염도국의 말이 이어졌다.

끝도 없이 떠드는 모습을 보던 염수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

“그만하시죠. 무슨 일인지 본론이나 말해요.”

염도국이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수호야, 그게 무슨 말이냐. 아버지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에 잔소리도 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염수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염도국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에 염도국도 조금 머쓱해졌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염도국은 전화를 받아 몇 마디 나눈 뒤, 얼굴에 기쁜 기색을 띠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염수호를 향해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미소를 지었다.

“수호야, 지난 3년 동안 네가 겪은 고생을 보상해 주려고 아버지가 혼사를 하나 마련해 두었다.”

염수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상대는 강씨 가문의 장녀다. 네가 그 집에 장가가면 평생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거다.”

염수호의 마음속에서 냉소가 일었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뻔뻔할 줄은 몰랐다.

강씨 가문의 장녀에 대해서라면 감옥에서 만난 한 재소자에게서 그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원래는 강씨 가문에서 가장 사랑받던 딸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고 전해 들었었다.

‘출소하자마자 식물인간이랑 결혼하라니. 참으로 훌륭한 아버지로군.’

염도국은 계속 떠들어댔다.

“수호야, 강씨 가문은 경도시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다. 우리 염씨 가문보다도 훨씬 대단한 가문이지.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염수호가 비웃듯 말했다.

“그렇게 좋은 혼사라면 왜 둘째 형이나 큰형한테 제안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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