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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만천홍
염도국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멋쩍은 웃음을 유지했다.

“수호야, 네가 없던 지난 3년 동안 네 형들에게는 이미 여자 친구가 생겼다. 게다가 이건 원래 너를 위해 마련한 혼사였다. 네 형들이 어떻게 그걸 빼앗겠니...”

염수호는 더 따질 생각이 없다는 듯 담담히 말했다.

“좋아요. 결혼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염도국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조건이라니? 말해 봐라.”

염수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제 친부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

그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염도국은 자신의 친부가 아니었다.

염도국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는 슬쩍 부엌 쪽을 바라봤다.

서희수가 아직 부엌에 있는 걸 확인한 염도국은 그제야 안도한 듯했다.

그 반응만으로도 염수호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염도국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거냐? 내가 네 친아버지다.”

염수호가 비웃었다.

“정말요? 친아버지라면 죄를 지은 적이 없는 자기 막내아들을, 큰아들을 대신해서 직접 감옥에 보냈을까요? 이제 와서 막 출소한 아들한테 식물인간이 된 재벌가 딸과 결혼하라고 했을까요?”

염도국은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깨달았다. 염수호가 이미 모든 사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애초에 염도국의 계산은 따로 있었다. 일단 적당히 달래 강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보내 놓는 것이었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다 지난 일이 되었을 터, 뭘 할 수 있겠어?’

염수호가 담담히 말했다.

“제 출생의 진실을 말해 주세요. 그러면 원하시는 대로 강윤희와 결혼하겠습니다.”

염도국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놈의 자식! 감히 나를 협박하는 거냐?”

염수호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계속 아버지 행세를 하려는 건 아니죠? 당신은 그럴 자격 없습니다.”

염도국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질렸다.

“패륜아가 따로 없구나! 감옥에서 3년 썩다가 나왔다고 해서 내가 널 어쩌지 못할 줄 아느냐?”

염수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협박입니까?”

그의 몸에서 갑자기 압도적인 기세가 흘러나왔다.

“아직도 제가 3년 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 보입니까? 아니면 마음대로 휘두를 힘 없는 ‘사생아’로 보이나요?”

염수호가 비웃었다.

“그런 수작은 접어 두세요. 당신은 제 눈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물며 당신 하나가 아니라 염씨 가문 전체라도 말입니다. 이젠 손바닥 뒤집듯 없애 버릴 수 있습니다.”

염도국의 몸이 움찔 떨렸다.

숨이 막히는 듯했다. 마치 잔뜩 약이 오른 맹수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신을 짓눌러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염수호는 기세를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실을 말해 주십시오. 그러면 원하시는 대로 강윤희와 결혼하겠습니다. 염씨 가문에서 길러 준 은혜... 그걸로 갚는 셈 치겠습니다.”

염도국은 잠시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어느새 염수호의 기세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방금 전의 일은 마치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그는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상하군. 방금 그건 뭐였지? 저 녀석이 그런 기세를 가질 리가 없잖아. 내가 잘못 느낀 거겠지.’

염도국은 애써 그렇게 믿으려 했다.

하지만 염수호에게 순간 겁을 먹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괜히 분이 치밀었다.

그래도 강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보내야 했기에, 염도국은 이를 악물고 분을 눌렀다.

“좋다. 말해 주마.”

염수호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네 말대로 너는 내 친자식이 아니다. 네 어머니는 내 첫사랑이었다. 그 여인은 예전에 큰 병에 걸렸고 부모도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너를 나에게 맡기고 갔지...”

염도국이 말을 이었다.

“나는 한 때 사랑했던 여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너를 돌봐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네 친부가 누구인지는 나도 모른다.”

염수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염도국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단서는 다시 끊겼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그의 친부가 진룡혈맥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

그 사람만 찾는다면 용골의 행방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떻게 그 사람을 찾아낸단 말인가...’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다 했다.”

염도국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네가 한 말, 잊지 말아라.”

그리고 덧붙였다.

“이 일은 너와 나만 아는 걸로 하자. 괜히 제삼자가 알게 돼서 우리 염씨 가문에 대해 떠들게 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염수호가 담담하게 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결혼식은 언제입니까?”

염도국이 말했다.

“내일이다. 오늘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사람을 보내서 네 예복을 맞춰오게 하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희수가 맛있는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냈다.

염수호가 혼사를 받아들였다는 말을 듣자, 그녀도 무척 흡족해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부부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맞춤 예복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도우미에게 염수호의 몸에 맞는 옷을 하나하나 입혀 보게 했다.

...

다음 날.

몸에 꼭 맞는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염수호는 별장 거실에 앉아 신랑을 데리러 올 강씨 가문 의전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명한 이목구비에 또렷한 눈빛, 그리고 짧게 자른 머리가 더해져 한층 또렷한 인상을 풍겼다. 전체적으로 범상치 않은 기품이 느껴졌다.

“수호야, 네가 가문을 위해 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거라.”

염수혁이 염수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염수호가 강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는 밤새 외지에서 급히 돌아왔다.

속으로는 이 ‘사생아’ 동생을 극도로 업신여기고 있었지만 장남으로서 의젓한 모습만큼은 갖춰야 했다.

염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오늘 이후로 나는 염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될 거니까.”

염수호는 염씨 가문의 뻔뻔한 민낯을 완전히 깨달은 상태였다.

염수혁의 미소가 서서히 굳었다.

속으로는 ‘분수를 모르는 놈’이라며 욕이 새어 나왔다.

잠시 뒤, 강씨 가문의 의전 차량이 염씨 가문에 도착했다.

염수호는 아무 말 없이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떠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염씨 가문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서희수가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저게 뭐 하는 짓이야! 몇 년 감옥에 다녀왔다고 예의도 모르는 멍청이가 됐네!”

염수혁이 어머니를 달랬다.

“엄마, 그냥 사생아일 뿐이잖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염도국도 덧붙였다.

“전과자 하나 때문에 화낼 필요 없어. 이번 일은 우리 큰집이 공을 세운 셈이니, 아버지께 가서 보상이나 받자고.”

한편, 막 차에 올라탄 염수호는 그들의 대화를 또렷이 들었다.

염수호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

‘염씨 가문... 두고 보자.’

강씨 가문에서 보내온 의전 차량은 곧바로 강씨 가문의 별장을 향해 출발했다.

강씨 가문은 경도시에서 백 년 역사를 지닌 명문가였다.

그 기반과 세력은 염씨 가문 따위가 감히 견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이 강씨 가문 별장에 도착했다.

염수호는 집사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별장 안에서는 강해철 부부가 한 노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교수님, 이번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해철이 감사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인이 미안한 얼굴로 답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제가 도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

“다만... 혹시 약왕에 대한 소식을 얻게 되면 곧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노인의 이름은 이정훈이었다. 이 지역에서 뛰어난 명의로 강해철 부부가 거액을 들여 모셔 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강윤희를 깨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강해철 부부에게 전설로 불리는 신의 ‘약왕’을 추천해 준 것이었다.

강해철 부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교수님.”

이정훈은 손을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강해철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했다.

이정훈은 문을 나서다가 막 들어오던 염수호와 스쳐 지나갔다.

염수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저 사람은 누구지... 약왕을 알고 있다니.’

약왕은 제약술 분야에서 절대적인 권위자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신묘막측한 제약술로 이름을 떨쳤고 세상에는 그가 고치지 못할 병이 없다는 소문까지 퍼져 있었다.

물론 그의 이름은 어디까지나 제약계와 무도계에서나 통할 뿐이었다.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그런데도 염수호가 약왕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약왕이 바로 그의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염수호냐?”

갑작스러운 호통에 염수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자 강해철이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염수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해철의 얼굴이 굳어졌다.

“금방 감옥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염수호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해철의 표정이 더욱 험해졌다.

“염씨 가문도 참 대단하구나. 전과자를 데릴사위로 보내다니. 내가 힘을 잃었다고 만만하게 보는 건가?”

“그만하세요.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에요.”

한현숙이 남편을 한 번 노려봤다.

“게다가 이 일은 제가 허락한 겁니다.”

그러고는 염수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녀의 눈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인물이 훤하네. 우리 윤희와도 잘 어울리겠어.”

강해철은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 사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기색이 분명했다.

“임 집사님, 윤희를 데려와요.”

한현숙이 집사에게 지시하고 나서 염수호를 향해 말했다.

“수호 씨, 우리도 올라가요.”

염수호는 말없이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2층 거실에 도착하자, 몇 명의 도우미가 한 여인을 부축해 나오고 있었다.

스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붉은색의 굵은 웨이브 머리가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고 얼굴은 티 하나 없이 고왔다.

곡선이 살아 있는 몸매는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다만 얼굴빛이 병색으로 창백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훨씬 더 눈부신 미인이었을 것 같았다.

염수호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얼굴이 망가졌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아름답다고?’

곧 한현숙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간단한 혼례 의식을 치렀다.

이후 집사가 두 사람을 대신해 혼인신고 절차를 처리하러 갔다.

“수호 씨?”

한현숙이 염수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우리 딸을 잘 부탁하네.”

염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윤희 씨를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듣자 강해철이 크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그래, 수호야. 윤희 아빠는 성격이 원래도 무뚝뚝한 편이야.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한현숙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2억 원이 들어 있어. 사위에게 주는 첫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게.”

염수호는 잠시 말을 잃었다.

‘첫 만남에 장모가 2억 원을 준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장모님, 이건 받을 수 없습니다.”

염수호는 급히 손을 저었다.

상대의 속내가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잘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염수호는 모르고 있었다.

강씨 가문이 액막이 혼인을 생각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사위로 들일 생각은 없었다.

염씨 가문에서 먼저 염수호를 데릴사위로 보내겠다고 제안했을 때, 한현숙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염수호의 과거를 조사하게 했다.

3년 전 형 대신 감옥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출소하자마자 또다시 가문을 위해 희생을 택한 사내라고 여긴 것이었다.

염수호처럼 의리를 지닌 사내라면 한현숙의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능력 있는 사위를 들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의 강윤희 상황에서 그런 사람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강씨 가문은 돈이 부족한 집안도 아니었다.

한현숙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위 될 사람의 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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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30화

    조혁민의 얼굴이 수시로 바뀌었다. 속으로는 분노와 억울함이 끓어올랐지만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어쩔 수 없었다. 염수호는 그가 정말로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다.염수호는 흥미가 식은 듯 손을 휘저었다.“됐어. 내 눈앞에서 사라져. 오늘의 일은 평생 잊지 말고. 남을 모욕하는 순간 언젠가 너도 모욕당하게 된다는 거 알고 행동하길 바라.”조혁민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곧장 돌아서서 떠났다.“혁민 오빠, 같이 가.”이서영이 서둘러 따라갔으나 조혁민에게 분노 어린 발길질을 당해 밀려났다.“이 X년, 전부 네 탓이야. 꺼져.”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서영이 아니었다면 염수호와 엮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이서영 역시 몹시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제갈세아에게 해고당했다.“정선 언니, 이 정도면 만족하죠?”제갈세아가 이정선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정선은 염수호를 바라보자 염수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정선이 손을 내저었다.“별것 아닌 데요, 뭘. 염 선생,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염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효리에게 옷을 포장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경원상회 골드 카드로 계산을 마쳤다.장효리는 바로 움직였고 곧 여러 개의 쇼핑백을 들고 돌아왔다.손하은은 옷을 받아 들며 고맙다고 말하자 장효리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그때 제갈세아가 입을 열었다.“이름이 뭐죠?”장효리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공손히 대답했다.“이사님, 제 이름은 장효리입니다.”제갈세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태도가 좋았어요. 앞으로 이 매장의 점장은 효리 씨가 맡으세요.”장효리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가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흥분을 참고 감사 인사를 했다.“이사님, 감사합니다.”“열심히 하세요.”제갈세아가 한마디 격려한 뒤 일행은 매장을 나섰다.“염 선생, 이제 어디로 갈 건가요? 내가 태워줄까요?”이정선이 묻자 염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9화

    손하은은 염수호와 다시 만난 이후로 그가 줄곧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걸 떠올렸다.지금까지 그는 해결하지 못한 일을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었다.약 삼십 분쯤 지나자 눈에 띄는 세 여자가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조철환은 곧바로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가 제갈세아와 이정선을 보자마자 속으로 크게 놀랐다.‘시장님 사모님께서 직접 오시다니.’게다가 제갈세아는 경원상회의 이사 중 한 명이자 금성시 제갈 가문 출신이었다.그는 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두 사람이 이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일이 끝나면 자신에게 상이라도 내려줄 것이라 여겼다.“제갈 이사님, 사모님, 오실 거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셨으면 제가 준비를...”그는 친근하게 말을 붙이려 했지만 세 사람은 그를 그대로 지나쳐 곧장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염수호에게 걸어갔다.“염 선생, 정말 미안하네요. 내가 늦게 와서 괜한 곤욕을 겪게 했네요.”이정선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이 장면에 조철환 일행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시장의 아내가 염수호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사과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이서영과 조혁민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들은 이번에 큰 사고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염수호가 옅게 웃었다.“사모님, 과한 말씀입니다. 이 일은 사모님 탓이 아닙니다. 경원상회 쇼핑몰 책임자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아무 쓰레기나 쓰는 게 문제죠.”제갈세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 말은 사실상 그녀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속으로는 불쾌했지만 이정선의 체면을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염 선생의 말씀이 맞지요.”이정선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말아요. 이 일은 반드시 책임지고 처리할 테니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제갈세아를 바라봤다. 제갈세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조철환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설명해 보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었죠?”조철환은 사건의 전말을 몰랐기에 곧바로 조혁민을 노려봤다. 조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철환이 급히 달려왔다.“혁민아, 그 녀석 어디 있냐?”조혁민이 염수호를 가리켰다.“아버지, 저놈입니다.”조철환의 시선이 곧장 염수호에게 향했다. 평범한 옷차림과 별다를 것 없는 분위기를 보자 마음속 의심이 더욱 확신으로 굳어졌다.“이 자식, 솔직히 말해. 경원상회 골드 카드를 어디서 훔친 거지?”염수호는 무표정하게 말했다.“누가 줬어요.”조철환이 호통쳤다.“헛소리하지 마. 시장 아내가 어떤 신분인데, 이런 귀한 골드 카드를 너 같은 폐물 데릴사위에게 줄 리가 있겠냐. 지금 당장 사실대로 말해. 강씨 가문 체면을 봐서 한 번 눈감아 주지.”염수호는 담담하게 말했다.“눈감아 줄 필요 없어요. 저도 눈감아 줄 생각 없거든요.”조철환과 조혁민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조혁민이 비웃었다.“참 대단한 폐물이네.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입만 나불나불.”조철환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도와주지.”그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직속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철환은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이었다. 그때 가면 강씨 가문이 나선다 해도 염수호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염수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손하은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저 두 광대 같은 부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지켜볼 생각이었다....한편 황씨 가문 저택 안.이정선은 우아한 분위기의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는 금테 안경을 쓴 여성 비서도 함께 있었다.“세아, 너도 경도시에 왔구나?”제갈세아가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언니 보고 싶어서 왔죠.”이정선이 미소를 지었다.“언니 기분 좋게 하려고 하는 말이겠지. 내가 보기엔 황보시은 때문에 온 것 같은데.”“어머, 언니한테 다 들켰네요.”제갈세아가 일부러 놀란 척했다. 그러다 곧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정선 언니 말이 맞아요. 황보시은이 천억 규모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들었어요. 저 제갈세아도 뒤처질 수는 없죠.”이정선이 눈을 굴렸다.“넌 여전히 승부욕이 강하네.”그때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7화

    염수호는 원래 카드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조혁민의 오만한 태도를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 마침 그에게 같은 방식으로 되갚아 주기로 했다.조혁민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경원상회 골드 카드를 가진 사람 앞에서는 그 자신은 물론 그의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어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할 것이다.이서영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혁민 오빠, 골드 카드가 뭔데 그래?”조혁민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골드 카드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이서영은 설명을 듣고 입을 크게 벌렸다. 자신이 깔보던 가난한 놈이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그런데 그 거지 놈은 폐물 데릴사위 아니었어? 어... 어떻게 골드 카드가 있을 수 있어?”그녀의 목소리는 더듬거렸고 눈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사실 그것은 조혁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염수호 같은 데릴사위가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물론이고 강씨 가문의 가주조차도 그런 카드를 가질 수 없었다.“혁민 오빠, 혹시... 혹시 그 자식이 어디서 주운 거 아닐까?” 이서영이 추측했다.조혁민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는 카드 사진을 찍어 아버지에게 보냈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카드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그의 아버지 조철환은 원래 쇼핑몰 최상층 사무실에서 비서와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메시지를 받자 깜짝 놀랐다.쇼핑몰 안에 골드 카드의 소유자가 나타나다니.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상황을 파악한 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경원상회 내부 사이트에 접속해 카드 정보를 조회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카드의 소유자는 이정선이었다.조철환은 그 이름을 보는 순간 크게 놀랐다. 이정선은 경도시 시장의 아내로, 경도시에서 조금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인물이었다.하지만 경원상회 중간급 간부였던 조철환은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6화

    경비원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지만 염수호는 세 번의 주먹과 두 번의 발길질로 전부 쓰러뜨렸다.“이 폐물 자식, 감히 내 사람들까지 다치게 해?”조혁민이 눈을 부릅떴다.“경원상회 산하 상가에서 난동을 부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알긴 하고 이러는 거야?”경원상회 산하 상가라는 말을 듣자 손하은의 얼굴빛이 변했다. 이곳은 바로 경원상회가 담당하는 쇼핑몰이었다.경원상회라는 이름은 그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경원시 전체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조직이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가 언제 난동을 부렸어요?”손하은이 결국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우리는 그냥 옷을 사러 왔을 뿐이에요. 먼저 시비를 건 건 이서영이에요. 그런데 그쪽은 갑자기 나타나서 상황도 따지지 않고 사람부터 잡으려 했어요. 이건 명백한 갑질이에요. 신고할 거예요.”이서영이 비웃었다.“손하은, 널 괴롭히면 어쩔 건데? 혁민 오빠 아버지가 이 쇼핑몰 총괄 책임자야. 신고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우리 편이야. 네 말을 누가 믿겠어?”조혁민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이서영 말이 맞아. 일이 커져 봐야 손해 보는 건 너희뿐이지.”“정말... 정말 너무해.”손하은은 분노로 몸이 떨렸다.“너무하면 뭐 어쩔 건데?”조혁민이 거만하게 말했다.“너희 같은 배경도 권력도 없는 평민은 원래 남에게 짓밟히는 게 당연해. 이 폐물이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전화 한 통이면 몇 년은 감옥에 보낼 수 있어. 그 꼴 보기 싫으면 얌전히 내 여자가 되면 돼.”손하은은 순간 당황했다. 염수호가 싸움을 잘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경찰 앞에서는 아무리 강해도 소용없었다. 게다가 이 쇼핑몰 뒤에는 경원상회가 있었다. 정말 문제 삼으면 염수호는 틀림없이 잡혀갈 것이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염수호는 손하은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 뒤 조혁민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권세 믿고 사람 괴롭히는 거, 꽤 좋아하나 보네?”조혁민이 눈썹을

  • 감옥에서 돌아온 거물   제25화

    장효리도 사실 마음을 정했다. 정 안 되면 이 일을 그만두면 그뿐이었다.그녀는 곧 옷 몇 벌을 가져와 손하은을 탈의실로 데려가 입어 보게 했다.손하은은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염수호에게 떠밀리다시피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서영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손하은이 몇 벌 더 입어 보길 속으로 바라고 있었다.그래야 나중에 보상을 요구하기 좋기 때문이었다.손하은은 곧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염수호의 눈이 번쩍 빛났다.보랏빛 옷자락이 살랑이며 평소보다 훨씬 밝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어딘가 신비로운 기운까지 더해졌다.“어때? 예뻐?”손하은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염수호를 바라봤다.“정말 예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염수호는 아낌없이 칭찬하자 손하은의 눈매가 살짝 휘어졌고 얼굴의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 다른 옷을 입어 보러 갔다.연달아 몇 벌을 입어 봤는데 모두 잘 어울렸고 확실히 장효리의 안목은 정확했다. 물론 손하은의 타고난 미모 덕분이기도 했다.그때 키 큰 청년이 경비원 몇 명을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이닥쳤다.이서영의 눈이 번쩍이며 곧장 달려갔다.“혁민 오빠, 왜 이제야 왔어. 내 얼굴 좀 봐. 저 거지한테 맞았어. 흑흑...”조혁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이서영은 곧바로 과장까지 섞어 사건을 늘어놓았다.“걱정 마. 내가 너 대신 반드시 해결해 줄게.”조혁민이 장담했다.그때 염수호가 탈의실 쪽에서 걸어 나왔고 조혁민은 염수호를 보자 잠시 멈칫했다.“어이쿠, 누가 이렇게 배짱 좋게 경원 상가에서 소란을 피우나 했더니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네.”그는 비웃으며 말하자 이서영이 놀라 물었다.“혁민 오빠, 이 거지, 아는 사람이야?”조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자식 이름 염수호야. 요즘 경도시에서 떠들썩한 강씨 가문 데릴사위지.”염수호의 사진은 이미 경도시 재벌 2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조혁민도 단번에 알아본 것이었다.이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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