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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Author: 재인
강하리는 모든 분풀이를 다 하고 나서야 기진맥진한 상태로 욕조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입으로는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에 구승훈이 귀를 가까이 대고 자세하게 듣다가 순간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우리는 지금 부부도 아니고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러니까 당신은 나랑 이 고통을 나눌 이유가 없어.”

말을 마치고 욕조에 기대어 잠이 든 강하리의 모습에 구승훈은 마음 한쪽이 쓰라려 오는 걸 느꼈다.

역시나 그녀는 아직도 구승훈을 원망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때 자신을 그렇게 매몰차게 밀어냈던 걸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고 모든 일을 함께 해결해 나가기로 했으면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구승훈은 결국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때 그녀가 뛰어내릴 때 잠깐 망설인 것 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게 살면서 지금까지 제일 후회되는 일이었고 만약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아파?”

강하리가 조심스레 묻자 구승훈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아프다는 소리에 강하리는 다급히 그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놨나 바. 나도...”

“아픈 만큼 기분이 좋더라고. 하마터면 널...”

역시나 능글거리는 답에는 매가 약이라고 생각하고는 단번에 구승훈의 다리를 걷어찼다.

“안 닥쳐?”

그러나 구승훈은 이제 피하지도 않고 엄살만 부렸다.

“아직 아프다고!”

“아파도 싸!”

강하리는 그를 한번 째려본 뒤 다시 거실로 향했다.

그러나 몇 발짝 옮기더니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거실에 있던 사람들이 한껏 어두운 눈빛으로 강하리와 구승훈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애지중지 키워준 딸을 한참 떨어지는 남자에게 시집 보내는 느낌이랄까?

그들은 여전히 구승훈을 못마땅해하는 한편, 자기 주장 없이 그에게 자꾸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강하리에게도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걸 애써 무시하고는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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