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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재인
병원에서 나온 다음 강하리의 핸드폰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자 안예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 아버님이 또 회사에 왔어요! 빨리 와보세요! 대표님한테 들키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요!”

강하리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리고 부랴부랴 회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SH그룹의 로비에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찬수가 한눈에 보였다.

“담배 꺼요, 당장.”

강하리는 새파란 안색으로 말했다. 그러자 강찬수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딸이 하는 말은 들어야지.”

“나가서 얘기해요.”

강하리는 그를 보기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회사 근처의 카페로 데리고 갔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강찬수는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말했다.

“우리 딸 출세했네. 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에도 들어올 수 있고 말이야!”

“왜 또 왔어요? 이젠 구 대표님이 무섭지도 않은 거예요?”

“하! 내가 내 딸을 보러 온다는데, 그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간섭해?”

“더 크게 말해요. 그러면 알 수 있겠네요, 대표님이 간섭할지 안 할지. 대표님 앞에서는 정신병자라고 해도 다르지 않아요.”

정서원은 강찬수가 지나가는 차도에 밀치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래서 강하리는 줄곧 그를 감옥에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법률의 구멍을 파고들었다.

강찬수가 얼마나 더러운 사람인지 강하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반대로 강하리가 한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강찬수는 약간 멈칫하다가 본론을 꺼냈다.

“돈 줘. 돈만 주면 다시는 안 올게!”

“돈 없어요.”

강하리는 단칼에 거절했다. 요즘 도박에 빠진 강찬수는 하루가 멀다 하게 돈 달라는 말을 한다.

강하리도 그냥 안 주는 것이 아닌, 진짜 돈이 없어서 못 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돈은 정서원의 병원비에 전부 들어갔다.

“구라치지 마! 이런 데서 일하면서 돈 없다는 게 말이 돼?!”

강찬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지나가던 사람들은 힐끗힐끗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강하리는 조용히 분노를 억눌렀다. 그리고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엄마 병원비만 해도 한 달에 얼마인지 알아요? 근데 당신이 한 번이라도 보태준 적 있어요? 당신이 무슨 낯으로 나한테 돈 달라고 하는 건데요.”

“그 여자가 나한테서 병원비 받을 자격이 있어? 애 하나 낳아주지 못하고서는 돈까지 받겠다? 말도 안 되지!”

“그렇다면 당신도 나한테서 돈 받을 자격 없겠네요. 당신은 내 친아버지도 아니잖아요.”

“내 성씨를 따랐으면 내가 네 아비야!”

말을 마친 강찬수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강하리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말했다.

“그래, 네가 내 자식을 낳아주면 되겠네. 그럼 네 어미 병원비를 보태주마. 애 할머니 되는 사람인데 당연히 챙겨줘야지!”

강하리는 세상 더러운 쓰레기라도 보는 듯이 인상을 쓰더니 강찬수의 뺨을 힘껏 때렸다.

카페에는 오가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강하리가 손을 올리자, 구경꾼도 점점 많이 몰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년! 네가 감히 나를 때려?”

강찬수는 곧바로 강하리의 멱살을 잡더니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이 강하리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잡히고 말았다.

“누구야! 죽고 싶어?!”

소리를 지르면서 고개를 돌린 강찬수는 구승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눈에 띄게 몸을 흠칫 떨면서 의기소침해졌다.

구승훈의 어두운 눈빛에는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돌연 손에 힘을 주자 강찬수는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시끄럽다는 듯이 강찬수를 밀쳐버리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꺼져.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면 팔을 부러뜨리는 거로 끝나지 않을 거야.”

강찬수는 안색이 창백했다. 그런데도 찍소리하지 못하고 강하리를 노려보다가 부리나케 도망갔다.

강하리의 눈은 아직도 충혈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추태를 부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대표님.”

구승훈은 차가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저 자식, 집에서 너한테 손댄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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