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삼촌, 내 남편!

네 삼촌, 내 남편!

By:  June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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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주년 기념일. 선우는 아내에게 ‘Love Sara’라는 이름이 새겨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했다. 언론 앞에서, 지인들 앞에서, 그리고 세상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는 사랑을 과시했다. 사람들은 로맨틱하다며 감탄했고, SNS에는 ‘완벽한 부부’라는 말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날 밤, 텅 빈 집에 혼자 앉아 있던 사라는 전혀 다른 장면을 보고 있었다. 낯선 번호로 도착한 사진 한 장. 선우의 새 비서, 혜영이 그 ‘Love Sara’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선우의 품에 깊이 안겨 있었다. 목걸이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지만, 사랑은 아니었다. 3년 동안 사라는 완벽한 아내였다. 조용했고, 순종적이었고, 남편의 체면을 세워주는 데 단 한 번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 대가로 받은 건 배신이었다. 시어머니의 노골적인 모욕, 그리고 선우의 뻔뻔한 변명. “그건 그냥 신체적인 욕구일 뿐이야. 사랑은 여전히 너한테 있어.”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라가 도망칠 수 없다고 믿었다. 천문학적인 병원비로 연명하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 그 약점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라가 모욕을 삼키고, 심지어는 불륜녀의 아이까지 품어줄 거라고 확신했다. 완벽한 아내니까. 하지만 그는 틀렸다. 사라는 조용히 움직였다. 저택을 처분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반박 불가한 외도 자료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돌아섰다. 앞치마 대신 흰 가운을 입었다. 주방 대신 실험실로 향했다. 하룻밤 사이, 그녀는 업계를 놀라게 한 최상위 제약 연구원으로 돌아왔다. 과거 그녀가 포기했던 재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아니,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늦은 후회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매달리던 선우는 차갑게 변한 전처를 다시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본 건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얼음처럼 냉정해진 사라가 자신의 작은 아버지, 현진의 품에 조용히 안겨 있었다. 늘 냉담하고 고고하던 그 남자 현진은 조카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위험할 만큼 차분했다. “뭐라고 불렀지?” 잠시 멈춘 뒤, 시선이 더 차갑게 내려앉았다. “아내? 그 말 취소해.” 그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제 ‘숙모’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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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장

“사라, 이혼 합의서 초안 정말 내가 만들어도 되는 거 맞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지호의 목소리에는 주위의 잡음과 함께 망설임과 걱정이 가득했다.

“다시 생각해 봐. 이거 사인하면 너랑 선우, 이제 완전히 남남 되는 거야.”

사라는 잔 속의 갈색 액체를 멍하니 바라봤다. 위스키가 목을 태웠지만, 어젯밤의 장면만큼 강렬하진 못했다. 휴대폰을 쥔 그녀의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응.”

한참 만에 사라가 입을 열었다.

“나, 그 사람이랑 끝낼 거야.”

“도대체 왜?”

스피커 너머로 지호의 당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선우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널 엄청 사랑하잖아?”

사라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랑? 웃기지 마.’

입술을 꾹 다문 채, 목구멍 깊숙이 올라오는 쓴맛을 억눌렀다.

통화를 끊은 뒤, 사라는 창밖을 바라봤다. 길 건너 고층 빌딩 외벽의 거대한 LED 전광판에서는 아직도 그 빌어먹을 기자회견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완벽한 수트를 차려입은 선우가 서서, 반짝이는 보석 장신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다이아몬드와 보석들을 사용해, 그는 아내를 위해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이름은, ‘Love Sara’.

사라의 이름을 따서 붙인 작품이었다.

그는 전 세계를 향해 사라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선언했다. 출시되자마자 ‘Love Sara’는 SNS를 폭발시키며 연일 화제가 됐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부러워하며 떠들썩했다.

밖에서는 여전히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사라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날… 사랑해?”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결혼기념일 밤에 다른 여자랑 자면서?”

어젯밤은 그들의 결혼 3주년이었다.

선우는 준비해 둔 깜짝 선물이 있다며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라는 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흰 원피스를 입고, 촛불을 켜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또 기다렸다.

자정이 지나고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새벽 한 시,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페이스북 친구 요청 알림이었다. 낯선 프로필 사진, 그리고 메모 하나.

[당신을 위한 깜짝 선물]

사라는 순간 거절하려다 멈췄다. 곧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아직 안 자고 있네? 남편이 옆에 없어서 그런 거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사람이 어떻게 선우가 집에 없다는 걸 알지?’

친구 요청은 수락하지 않았지만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모른 척하지 마, 나 네가 읽는 거 다 알아.]

[네 남편 지금 나랑 같이 있어.]

[나 천둥 무서워한다고, 걱정돼서 같이 있어 주네.]

[진짜 좋은 남자다. 근데 아쉽다. 너한테만 좋은 건 아니라서.]

메시지 하나하나가 칼처럼 심장을 찔렀다. 손이 덜덜 떨렸다. 장난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미친 듯이 부정하고 싶지 않은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못 믿겠으면 주소 보내줄까? 현관 비밀번호는 너네 결혼기념일이야.]

그 순간, 사라는 더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친구 요청을 수락하자마자, 상대는 곧바로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냈다.

[0823]

정확히 그들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사라는 미친 사람처럼 집을 뛰쳐나와 차를 몰았다. 도착한 곳은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현관문 앞에 선 그녀의 손가락이 도어락 위에서 떨렸다.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비밀번호를 눌렀다.

찰칵. 문이 열렸다.

현관 바닥에는 남성용 수트 재킷이 아무렇게나 벗겨져 있었다. 아침에 선우가 입고 나간 옷. 그녀가 3주년 선물로 사줬던 바로 그 옷이었다.

거실 소파 위에는 검은 레이스 팬티가 던져져 있었고, 테이블 위 와인잔에는 여자의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복도부터 침실까지, 남녀의 옷이 뒤섞여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침실 문 앞에 찢어진 채 떨어져 있던 빨간 레이스 슬립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거의 쓰러질 것 같았지만, 사라는 이를 악물고 반쯤 열린 침실 문을 밀었다.

침대 위에서, 알몸의 선우가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있었다. 여자는 무릎을 꿇은 채 선우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그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고 있었다.

선우는 눈을 감은 채 쾌락에 젖은 얼굴로 신음했다.

“하아… 그래… 거기… 아… 좋아…”

여자가 도발적으로 물었다.

“나랑 사라, 누가 더 좋아?”

선우가 헛웃음을 섞어 말했다.

“네가 감히 사라랑 비교가 돼? 이 더러운 년아.”

그러곤 여자를 홱 돌려세워 뒤에서 허리를 움켜쥐고 거칠게 들이쳤다. 여자의 신음과 선우의 거친 숨소리가 뒤엉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장면은 사라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풋풋했던 대학 시절 연애부터 지금의 결혼까지, 8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모두가 부러워했던 사랑, 천생연분이라던 말들...

이제는 전부 우스운 농담처럼 느껴졌다.

사라는 입을 틀어막고 구역질을 참으며 그 역겨운 공간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도심의 바에 들어가 구석 자리에 앉아 미친 듯이 술을 들이켰다. 위스키의 독한 맛이 목을 찔렀지만, 심장의 고통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지호가 전화를 받고 급히 바에 도착했을 때, 사라는 이미 만취 상태였다.

“사라!”

지호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왜 이렇게 마셨어? 무슨 일 있어? 선우가 또 화나게 했어?”

눈이 빨갛게 충혈된 사라가 그녀를 올려다봤다.

“지호… 나 지금 그 이름 듣기 싫어.”

잔을 들어 위스키를 또 한 모금 들이켰다. 입안 가득 쓴맛이 번졌다.

“나 그 사람… 그 여자랑 붙어먹는 거… 내 눈으로 직접 봤어. 오해 같은 거 아니야.”

지호는 친구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사라… 그래도 둘이 앉아서 얘기…”

“할 말 없어.”

사라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이혼이야. 그 여자랑 붙어먹던 장면만 떠올라도… 토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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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사라, 이혼 합의서 초안 정말 내가 만들어도 되는 거 맞아?”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지호의 목소리에는 주위의 잡음과 함께 망설임과 걱정이 가득했다.“다시 생각해 봐. 이거 사인하면 너랑 선우, 이제 완전히 남남 되는 거야.”사라는 잔 속의 갈색 액체를 멍하니 바라봤다. 위스키가 목을 태웠지만, 어젯밤의 장면만큼 강렬하진 못했다. 휴대폰을 쥔 그녀의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응.”한참 만에 사라가 입을 열었다.“나, 그 사람이랑 끝낼 거야.”“도대체 왜?” 스피커 너머로 지호의 당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선우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널 엄청 사랑하잖아?”사라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랑? 웃기지 마.’입술을 꾹 다문 채, 목구멍 깊숙이 올라오는 쓴맛을 억눌렀다.통화를 끊은 뒤, 사라는 창밖을 바라봤다. 길 건너 고층 빌딩 외벽의 거대한 LED 전광판에서는 아직도 그 빌어먹을 기자회견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완벽한 수트를 차려입은 선우가 서서, 반짝이는 보석 장신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세상에서 가장 귀한 다이아몬드와 보석들을 사용해, 그는 아내를 위해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그 이름은, ‘Love Sara’.사라의 이름을 따서 붙인 작품이었다. 그는 전 세계를 향해 사라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선언했다. 출시되자마자 ‘Love Sara’는 SNS를 폭발시키며 연일 화제가 됐다.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부러워하며 떠들썩했다.밖에서는 여전히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사라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날… 사랑해?”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결혼기념일 밤에 다른 여자랑 자면서?”어젯밤은 그들의 결혼 3주년이었다.선우는 준비해 둔 깜짝 선물이 있다며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라는 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흰 원피스를 입고, 촛불을 켜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준비했다.그리고 기다렸다.또 기다렸다.자정이 지나고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새벽 한 시, 갑자기 휴대폰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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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사라는 집으로 돌아와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고, 방금 통화했던 번호가 아직 화면에 떠 있었다. 분노와 고통이 조금 가라앉자, 이제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이혼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선우는 매달 아버지의 병원비를 전부 부담하고 있었다. 그 금액은 한 달에 무려 1억 원. 사라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연락처 목록을 넘기던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러다 한 이름에서 멈췄다.이지안 교수님.대학원 시절, 그녀의 연구 지도교수였다.“교수님… 저 사라예요. 금사라.”최대한 침착한 척했지만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수화기 너머에서 놀란 기색이 묻어났다.“사라? 세상에, 잘 지냈니? 결혼하고 나서는 연락이 끊겼잖아.”사라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에 피 맛이 퍼졌다.“교수님, 저… 다시 연구 쪽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거 아는데, 일자리가 필요해요.”“당연하지!” 이지안 교수는 망설임이 없었다. “넌 내가 가르친 학생 중 최고였어. 분자생물학 논문은 정말 획기적이었지. 마침 지금 수석 연구원 자리를 찾는 회사가 있어. 급여도 아주 좋아.”“감사…합니다…” 사라는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가슴 깊숙이 안도의 숨이 퍼져 나갔다.“정말… 감사해요…”“고맙긴. 네 재능이 아깝지. 결혼하면서 연구 그만둔 게 늘 아쉬웠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겠니?”“가능한 한 빨리요.”전화를 끊고 나자, 사라의 가슴속에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다.‘그래, 할 수 있어. 선우를 떠나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손은 감정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옷을 접어 캐리어에 넣었다.옷장 안에는 파리 신혼여행 때 맞춰 샀던 커플 잠옷이 걸려 있었다. 화장대 위에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사 온 작은 천사 장식품, 벽에는 해변에서 웃으며 입 맞추던 사진들. 노을빛 아래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이 사진 속에 있었다.물건 하나하나가 달콤했던 과거를 조용히 증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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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사라는 속이 울렁거리며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거칠게 풀어냈다. 망설임도 없이 침실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버렸다. 다이아몬드가 금속 통에 부딪히며 차갑게 짤랑 소리를 냈다.그녀는 곧장 게스트 욕실로 달려가 샤워기를 틀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피부를 태우듯 쏟아졌지만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샤워젤을 움켜쥐고 목과 몸을 미친 듯이 문질렀다. 선우의 흔적을 전부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의 손길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기억까지도.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여전히 더러운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 목걸이가 다른 여자의 목에 걸려 있었단 사실이 떠오르자 속이 뒤틀렸다.‘그 여자가 선우 아래에서 몸을 흔들 때, 그 목걸이도 함께 흔들렸겠지’ 하는 그 상상만으로도 위장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그때 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선우가 문간에 서서 유리 샤워부스 너머로 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젖은 머리카락에서 어깨로, 물방울이 타고 흐르는 몸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선우의 숨이 거칠어졌다. 눈빛은 노골적인 욕망으로 번들거렸다.“사라, 넌 정말 아름다워.”목소리가 욕정으로 걸쭉하게 젖어 있었다.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사라는 급히 수건을 몸에 감쌌다. 샤워부스를 나섰지만, 그가 어젯밤 그 여자도 이런 눈으로 봤을 거라는 생각에 또다시 구역질이 올라왔다.“가까이 오지 마.”사라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선우는 이미 다가오고 있었다.“자기, 왜 그래?”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만지려 했지만, 사라는 재빨리 피했다.선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끌어안았다. 수건 위로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사라, 난 지금 널 원해.”그가 귓가에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았다.사라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벗어나려 애썼지만 힘 차이가 컸다. 그의 손이 가슴을 움켜쥐고, 엄지가 예민한 부분을 스쳤다. 다른 손은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우리 아이 가지자, 응?”선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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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복순은 현진의 태연한 태도에 두통이 더 심해진 듯 관자놀이를 짚었다. 고개를 저은 뒤, 시선을 선우와 사라에게로 돌렸다.“결혼한 지 벌써 3년이잖니. 애 가질 생각은 언제 할 거야? 증손주 볼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그 말이 나오자마자 거실 공기가 팽팽하게 굳었다. 사라의 손가락이 찻잔을 꽉 움켜쥐었다.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이건 그녀에게 가장 아픈 화제였다. 들릴 때마다 심장을 후벼 파는 말이었다.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선우의 고모, 수진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사라, 결혼 3년이나 됐는데 애가 없으면 모양새가 뭐가 되겠니?”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밖에서 우리 신씨 가문을 어떻게 보겠어?”그녀의 눈에 악의가 번뜩였다.“그리고 말이야, 선우가 그렇게 고집 안 부렸으면 네가 우리 집안에 시집올 수나 있었겠어? 감사할 줄 알아야지. 선우 아이를 못 낳아주겠다면, 대신 낳아줄 여자들은 널렸어.”걱정하는 척하는 말투였지만, 시선엔 노골적인 멸시가 담겨 있었다. 수진은 처음부터 이 조카며느리를 못마땅해했다.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사라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물론 아이를 원했다. 연구자로서의 유망한 커리어까지 포기하고 좋은 아내가 되기로 선택했으니까.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몰래 병원도 다녀봤다. 의사들은 그녀 몸에 문제는 없다고 했다.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신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불임’, ‘쓸모없는 여자’라며 비웃기 바빴다.굴욕감에 숨이 막혀오던 그때, 선우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할머니를 향해 웃어 보였다.“할머니, 저희 노력 중이에요. 이런 건 조급하게 할 일이 아니잖아요. 자연스럽게 맡겨야죠.”그러곤 수진을 향해 표정을 굳혔다.“고모, 말 조심하세요. 사라는 제 아내예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못 참습니다.”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한 수진의 얼굴이 붉어졌다.“난 네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결혼한 지가 이렇게 오래 됐는데 진전이 없으면…”“그만하세요.”선우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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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저택을 떠나려던 현진은 무심코 차창 밖을 내다봤다. 빗줄기 너머로, 대문 옆 돌담에 몸을 웅크린 사라가 보였다.드레스는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긴 머리카락은 축 늘어진 채 얼굴에 들러붙어, 그녀를 유난히 연약하고 버려진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현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짐작했다. 복순과 수진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늘 못마땅해하던 조카며느리를 위해 차편까지 챙겨줄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는 조수석에 앉아 있던 비서 종일을 향해 말했다.“내려서 우산 씌워.”종일은 즉시 바닥에 있던 검은 우산을 들고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현진은 창문을 내렸다.“타요.”짧고 낮은 목소리. 늘 그렇듯 명령조였다.“집까지 데려다 줄게요.”사라는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작은 아버님. 비 곧 그칠 거예요. 기다리면…”선우가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현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던 말들. 오늘 밤은 더 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사라가 노골적으로 거리를 두는 걸 보자, 현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목소리가 더 낮고 단단해졌다.“차에 타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거절하기 힘든 압도적인 기세였다.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사라의 결심이 조금씩 흔들렸다.그때 종일이 우산을 씌워주며 다가왔다. 떨리는 그녀의 손에서 젖은 클러치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사라 씨, 차에 타세요.”그가 부드럽게 말했다.“이 비는 최소 한 시간은 더 갑니다. 바람도 세고요. 이렇게 젖은 채로 계시면 감기 심하게 걸리세요.”다정한 말투였다. 사라는 먹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 드레스는 몸에 달라붙었고,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몸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결국 입술을 깨물며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롤스로이스 내부는 따뜻하고 고급스러웠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 은은한 고급 향수 냄새. 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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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선우는 다정하게 그 젊은 여자를 부축하며 산부인과 진료실을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고, 표정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사라는 단번에 알아봤다. 익명의 메시지 속 사진에 있던 바로 그 여자였다.그때 여자가 복도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사라를 발견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그 안에 놀람과 함께 짙은 악의가 번뜩였다.“어머, 사모님 아니세요?”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병원에서 이렇게 마주치다니, 정말 우연이네요!”그 목소리에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복도 건너편 사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여자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황급히 놓았다. 얼굴에 당황이 번졌다.“사라!”그는 서둘러 다가왔다. 목소리가 긴장으로 높아졌다.“왜 여기 있어? 병실에서 쉬고 있어야지!”그녀 앞에 서자마자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나 당신 약 받으러 내려왔다가, 여기 이혜영 씨를 우연히 만난 거야. 새 비서인데, 임신했거든. 넘어질까 봐 잠깐 부축해준 것뿐이야.”말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졌다. 에어컨이 빵빵한데도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사라의 시선이 여자의 살짝 불러온 배로 향했다. 숨이 얕아졌다. 하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혜영 씨.”천천히 입을 열었다.“언제 임신하신 거예요? 아이 아빠는요? 이런 중요한 검사에 같이 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혜영은 배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다. 자랑스러움이 얼굴에 가득했다.“임신 두 달 됐다는 거 오늘 알았어요. 애 아빠는 일이 너무 바빠서 못 왔지만, 소식 듣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눈이 반짝였다.“저랑 아기한테 최고의 삶을 주고 싶대요. 벌써 시내에 예쁜 아파트도 사줬고, 아이 태어나면 정식으로 다 정리해 주겠다고 약속했어요.”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라의 가슴을 비틀어 찔렀다.혜영은 달콤한 척 덧붙였다.“사모님, 정말 좋은 남편 두셨네요. 근데 제 남자친구도 못지않게 대단해요. 제가 임신하고 나서 더 예뻐졌대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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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사라는 천천히 몸을 돌려 선우를 바라봤다. 통 빈 눈, 낯선 눈빛에는 예전의 따뜻함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젠 맛이 안 나.”목소리는 기묘할 만큼 차분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선우의 온몸을 서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그는 다급히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자기, 아마 가게에서 레시피를 바꿨나 봐. 내일 당장 전화해 볼게. 돈이 얼마가 들든, 예전 맛 그대로 다시 만들게.”사라의 몸은 그의 품 안에서도 조금도 힘이 풀리지 않았다.“사람도… 변해, 선우. 변하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여전히 담담한 말투.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음 송곳처럼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녀가 말하는 게 더 이상 케이크가 아니라는 걸, 선우도 느끼고 있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불안이 치밀어 오르던 그 순간, 휴대폰 벨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긴장으로 얼어붙은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소리에 선우가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그 미묘한 변화를 사라는 놓치지 않았다. 실망이 더 깊어졌다.“나… 이 전화 받아야 해.”선우가 더듬거리듯 말했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사라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받아. 일 중요하잖아.”선우는 몇 초간 그대로 서 있었다. 아내 곁에 남을지, 전화를 받을지 갈등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선택을 했다.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얇은 벽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영, 왜? 어디 아파? 지금 갈게…”멀어지는 발걸음 소리. 병실 안에 사라만 남았다.적막이 숨을 조였다. 하얀 벽이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20분쯤 지났을까. 사라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방해한 건 아니죠?”혜영의 달콤한 목소리.“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오늘 밤은 남편 좀 빌렸어요. 전화하자마자 바로 오더라고요. 제 상태 확인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대요.”사라의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혜영은 만족스러운 기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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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아버지 창훈은 갑자기 격렬한 기침 발작을 일으켰다. 몸이 경련하듯 들썩이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얼굴은 순식간에 퍼렇게 질렸고, 손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떨리는 손에서 휴대폰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떨어진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메시지를 본 순간, 사라는 모든 걸 알아차렸다.분노가 핏줄을 타고 끓어올랐지만, 지금은 혜영을 상대할 때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먼저였다.그녀는 미친 듯이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눌렀다.“도와주세요! 의사 선생님 좀 빨리 와주세요!”의료진이 우르르 병실로 몰려들었다. 각종 장비가 동원되고, 아버지의 활력 징후를 확인하는 동안 사라는 구석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상태가 악화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진료를 마친 주치의가 마스크를 벗으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표정이 심각했다.“금창훈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습니다. 신부전이 급속도로 진행됐어요. 당장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 치료를 해야 합니다.”사라의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얼마나… 심각한가요?”“위중합니다.”의사는 솔직하게 말했다.“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중환자실 병상이 모두 차 있습니다. 대기 환자도 많고, 시내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대기요…?”사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의사 선생님, 우리 아빠 지금 기다릴 수 있는 상태 아니에요!”아버지는 여전히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피부는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모님.”의사가 무력하게 말했다.“일단 약물로 최대한 안정시키면서 병상이 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절망이 가슴을 죄어왔다. 사라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선우였다. 신가 그룹의 후계자인 그는 의료계에도 인맥이 넓었다. 마음만 먹으면 길을 열 수 있었다.떨리는 손으로 그의 번호를 눌렀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됐다. 하지만 들려온 목소리는 선우가 아니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혜영의 달콤한 목소리였다.사라의 피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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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선우는 중요한 인수 계약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때 비서 최봉규가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봉규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금창훈 환자분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의식을 잃었다고 합니다!”선우의 고급 만년필이 책상 위에서 떨어졌다. 그는 벌떡 일어섰고, 가죽 의자가 뒤로 밀리며 창문에 부딪혔다.“무슨 소리야?”그의 목소리는 극도로 날카로워졌다.“내가 최고의 의료팀 붙이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최고 인력으로 배치하긴 했습니다만 대표님…”봉규가 더듬거리며 말했다.“그런데 담당 의사 말로는 심각한 폐 감염이 갑자기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대기 중이던 의료진이 전부 혜영 씨 쪽으로 배정돼서… 병원에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했다고…”“이 무능한 것들!”선우가 책상을 내리치며 포효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지금 당장 모든 의료진을 장인어른 쪽으로 돌려!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어. 무조건 살려! 그분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다 잘릴 줄 알아!”봉규는 손이 덜덜 떨리는 채 병원장에게 직접 전화하려 했다. 하지만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은 봉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병원에서 연락 왔습니다. 금창훈 환자 VIP 중환자실로 이미 옮겨졌고 상태도 안정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걸 처리한 사람이 신현진 씨랍니다.”선우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신현진? 이 인간이 이걸 어떻게 알아?”그때 컴퓨터에서 메일 알림이 울렸다. 발신자는 사라.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채 메일을 열었다.수십 개의 음성 파일, 사진, 영상이 첨부돼 있었다. 전부 혜영이 보낸 것들이었다.떨리는 손으로 첫 음성 파일을 눌렀다.“대표님 지금 샤워 중이에요. 오늘 하루 종일 저 돌보느라 너무 지쳤거든요.”혜영의 비웃는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선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다음 파일을 눌렀다.“저도 오늘 입덧이랑 어지럼증이 좀 심했거든요. 근데 대표님이 저랑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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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선우는 영양제와 꽃이 가득 든 봉투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얼굴에는 초조함과 죄책감이 뒤섞여 있었다. 중환자실 앞 복도에 서 있는 사라를 발견했을 때, 그녀의 수척한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사라… 괜찮아? 아버님은?”그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려 손을 뻗었다.사라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한 걸음 물러서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고비는 넘기셨어.”“사라, 어제 일은 설명할게.”선우가 다급하게 말했다.“그 문자… 혜영이 실수로 보낸 거야. 자기 남자친구한테 보낼 걸 잘못 보낸 거라고.”사라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실수? 저기요, 내가 그런 싸구려 거짓말을 믿을 것 같아?”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나왔다.“이제 면회는 가능합니다만, 조용히 해주셔야 해요.”두 사람은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창훈은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지만, 그들을 보자 안도한 미소를 지었다.“사라… 선우도 왔구나.”그가 힘없이 말했다.“아빠는 괜찮다. 걱정 마라.”사라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아빠, 푹 쉬세요. 선우가 아빠 좋아하는 영양제도 사 왔어요.”선우도 얼른 맞장구쳤다.“아버님, 걱정 마시고 회복에만 집중하세요. 어제 문자 보낸 건 제 새 비서가 실수한 겁니다.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병원비 걱정도 마시고요.”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간호사는 두 사람에게 나가 달라는 손짓을 했다.병실 밖, 복도에는 사라와 선우만 남았다.선우는 다정한 남편인 척 연기를 이어갔다.“사라, 당신 밤새 한숨도 못 잤잖아. 집 가서 좀 쉬어. 병원은 내가 지킬게.”그가 손을 뻗자 사라는 매몰차게 쳐냈다.“지금 이렇게 낮추는 거, 바람 피운 거 용서받으려고 하는 거지?”그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차가웠다.선우의 표정이 굳었다. 더는 변명하지 않았다. 깊게 숨을 들이켰다.“사라, 혜영이랑 잔 건 인정해. 하지만 그건 그냥… 육체적인 필요였어.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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