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Por:  안개자욱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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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서에게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하나는 박씨 가문에서 며느리인 그녀를 탐탁지 않아 해서 박태경 몰래 그가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간은 7년. 그들의 결혼 생활은 곧 끝난다. 그리고 두 번째 비밀은 강윤서가 박태경 몰래 딸을 낳았다는 것이다. 7년의 결혼 생활 동안 박태경은 자신에게 다섯 살 된 아이가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강윤서는 자신이 7년 동안 진심을 다하면 박태경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혼 합의서 효력이 발생하기 3개월 전, 강윤서는 박태경에게도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태경이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사촌 동생과 약혼한 여자였다. 7년의 헌신이 우스워졌다. 박태경에게 완전히 실망한 강윤서는 절대 그에게 아이의 존재를 알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와 이혼한 뒤 홀로 아이를 키울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박태경은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라 단지 정자만 제공한 존재일 뿐이었다. 강윤서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던 전업주부에서 최연소 의학상 수상자가 되어 정상에 올랐을 때, 그녀를 철저히 외면하던 박태경은 그제야 뒤늦게 강윤서가 오래전부터 이혼을 결심했고 자신을 버릴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딸의 존재까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늘 차갑고 매정하던 박태경이 사람들 앞에서 강윤서를 붙잡고 이를 악물며 물었다. “이혼하자고?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울 거라고? 지금 나 보고 죽으라는 거야?” 강윤서는 딸의 손을 잡으면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박태경 씨, 똑똑히 들어요. 제 딸은 박씨가 아니라 권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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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결혼한 지 7년이 된 강윤서는 남편 몰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이제는 다섯 살이 되었다.

그러나 강윤서의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강윤서는 남편 박태경에게 아이의 아빠로 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야간 근무를 하던 강윤서는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는 딸이 보낸 음성메시지를 클릭했고, 이내 귀엽고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우리 아빠는 어디 있어요? 아빠는 죽은 거예요?”

강윤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죽은 것과 다를 바 없긴 했다.

권하람은 최근 들어 호기심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조그마한 머릿속에 고민이 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왜 자신은 아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 궁금했다.

권하람의 커지는 호기심에 강윤서는 진지하게 박태경에게 사실 두 사람 사이에 다섯 살 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을지를 고민했다. 지금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면 박태경은 육아 시절의 고생을 겪지 않고 편하게 아빠가 될 수 있었다.

채팅창을 끈 뒤 강윤서는 시간을 계산해 봤다.

그녀와 박태경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석 달뿐이었다.

강윤서는 신중하게 말을 고른 뒤 대화를 나눈 기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남편 박태경과의 채팅창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그러나 메시지를 보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강 선생님, 응급 환자예요. 임신 초기인데 무리하게 관계를 가져서 황체 낭종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강윤서는 곧바로 휴대폰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간호사와 함께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정말 황당하네요. 임신 초기에는 절대 관계를 가지면 안 되는데 그걸 못 참아서...”

간호사가 병실 커튼을 열어젖히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강윤서는 미처 못다 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서다빈 씨?”

서다빈은 곧 박태경의 제수가 될 사람이었다.

서다빈은 강윤서를 보자 아주 잠깐 흠칫했지만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강윤서는 자연스럽게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서다빈은 박태경의 사촌 동생과 약혼한 사이였는데 박태경의 사촌 동생은 5개월 전 회사 장부에 문제가 생겨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는 수감되어 있었다.

서다빈은 아직 배가 평평해서 겉으로 봐서는 임신 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정말 임신이라고 해도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약혼자의 아이라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는데,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아이일까?

그러나 강윤서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굳이 캐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의료용 장갑을 끼며 말했다.

“일단 누워 있어요. 검사 한 번 해볼게요.”

그런데 서다빈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앉더니 강윤서의 등장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됐어요. 저 다른 병원에 갈 거예요.”

간호사가 곧바로 난처한 표정으로 강윤서를 바라봤다.

강윤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몸이 망가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 그냥 누워 계시는 게 좋아요. 일단 기본적인 검사만 해드릴게요.”

서다빈은 강윤서의 차분하고 고고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강윤서는 그 뒤로 말을 아꼈다. 의사로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걸 지체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서다빈의 옷을 올리려 했다.

그러자 서다빈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강윤서의 손을 쳐냈다.

팍.

힘을 많이 준 건지 꽤 아팠다.

고개를 숙인 강윤서는 자신의 빨개진 손등을 보았다.

그런데 강윤서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서다빈이 갑자기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그녀의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태경 오빠...”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강윤서는 손등의 통증도 잊은 채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침착하고 단정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코트는 팔에 걸쳐져 있었고 훤칠한 몸에서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오다가 강윤서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남자는 멈추지 않고 걸어오며 이내 차가운 얼굴로 강윤서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는 마치 지나가는 행인처럼 강윤서를 지나쳐 서다빈에게로 걸어갔다.

그의 낮은 목소리에서 걱정스러움이 전해졌다.

“어떻게 된 거야?”

강윤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서다빈의 보호자로 병원에 온 사람이 그녀와 비밀리에 결혼한 지 7년 된 남편일 줄은.

서다빈에게만 온 신경을 쏟아붓는 박태경의 모습을 본 순간, 강윤서는 박태경이 조금 전 서다빈이 그녀의 손을 힘껏 쳐내는 걸 보았을지 궁금해졌다.

박태경이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다빈은 얼어붙은 강윤서를 힐끗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자신을 걱정하는 박태경을 바라보며 마치 연인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오빠도 알잖아. 나 배 아파서 병원에 온 거.”

서다빈의 말에 근처에 있던 의료진들은 곧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서다빈과 무리하게 관계를 가진 남자는 바로 박태경일 것이다.

박태경은 부인하지도, 해명하지도 않았다.

강윤서는 완전히 얼어붙어 그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박태경이 곧 자신의 제수가 될 서다빈에게 다정히 구는 모습을 말이다.

박태경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강윤서는 타고난 여자의 직감으로 둘 사이의 미묘함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서다빈은 입에 담기 민망한 이유로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박태경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 순간 강윤서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박태경이 무심한 성격을 타고났을 뿐, 타인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박태경은 그저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강윤서는 지금 이 상황이 터무니없게 느껴져서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오늘 밤 서다빈과 무리하게 관계를 가진 사람이 박태경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강윤서가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자 박태경은 그제야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

박태경의 가시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강윤서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서다빈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려고 장갑을 낀 강윤서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금 전 서다빈에게 맞았던 손등에서 서서히 독이 퍼져 나가서 잠시 머릿속이 새하얘진 것만 같았다.

바람을 피운 게 확실한 데 굳이 재차 확인할 이유는 없었다. 그것은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일이니 말이다.

서다빈은 박태경이 강윤서를 완전히 남처럼 쳐다보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제안했다.

“오빠, 나 다른 병원에 갈래. 더 큰 병원으로 데려다줘.”

“알겠어.”

박태경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서다빈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 것처럼 말이다.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한때 박태경을 깊이 사랑했던 강윤서가, 오랫동안 그의 아내로서 살아온 강윤서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가슴이 조각조각 찢겨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 더 큰 병원에 가겠다는 서다빈의 말은 강윤서의 실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이었다.

박태경은 빠르게 서다빈을 위해 절차를 밟았다.

그는 끝까지 강윤서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떠난 뒤에도 강윤서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모든 걸 지켜본 다른 의료진들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세상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기력이 넘치네요.”

한 간호사가 부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아까 그 남자 진짜 잘생긴 것 같지 않아요? 분명 체력도 엄청 좋을 거예요.”

강윤서는 고개를 숙인 채 무심한 표정으로 조용히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요?”

간호사는 그 말의 미묘함을 눈치채지 못한 채 뭔가 떠오른 듯 강윤서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참, 강 선생님. 선생님도 결혼한 지 꽤 됐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아이 얘기를 하는 건 한 번도 못 들어본 것 같아요.”

강윤서는 장갑을 쓰레기통 안에 던져 넣으며 대답했다.

“남편이 발기부전이라 치료를 받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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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결혼한 지 7년이 된 강윤서는 남편 몰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이제는 다섯 살이 되었다.그러나 강윤서의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강윤서는 남편 박태경에게 아이의 아빠로 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야간 근무를 하던 강윤서는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는 딸이 보낸 음성메시지를 클릭했고, 이내 귀엽고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엄마, 우리 아빠는 어디 있어요? 아빠는 죽은 거예요?”강윤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죽은 것과 다를 바 없긴 했다.권하람은 최근 들어 호기심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조그마한 머릿속에 고민이 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했다.이를테면 왜 자신은 아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 궁금했다.권하람의 커지는 호기심에 강윤서는 진지하게 박태경에게 사실 두 사람 사이에 다섯 살 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을지를 고민했다. 지금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면 박태경은 육아 시절의 고생을 겪지 않고 편하게 아빠가 될 수 있었다.채팅창을 끈 뒤 강윤서는 시간을 계산해 봤다.그녀와 박태경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석 달뿐이었다.강윤서는 신중하게 말을 고른 뒤 대화를 나눈 기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남편 박태경과의 채팅창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만약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어떻게...]그러나 메시지를 보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강 선생님, 응급 환자예요. 임신 초기인데 무리하게 관계를 가져서 황체 낭종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강윤서는 곧바로 휴대폰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간호사와 함께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정말 황당하네요. 임신 초기에는 절대 관계를 가지면 안 되는데 그걸 못 참아서...”간호사가 병실 커튼을 열어젖히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강윤서는 미처 못다 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서다빈 씨?”서다빈은 곧 박태경의 제수가 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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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간호사는 입을 다물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강윤서가 이렇게 태연하게 남편의 치부를 까발릴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결혼한 지 7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아이가 없는 건 이상한 일이었으니 말이다.그래서 간호사는 강윤서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강윤서는 진실을 숨겼다.사실 박태경은 강윤서가 자신의 아이를 가지는 걸 원치 않았다.그는 신혼 첫날 밤 차가운 얼굴로 쌀쌀맞게 말했었다.“나는 일이 바빠서 아이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어. 그리고 애초에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으니까 너도 기대 같은 건 하지 마. 그리고 내 생각을 바꿀 마음도 없으니까 나랑 상의하려고 하지 마.”그때까지만 해도 강윤서는 박태경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그를 이해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이제는 박태경이 왜 그동안 아이를 원하지 않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아마도 그녀가 아이를 가지면 서다빈이 신경 쓸까 봐 걱정돼서 그랬을 것이다.그런데 그녀는 아까 바보처럼 박태경에게 딸의 존재를 털어놓으려고 했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또다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박태경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늪과 같은 눈동자가 보였다.결제를 마치고 돌아온 박태경은 한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발기부전이라고 한 걸 들은 걸까?그러나 들어도 상관없었다. 이제 더는 그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박태경은 빠르게 시선을 거둔 뒤 차갑게 돌아섰고 강윤서는 그러려니 했다.박태경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그는 강윤서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그녀를 귀찮아했으며 그녀에게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쓰는 걸 아까워했다.그래서 그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싸우기가 힘들었다.결국 강윤서는 모든 것들을 가슴 한쪽에 쌓아두고 살아야만 했다.남편은 있어도 기댈 곳은 없었고, 정신적인 버팀목도 없었다.그것이 강윤서가 박태경 몰래 딸을 낳아 홀로 키운 이유 중 하나였다.강윤서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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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결혼 후, 강윤서와 박태경은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다.박태경은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고 한 달에 두 번 부부관계를 갖는 것조차 사치에 가까웠다.평소 대화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그러다 결혼 첫해가 끝나갈 무렵, 박태경은 훗날 박씨 가문의 실권을 차지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하여 해외 지사로 떠나게 되었다.해외로 떠나기 전 날 밤, 거래처와 술자리를 가진 박태경은 술에 취해 돌아왔고 처음으로 피임 조치를 하지 않았다.그날 밤 박태경은 유난히 거칠고 집요했다.강윤서는 그제야 박태경이 술에 취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서 평소와 달리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박태경이 떠나고 나서 두 달 뒤에야 강윤서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스스로 맥을 짚어서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깜짝 놀랐다.그때까지만 해도 강윤서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 그녀는 박태경이 그동안 자신이 불임인 줄 알았다면 그녀의 임신 사실이 두 사람의 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일단 떠보기로 했다.강윤서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루미나르로 향했다. 그때 그녀는 설렘과 기대를 한가득 안고 박태경의 회사로 달려갔고,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무려 두 시간 동안 그를 기다렸다. 박태경은 자신을 찾아온 강윤서를 보고 의아해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비서를 시켜 그녀를 숙소로 돌려보냈다.당시 강윤서는 마음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었기에, 박태경이 의도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그녀와 선을 긋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에도 박태경은 그녀에게 장거리 비행으로 피곤하지 않냐는 안부조차 붇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숙여 강윤서의 귓가에 입을 맞추면서도 눈빛은 차가웠다.마치 강윤서가 그와의 잠자리를 원해서 그곳까지 찾아온 것처럼 말이다.불편함을 느낀 강윤서는 그를 밀어낸 후 설렘을 억누른 채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만약 나한테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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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박태경은 서다빈이 쓸 물건들을 집 안에 들여놓는 걸 묵인했고, 그것은 곧 사람들에게 그녀가 박태경의 아내로서 얼마나 비참하고 초라하게 살고 있는지를 전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아무리 곧 박태경과 이혼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박태경이 하루빨리 사촌 동생의 약혼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어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아니꼬웠다.강윤서는 최소한 이혼 합의서 효력이 발생가기 전까지는 그런 모욕을 당할 생각이 없었다.강윤서는 천천히 걸어가 최대한 차분한 얼굴로 짐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들여온 물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이거 다 꽤 비싼 가구들인데 그냥 드릴게요. 팔면 꽤 돈이 될 테니까 다 빼주세요.”그들은 돈을 받고 일하러 온 사람들이었기에 당연히 그 제안을 듣고 기뻐했다. 그리고 아이보다는 성인인 강윤서의 말을 따르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고 곧장 웃으며 동의했다.그녀를 미처 막지 못한 박여훈은 화가 나서 강윤서를 손가락질하며 욕했다.“아줌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 이건 우리 엄마가 형수님한테 주는 선물이라고요! 아줌마가 무슨 자격으로 마음대로 결정을 내려요? 우리 형은 틀림없이 아줌마를 쫓아낼 거예요!”강윤서는 그제야 박태경 말고도 시어머니인 최미진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박여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좋아. 그러면 내일 너희 학교에 찾아가서 네 친구들한테 네가 네 형이랑 네 형 사촌 동생 약혼녀가 바람피우는 걸 아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소문낼게. 박씨 가문 사람들은 도덕성 따위는 개나 줘버려서 불륜을 즐겨 한다고 해야겠어. 서다빈이 그렇게 좋아? 그러면 내가 대신 홍보해 줄게. 네가 학교에서 아주 유명해질 수 있게. 어때?”강윤서는 가차 없는 태도로 말했다.그녀는 여태 박여훈에게 이렇게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고 늘 박여훈을 달래주었다. 그래서 박여훈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눈이 휘둥그레졌다.박여훈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역시 아줌마는 아주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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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옆에 있던 또 다른 친구 노형준이 웃으며 물었다.“그러게. 표정이 왜 그렇게 안 좋아?”차민석은 자리에 앉은 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서다빈을 바라봤다. 서다빈은 마음이 넓었고 그들과 어울릴 때도 선을 잘 지켰으며 처신도 잘했다. 그런데 강윤서는 남몰래 그런 서다빈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내가 아래층에서 누구를 봤는지 알아? 강윤서를 봤어.”박태경은 그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느긋하게 테이블을 툭툭 두드릴 뿐이었다.강윤서 이야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서다빈이 차민석을 위해 물을 따라주며 여유롭게 물었다.“둘이 싸운 거야? 상대는 여자인데 너무 그러지 마.”차민석은 서다빈이 강윤서의 편을 들자 강윤서에게 더 화가 났다.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강윤서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진짜 충격적이라니까. 여자가 질투심 때문에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강윤서 덕분에 오늘 처음 알게 됐어.”차민석은 아래층에서 권지율이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강윤서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던 박태경은 그 얘기를 듣자 눈빛이 차가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강윤서가 직접 한 말이야?”박태경이 차민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말만 들어서는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서다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직접 들은 얘기라면 틀림없겠지.”서다빈은 입술을 깨물며 차민석 대신 대답했다.노형준은 곧바로 욕을 내뱉었다.“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강윤서 본인도 여자면서 말이야. 그러니까 인생이 그 모양이지. 7년 동안 매달려도 사랑을 못 받아서 질투심이 그렇게 강한 건가?”노형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아무 이유 없이 루머를 퍼뜨렸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노형준이 그렇게 말하자 서다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조용히 있는 박태경을 바라봤다. 그의 의견을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박태경은 말없이 휴대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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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박태경은 겉으로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언짢은 듯이 강윤서를 바라볼 뿐이었다.차민석과 노형준은 순간 넋이 나갔다.강윤서는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박태경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까?게다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겠다니.그건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서다빈에게 망신을 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서다빈은 표정을 굳히며 상처받은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강윤서 씨, 이제 좀 그만해요.”강윤서는 당당하게 피해자 행세를 하는 서다빈의 모습에 새삼 혀를 내둘렀다.그녀는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들한테 굳이 힘들게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이혼할 사이인데 쓰레기 같은 인간들과 얽혀봤자 그녀만 피곤해질 뿐이다.그래서 강윤서는 몸을 돌렸다.그런데 박태경 옆을 지나치는 순간, 박태경이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필사적인 거 아니야?”강윤서는 잠깐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뭐라고요?”박태경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피식 웃었다.“왜 내 말에는 반박을 안 해?”아까는 그렇게 날을 세웠으면서 말이다.강윤서는 그 말을 이해하는 순간 화가 나서 눈이 빨개졌다.그녀가 분노를 쏟아내는 것도,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것도, 상처를 받는 것에 무뎌져서 절망에 빠져 이혼하려고 하는 것도, 박태경에게는 전부 그의 관심을 끌려는 수작으로 보이는 걸까?심지어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은데도 박태경은 그걸 연기라고 생각했다.서다빈은 감싸주는 사람이 많겠지만 강윤서는 기댈 구석이 없었기에, 계속 말싸움을 해봤자 그녀만 비참해질 게 뻔했다.게다가 박태경은 여전히 그녀가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철없음을 나무라고 있었다.그녀가 아무리 설명해도 박태경은 절대 믿지 않을 텐데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서서히 평정심을 되찾은 강윤서는 더 이상 다툴 기력이 없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앞으로 두 사람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게요. 이제 됐죠?”강윤서는 박태경의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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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높지도 낮지도 않은 웃음소리가 날카로운 가시처럼 강윤서의 가슴에 깊숙이 박혔다.서다빈은 강윤서가 김혜민에게 뺨을 맞는 비참한 모습을 봤고, 아주 당당하게 그녀를 비웃었다.심지어 박태경이 그녀를 전혀 감싸주지 않는 모습까지 전부 보았다.이미 박태경과 이혼하려고 결심했음에도 내연녀인 서다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견딜 수 없을 만큼 치욕스러운 일이었다.박태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혜민을 바라보더니 서다빈에게 이따 다시 얘기하자고 말하고는 영상통화를 끊었다.파문 하나 일지 않는 눈빛이 강윤서의 붉어진 뺨을 스쳐 지나가 김혜민에게 고정되었다. 박태경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이건 무슨 상황이죠?”박태경은 강윤서에게 괜찮은지 묻지조차 않았다.강윤서는 애초에 박태경 얼굴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기색 같은 걸 기대하지도 않았다.지난 7년 동안 그의 무관심에 익숙해졌으니 그런 걸 기대할 리가 없었다.김혜민은 박태경의 눈을 바라보자 괜히 움찔했다.강윤서는 박태경의 아내이고, 그녀가 강윤서의 뺨을 때린 건 박태경의 체면을 건드린 것과 다름없었다.박태경이 아무리 아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체면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박태경에게는 자신의 체면이 강윤서보다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몰랐다.그런 생각이 들자 김혜민은 곧바로 강윤서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게 다 강윤서 때문이야. 네가 서다빈이랑 같이 병원에 간 사실이 알려졌어. 그 병원이 강윤서가 다니는 병원이잖아! 당연히 강윤서가 한 짓이겠지. 그 게시물에 역겨운 말들이 가득 적혀 있었어. 서다빈이 네 아이를 가졌다느니, 둘이...”김혜민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강윤서를 노려보기만 했다.서다빈은 김혜민 아들의 약혼녀이고 결혼식을 올릴지 말지 아직 제대로 얘기를 나눈 적도 없는 상태이다.그래서 이 사건으로 그들은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겠어?’김혜민은 아직도 아이를 갖지 못한 강윤서를 무능하다고 생각했다.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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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윤서는 책을 들고 몸을 일으켜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보게 됐다.박태경은 시선을 살짝 내려뜨린 채 그녀가 7년 전에 이미 사인해 두었던 이혼 합의서가 들어 있는 서류봉투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윤서는 박태경이 그를 위해 준비해 둔 선물을 그제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혼마저도 그녀가 모든 걸 알아서 준비한 뒤 그가 덜 바쁠 때 시간을 내어 들여다 봐주기를 기다려야 한다니.박태경이 이혼 합의서를 확인한 걸 보았으니 강윤서는 더는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말없이 방에서 나갔다.박태경은 강윤서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미간을 좁히더니 서류봉투를 들어 살펴봤다.집에 그런 걸 둘 사람은 오직 강윤서뿐이었다.박태경이 서류봉투를 열어보려는 순간,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서다빈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걸 확인한 그는 망설임 없이 서류봉투를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때 김명희가 안으로 들어와 서류봉투를 보더니 나가려는 박태경에게 말했다.“보지 않으신 건가요? 사모님께서 꼭 확인해야 한다고 하신 서류인데요.”박태경은 버튼을 눌러 서다빈의 전화를 받았다.그의 차분한 목소리에서 무심함이 느껴졌다.“일단 치워요. 윤서 일은 급한 일이 아닐 테니까요.”...강윤서가 차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통화 중인 박태경을 본 그녀는 박태경이 이혼 합의서를 확인했을 거라고 생각해 그에게 이의가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7년 전 박태경은 자기가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는지도 몰랐으니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을 것이다.“합의서 다 읽...”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박태경은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그녀의 말은 전혀 듣지 않은 듯했다.곧이어 박태경이 다정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달래는 게 들려왔다.“감기 걸렸으면 푹 쉬어. 금방 갈게.”박태경처럼 매정한 남자가 이렇게까지 참을성 있게 구는 걸 보니 상대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박태경의 차는 강윤서의 앞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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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윤서는 박태경의 손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의 손은 옆에 있는 여자의 예쁜 손과 거의 맞닿아 있어서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그들은 아마 밤새 함께 있었을 것이다.강윤서는 무의식적으로 뺨을 만졌다.어제 그녀가 김혜민에게 따귀를 맞았을 때 박태경은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서다빈이 몸살이 나자 곧바로 다른 도시로 달려가 보약까지 챙겨주었다.감정이라는 건 오랜 시간 함께했다고 깊어지는 게 아니었다.강윤서가 바로 그 산증인이었다.권지율은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흘기면서 혀를 찼다.“박태경도 사람을 걱정할 줄 아네? 진짜 박태경이랑 그 여자는...”강윤서는 사진을 딱 한 번 보고는 이내 죽을 먹으면서 권지율 대신 말을 이어갔다.“ 헌 신짝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잖아. 끼리끼리 잘 만난 거지, 뭐.”강윤서는 마치 남 일인 듯 서슴없이 말했다.권지율은 순간 사레가 들려서 기침을 하다가 이내 기쁜 얼굴로 강윤서를 바라봤다.“너 이혼하겠다는 거 진심이었어? 진짜 마음먹은 거야?”예전의 강윤서였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강윤서는 권지율의 말을 듣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권지율도 그녀의 이혼하겠다는 말을 완전히 믿은 건 아니었던 것이다.그동안 강윤서가 박태경 때문에 얼마나 비굴하게 살았었는지 또 한 번 증명이 되었다.“맹세해. 진심이야.”강윤서가 진지하게 말했다.권지율은 그제야 마음이 완전히 놓여 기쁘면서도 안쓰러운 표정으로 강윤서의 희고 부드러운 볼살을 살짝 꼬집었다.권지율은 강윤서와 알고 지낸 지 거의 10년이 된다.강윤서가 박태경과 결혼해서 박씨 가문 사모님이 되었을 때 권지율은 진심으로 기뻤다.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재벌가 자제가 바로 박태경이었기 때문이다.박태경은 박씨 가문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후계자이고, 회사 경영권을 일부 물려받은 뒤로 빠르게 의료, 부동산, 인공지능, 에너지 산업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였고 실패한 적은 거의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투자할 때마다 항상 업계 최상위를 기록했다.박태경은 압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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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남편이 집에 들어올지, 안 올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자신의 입지를 어떻게 다질지, 어떻게 해야 권하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가치 있었다.오늘 배건하는 의료 관련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고 강윤서는 그곳에 가볼 생각이었다.권지율을 돌려보낸 뒤 강윤서는 배건하에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그때 앞쪽 빌딩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강윤서는 의아한 듯 휴대폰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그곳을 바라봤다.곧이어 서다빈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기자들이 그녀의 주위를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모든 이에게 주목받고 대접받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서다빈은 교양 있게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인터뷰에 응할 테니 다들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강윤서 주변으로 지나간 사람들이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분 진짜 대단하다니까. 이제 겨우 스물일곱인데 만성질환 신약 개발에 참여했대. 게다가 한의학까지 섭렵한 천재래. 미래가 창창하다니까.”“소문에 의하면 연말까지 인터뷰가 꽉 차 있대. 얼굴도 예뻐서 라이브 방송을 한 뒤에 팬도 생겼대.”“그런데 말이야.”그 사람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수군거렸다.“서다빈 씨가 박씨 가문 며느리라는 소문이 있어. 박씨 가문의 어느 자제랑 결혼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진짜 완벽한 인생이지.”그 뒤로도 주변에서 계속해 감탄이 터져 나왔다.강윤서는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서다빈 같은 내연녀가 사람들에게 찬양받고 추앙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강윤서는 몇 번이나 사람들과 부딪쳤고 뒤로 물러나려다가 누군가에 의해 밀쳐져서 몸이 뒤로 넘어갔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주었다.고개를 들자 박태경의 눈동자가 보였다.그의 손에서 전해진 온기가 강윤서의 몸속을 파고들 것만 같았다.강윤서가 잠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멀지 않은 곳에서 서다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태경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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